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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3

음란서생 - 김대우 : 별점 2.5점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 자제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윤서(한석규)에게 권력은 쫓기에 허망한 것이요, 당파 싸움은 논하기에 그저 덧없는 것. 권태로운 양반 라이프를 살아가던 윤서는 반대파의 모략으로 골치 아픈 사건을 맡게 되고, 이 와중에 저잣거리 유기전에서 일생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흥분을 느낀다. 윤서는 급기야 몸소 추월색이라는 필명으로 음란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장안의 화제를 얻으며 인기를 얻게되고 음란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가 발전하던 윤서는 고신 전문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가문의 숙적 광헌(이범수)에게 소설 속 삽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한다. 광헌 역시 자신의 맥박수치를 끌어 올리는 제안을 차마 거절치 못하고 윤서와 나란히 음란 소설 창작에 빠져 든다. ..

장장 2시간 30여분에 가까운 대작(?) 입니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느낌 그대로의 코믹사극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한국 코미디 영화의 나쁜 습관인 뭔가 있어보이는 (?) 이야기를 너무 스토리에 포함시켜서 후반부에는 진지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런 뭔가 있어보이는 무거운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최소한 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그래서인지 초중반부의 한석규가 음란 소설 창작에 서서히 몰입해 가며 보여주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코믹한 부분이 훨씬 좋았습니다. 오히려 이쪽 이야기를 극대화해서 아예 코믹하게 가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재기발랄한 전개와 구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저 위의 줄거리 요약 부분만 더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인물들도 톡톡튀어서 이름난 명 문장가에 전형적인 사대부인 윤서(한석규)와 의금부 관원이자 그림의 명인 광헌(이범수)의 캐릭터 설정과 연기는 역시(!) 하는 수준이었고 뭐니뭐니해도 유기전 주인이자 음란소설 유통의 핵인 황가의 연기와 캐릭터는 정말 일품이더군요. 그 외의 인물들도 여러가지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정빈 (김민정)의 연기는 좀 아니었지만 비쥬얼이 그간 사극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만큼 용서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중반이후 갑작스럽게 정빈 (김민정)과의 트러블로 사람이 죽어나가며 피가 튀기는 마지막 장면은 영 와닿지 않았습니다. 윤서와 정빈의 마음의 교감에 대한 설득력이 영화 내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도 했지만 윤서의 음란소설에 대한 집념 자체도 이 이야기 때문에 앞부분의 힘을 상실해 버린채 흐지부지되어버립니다. 정빈의 미모가 그나마 이러한 사랑 싸움의 유일한 증거로서 기능할 뿐이니 말 다했죠. 게다가 배신감을 느낀 정빈의 분노에 따른 극적 갈등과 막판 결말도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도 왕의 비현실성이 너무 극대화되는 모양새가 좋지 않더군요. 마지막 장면인 목욕탕에서의 드라마는 거의 환타지라 생각되었습니다...

여러 부분에서 그간 사극의 전형성을 깨는 퓨전사극의 하나로 충분한 재미와 비쥬얼은 가져다 주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성도가 조금 미흡했다고 생각되네요. 디테일은 좋았지만 전체적 흐름이 좋지 않았던 우리나라 영화에서 항상 있어왔던 문제점을 다시 되새겨 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나저나, 나름 해피엔딩이고 결국 불쌍한건 덧없이 죽어간 조내관일뿐... 뭐 죽은 사람만 불쌍한 것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만 빛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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