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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2

전지적 독자 시점 (2025) - 김병우 : 별점 2점

"나 혼자만 레벨업"과 쌍벽의 인기를 누리는 판타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입니다. 세계가 갑자기 '성좌'들의 관전용 무대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 속 현실로 탈바꿈한 상황에서,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 속 내용을 미리 알고 있다는 설정의 작품이지요. 미래를 미리 알고 있는 기존 회귀물, 전생물과는 약간 차별화되면서 독특한 재미를 준 설정입니다. 지난 주에 넷플릭스에 업데이트 되었길래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재미있습니다. 액션 판타지 장르로서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난한 편이에요. 안효섭(김독자 역), 이민호(유중혁 역) 두 주연 배우의 캐스팅도 잘 어울립니다. 두 사람의 호흡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잘 알겠더라고요. 단점이 뚜렷하게 느껴졌거든요. 우선 CG가 전반적으로 부족합니다. 게임 동영상이나 철지난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해서 몰입을 방해하는데, 그 중에서도 절정부인 최종 화룡과의 결전 장면이 가장 실망스럽습니다. 몬스터들의 디자인 역시 현실감 없이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라 위협감도,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액션도 특별히 합이 잘 맞는다던가, 서로의 특성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는 식으로 그려져 있지 못합니다. 유중호의 이기어검술(?) 등 여러 스킬들은 모두 중국 무협 영화 그대로라서 새로움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야기 구성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단순한 게임 스타일로, 이를 극복하면서 나오는 반전이나 복선은 거의 없습니다. 김독자가 소설 내용을 알고 있다는게 별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도 않고요. 오히려 금호역에서 천인호를 쫓다가 결계에 갇혀 죽기 직전, 갑자기 난입한 이지혜가 구해주는 식으로 우연과 운에 의지한 전개를 보이는 설정 구멍만 더 크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화룡과의 결전에서 유중호가 죽는 장면도 뜬금없습니다. 유중호가 죽은 것 외에는 김독자의 작전대로 흘러간 건데,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실망하고 감정선을 무겁게 끌고 가는 건 납득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추가 아이템을 얻어 칼을 완성해서 화룡을 물리치는데, 그럼 그 전의 작전은 어쩔 셈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여러모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부족합니다.

부족한건 이야기 완성도 뿐만이 아닙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현재 상황이 어떤 구조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설명이 부족합니다. '성좌'의 무대라는 전제는 나오지만, 코인, 아이템, 스킬 같은 기본 설정조차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익숙한 게임적인 설정이라서 그냥 넘어갔다면, 이 영화를 과연 대중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원작과 다른 설정도 문제입니다. 특히 김독자와 작가가 일종의 '게임'을 하는 듯한 설정은 최악입니다. 작가가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다면, 김독자의 전능한 예지 능력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되는 부분이었어요. 여성 캐릭터들도 제대로 묘사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여성 인물들이 캐릭터성을 갖지 못한 뻔한 설정인데다가, 이지혜는 왜 등장했는지조차 불분명할 정도입니다. 연기도 어색한 부분이 많고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출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길영이가 코피를 쏟으며 사마귀를 조종하고, 그 장면을 본 이현성이 각성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유치합니다. 

결론적으로 킬링 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라면 실망할 수 있고, 원작을 모른다면 초반 설정부터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CG 퀄리티, 각색 방향, 연출 등 여러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5/11/12

터치다운 (The Longest Yard) - 피터 시걸 : 별점 2.5점


NFL MVP출신의 슈퍼스타 쿼터백 '폴 크루'(아담 샌들러)는 승부조작혐의로 풋볼계에서 쫓겨난 상태, 급기야 음주운전으로 3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교도소장 '워덴 하젠'(제임스 크롬웰)은 교도소 교도관으로 이루어진 세미프로팀을 자신의 홍보에 이용하고자 폴 크루에게 죄수들을 대상으로 미식축구팀을 구성해 4주뒤에 시합을 갖자고 제안한다.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 폴 크루는 전(前) 대학 미식축구 선수이며 코치였던 네이트 스카보로(버트 레이놀즈)에게 죄수 팀의 코치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친구인 케이테이커 (크리스 락)과 네이트 스카보로와 더불어 팀원들을 모아 시합을 준비하는데...

아무생각 없이 주말 저녁에 보기 위해 선택한 영화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담 샌들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레슬링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기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구해보게 되었네요.

영화는 그야말로 짜여진 공식대로 흘러갑니다. 비주류 선수들이 엘리트 선수들과 대항해서 싸우는 스포츠 영화는 정말이지 발에 채일만큼 많고, 최소 반세기 이상은 지난 듯한 켸켸묵은 공식이기도 하니까요. (얼마전 본 인도영화 "라간"도 따지면 같은 공식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진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썼다는 이야기이고, 그만큼 많이 썼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킬링타임에 딱 맞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공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여러 잔재미들이 영화와 잘 조합되어 있기 때문이죠.

특히 비주류 선수들을 "죄수"로 설정하고 상대팀을 "교도관"으로 설정한 것이 재미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죄수들 대부분이 교도관을 "때릴 수" 있다는 이유로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된다는 설정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으며, 파워 넘치고 흉악한 죄수들로 이루어진 덕에 아마츄어들일지라도 힘 위주의 플레이에서는 절대로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할 수 있으니까요. 또 단 한명의 스타 플레이어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미식 축구"라는 스포츠의 선택 역시 구성상 탁월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유명 스타들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재미까지 더해져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빌 골드버그, 밥 샵, 케빈 내쉬, 스티븐 오스틴 등 유명 레슬링, 격투기 스타를 비롯해서 랩퍼 넬리 까지 등장해서 깜짝 놀랐네요. 밥 샵 같은 경우에는 나름 괜찮은 연기(?)도 보여줘서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도관들이 죄수들을 학대하는 장면은 너무나,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지루합니다. 폴 크루의 승부조작 에피소드나 케이테이커가 죽는 장면 같은 것은 지나친 사족이었고요. 무엇보다도 교도소장의 음모가 이 영화의 오리지널 버젼이 나왔을때에는 먹혔을지 모르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비 현실적으로 보여 와 닿지 않는 점은 특히나 아쉬웠어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전체적인 재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공식대로 누구나 알고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라도 결국은 해피엔딩이고 유쾌한 나름의 재미는 있으니 킬링타임용으로 딱 맞는 영화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뭐 극장에서 봤다면 돈 생각이 났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2009/08/09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2009) - 스티븐 소머즈


G.I. Joe: Valor Vs. Venom (2004)


요사이 가장 Hot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영화겠죠?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와이프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난 감상은 한마디로 "시원시원" 하다는거. 인터넷 평을 뒤져보니 각본이 후지다, 특수촬영이 별로다, 주인공이 별로다 뭐 그런 말이 많긴 하고, 실제로 그런 면이 많기도 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 내내 쉴새없이 액션이 빵빵 터지다 보니 후지다, 별로다 하는 생각 자체를 할 틈이 없이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더군요. 정말 시원시원하게 2시간동안 줄곧 달려줍니다.

아울러 한국배우 "이병헌" 씨가 굉장히 비중있는 역할로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말만 많고 결과물이 신통찮은 전지현 - 장동건 - 하정우 씨 등등 보다 별로 소리소문없이 진출해서 확실한 결과물로 보여주는 플레이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가 확실해서 최소한 몇년은 갈 수 있는 그럴듯한 선택이라 생각되거든요. 보여주는 간지와 말투에 비한다면 캐릭터의 실력이 하찮아서 마지막에 그냥 발려버리기는 하지만 2편에서는 좀 더 멋진 무언가를 보여주리라 생각될 정도의 비중과 모습이라 2편도 기대가 되네요. 이병헌씨 외의 친숙한 배우들 (특히 데니스퀘이드와 "이모텝" 아저씨) 도 반가웠고 말이죠.

결론은 별점 3점의 킬링타임용 추천작입니다. 어차피 G.I Joe 애들한테서 뭔가 내면연기를 바란것도 아니고, 이 영화가 진지한 주제를 다뤄서 무슨 상을 탈 것도 아닌데 너무 고민고민하면서 볼 필요도 없잖아요? 그냥 즐기고 시간 잘 보내고 오면 딱 좋은, 여름에 딱 좋은 그야말로 킬링타임에 최적화된 영화라서 저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극장도 시원했고요^^

아무 생각없이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한편 즐기는데에는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005/07/24

아웃 오브 타임 (Out Of Time, 2003) - 칼 프랭클린 : 별점 3점


플로리다의 한 작은 마을, 베니언 키의 보안관인 매트(덴젤 워싱턴 분)는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해 온 덕분에 동료들은 물론 주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 그는 유부녀인 앤(산나 라단 분)과 오래 전부터 내연의 관계에 있는 사이.
어느날 매트는 앤과 같이 찾아간 의사에게서 앤이 암에 걸려 6개월 정도의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앤은 매트에게 마지막 이별의 선물로 자신의 생명보험 100만달러의 수취인으로 매트를 지명한 서류를 주며 떠날 결심을 한다. 이에 매트는 앤을 돕고자, 그녀를 스위스의 대체의학 치료 센터에서 치료를 받게끔 하기 위해 자신이 압수한 마약 사건의 증거품인 경찰서의 공금 45만여 달러를 전해 준다.

하지만 은신처에서 연락하기로 한 앤은 연락이 두절되고, 다음날 앤과 그녀의 남편의 사체로 추정되는 살인 방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사건의 모든 증거는 매트가 살인사건의 제 1 용의자로 지목되는 방향으로 흐른다. 앤이 사실은 암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매트는 동료 경찰들이 그를 범인으로 의심하기 전에 마약 단속국에서 수금을 요청한 45만달러를 회수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초를 다투는 치열한 상황 속에서 동분서주하며, 그의 전 아내이자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알렉스(에바 멘데스 분)는 점점 수사망을 좁혀 가면서 조금씩 매트의 수상쩍은 행동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영화 감상은 오랫만이네요. 역시 여름에는 공포물도 좋지만 스릴러물도 좋죠. 2003년도에 개봉했던 덴젤 워싱턴 주연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모종의 음모에 의해 궁지에 빠지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영화나 소설, 만화는 사실 수없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신선함과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면 그 음모가 얼마나 치밀한지와 궁지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죠. 다행히 이 영화는 제법 성공하고 있는 편입니다.
초반 30여분간은 매트와 앤의 불륜에 포커스를 맞춰져 지루하지만 거금을 노리는 범인들이 매트를 범인으로 완전히 옭아매려는 작전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정말 숨쉴틈 없이,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와중에 매트가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자신에게 집중될 수 있는 용의를 살짝살짝 빠져나가는 장면들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고요. 중반에 등장하는 GPS를 이용한 복선과 마지막에 마약 단속국에서 요청한 돈을 타이밍 좋게 넘겨주는 부분 역시 영화에 치밀함을 더해주는 요소로 잘 이용되고 있습니다.

감독도 잘 모르는 사람이고 주연 배우들도 덴젤 워싱턴을 빼면 유명한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닥 돈을 많이 들인 것 같지는 않지만. 검증된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야자수무늬 셔츠로만 활약하는 시골 경찰 서장역의 연기를 비롯해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고(개인적으로는 나름의 악역 연기를 소화한 TV시리즈 슈퍼맨의 딘 케인의 모습이 이채로왔습니다) 뭔가 궁지에 몰린 사람의 아찔한 심리가 잘 표현된 연출도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범인들의 공범자가 쉽게 잡혀버려 가장 중요한 범죄의 요소인 "돈"을 너무 빨리 매트가 회수하게 되는 바람에 후반 밀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범인이 마지막에 찾아온 매트와의 최후 승부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총질부터 하는 것도 앞부분의 치밀함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고요.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흑인 팜므파탈역으로 영화사에 기록될 수 있었을 앤이 초중반까지는 남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연약한 캐릭터에서 막판에 180도 돌변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바람에 성격이 애매모호해진 것이 가장 아쉬웠어요.

그래도 영화는 내용이 시종일관 깔끔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되서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가볍게 더운 여름날 한번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느낌이 예전에 봤었던 "블루 데블 (Devil In A Blue Dress, 1995)"과 너무나 분위기가 흡사하다고 느껴져 잠깐 조사해 봤더니 같은 감독이 연출했더군요. 역시나....하여간 이 "블루 데블"도 추천작입니다.

PS2 : 부하가 4명밖에 없는 시골 경찰 서장을 007처럼 표현한 저 포스터의 센스는 그야말로....

2025/05/09

야당(2025) - 황병국 : 별점 2.5점

이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마약 수사의 뒷거래
모든 것은 야당으로부터 시작된다!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을 제안받는다. 강수는 관희의 야당이 돼 마약 수사를 뒤흔들기 시작하고, 출세에 대한 야심이 가득한 관희는 굵직한 실적을 올려 탄탄대로의 승진을 거듭한다.

한편,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수사 과정에서 강수의 야당질로 번번이 허탕을 치고, 끈질긴 집념으로 강수와 관희의 관계를 파고든다.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강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관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상재.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해관계로 얽히기 시작하는데… (공식 시놉시스)

올해 개봉해서 간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범죄 스릴러극입니다. 연휴에 감상하였습니다. 

좋은 흥행 성적이 이해가 되더군요. 시종일관 관객을 몰입시키는 전개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덕분입니다. 특히 이강수와 오상재 복수극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유튜브 생중계가 일품이에요. 굉장히 대담하면서도, 구관희와 조훈의 추악한 거래를 전국민에게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로 통쾌함을 선사해 주니까요. 생중계를 눈치챈 구관희 일당이 다급하게 블라인드를 내리는 장면은 완벽한 마무리였다 생각되고요. 이 생중계를 마지막 순간까지 감춘 구성은, 마지막에 터지는 반전으로서의 효과를 극대화 해 줍니다. 

등장인물 설정도 좋습니다. '야당'이라는, 전혀 몰랐던 직업(?)을 주요 소재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에 더해, 검사가 절대악이자 최종 빌런으로 대통령 선거의 흐름까지 뒤흔든다는 설정이 최근 현실과 맞닿아 있어 묘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구관희 검사에 대한 약간이지만 나름 복잡한 설정도 잘 그려져 있고, 강하늘과 유해진의 연기도 이를 잘 뒷받침해 줍니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합니다. 우선 이강수라는 인물의 설정이 다소 납득이 어렵습니다. ‘야당’이라는 직업 특성상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그가, 마약사범들과 경찰 앞에서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져요. 아무리 구관희 검사라는 뒷배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언제 비명횡사해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고, 이런 경솔한 면모는 이후 등장하는 치밀한 복수극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인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대선후보 아들로 구관희를 설득해 강수, 상재, 수진의 인생을 망치고 복수심을 품게 만든 조훈은 더 최악이에요. 요즘 시대에, 대선후보 아들이 저렇게 오만방자하고 막나간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마약으로 인생을 망친 수진은 뻔한 설정이라 진부했고요.

이강수와 오상재가 꾸미는 작전도 설득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조훈의 마약 투약 장면이 담긴 영상을 USB에 담아 야당 의원에게 전달하려다 실패하는 설정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메일이나 클라우드 같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 있는데 굳이 USB를 사용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거든요. 이건 오상재가 체포되는데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듀폰 라이터를 이용한 도청 장치 역시 마찬가지에요. 라이터가 영화 속에서 너무 자주 비춰져서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폐인이 되었던 이강수가 마약을 끊고, 체력을 키워 복수에 나서는 과정은 설명이 더 필요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수위 높은 장면들도 다소 과합니다. 마약 복용 후 벌어지는 난교 장면이나 과도한 살인 묘사는 굳이 이 정도까지 노출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장면을 빼고 수위를 조절해 15세 관람가로 개봉했다면 흥행에는 더 도움이 되었을겁니다.

그래도 별점은 2.5점입니다. 인물 설정의 허술함과 작위적인 장치들, 과도한 수위는 몰입을 저해하지만 재미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킬링타임용 범죄극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2024/09/22

레블 리지(rebel ridge)(2024) - 제레미 솔니에르 : 별점 2.5점


전직 해병대원 테리는 사촌 동생 마이크를 풀어주기 위해 보석금을 가지고 가다가 경찰의 황당한 검문을 받고 돈을 압수당했다. 그 마을은 경찰이 수상한 사람의 돈을 압수하는게 당연시되는 곳이었다. 테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경찰서장을 압박하여 돈을 회수했지만, 감옥으로 이감된 마이크는 살해당하고 말았다.
경찰서장은 테리를 회유하여 돈을 돌려주면서 마을로 돌아오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리는 유일하게 도와주었던 서머가 위기에 처해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둘은 죽을 뻔한 위기를 빠져나와 수상한 법정 기록을 토대로 경찰서장의 악행을 모두 알아챘다. 테리와 서머는 경찰서장을 끝장낼 증거까지 확보하나 서머가 잡혀버리고 마는데...

전직 해병대원이 사회적 부조리에 대항하여 떨쳐 일어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액션물. 연휴 기간에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요새 영화치고는 비교적 긴,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테리의 행동이 잘 설명됩니다. 어떻게든 참고 넘기려 했지만, 경찰서장을 응징하고야 마는 빌드업을 위한 분량은 충분하거든요. 주변인물인 서머에 대한 서사도 마찬가지로 잘 풀어내고 있고요.
두 번째는 요새 영화치고 별로 잔인하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테리가 사람을 죽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누군가의 아빠, 엄마라는게 강조되고 있기도 하고요. 악에 가담한 무리라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두 죽이는 "잭 리처"같은 작품만 보다가 보니 아주 신선했습니다.

각본도 괜찮습니다. 우선 경찰서장의 음모가 좋았어요. 파산에 몰리자 무차별적으로 돈과 귀중품을 압수해 시의 재원으로 삼았고, 혹시 모를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무조건 90일 구류기간을 두었다는 - 하드디스크의 체포관련 기록이 삭제되는 기간 - 건데, 참신하면서도 놀라왔어요. 미국은 정말 이렇게 아무나 수상하다고 검문하고 체포해도 되는걸까요? 어떻게보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마약범은 언제, 어디서든 심문 및 체포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범죄를 불문하고 왜 합법적인 체포 절차가 필요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경찰서 내에 있는 서머의 협력자 '서피코'의 정체가 여성 경관 제시카가 아니라 남자 경찰 에브였다는 반전도 돋보였어요. 아,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캐스팅도 좋습니다. 추억의 배우 돈 존슨이 악역 경찰서장을 맡았는데, 색다르지만 잘 어울렸습니다. 백인 우월 사상에 빠져있는 남부 꼰대 개저씨를 대표하는 연기였어요.

하지만 액션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전체적으로 액션 장면 분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스케일도 작은 탓입니다. 해병대 무술 교관 출신의 인간 흉기인 테리의 강함도 잘 그려지지 않고요.
결말에서 제시카가 마지막에 서장을 체포하는건 뭔가 싶었습니다. 에브가 서피코가 아니라 제시카가 서피코였던걸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테리를 왜 체포하려 시도했는지, 중요한 증거물인 메모리 카드 파손은 왜 방조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결말도 뭔가 시원한 사이다 느낌은 주지 못합니다. 다른 경찰들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경찰서장만 주경찰에 체포되는 정도로는 많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2015/01/12

아이언맨 3 (2013) - 셰인 블랙 : 별점 3점



아이언맨 2 (2010) - 존 파브로 : 별점은 2.5점

<어벤져스> 이후 트라우마로 불면증, 신경증에 시달리는 토니 스타크 앞에 테러리스트 만다린의 수하가 나타나 해피 호건에게 중상을 입힌다. 이후 토니 스타크의 선전포고에 만다린 일당은 저택 습격으로 응수하며 토니 스타크는 미완성 슈트 한벌만 가진채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그 후 토니는 죽은 것으로 위장한채 만다린, 그리고 그 뒤에 존재하는 단체 AIM과 수장 킬리언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는데...


12에 이어 본 마블 슈퍼 히어로 시리즈 아이언맨 영화 3편. 좀 늦게 감상하게 되었네요.

2편은 실망스러웠지만 3편은 흥행도 성공하고 평도 좋았던만큼 기대가 컸었는데 역시나, 킬링타임용 SF 액션 영화로는 이만한 작품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아주 즐겁게 감상했어요. 두시간이 넘는 꽤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일단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뒷받침 된 덕이 큰데 특히 만다린은 배우일 뿐, 테러리스트로 오인하게 만들기 위한 킬리언의 계획이었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용을 모르고 봤는데 상당히 놀랐어요. 배우도 벤 킹슬리라는 명배우가 맡아서 이런 찌질하면서도 기막힌 역을 소화할지는 상상도 못했네요.

아울러 재치넘치고 신나며 뛰어난 CG로 구현된 액션씬도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마지막에 슈트들이 날아와 익스트리미스 군단과 한판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아이언맨 팬이라면 누구나 꿈꿔왔던 장면이라 생각되네요. 악역의 강함도 충분히 표현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아울러 제임스 로드가 워머신 없이 맨몸 액션을 펼쳐 대통령을 구하는 장면도 좋았어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결국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더 중요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 외에도 아이언맨 시리즈 특유의 깨알같은 유머에 더해 토니 스타크의 맨몸 활극같은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1편 이후 간만에 맥가이버스러운 로우테크 발명을 선보이며 여러가지 주변 지형지물 및 도구를 이용하여 살기 위한 전쟁을 펼치는 액션씬인데 그런대로 설득력있게 묘사되거든요.

그리고 감독이 원래 공포영화 연출을 하던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 내내 깜짝깜짝 놀래키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엘렌 브란트와의 격투씬 (그 중에서도 주방에 숨은 토니에게 엘렌이 고개를 내미는 장면)이라던가 아이언맨이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액션을 끝내고 차에 치이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호러스럽기는 하지만 영화에 적절한 긴장감을 더해주는 등 좋게 작용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킬리언이 무슨 목적으로 테러를 벌이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던가, 왜 익스트리미스를 이용한 폭탄보다야 익스트리미스 인간전사 쪽이 더 크고 강력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데 비효율적인 폭탄 작전으로 일관하는지기에 등 전개 면에서 설명되지 않거나 대충 넘어가는 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익스트리미스 강화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죽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마야 한센이 토니를 찾아온 것도 이해는 되지 않더군요. 킬리언과 손잡은 관계라면 습격날 구태여 찾아올 이유도 없으며, 공식이 궁금했다면 진작에 찾아왔으면 되잖아요?
무엇보다도 페퍼가 최종병기가 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뜬금없을 뿐더러 웃기기까지 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건 확실한 감점 요소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허나 단점은 사소할 뿐, 캐릭터와 대결 구도만 잘 표현된다면 충분한데 부가적인 재미까지 가득하니 이건 뭐 최고라고 할 수 밖에요. 확실히 마블이 영화 기획은 잘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7/10/28

엔드 오브 왓치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5점

엔드 오브 왓치 - 6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 컴비 홀리와 함께 사설업체 "파인더스 키퍼스"를 운영하던 빌 호지스는 의사로부터 췌장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편,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드 하츠필드는 재핏이라는 게임기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이동하여 조종하는 능력을 손에 넣었고, 이 능력을 이용하여 세상과 빌 호지스에게 복수하려 했다. 
재핏 게임기와 관련된 기묘한 자살 사건, 특히 제롬의 여동생 바브라에게 닥친 자실 미수 등을 접하며 빌 호지스는 사건의 이면에 브래디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브래디는 담당 의사 배비노의 몸을 빼앗아 도주해 버렸다.
빌 호지스는 브래디의 음모를 막기 위해 생명을 걸고 마지막 승부에 나서는데...

스티븐 킹빌 호지스 3부작(요새 말로 트릴로지)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에는 병원에서 신비한 능력을 얹은 1편의 살인마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 하츠필드가 재등장하여 빌 호지스와 숙명의 대결을 펼칩니다. 결말은 "끝"을 의미하는 제목 그대로고요. 시리즈는 정말 확실하게 끝납니다.

재미만큼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납니다. 그런데 다른 시리즈와 확실한 다른건, 이 작품은 추리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1편은 2015년 에드거상 수상작답게 분명 추리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정교하지는 못했지만요. 2편은 빌 호지스 시리즈라고 부르기 민망할 뿐 범죄물로는 괜찮았고요. 허나 이번 편은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장르도 "싸이킥 호러 스릴러"라고 해야 합니다. 브래드가 손에 넣은 특별한 능력 - 염력과 재핏 게임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침투하여 그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 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물론 빌 호지스가 브래디의 능력을 알아내는 과정은 수사 비스무레한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브래디의 능력이 상식을 초월했다는 것만 문제지 그의 행방과 음모를 추적하는 과정은 너무 뻔하고 단순해서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합니다. 몇가지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브레디의 담당 의사가 수상하다! 녀석을 쫓아가자! 그냥 이게 전부거든요.

그래도 브래디의 능력은 설득력 있게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있지 않은 것을 있음직하게 그려내는 스티븐 킹의 특기가 잘 발휘되어 있지요. 단지 능력에 대한 묘사 뿐 아니라, 재핏 게임기를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침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계획도 볼거리입니다.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후 게임기를 확산시켜 자살을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준다는 음모인데, 희대의 IT 전문가이자 정신병자 살인마인 브래디 캐릭터에도 잘 어울리는 설득력 높은 설정이었어요.

또 여러모로 열세였던 빌 호지스가 브레디의 최면 침투를 이겨내고 반격을 가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앞부분에 사용되었던 커다란 벨소리라는 복선이 적절하게 사용된 것은 정말이지 기가 막힌 명장면입니다! 너무나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 엔딩이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아,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통증 때문에 침투에 걸리지 않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이를 위한 기지국 복선 역시 적절했고요.

다만 브래드의 음모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문제 투성이이기는 합니다. 왜 최면에 게임기를 반드시 써야 하는지가 가장 의문이에요. 그냥 화면을 들여다보고 탭하는 것으로 최면에 걸릴 수 있다면,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유도하는게 훨씬 빠르고 저렴한 방법이잖아요? 사이트 뿐 아니라 앱 형태로 뿌리면 갯수 제한이 있는 게임기보다 훨씬 넓게, 멀리 확산시킬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임기라는 특정 조건이 꼭 필요한 것으로 설명되지도 못한 탓도 큰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아울러 브레디의 자살 전염, 전파 계획은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좀 허무합니다. 대량 학살을 저지르려 했던 살인마가 개개의 사람들 마음 속 빈틈을 파고들어 자살을 유도 한다는게 너무 소박해 보였던 탓입니다. 피해자들이 주변인들을 죽이게끔 하는 장치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피해자가 고작 서너명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요.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제롬의 비중이 등장이 적다는 것도 별로였어요. 이럴바에야 등장하지 않고 그냥 홀리와 빌 컴비의 활약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특히 이번 편에서 빌 캐릭터가 너무나 멋있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고통도 참아가며, 심지어 마지막에 오줌까지 싸 가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친구와 선한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지금은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까지하는 정말 멋진 올드 히어로거든요. 지금은 멸종해버린 서부영화 주인공인 셈으로, 죤 웨인이 늙어서 형사 역할을 맡는다면 이련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여튼, 늙은 죤 웨인의 최후의 활약을 뒤로하고 젊고 잘생긴 신예가 마무리를 짓는 결말은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정교하지도 않고, 추리물로써의 가치는 낮지만 스티븐 킹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킬링타임용 책을 찾으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타임슬립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덧붙이자면, 빌 호지스 캐릭터가 정말로 멋지게 그려진 만큼 그의 젊은 시절 활약을 그린 프리퀄이 나와 주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007/10/26

슈퍼맨 둠스데이 (Superman Doomsday) : 별점 2.5점

렉스 루터가 발굴한 외계에서 온 캡슐에서 뛰쳐나온 궁극의 병사 "둠스데이"는 그 강력함으로 슈퍼맨을 압도한다. 슈퍼맨은 생명을 건 사투끝에 둠스데이를 제압하지만 그 자신도 생명을 잃고 만다. 하지만 렉스 루터는 슈퍼맨의 시체와 흘린 피로 슈퍼맨을 복제하여 그를 자신 마음대로 조정하려 하지만 자아를 각성한 복제 슈퍼맨은 외려 루터를 제압하고 스스로 메트로폴리스의 "법"이자 "신"이 되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해 진짜 슈퍼맨이 부활하여 한판 승부를 벌이는데...

제가 슈퍼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했었죠? 이번에 본 것은 슈퍼맨 최신 장편 애니메이션인 "둠스데이" 입니다.

만화책에서 슈퍼맨이 죽는 에피소드의 주요 악역이었던 둠스데이는 당시 우리나라 신문에도 "슈퍼맨이 죽었다!"라는 기사가 실릴 정도로 충격적인 에피소드였죠. 애니메이션에서도 그 강함이 굉장히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맨의 죽음 이후 렉스 루터가 복제한 가짜 슈퍼맨과 진짜 슈퍼맨이 부활한 이후의 대결 구도는 외려 둠스데이 이야기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복제와 진짜와의 싸움은 솔직히 자아에 대한 심각한 드라마를 펼치는 것이 더 좋았을텐데 뜬금없이 선악의 대결로만 몰아가서 깊이가 전혀 없는 활극으로만 전개되거든요. 
또한 메트로폴리스를 지킨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도시를 완전 쑥밭으로 만들어버리는 내용은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럴 바에야 범죄가 좀 많아지더라도 슈퍼맨이 없는게 메트로폴리스 주민들에게는 더 안전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유튜브에서 찾아본 캡틴 마블과의 한판 승부에서도 도시를 아작내는 등 슈퍼 히어로 들은 주민들에게는 재앙과도 같다고 생각됩니다. 인크레더블스의 슈퍼 히어로 통제 법안이 확~ 와 닿더군요.

그래도 아주 전형적인 미국식 슈퍼 히어로 물로 즐기기에는 충분한, 미국 슈퍼 히어로물의 팬이라면 킬링타임용으로는 아주 제격인 재미있게 즐길 거리는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슈퍼맨과 로이스 레인의 러브라인도 잘 재현하고 있고 슈퍼맨의 장례식 묘사 등 잔재미도 풍부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9/04

기묘한 러브레터 - 야도노 카호루 / 김소연 : 별점 2점

기묘한 러브레터 - 4점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다산책방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즈타니 가즈마는 유키 미호코에게 30년만에 편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사진을 찾아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내는 편지였다. 미호코와 가즈마의 편지 왕래를 통해, 오래전 있었던 그들의 과거가 하나 둘 씩 밝혀지는데....

가즈마와 미호코 사이의 페이스북 메시지로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처음 몇 번의 메시지는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하게 과거에 있었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메시지가 오가며 드러나는 과거 이야기들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둘은 결혼을 약속했었지만 미호코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아서 결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고아가 된 가즈마를 키워 주었던 고모부가 가즈마와 약혼했던 의붓 사촌동생 유코와 옛날부터 육체 관계를 가졌다는 것, 미호코는 학비를 벌기 위해 소프랜드에서 몸을 팔았었다는 것 등이 하나씩 드러나거든요.

특히 마지막 반전은 놀랍습니다. 미호코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던건 가즈마의 책상 서랍에서 실종된 소녀의 머리핀을 발견했던 탓이었습니다. 미호코는 이를 통해 가즈마가 소녀 유괴 살인범이라는걸 알게 되었지요. 가즈마가 30년 동안 연락하지 못했던건 미호코의 신고로 체포된 가즈마가 소녀 살인죄로 복역했기 때문이었고요.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었지만, 모범수였는지 30년만에 출소했던 겁니다.

그러나 이 반전을 드러내는 전개는 지나치게, 너무나 심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메시지만으로 이야기를 빌드 업 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애초에 말이 안되요. 처음 메시지를 받았을 때 이미 미호코는 가즈마가 소녀 살인범이라는걸 알고 있는데, 과거 아름다왔던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메시지를 이어나간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메시지를 삭제하고 페이스북을 탈퇴했을 겁니다. 설령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해도, 이 작품과 같이 억지로 비밀과 반전을 숨겨가며 진행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가즈마가 소녀 유괴 살인범이라는게 드러나는 마지막 반전도 뜬금없었습니다. 앞서 별다른 복선이나 단서도 없었으니까요. 컴퓨터 쓰는데 능숙하지 않다 정도가 단서가 될리 만무합니다. 그냥 충격적이고 놀라운 반전을 위해 만들어낸 설정에 불과해 보였어요. 이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도 미호코가 '우연히' 결혼식 며칠 전, 가즈마 책상 속에서 발견한 머리핀을 발견했기 때문이니 작위적이라는 점에서 똑같고요. 전통적인 편지라면 모를까,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낸 글로는 보이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훨씬 단문으로 작성되었어야 했습니다. 신기술(?)을 사용하려면 제대로 했어야지요.

가즈마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도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때 겪었던 부모님의 교통사고 사망, 자신만 바라보는 줄 알았던 약혼자 사촌 여동생은 아버지같은 고모부와 육체 관계를 진작부터 맺고 있었고, 미래를 걸었던 프로 연극인의 꿈은 부단장격인 미야와키의 자금 횡령으로 무너지고, 결혼을 약속한 연인 미호코는 몸파는 여자였다는 등인데, 이 모든게 한 사람에게 닥친다니, 현실적이지가 않아요. 다른 곁가지 이야기는 다 치우고, 미호코 이야기만을 가지고 풀어나갔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울러 미호코가 몸을 판 행위에 대해서 당당한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몸을 팔기는 했지만 사랑이 없었으니 단순한 육체 노동에 불과했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나요? 그녀가 이 사실을 숨기고 가즈마와 결혼하려고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본인이 그렇게 당당했다면 결혼할 사람에게 숨기면 안되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같은 연극부 단원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가즈마 급은 아니더라도, 미호코도 인성이 쓰레기인건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뒈져버려라 변태 새끼!"라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는, 시원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단점들이 명확해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한 번에 볼 만한 재미와 짧은 분량을 갖춘, 킬링 타임용으로 적합하지만 딱히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0페이지 초반 분량에 12,000원이 넘어가는 가격도 과하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24/08/21

자완: 확장판 (2023) - 애틀리 : 별점 2점


의적 비크람 라토레가 나타나 홀로 온갖 사회 병폐를 해결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위기 의식을 느낀 사악한 무기상 칼리는 비크람 라토레의 정체가 여자교도소 소장 아자드라는걸 알아냈다. 그러나 진짜 비크람 라토레가 나타났다. 비크람 라토레는 과거 칼리와의 악연으로 죽다 살아난 인물로 아자드는 그의 아들이었다. 부자는 손을 잡고 칼리를 끝장내 버린다.

인도에서 대흥행했다는 액션 영화.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빈민을 위해 싸우는 의적 이야기는 흔한지만 몇가지 차별화되는 점이 있습니다. 의적이 정체가 여자 교도소장으로 수감자 중 에이스(?) 들을 뽑아서 함께 작전을 펼친다는 설정처럼요. 대단하지는 않지만 아자드의 범죄 계획이 나름 펼쳐진다는 점에서는 피카레스크물 느낌도 살짝 납니다. 의적이 자신을 쫓는 여수사관(나르마다)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는 설정도 재미나고요. 의외였던건 사회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특히 마지막 아자드가 정체를 드러내며 '무지성적인 투표를 하지말고, 왜 이 사람에게 투표를 해야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범죄물이나 사회 고발물로 가치가 높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슈퍼스타 사룩 칸이 1인 2역을 맡은, 비크람 라토레와 아자드의 액션씬입니다. 격투씬의 합도 잘 맞아서 무척 찰지며, 무엇보다도 시가 연기를 내뿜는 비크람 라토레의 '후까시' 하나 만큼은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건 상관없이, 슬로우 모션으로 점철되어 있고 장면장면이 화려해도 비상식적인게 많으나 이건 인도 영화의 특징이니 즐기면서 볼 만 합니다. 오히려 이런 비정상적인 화면들은 "죠죠" 시리즈를 인도에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그야말로 만화적이니까요.
아자드가 비크람 라토레를 자처하는 이유인 칼리에 대한 복수심도 설득력있게 그려졌고, 마지막 복수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제가도 흥겹고 신나고요.

중간중간 이야기가 엄청 건너뛴다던가, 누군가 죽는 심각한 상황에서 즐거운 대동단결 분위기로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등 연출과 전개가 다소 와 닿지 않는 부분은 있습니다. 방금 전에 의적단 멤버였던 락슈미가 죽어서 슬퍼하는데, 나르마다가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하니 다시 신나서 으쌰으쌰한다는건 정말 무슨 연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더운 여름,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내용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액션씬만 골라서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008/11/06

뱅크잡 (Bank Job) - 로저 도날드슨 (2008) : 별점 4점!


1971년 영국, 빚으로 고민하는 잔챙이 범죄자 출신의 카 딜러 테리는 옛 애인 마틴으로 부터 군침도는 제의를 받는다. 마틴이 알고 지내는 정부기관 요원으로 부터 로이드 뱅크의 경보장치가 1주일동안 해제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테리는 땅굴을 파고 은행을 터는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 곧바로 은행털이에 돌입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부기관의 음모로서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고위 공직자의 은밀한 사진을 비공식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카피가 마음에 들어 감상한 영화입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블로우 잡"으로 착각해서 제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영화이기도 하죠.... 어쨌건 일본의 "3억엔 사건" 처럼 엄청난 돈을 훔치는데 성공하지만 실제로 범인이 아직 검거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잘 각색하여 풀어나가서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물입니다. 범죄의 진행 과정도 드라마틱하지만 그 이후의 전개 역시 무척이나 흥미진진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기 힘들더군요. 범죄의 진정한 성공은 완전범죄라는 기존 상식을 무너뜨리는 대담한 협상 등은 무척 참신하다 느껴졌고요.

특히 범인들이 프로가 아닌 아마츄어들이었다는 것과 은행을 터는 동기 자체가 모든 관련자들에게 설득력있는 것이었다는 것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츄어들이라 벌어지는 실수, 그리고 우연과 운에 의한 성공 등이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으며, 은행털이, 정부기관, 경찰, 범죄자 등 복잡한 관계로 이야기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타당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사실 범죄물이 이치에 합당하게 전개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관객까지 설득하는데 보통 실패하기 마련이었고, 그동안 실망한 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이 작품은 충분히 기대에 값했다 생각됩니다.

캐스팅도 상당히 괜찮은 편으로, 액션스타로만 알고 있었던 제이슨 스타뎀의 진지한 연기는 그다지 눈에 띄진 않지만 캐릭터에 아주아주 적합한 캐스팅으로 보이며, 그 외의 캐릭터들은 정말이지 실제 사건의 그 인물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했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범행 장소가 "베이커 거리" 라는 것이 가장 인상적인 점 중 하나였습니다. 왠지 "붉은머리 클럽" 과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겹쳐지는 것이 참 희한하고도 재미있었어요. 홈즈가 있었다면 진작에 체포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 이름도 찬란한 베이커거리! 죽기 전에 한번 가 볼 수 있으려나....

물론 마지막 극적 해결이 생각보다도 손쉬웠다는 점이 좀 걸리긴 합니다. 고위공직자의 언약 만으로 풀어주기에는 너무 중범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일반적인 영화라면 다 죽이고 입막음 했을 것을...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맺은 것은 좋았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 외에도 약간의 인종차별적 시각 및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몇몇 요소들이 없잖아 있는 등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손색없는 흥미진진 두근두근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대부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니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26/02/22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 시즌 1 (2025) - 후지이 미치히토 외 : 별점 2점

전쟁 후 PTSD에 걸려 낙향한 무사 사가 슈지로는 극심한 생활고로 딸이 콜레라에 걸려 죽어가지만 약 한 첩 쓰지 못했다. 아내마저 병환이 깊어지자, 사가는 무려 10만엔을 준다는 무사 모집 공고에 응해 교토 텐류지로 향했다. 다량의 총으로 무장한 주최측은, 그 곳에 모인 수백명의 전 무사들에게 상대를 죽이며 도쿄까지 오면 10만엔을 주겠다고 하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한 시대극 액션 드라마입니다. 메이지 유신 직후를 배경으로 무사 계급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살육 게임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인기있을 만한 설정은 다 가지고 왔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의 중심 설정 ‘고독(고도쿠)’가 대표적이에요. 수백 명의 무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경쟁을 벌이게 하고, 최후의 생존자만을 뽑는다는 건데, 이건 "오징어 게임"과 다를게 없지요. 고도쿠 배후에 재벌 세력과 경시국이 손을 잡은 거대한 흑막이 존재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가자들이 저마다 특기와 무기를 가지고 싸운다는건 "닌자인법첩"같은 일본 시대극 액션물 설정을 그대로 따 왔고요. 그 외에도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이 많아서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만화같은 설정을 보신 전쟁이라던가 폐도령 이후 무사 계급의 몰락과 같은 실제 역사, 그리고 오쿠보 도시미치와 카와지 대경시, 4대 재벌 등 실존 인물들을 결합시켜 그럴듯하게 묘사한 것도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고도쿠를 통해 무사 계급을 말살하려 한다는 카와지 대경시의 목적도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이런 설정도 재미있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검술 액션입니다. 실사 시대극으로서는 최상급에 가까운 촬영과 합이 좋은 덕분입니다. 특히 슈지로가 PTSD를 극복하고 총을 든 경비대를 모조리 베어버리며 각성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어요. 이 순간을 위해 주인공 사가 슈지로에 대한 서사도 초반부터 잘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길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살인귀 칸지야 부코츠야 일종의 중간 보스쯤 되는 악역이니 그렇다 쳐도, 키구오미 우쿄같은 스쳐지나가는 인물들까지 개별 서사를 풀어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쿠보 도시미치와 비서 신페이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짐짝에 가까운 후타바의 동행이나 이로하의 등장과 과거 사부와의 악연도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분산시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가 슈지로가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하고 도쿄에 도착할게 뻔한만큼, 이런 이야기는 시간과 분량 낭비에 불과했어요. 이보다는 닌자 쓰게 쿄진의 목적을 좀 더 집중적으로 풀어냈어야 합니다.

검술 액션도 중반 이후에는 힘을 잃습니다. 파워 밸런스가 이상한 탓입니다. 사가 슈지로는 각성 전에도 칸지야 부코츠를 압도했었는데, 시즌 1의 마지막 화에서는 슈지로가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고전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시원하거나 통쾌한 맛도 없고요.

또한 무사 계급을 이 기회에 몰살시키겠다는 카와지 대경시의 계획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비현실적입니다. 모든 무사들이 고도쿠에 참가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칸지야 부코츠의 살인 행각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민중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에 불과해 어설프기 짝이 없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무언가는 부족하지만 볼거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적절합니다. 

2003/12/15

잃어버린 시간 - Long time no see - 에드 멕베인 / 모윤신 : 별점 2점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입니다. 카렐라 형사의 쌍동이 자식이 10살정도 되었을때 이야기니 제가 읽은 "경관 혐오"에서 거의 10여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이군요. 찾아보니 1977년도 작품이군요. 중후기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는 불쌍한 흑인 장님거지 지미 해리스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이사벨,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지 헤스터 까지 장님들이 연쇄적으로 무자비하게 살해되고 카렐라 형사는 집요한 수사끝에 지미 해리스가 군대에 있을때 받았던 정신과 치료에서 힌트를 얻어 범인을 검거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장님이나 어린애를 살해하지 않는다. 새를 목 조르거나 나비의 날개를 잡아당기는 이런 일은 사람들이 좀처럼 하지 않으니까..." 
본문에 나오는 이 말대로 일단 이 작품은 불쌍하고 사회적으로 약자인 장님들의 연쇄살인이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흥미를 끕니다.
<경관혐오> 단 한편밖에 읽을 기회는 없었지만 카렐라 형사를 주인공으로 우직하고 집요한 수사방법도 볼 만 하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건이 조금 포커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납니다. 결정적 단서가 되는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 기록에서 유추해낸 사건의 진상이 너무 비약이 심한 탓입니다.
게다가 300여 페이지나 되는 소설에서 사건의 해결은 후반 50페이지에 집중되어 있고 초반의 사건들이나 수사의 설정들은 뒤로 가면 다 무익하고 허무해지는 구조 탓도 큽니다. 물론 초반부도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기는 하지만 앞부분의 서술되었던 복선들과 연관되는 사건의 진상!같은 치밀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게 아쉽네요. 이런 스타일에 맛들이면 독자들은 이 작가 책은 뒷부분만 읽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킬링타임용 하드보일드 소설로는 괜찮은것 같습니다. 소장가치는... 저도 헌책을 싸게 사서 아깝지는 않습니다만... 글쎄요. 번역도 문제가 있으니 그닥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잃어버린 시간 : 모윤신 옮김. 화평사

2026/06/21

참교육 (2026) - 홍종표 : 별점 2.5점

교권 침해와 학교 현장의 여러 문제를 교권보호국이 해결한다는 내용의, 요새 한창 인기인 10부작 TV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제목 그대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교권 침해에 대한 참교육입니다. 교권 침해 사례들 대부분이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점도 몰입을 돕습니다. 실제로 저렇게 처벌받는다면 좋겠다는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한 화에 하나의 사건으로 이루어진 구성도 좋아요.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전개도 빠릅니다. 

참교육의 대부분은 나화진의 무력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시험지를 빼돌리던 교사를 응징하는 에피소드나 진상 학부모를 상대하는 에피소드 등 나름대로 머리를 쓰는 작전들도 펼쳐지는데 이 역시 꽤 볼 만 합니다.

캐스팅도 좋습니다. 특히 나화진 역의 김무열이 돋보입니다. 강한데다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서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봉근대 사무관도 인상적입니다. 언더커버 작전과 정보 수집에서 활약하는데, 교권보호국이 단순히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만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거든요. 

다만 뒤로 갈수록 사건 해결 방식이 비슷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결국 핵심은 나화진의 무력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은 탓입니다. 참교육도 개인 정보를 확보한 뒤, 그걸 활용하여 피해를 주는 식으로 선을 넘는 부분은 좀 불편했어요. 아무리 대상이 학폭을 저지른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이건 또 다른 가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메인 빌런인 조규철도 애매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은 있지만, 그래봤자 고등학생일 뿐입니다. 국가 기관을 상대로 위협이 될 수는 없어요. 조직이나 무력도 별 볼일 없고요. 여러모로 빌런으로서의 존재감은 약합니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 캐스팅은 대체로 좋지만, 학생 역할의 조연 배우들은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보기 어려운 배우들이 너무 많더군요. 특히 6화의 촉법소년 중학생들은 거의 30대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어린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는 없었을까요?

그래도 빠른 호흡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속 시원한 킬링 타임 액션물로는 괜찮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06/26

극한추리 콜로세움 (極限推理コロシアム) - 스포일러 있습니다!

극한추리 콜로세움(極限推理コロシアム)

프리터 코마가타, 경찰 카가, 프로그래머 데부치, 백수 이다, 번역가 타키모토, OL 요시와라, 그리고 시노자키라는 일곱명의 사람들이 어느날 이상한 저택에 갖히게 된다. 이 저택은 "여름저택"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으로 영문을 모르던 그들앞에 그들을 이 저택에 가둔듯한 인물에게서 수수께끼의 메시지가 전송된다. 그들이 이제 차례로 죽어갈 것이며 그 범인을 밝혀내면 천만엔의 상금과 함께 저택에서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 문제는 그들 사이의 범인만이 아니라 또 다른 공간인 "겨울저택"에서의 범인까지 밝혀내야 한다는 것. 그날밤 OL 요시와라가 살해되어 연쇄살인이 시작되고 매일 아침 한번씩 있는 겨울저택과의 통신과 유일한 힌트로 주어진 "동상"이라는 단어를 놓고 코마가타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데...

일본의 추리소설상 중의 하나인 메피스토상을 수상한 소설이 원작인 TV 미니시리즈입니다.

기본 설정은 영화 "큐브"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전혀 접점이 없는 불특정 다수의 인물들이 특정 공간에 갖힌채로 빠져나가기 위한 노력을 벌인다는 설정이거든요.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큐브와는 달리 이 특정 공간은 일종의 "게임"을 위한 공간이고 그 게임을 클리어 했을 때는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겠죠. 이 게임이 바로 추리 게임인 것이고요.

추리적으로 본다면 7명의 사람들밖에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밀실 트릭과 "힌트"로서 주어진 단어를 해독하기 위한 암호해독 트릭의 두가지 트릭이 메인 트릭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해결을 위한 정보는 시청자에게 비교적 공정하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밀실 트릭의 경우는 맨 처음 겨울저택과의 통신을 통해 두개의 저택이 동일한 평면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살인자의 침입 경로를 알아낸 시노자키의 증언을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개의 저택이 다른 곳에 위치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건물에 다른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너무 뻔했어요. 더군다나 신발자국 등을 대조하는 부분은 사족인데다가 과잉 친절이라 보이고요.
암호 트릭은 일단 일본어를 잘 모르면 풀 수 없는 트릭인데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양쪽에 공평한 암호라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문제가 도드라집니다. 일단 두 저택의 힌트를 모두 알아야 풀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좋았고 "동상"이라는 힌트에서 양쪽 저택에 있는 것이 "아르마딜로"와 "바다코끼리"라는 것도 재미난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겨울저택의 힌트는 "가장 젊은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이고 이것이 "키바"라는 젊은이라는 것인데, 이 두가지 정보만으로 범인을 특정한다는건 억지스러웠습니다. "키바", 즉 "어금니"의 갯수로 범인의 수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여름저택"의 동상은 아르마딜로가 아니라 어금니가 없는 그 어떤 동물이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해당되는 암호가 과연 신빙성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아르마딜로라는 특이한 동물의 동상이라는 것에 집중하게 해서 본질적인 의미를 흐리게 하려는 작가의 생각은 충분히 알겠지만, 이런 점에서 썩 잘 된 트릭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흔치않은 정통파 추리물로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는 빈약하고 얄팍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원래 설정이나 이야기전개가 너무 말도 안돼서 황당한데 결말 부분, 즉 살아남은 모두의 기억을 지운다는 등 하는 이야기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실망스러웠고요.
나름대로 긴장감과 지적 흥분을 가져다 주는 부분은 있고 "겨울저택"과의 정보 공유가 오갈때의 두뇌싸움 등 볼만한 요소는 제법 있기 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 잠깐 즐기는 수준이 딱 맞다고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6/03/21

발레리나 (2025) - 렌 와이즈먼 : 별점 1.5점

"존 윅" 시리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핀 오프 액션 영화입니다. 

그러나 세계관을 잘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컨티넨탈 호텔이나 루스카 로마 같은 익숙한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이미 알려진 장치를 배경처럼 끌어다 쓰는 데 그칠 뿐입니다. 시리즈의 개성을 만들어 주던 설정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여성이 복수에 나선다는 흔한 설정을 포장하는 장식에 불과해요. 사실 "존 윅" 세계관도 서양 관객들에게는 새로왔을지 모르지만, 일본 만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던 설정들일 뿐이기도 하고요.

이야기도 뻔합니다. 강한 조직의 후계자로 죽음에 맞닿아 있는 운명의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도망치지만 결국 아버지를 잃은 뒤, 다른 조직에 들어가서 실력을 키운 뒤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전형적인 무협지 서사인 탓입니다. 마지막 복수의 대상이 할아버지라는 설정조차도요.
이에 대한 이야기 전개도 엉망입니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언니가 갑자기 주인공을 도와주거나, 세력 간 협상을 위해 등장한 존 윅이 어느 순간 그녀의 편에서 싸운다는건 지나치게 편의적인 장치였으니까요.

액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원래 "존 윅" 시리즈 역시 액션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각 작품마다 적어도 하나쯤은 관객에게 강하게 남는 시퀀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레리나"는 그런 인상적인 장면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가볍고 작은 여성의 액션이라서 타격감도 부족하고, 대체로 밀리는 액션이 많아서 시원한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목의 "발레리나"에 걸맞게, 발레 동작을 액션에 녹여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후반부 화염 방사기를 이용한 대결은 눈꼴 사나운 수준입니다. 화면은 요란하지만, 열린 공간에서 총도 충분히 있는 상황에 굳이 화염 방사기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설명이 안되지요. 현실감이나 개연성 보다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선사하기 위한 욕심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이렇게 "존 윅"의 명성에 기댄 졸작이지만 장점이 아주 없지만은 않습니다.무엇보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이 역할에 잘 어울립니다. 다소 가련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소녀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팬이라면 '존 윅'의 등장과 활약은 이야기의 개연성과는 별개로 즐길만한 부분이었고요.
전직 킬러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 '할슈타트'의 설정 만큼은 아주 괜찮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너무 사소합니다. 평균 이하의 킬링타임용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불과해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25/08/03

베이비 드라이버 (2017) - 에드가 라이트 : 별점 2.5점

베이비는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박사가 계획한 범죄 계획에 전용 드라이버로 고용되어 왔다. 오래전 박사의 차를 훔쳤던 탓에 빚을 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빚을 다 갚고, 사랑하게 된 데보라와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는데 박사의 협박으로 새로운 범죄 계획에 합류하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베이비는 작전을 망쳐버리고 마는데...

음악과 액션이 정교하게 맞물리는 몇 년 전 흥행작이지요. 에드가 라이트 감독 작품입니다.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음악과 화면의 완벽한 싱크에 있습니다. 베이비가 일종의 장애(귀울음)이 있어서 항상 음악을 들으며 생활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장면이 특정 곡의 리듬에 맞춰 편집되어 있습니다. 총격전, 도주 장면, 걷는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음악에 맞춰 조율되어 있으며, 립싱크 장면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액션 영화임에도 마치 뮤지컬처럼 느껴질 만큼, 연출과 편집의 밀도가 높습니다.

제목에 걸맞게 수차례 등장하는 카 체이스 장면들도 일품입니다. 특히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카 체이스가 압권이에요. 도심을 질주하며 헬기까지 동원한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과정을 생생함과 유쾌함, 그리고 약간의 치밀함이 곁들여진 리듬감있는 연출로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청춘 영화적인 감성도 좋습니다. 베이비와 웨이트리스 데보라 사이의 관계를 풋풋하면서도 선명하게 그려내기 때문입니다. 둘이 현실을 박차고 함께 떠나는 미래를 꿈꾸는 구조는 전형적인 청춘 로드무비 구성이고요. 마지막 장면에서 수감 중인 베이비가 데보라의 편지를 받은 뒤 석방되어 데보라와 키스를 나누고 떠난다는 씬은 이런 장르 판타지의 결정판입니다. 현실적으로는 25년형을 선고받은 뒤 최소 10년에서 15년 정도를 복역해야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장면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가까우며, 그래서 더 아련합니다.

다만 전체적인 서사는 아쉬움이 큽니다. 베이비가 범죄에서 손을 떼려다 계획이 틀어지고, 결국 조직원들과 충돌한 뒤 모두 죽고 베이비만 체포되는게 줄거리의 거의 전부인 탓입니다. 그래도 범죄가 성공하고 베이비와 데보라의 관계도 잘 이루어지는 중반부까지는 유쾌해서 좋았는데, 후반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급작스럽게 진지하고 무거운 범죄극으로 돌변할 뿐더러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베이비와 버디의 대결도 단순한 육체적 충돌에 불과한 탓입니다. 별다른 전략이나 반전은 등장하지 않아요. 청춘 로맨스와 액션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트루 로맨스"가 떠올랐고, 최소한 그 정도의 드라마나 두뇌 게임을 기대했는데 실망했습니다. 최소한 베이비가 모든 말을 녹음한다는 설정이라도 잘 써먹어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인물 구성도 단조롭습니다. 베이비와 데보라는 그냥 '아이들'이고, 배츠는 단순무식한 폭력적인 악역이거든요. 버디 정도만 베이비를 따뜻하게 대하는 등 약간 입체적으로 보였는데, 그마저도 애인 모니카의 죽음 이후에는 복수심만으로 움직이는 전형적인 악역으로 퇴화해 버리고 맙니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어른(?)이자 흑막으로 묘사되는 박사만 개성있게 등장하지만, 마지막에 베이비를 돕고 죽는건 급작스러우며 일관성을 해칩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청춘 감성과 감각적인 연출은 뛰어나지만, 이야기와 인물 구성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합니다.

2026/05/09

정점 APEX (2026) - 발타사르 코르마우퀴르 : 별점 2점

사샤는 파트너를 잃고 깊은 상심에 빠졌다. 그녀가 무리하게 암벽 등반을 진행했던 탓이었다. 사샤는 슬픔을 잊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오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인마 벤을 만나 쫓기게 되는데...

샤를리즈 테론과 태런 에저튼이 주연을 맡았고, 호주의 거친 오지를 배경으로 인간 사냥의 표적이 된 주인공과 사냥꾼의 추격전을 그린 최신 서바이벌 액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과 태런 에저튼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두 배우 모두 뻔한 캐릭터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하거든요. 덕분에 사냥감과 사냥꾼이라는 단순한 관계가 그런대로 볼 만해집니다. 추격전도 나름대로 두뇌를 쓰는 부분은 괜찮습니다. 초반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샤를 낚는 장면처럼요.

호주 오지의 풍광을 활용한 장면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간의 체력과 판단력이 한계까지 시험받는데, 워낙 대자연이 압도적으로 묘사되어 화면상으로 제법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중반부까지는 어느 정도 긴장감을 느끼며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오지에 사람을 사냥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있고, 주인공이 그에게 쫓기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이 지나치게 뻔한 탓이 큽니다. 사샤가 등산과 서바이벌에 능한 전문가라는 설정도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영화는 그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단순한 도주와 추격으로 채울 뿐입니다. 사샤가 지형과 등반 기술을 이용해 벤과 치열하게 맞서는 장면이 더 많았어야 했습니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과 재미도 떨어집니다. 초반에는 압도적인 자연환경과 인간 사냥이라는 설정이 결합하면서 어느 정도 몰입하게 만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며 액션도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결정적 도주 장면의 설득력이 너무 부족해요. 귀를 물어뜯어 위기를 벗어난다는 것은 기대에 비해 너무 시시했습니다.

게다가 이어지는 결말은 아쉬움의 '정점'을 찍습니다. 다리를 다친 벤이 자기 목숨을 순순히 사샤에게 거는 듯한 선택을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지금까지 사람을 사냥해온 인물이라면 더 집요하고 교활한 방식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찌질한 악당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여기에는 살인마 벤에게서 미친 사냥꾼의 압도적 카리스마를 느끼기 힘들다는 이유도 한몫 단단히 합니다. 벤 역을 맡은 태런 에저튼의 연기가 아무리 좋아도, 어린아이 같은 인상과 왜소해 보이는 체격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이 역으로 마동석이 할리우드 데뷔를 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고, 시작 부분의 등반 장면과 호주 오지의 풍광을 살린 서바이벌 장면들은 중반부까지 볼 만합니다. 하지만 설정이 뻔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며, 사샤의 전문가적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비슷한 장르를 많이 본 관객에게는 새롭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기 어려운 그냥저냥한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예요. 굳이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2005/07/27

마다가스카 (Madagascar, 2005)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의 최고 인기 스타인 사자 알렉스(벤 스틸러),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 기린 멜먼(데이비드 쉬머), 하마 글로리아(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절친한 친구 사이. 하지만 마티의 10번째 생일날 야생을 꿈꾸는 마티가 동물원을 탈출하게 되고 다른 친구들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애쓰다 포획되어 아프리카로 이송되던 중 자유를 꿈꾸는 펭귄들 탓에 중간에 표류하여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로 보내지게 된다.

마다가스카의 여우 원숭이들의 왕 킹 "줄리앙"은 그들을 위협하는 "푸싸"들을 없애기 위해 사자 알렉스의 환심을 사고자 하지만 고기가 없는 마다가스카에서 굶주림에 시달린 알렉스가 폭주하여 친구들을 위협하다가 정신이 든 후 자책하며 혼자 외로이 지내게 된다.

하지만 북극으로 탈출을 원했던 펭귄들이 너무 춥다며 배를 몰고 다시 마다가스카로 돌아오면서 최후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드림웍스의 여름 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단 그간의 동물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들과는 좀 다른 캐릭터 설정이라 특이하더군요. 동물들이 나오면 보통 야생의 정글이 무대거나 최소한 시골 목장 정도가 배경이었는데 이 작품은 사자, 얼룩말, 하마, 기린 이라는 독특한 조합의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설정을 가지고 감으로써 차별화를 시키고 있으면서도 이 길들여진 동물들이 본의아니게 (얼룩말 마티는 제외하고) 마다가스카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당히 재미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냥 뉴요커로 설정을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가 하나 탄생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기린 멜먼의 설정은 좀 많이 아니었지만요)

하지만 내용면으로는 대부분의 코믹한 요소를 주인공들이 아닌 펭귄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중심이 많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분명 재미난 요소들이 많은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4마리의 동물들은 그다지 활약하거나 보여주는 것이 없거든요. 오히려 중반 이후 알렉스가 배고픔에 정신을 잃고 야성에 눈을 뜨면서 부터는 심각해지기까지 해서 비교가 더 크게 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에는 펭귄들까지 4마리의 동물들에게 합세하며 이야기의 매듭을 확실히 지어주며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주인공들이 뉴욕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결말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동안 아동용 영화에서 강조해 왔던 미덕은 "자연으로 돌아가라!" 였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은 그러한 상식을 완전하게 뒤집고 있거든요. 물론 현대인을 풍자해서 구성한 성인용 코미디의 티도 좀 나긴 하지만 이 작품의 주요 타겟이 아동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놓고 본다면 쉽고 편한것만 추구하는 현대인의 감성을 아이들에게마저 강요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더군요.

그래도 이야기의 얼개도 잘 짜여져 있긴 하고 웃겨줄때는 확실히 웃겨주는 센스는 있습니다. 캐릭터들도 충분히 귀엽고 재미나며 많은 친숙한 음악들의 사용으로 귀까지 즐거운 킬링타임용 여름방학 특선 애니메이션으로는 손색이 없긴 합니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쉽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요리 같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드림웍스의 저력을 보여주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많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PS : 사자가 초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뭐 고양이과니까 잘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얼룩말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