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다산책방 |
미즈타니 가즈마는 유키 미호코에게 30년만에 편지를 보낸다.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사진을 찾아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내는 편지였다.
미호코와 가즈마의 편지 왕래를 통해, 오래전 있었던 그들의 과거가 하나 둘 씩 밝혀지는데....
가즈마와 미호코 사이의 페이스북 메시지로 전개되는 작품. 처음 몇 번의 메시지는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하게 과거에 있었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메시지가 오가며 드러나는 과거 이야기들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둘은 결혼을 약속했었지만 미호코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아서 결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고아가 된 가즈마를 키워 주었던 고모부가 가즈마와 약혼했던 의붓 사촌동생 유코와 옛날부터 육체 관계를 가졌다는 것, 미호코는 학비를 벌기 위해 소프랜드에서 몸을 팔았었다는 것 등이 하나씩 드러나거든요.
특히 마지막 반전은 놀랍습니다. 미호코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던건 가즈마의 책상 서랍에서 실종된 소녀의 머리핀을 발견했던 탓이었습니다. 미호코는 이를 통해 가즈마가 소녀 유괴 살인범이라는걸 알게 되었지요. 가즈마가 30년 동안 연락하지 못했던건 미호코의 신고로 체포된 가즈마가 소녀 살인죄로 복역했기 때문이었고요.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었지만, 모범수였는지 30년만에 출소했던 겁니다.
그러나 이 반전을 드러내는 전개는 지나치게, 너무나 심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메시지만으로 이야기를 빌드 업 시키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애초에 말이 안되요. 처음 메시지를 받았을 때 이미 미호코는 가즈마가 소녀 살인범이라는걸 알고 있는데, 과거 아름다왔던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메시지를 이어나간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메시지를 삭제하고 페이스북을 탈퇴했을 겁니다. 설령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해도, 이 작품과 같이 억지로 비밀과 반전을 숨겨가며 진행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가즈마가 소녀 유괴 살인범이라는게 드러나는 마지막 반전도 뜬금없었습니다. 앞서 별다른 복선이나 단서도 없었으니까요. 컴퓨터 쓰는데 능숙하지 않다 정도가 단서가 될리 만무합니다. 그냥 충격적이고 놀라운 반전을 위해 만들어낸 설정에 불과해 보였어요. 이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도 미호코가 '우연히' 결혼식 며칠 전, 가즈마 책상 속에서 발견한 머리핀을 발견했기 때문이니 작위적이라는 점에서 똑같고요.
전통적인 편지라면 모를까,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낸 글로는 보이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훨씬 단문으로 작성되었어야 했습니다. 신기술(?)을 사용하려면 제대로 했어야지요.
가즈마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도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때 겪었던 부모님의 교통사고 사망, 자신만 바라보는 줄 알았던 약혼자 사촌 여동생은 아버지같은 고모부와 육체 관계를 진작부터 맺고 있었고, 미래를 걸었던 프로 연극인의 꿈은 부단장격인 미야와키의 자금 횡령으로 무너지고, 결혼을 약속한 연인 미호코는 몸파는 여자였다는 등인데, 이 모든게 한 사람에게 닥친다니, 현실적이지가 않아요. 다른 곁가지 이야기는 다 치우고, 미호코 이야기만을 가지고 풀어나갔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울러 미호코가 몸을 판 행위에 대해서 당당한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몸을 팔기는 했지만 사랑이 없었으니 단순한 육체 노동에 불과했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나요? 그녀가 이 사실을 숨기고 가즈마와 결혼하려고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본인이 그렇게 당당했다면 결혼할 사람에게 숨기면 안되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같은 연극부 단원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가즈마 급은 아니더라도, 미호코도 인성이 쓰레기인건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뒈져버려라 변태 새끼!"라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는, 시원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단점들이 명확해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한 번에 볼 만한 재미와 짧은 분량을 갖춘, 킬링 타임용으로 적합하지만 딱히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0페이지 초반 분량에 12,000원이 넘어가는 가격도 과하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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