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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간송미술 36 : 회화 - 백인산 : 별점 2.5점

간송미술 36 : 회화 - 6점
백인산 지음/컬처그라퍼


간송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보급 서화 중 36점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책. 저자 개인의 의견이고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저자가 간송 미술관장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신력은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선정한 서화에 대한 상세한 도판과 서화에 대한 소개가 어우러지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그 서화를 왜 선정했는지와 그 서화를 창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실려 있습니다. <<유홍준의 국보순례>>와 비슷한 구성입니다. 하긴 이런 책이 다 그렇지요. 그래도 간송이 작품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알려주는 몇몇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의 문화와 예술,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이야기하는데 적합한 작품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단순히 창작자의 이름값이나 서화 자체의 유명세에 기대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차이점이고요.
이런 선정 기준답게, 당시의 풍속화라던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그림들이 꽤 많이 선정되어 있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는 특히요. 이름도 잘 몰랐지만 당대에는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과 함께 '삼재'라고 불리었다는 관아재 조영석의 <<현이도>> 가 대표적입니다. 장기를 두는 선비들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좋은 작품이에요. '현이도'는 공자가 마음 쓸 곳이 없으면 차라리 바둑이나 장기라도 두어라라는 말에서 유래한 제목이라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이 말을 선비들이 장기 두는 그림의 제목으로 삼다니, 완전 자기 멋대로의 해석인 셈입니다. 그 외에도 거하게 취한 선비를 그린 <<대쾌도>>, 윤용의 <<협롱채춘>>,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득신의 <<야묘도추>>, 신윤복의 <<미인도>>와 <<이부탐춘>>이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풍속화들입니다. 36점 중 7점이니 무려 20%의 비중이네요.
물론 풍속화는 일부일 뿐이며, 신사임당에서 시작해서, 진경 산수의 거장 겸재 정선, 진경 산수에 중국 남종화풍을 합쳐 조선만종화풍을 만들어낸 심사정, 풍속화의 거장 김홍도와 신윤복, 이념미를 추구하는 청대 문인화를 조선으로 끌어들였던 김정희의 작품들이 엄선되어 소개되어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은 물론, 조선 시대 화풍의 변화를 잘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풍속화도 그렇고, 다른 작품들도 그렇고, 완성도보다는 시대를 대표하느냐가 더 중요한 선정 기준이었던 듯 합니다. 윤두서의 <<심산지록>>이 그러해요. 작품의 평가보다는 공재 윤두서의 현실과 시기적으로 조선 중기, 후기 화풍이 교차하던 당시 상황을 잘 반영했고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소개되고 있으니까요. 허나 문제는, 당대 화풍을 대표한다는 등의 설명 외에 미학적으로 "왜 이 작품이 뛰어난지?"가 잘 설명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추사 김정희의 <<고사소요>>를 설명하면서, 고도의 기교로 그려진 그림이다, 화의와 묘법 모두 추사의 지향과 이상이 잘 구현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게 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그냥 잘 못 그린, 집에 걸어 두라면, 별로 걸어두고 싶지 않은 그림이었거든요. 이렇게 설명할 거라면, 고도의 기교는 물론 추사의 화의와 묘법이 무엇인지도 자세히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이러저러해서 추사의 문인화를 대표한다고 자세히 알려주던가요. <<세한도>>처럼 명확하게 미학적 가치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는게 더 좋았을 겁니다.
또 이정과 심사정, 김홍도의 작품은 각 세 점 씩, 겸재 정선의 작품은 무려 다섯 점이나 소개되는 등 중복이 심하며, 도판도 완벽한 수준이지만, 실물 사이즈로 보아야 잘 알 수 있는 느낌을 받기는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대형 작품의 경우 실제 사이즈 크기 도판을 접어서 제공한다던가, 아예 부록으로 제공하는 책들도 있었는데,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요. 설령 그렇게 제공했다 치더라도 <<촉산도권>>같은 7미터가 넘어가는 대작 느낌을 제대로 알려주기는 턱없이 부족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쉽게 대중이 접하기 힘든 간송 미술관 서화의 정점을 집에 비스무레하게나마 소장하여 꺼내볼 수 있는, 도록으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지만, 관련된 정보의 전달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했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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