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검색어 마츠모토 세이쵸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검색어 마츠모토 세이쵸에 대한 글을 관련성을 기준으로 정렬하여 표시합니다. 날짜순 정렬 모든 글 표시

2020/03/28

마츠모토 세이쵸 드라마 스페셜 : 지방지를 사는 여자 - 작가 스기모토 류지의 추리 : 별점 1.5점

松本清張ドラマスペシャル 地方紙を買う女~作家・杉本隆治の推理!!

마츠모토 세이쵸의 단편을 TV 특집극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1, 2부 구성으로 합쳐서 약 100분 분량 정도 됩니다. 마츠모토 세이쵸도 좋아하고, 원작도 좋아했지만 존재를 몰랐다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되어 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주연이 "후루하타 닌자부로" 타무라 마사카즈인데다가, 범인, 악역, 비운의 히로인, 팜므 파탈 등으로 100분 내내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상대역은 오랫만에 본 히로스에 료코라 더욱 반가왔습니다.

원작과 동일한 도입부는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도쿄에 사는 여성이 추리 소설가 스기모토 류지의 지방지 연재 소설을 마음에 들어해서 구독을 신청하자 이 사실을 작가는 기뻐하지만, 한창 재미있을 무렵 구독을 끊는 행동에 모순을 느낀 작가가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는 부분인데, 지금 보아도 충분히 설득력있는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이후 드라마만의 독자적인 설정과 전개는 모두 지루합니다. 정확하게는 류지와 조수 후지코의 간단한 탐문으로 요시코가 범인이라는걸 눈치챈 다음부터요. 위기를 느낀 요시코가 귀여운 척, 교태를 부리며 류지를 유혹하는 둘의 밀땅이 지나치게 길며, 이 과정에서 아무런 긴장감도 느낄 수 없는 탓이 큽니다. 요시코가 류지를 죽여서 입을 막는건, 그녀와 류지의 관계를 온갖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서 불가능하니까요. 심지어 류지는 수사 내용 공유를 위해 찾아온 경찰 2명 앞에서, 요시코가 함께 여행가자며 보낸 편지를 읽고 '나를 죽일 생각이야'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요시코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정황 증거 뿐으로, 경찰도 진작에 포기하고 자살로 처리한 사건일 정도인데 왜 요시코가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범인인을 밝히고 자수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청산가리를 들켜서라는 이유는, 들키는 상황이 작위적이라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리고 작품이 쓰여진 시기에는 분명 '지방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었을테고,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직접 지방지 구독을 신청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대에 지방 뉴스를 보기 위해 핑계를 대 가며 지방지를 도쿄로 정기 구독 한다는 발상은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잖아요? 정기 구독 신청도 온라인으로 하면 될 테고요. 저만 해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신문' 을 실제로 손에 잡아 본게 최근 몇 년 동안 드뭅니다. 1950년 대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건 너무 안일한 발상이었습니다.
안일하고 편의적인 발상은 그 밖에도 차고 넘칩니다. 류지의 조수 후지코는, 원작에서는 정사를 가장하기 위한 역할 정도에 불과하나 드라마에서는 비중을 엄청 키웠죠. 그러나 안 좋은 클리셰는 몽땅 모아놓은 - 덤벙대고, 시끄럽고, 참견쟁이에다가 오버도 지나친 등 - 짜증나는 캐릭터이며, 등장하는 이유 자체를 잘 모를 정도로 하는 일도 없습니다. 요시코의 남편인 장관 비서 하야오 등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 특히 하야오가 압력을 넣어 류지가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게 만드려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냅니다. 이게 경찰인지 야쿠자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나마 타무라 마사카즈의 추리소설 작가 연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히로스에 료코도 류지를 유혹하는 장면까지는 그럴싸했고요. 위 사진처럼 두 배우의 합은 잘 맞는 편입니다. 배우들 이름값에 걸맞게 연출과 촬영도 괜찮고 음악도 효과적으로 사용된 편입니다.

하지만 좋은 점은 이게 전부에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타무라 마사카즈에 대한 개인적 호감, 히로스에 요소를 다시 만난 반가움 외에는 시간 낭비에 불과했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싹 들어내고 원작이 발표되었던, 지방지가 나름의 가치가 있었던 시기를 무대로 한 시간 남짓한 분량으로 줄였더라면 훨씬 나았을 겁니다. "1년 반만 기다려"도 그렇고, 왜 좋은 원작을 멋대로 손대고 늘려서 영상화하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네요.

2004/12/05

적색등 - 마츠모토 세이쵸 : 별점 1.5점

청내신문의 기자 시마다가 살해당했다. 경찰은 택시에서 내려 시체를 유심히 지켜 본 사람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들은 뒤, 택시회사에 연락하여 관련 인물과 운전사를 찾기 시작했다. 한편 해당 택시 운전사 미우에는 한 몫 잡을 생각으로 승객이었던 야마나카를 미행하여, 도청 공무원 야마나카와 후니야 정신병원의 사무국장 한다의 모종의 밀착관계를 파악했다. 그러나 병원 근처에서 우발적으로 한다의 애인 묘코를 살해하고 말았다. 경찰은 시마다와 묘코 살인 사건의 연관성을 알아내어 택시 회사의 주행 기록을 뒤져 미우에를 체포하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하였다. 이후 미우에는 실종되었다가 야마나카와 같이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일본 사회파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 소설. 하지만 사회파 특유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맛은 없습니다. 단지 경찰 수사의 방식에 촛점을 맞추어 진행될 뿐이죠. 그래도 동기를 중시한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파생되는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구와키 형사의 수사 과정 - 용의자들간의 관계 파악, 정황 증거 파악, 스스로의 육감에 의지한 정통적인 수사 - 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거의 전무하고 꽉 짜여진 맛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큽니다. 용의자가 차례로 죽어나가 결국 다 죽어버리니 이건 추리고 뭐고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거든요. 돌발 상황, 우연한 상황의 잦은 발생 및 형사들의 육감에 의지한 수사 방법의 남용도 불만스럽고요. 즉, 페이지는 거의 400여 페이지인데, 쉽게 생각나는대로만 써 내려간 티가 역력합니다. 마지막의 진상과 진정한 흑막이자 진범을 밝히는 부분이 그나마 트릭적으로 괜찮기는 합니다만 (약간의 심리트릭이죠), 소설 전체의 얼개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일 정도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진범의 정체는 황당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점과 선"이나 "제로의 집점", "모래그릇" 과 같은 작품들에 비한다면 거장다운 품격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어느 정도의 복선이나 트릭은 등장하는 편이 보다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무려 3일에 걸쳐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루했기에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페이지를 줄이더라도 사건들을 좀 정리하여 꽉 짜여진 느낌을 전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고, 또 그런 능력은 충분히 있는 작가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역시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은 70년대 이전 작품이 제 취향에 그나마 맞는 것 같군요

2013/01/20

미스터리의 계보 - 마쓰모토 세이초 / 김욱 : 별점 4점

미스터리의 계보 - 8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북스피어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쵸의 논픽션. "전골을 먹는 여자", "두 명의 진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이라는 세 편의 이야기와 상당한 분량의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전골을 먹는 여자"는 군마현 호시오 마을에서 종전 직후 벌어진 식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상호 간 도와주는 사회적 합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산골 마을의 무지와 야만이 결합해 벌어진 끔찍한 범죄입니다. 작가가 이 일대를 여행했을 때의 과정을 설명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정말이지 엄청난 오지더군요.

내용은 사실 뻔합니다. "벽장 속의 치요"의 한 이야기와도 유사하지요. 그러나 논픽션이기에 훨씬 충격적일 뿐 아니라, 진상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도라는 왜 죽였어!"라고 윽박질렀을 때 범인이 답하는 "먹었어"라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찟했습니다. 이어서 설명해주는 노구치 오사부로, 스기무라 가즈요의 범행 역시 굉장히 흥미로웠고요.

근친 결혼으로 인한 저능한 가족 공동체라는 점에서는 영국의 소니 빈 일족 일화, 기아로 인한 범죄라는 점에서는 "얼라이브"나 난파선 구명보트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두 명의 진범"은 스즈가모리 석탑 부근에서 살해된 다나카 하루 사건을 다룹니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 두 명 중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일본의 사형 및 재판 제도 문제와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억울한 용의자 다카무라의 자백 및 심문 조서에서 모순을 밝혀나가는 세이쵸의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흰색 고시마키가 두꺼운 플란넬 소재였다"라는 중요한 사항을 짚어내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경찰의 갖가지 증거 조작과 고문으로 날조된 자백 탓에 두 번째 범인이 생겼으며, 진범이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재판이 계속되어 6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무죄로 풀려났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야만을 규탄하는 사회파적 의미도 강하게 느껴졌고요.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은 미스터리, 범죄 매니아에게는 친숙한 쓰야마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무려 3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량 살인 사건이죠. 워낙에 유명한 사건이라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범인 도이 무쓰오의 출생에서부터 범행에 이르는 과정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그리고 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 넘쳤습니다.

외딴 산골의 문란한 성 풍속, 소문으로 비롯된 따돌림, 한 개인의 컴플렉스가 결합하여 벌어진 사건이라고 하는데, 피해 의식이라는 것은 주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러나 위의 두 사건과는 다르게, 이 사건은 시대적 야만으로 빚어진 사건이 아니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세이쵸의 글만 보면 사회적인 따돌림과 본인 스스로의 컴플렉스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설명되지만, 한 마을 자체를 거의 날려버린 잔인무도한 범행에는 그 어떤 핑계도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보이네요. 우리나라의 우범곤 순경 사건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었던 농약 음료수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적 격리가 필요한 인간 말종일 뿐이라 생각됩니다.

결론 내리자면, 세 편의 이야기 모두 흥미롭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읽으면서 전율이 느껴지는 충격적인 내용도 가득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줍니다. 또한,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미려하고 흡입력 있는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무지와 야만이 범죄의 원인이라는 점을 폭로하는 사회파 작가다운 고발 정신도 살아 있는 명편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왜 거장이 거장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되네요. 아직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덧: 세이쵸의 원고지라는 부록이 들어있는데, 전혀 쓸데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차라리 책값을 천 원이라도 낮추는 방안을 출판사에 건의드리는 바입니다.

2008/04/18

너를 노린다 - 마쓰모토 세이쵸 / 문호 : 별점 3점

너를 노린다 - 6점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문호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쇼와 전기 제작소 과장 다쓰오는 어음 사기에 말려들어 자살한 직장 상사의 복수를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어음사기단 조사에 착수했다. 몇 안되는 단서 중 최초 어음 사기단과 차장을 연결해 준 야마스기 상사, 그 중에서 연락책 역할을 담당하는 듯한 우에자키 에쓰코라는 여성에게 주목한 다쓰오는 몇번의 미행 끝에 우익의 신예 거물 후네자카가 사건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친구인 신문사 기자 다무라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사건에 깊숙히 개입한 둘, 그리고 회사의 부탁으로 나름의 사건 조사를 진행하던 세누마 변호사와 그의 부하 다루마가 납치-살해되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결국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는데...

사회파의 시작이자 거두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 소설입니다. 원제는 "눈의 벽"입니다. 번역 제목이 굉장히 난데없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나름 대표작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하고, 정통 사회파 추리물에는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이쵸 같이 다작 작가는 초기작이 후기작보다 훨씬 뛰어난데 이 작품의 경우는 실질적인 장편 데뷰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일단 일반적인 사회파 작품들과는 다르게 경찰(또는 경찰 출신 인물)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그러나 덕분에 "수사"에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사회파 작품들에 비한다면 아무래도 "수사" 부분에서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든다는건 단점입니다. 또한 다쓰오가 초반부터 단 한번의 미행으로 사건의 배후 인물을 눈치챈다는 설정, 여러가지 단서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전개는 솔직히 너무 쉽게 간 느낌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쓰오의 시점에서 프로와 아마츄어를 언급하며 일반인의 한계를 자주 묘사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도 상당히 답답해 하며 작품을 써 나간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역시 거장다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일종의 시체 조작 트릭, 그리고 몇가지 사소한 단서에서 진정한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이 그러한데, 복선도 확실하고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뭐 거의 반세기 이전의 작품이기에 법의학적인 면으로 본다면 좀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시대를 감안해야겠죠. 아울러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 역시 꽤 인상적이에요. 정교한 복선 덕에 합리적이면서도 상당한 놀라움을 가져다 주거든요. 도쿄역에서 시작하여 나가노현의 촌까지 확장되는 방대한 작중 무대를 역시나 사회파다운 꼼꼼한 자료조사를 통해 상세하게 묘사한 것 역시 치밀하고 좋았고요. 이 방대한 무대 덕분에 기차 시간표와 지명을 계속 언급함으로써 작가의 전작인 "점과 선" 같은 기차 시간표 알리바이 트릭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 저는 제대로 한대 먹긴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기대에 값하는 아주 흡족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분량이 꽤 되는 장편이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진 느낌을 별로 전해주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작가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라 하더라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점 과 선"과 "제로의 촛점"이나 "모래 그릇" 과 같은 초기작 보다는 약간 처지고, "나비성" 이나 "적색등" 과 같은 후기작보다는 나은 중간정도의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물론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여 짜여져 있는 만큼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합니다. 평작이긴 한데 몰입시키는 맛은 뛰어났달까요? 뭐 이런 것이 거장의 실력이겠죠. 저의 별점으로는 3점 되겠습니다.

2007/07/28

제로의 초점 (Zero Focus, 1961) - 노무라 요시타로 : 별점 3점

오카자키 테이코는 결혼한지 1주일만에 남편 우하라가 실종되자 실종된 파견지 가나자와로 향했다. 우하라의 행적을 쫓던 테이코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지만, 개인적으로 우하라의 행방을 쫓던 우하라의 형이 독살된 후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확대되었다. 경찰은 우하라가 이중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고, 우하라의 내연의 처인 히사코를 수배하는데...

마츠모토 세이쵸의 히트작이자 대표작을 영화화한 61년도 작품입니다. 소설의 스토리라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추리물 특성상 원작을 읽은 저로서는 범인이 누군지 알기에 좀 맥이 빠지는 영화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고전적(?)으로 장중하게 사회파적 감수성을 영화화하니 여러모로 색다른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거의 울고불고하면서 진실을 고백하는 신파영화같은 부분은 정말 구시대의 감수성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보기에는 왠지 어색하고 황당했거든요. 거의 50여년전 영화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겠지만요.

그래도 영화의 카피처럼 헐리우드의 고전 스릴러 문법, 특히 히치콕 스타일을 많이 참고한 티가 나서 영화 문법 자체는 무척 친숙했습니다. 음악의 사용이라던가 편집 등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별다른 실험적인 연출이나 편집 없이 무난하게 전개되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하라의 결혼 생활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다던가, 진실을 너무 쉽게 알아버리게 되는 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한 점 등 90여분의 영화에 원작을 압축하기에 버거운 티가 역력했거든요. 때문에 마지막 진상을 밝히는 부분 역시 좀 심심하게 전개되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만 본다면 증거가 전무하기에 마지막 장면의 힘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모래그릇"은 얼마전 TV 드라마화 되기도 했는데 나름 치밀한 수사가 기본적으로 묘사되어야 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특성 상, 드라마 처럼 좀 더 호흡이 긴 매체가 영상화하기 알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고전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색다른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썩 재미있거나 신선한 요소는 별로 없지만 원작이 워낙 탄탄한 작품이기에 기본 재미는 해 주는 편이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원작은 국내 출간된 동서 추리문고의 "점과 선"에 같이 수록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2005/07/04

Japan 미스터리 걸작선 1 - 한국, 일본 추리작가협회 추천 / 정태원 번역 : 별점 3점

J 미스터리 걸작선 1 - 6점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일본 추리 작가 협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펴낸 책입니다. 그런데 선정을 한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했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예전에 읽었지만, 다시 구입했기에 읽고 리뷰 남깁니다.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책 뒤의 설명을 보면 다른 단편선 등에서 이미 소개된 작품이 아닌 새로운 작품을 선정하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는 50주년 기념 앤솔로지라는 주제와는 좀 맞지 않는다 생각됩니다. 그동안 소개된 작품들이 일본 추리 문학의 대표작에 더 가까운게 당연하잖아요. 또 이러한 기획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면, 진짜 국내에 초역되는 작품들만 모아 놓았어야 했습니다. 정작 그렇지 않은 작품들이 수록된 건 이상해요.
정통 추리나 스릴러가 아닌 환상문학과 호러, 그리고 SF에 가까운 작품까지 실려 있어 기준이 약간 모호하다는 것도 솔직히 잘 납득이 가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수록된 작품들도 특정 시대나 작가별로 편찬된게 아니라 무작위로 수록되어 있는데, 에드가상 수상작품집처럼 어느 정도는 목차에서도 시대순 같은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는게 더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한국 추리문학 협회가 선정한 일본 추리 단편이라는 기획 자체가 그냥 놓치기에는 너무 흥미로울 뿐더러 전체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까지 가져다 주는건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로는 "광기의 계보", "정사의 배경" 그리고 "살의" 를 꼽겠습니다.
총 세 권이 발간되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건 이번에 구입한 이 1권 뿐인데, 언젠가는 2, 3권도 발견하여 책장에 추가하고 싶네요.

작품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아파트의 귀부인 - 아카가와 지로

새로 이사온 옆집의 미모의 귀부인이 하는 요리의 냄새를 알아 맞출 정도로 후각이 민감한 아내를 가지고 있는 구보는 옆집의 부인에게 호감을 느껴 아내가 집에 없는 틈에 옆집에 찾아간다. 

다른 앤솔로지에서도 많이 소개된 아카가와 지로의 단편입니다. 추리 문학이라기 보다는 반전의 맛이 있는 스릴러에 가까운데, 너무 뻔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2. 나체의 방 - 호시 싱이치

일본 단편의 거장 중 한명인 호시 싱이치(호시 신이치)의 작품입니다. 우연히 여러 남녀들과 복잡한 관계를 가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로 상황 설정이 재미있고 여운을 주는 맛도 잘 살아있어서 역시나 단편의 거장이구나! 싶네요. 다만, 추리물은 절대! 아닙니다.

3. 나폴레옹 광 - 아토다 다카시

아토다 다카시의 초 유명 단편이지요. 제가 이전에 "Y의 거리" 소개 때에도 리뷰했기에 패스합니다. 

4. 고양이의 목 - 고마츠 사쿄

고양이를 키우면 죽는 미래의 어느 도시에서 일어나는 짤막한 이야기입니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는 일본이라서 나올 수 있던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반전의 맛도 어느정도 있고 재미도 있지만 추리물도 아니고 호러도 아니고 SF도 아니고... 여러모로 좀 어정쩡한 느낌입니다.

5. 광기의 계보 - 후지이 레이코

초등학교 교사 게이코는 우연히 들춰본 학생 기누코의 일기를 통해 그녀의 계모가 기누코를 광기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을 알게 된다... 

여성작가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 일기를 주요 매개체, 단서로 하여 전개된다는 특이함에 더해 극적 반전까지 뛰어납니다. 약간의 호러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그런데 왠지 영상물에 더욱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6. 3억엔의 악몽 - 니시무라 교타로

평범한 올드미스 여사원 교코는 어느날 찾아온 변호사에게서 자신이 친절을 베푼 한 노인에게 3억엔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변호사는 자신과 다른 인물을 착각하고 있었고, 교코는 유산을 상속받는 진짜 인물인 아리사와 나미코를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하는데... 

여정 미스테리의 달인이라는 니시무라 교타로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지푸라기 여자" 같은 인물 설정을 가진 완전 범죄물입니다. 조금 의외였달까요. 그러나 기발한 발상에 비해 전개가 뻔하고 치밀함이 많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7.얼굴 - 마츠모토 세이쵸

살인 사건을 저질렀던 배우 이노 료기치는 자신이 주연인 영화가 전국 개봉되기 전에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이시오카를 살해하려 하는데... 

"거장" 세이쵸 선생의 작품입니다. 세이쵸 선생 단편은 대표작들에 비해 많이 격이 떨어지는 편인데 이 작품은 꽤 괜찮네요. 특히 범인이 배우이고 영화 개봉 때문에 목격자를 죽이려 한다는 설정은 참신합니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나, 너무나 심하게 아닙니다...

8. 정사의 배경 - 츠츠야 다카오

한 주부가 음독 자살했다. 그녀는 죽기 직전, Y타임즈의 독자 투고란에 과거의 애인에게서 협박받고 있다는 투고를 보내 상담을 의뢰한 상태였다. Y타임즈의 기자 소네는 단순 자살 사건은 아니라는 판단에 독자적인 조사를 개시하는데... 

잘 모르는 작가인데 작품이 굉장히 좋아서 놀랐습니다. 독자 투고와 음독 자살한 여인을 연결시키는 발상도 뛰어나지만 실제 사건의 트릭도 괜찮고 무엇보다 전개가 굉장히 깔끔합니다. 진범과 동기도 납득할 수 있고 단서도 공정한 편이고요. 이 단편집 최고의 단편 중 하나입니다.

9. 조건반사 - 오타니 요타로

여배우 미즈사와 미나코는 연기지도 담당 오모리 세이지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아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며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후 알콜 중독으로 바닥으로 추락한 세이지를 거추장 스러워한 미나코는 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데... 

이른바 "조건반사"에 의한 다이잉 메시지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여기서처럼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때문에 기발하긴 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져 보입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었어요.

10. 벽 - 고다카 노부미츠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벽속에 파묻히게 된 남자의 이야기. 이 한줄이 이 작품의 전부입니다....

11. 살의 - 다카키 아키미츠

옆집의 이마노 부부를 돌봐주던 타누마 변호사는, 이마노의 부인 준코가 질투로 저지른 살인 사건 변호를 맡게 되었다. 타누마는 그녀를 감형시켜 집행유예를 받게 하는데 성공하지만, 어느 날 이마노로부터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되는데... 

거장 다카키 아키미츠의 단편입니다. 

이른바 "살인을 하기 위한 살의의 정도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잣대가 어디에 있는가?"가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이 살의를 최소한으로 나타내기 위한 범인의 치밀함, 법의 헛점을 잘 꿰뚫고 저지른 범행이 아주 충격적입니다. 1952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는 보이지 않게 세련되고 꽉 짜여진 구성이 놀랍네요.

12. 소라 - 야마무라 마사오

추리물은 아닙니다. 못살던 시대의 불우한 가족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적나라하게 그린 순문학에 가까운 단편입니다.

13. 무서운 선물 - 유키 소지

한 여자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키스했다가 저주(?) 받는 한 바람둥이의 이야기. 전해주는 꽃들의 꽃말로 마음을 나타내는 이야기 전개는 괜찮지만 마지막에 저주니 어쩌니 하며 마무리하는 결말은 납득이 안됩니다...

14. 연습게임 - 후지무라 쇼타

가지키는 아내 구니코의 수다를 겨우겨우 참고 살다가 우연찮게 불륜을 저지른 상대 미와와의 달콤한 미래를 위해 그녀를 살해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아내와 몰래 만나기로 한 장소에 아내는 오지 않고, 오히려 다른 장소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어 가지키는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 

함정에 빠지는 인물이 등장하는 "함정물"인데, 어차피 가지키는 아내 구니코를 죽이려 했으므로 그다지 용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네요.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면 모를까... 반전의 여운을 남기기는 하지만 좀 약합니다.

15. 우물이 있는 집 - 미나카와 히로코

과거 자신이 유괴당한 집에 신혼여행을 오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전개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 흘러가는데,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미묘함이 잘 살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줄거리에 비해 결말이 시시해서 아쉽습니다.

16. 복안 - 소노 다다오

일본의 손다이크 박사라고 불리운다는 복안전문 범의학자 고이케 고로라는 캐릭터가 나와 두개골 복안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인 작품. 캐릭터 이외의 설정과 전개는 평이합니다.

17. 사랑 - 미야자키 준

동물 뇌세포를 집어넣은 육아 로봇이 저지른 아동 살해 사건 이야기. 아시모프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지만 반전은 인상적입니다.

18. 산키치의 식욕 - 와타나베 게이스케

어려운 시대, 어렵게 살아가는 고학생 산키치가 우연히 주운 3엔으로 한끼를 해결하는 이야기. 이야기는 꽤 재미있고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순문학 단편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작가도 그렇고 작품도 그렇고 왜 이 단편선에 실려있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19. 쇼윈도의 연인 -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에 빠져드는 기이한 습성이 있는 청년 다마루 소진은 최근 간행된 소설 "쇼윈도의 연인"을 읽은 직후, 한 양품점 쇼윈도의 마케팅을 사랑하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요코미조 세이시의 단편이라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작품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다른 외국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성도착적인 애정에 대해 다루는 듯 했는데, 급변하여 놀라운 반전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발표 시대를 감안한다면 정말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거장다운 작품입니다.

20. 범인은 누구인가 - 구사카미 진

쌍동이 중 한명이 범인인 것은 확실한데 누구인지를 몰라 궁지에 몰린 경찰이 사건을 결국 해결한다는 이야기. "음악"을 주요 소재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지만 트릭과 설정은 마음에 들었어요.

21. 계단을 오르는 남자 - 마유무라 다쿠 

세계가 거대 빌딩화되어 엘리베이터가 기차처럼 다니는 세계. 한 남자가 25.000층의 건물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고 그는 계단을 올라 새로운 층에 도착할 때마다 점차 여행자에서 모험가, 그리고 성자로까지 추앙받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가 꼭대기 층에 다다르게 되는 날이 오고 군중이 그를 보기 위해 운집한다...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합니다! 엘리베이터가 기차처럼 다니는 초고층 빌딩 사회에서 목적없이 그냥 계단을 오르는 남자가 주변 인물들에 의해 성자로까지 추앙받게 되는 과정이 묘하게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너무나 시시해서 아쉽습니다. 좀 더 생각했더라면 정말 마음에 드는 걸작 단편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2004/08/23

어쩌다 찾은 필독 추리소설 리스트...

추리소설 초심자를 위한 필독 작품 리스트 by 화요추리클럽 in 싸이월드

개인적으로는 이런 리스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워낙 사람들마다 취향들이 다르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 리스트는 초심자를 위해서 리스트를 선정하셨다고 하는 원 저자분의 노고가 엿보이는 리스트라 돋보입니다.
추리사적으로 인상적인 작품들과 정통파-하드보일드-첩보물 등 쟝르를 골고루 섞은 노력과 꽤 최근까지 올라오는 연대 등 여러모로 알찬 리스트인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본 작품이 좀 적다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서 저만의 리스트를 몇개 적어 보았습니다.

  • 크리스티 - 포와로 수사집 / 화요일 클럽의 살인 (걸작 단편집 2권 추려보았습니다. 단편이고 유명 탐정이 등장하니 초심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케멜먼 - 9마일은 너무 멀다 (역시 단편집을....^^)
  • 엘러리 퀸 - 엘러리 퀸의 모험 / 새로운 모험 / Y의 비극 (역시 엘러리 퀸의 걸작 중단편집과 그 유명한 Y의 비극, 빼놓을 수 없겠죠)
  • 도일 - 홈즈 시리즈 전집 (단편집을 더욱 추천합니다)
  • 르블랑 - 뤼뺑 시리즈 (역시 단편집을 더욱 추천합니다)
  • 엘린 - 특별요리
  • 해미트 - 말타의 매
  • 챈들러 - 기나긴 이별
  • 에도가와 란포 -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 마츠모토 세이쵸 - 점과 선
  • 피터 러브시 - 가짜 경감 듀
  • 마지막으로...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써 놓고 보니 단편집 투성이네요. 그래도 크게 살인사건이나 엽기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에도가와 란포는 가부가 좀 갈릴 것 같긴 하네요.

이것도 투표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2006/01/23

Comical Mystery Tour - 이시이 히사이치 : 별점 2.5점

회사를 옮긴 탓에 여유를 만들기가 아직은 쉽지 않군요... 오랫만에 포스팅 합니다. 그동안 조회수가 2자리로 떨어졌....ㅠ.ㅠ

이 작품은 일본 4컷 만화의 귀재라는 이시이 히사이치의 추리 패러디 4컷 만화 단편집입니다. "이웃의 야마다 군"이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이름 정도는 접해보셨으리라 생각되네요.

부제가 "붉은머리 연맹" 이듯 셜록 홈즈를 주 패러디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표지의 저 인물이 홈즈와 왓슨, 왓슨의 부인 메어리입니다) 인용된 명작으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비롯해서 "프렌치 최후의 사건",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야유카와 데츠야의 "검은 트렁크", 텐도 아리타의 "대유괴", 엘러리 퀸의 "도중의 집", 심농의 "황색개", 스티븐 킹의 "미저리",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 의자"와 "괴인 20면상", 콜린 덱스터의 "우드스톡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 맥클린의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마츠모토 세이쵸의 "점과 선"....등등등 거의 100여편에 달하는 셜록홈즈 시리즈와 기타 명작에 대한 개그 패러디로 가득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접해보았었던 작가 자신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3류 추리소설가 다부치 선생 시리즈도 실려 있어서 더욱 즐거웠고요. 개그의 수준은 폭소를 터트리는 것 보다는 은근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특유의 4컷 개그로 저는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소우겐(創元)추리문고 시리즈에 당당히 추리 작품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걸맞게 작가의 추리문학에 대한 많은 관심과 독서량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시이 히사이치만의 펜선으로 잘 살려낸 유명한 탐정 및 기타 캐릭터들 역시 볼거리라 할 수 있고요.

물론 너무 개그의 소재로만 변형되어 쓰임으로 인해 실제 작품의 팬에게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약점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이 작품의 홈즈와 왓슨은 정말이지... "바보"로 등장해서 웃기기 때문에 저도 보면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거기에 항상 느끼는 문제인데 작가의 손글씨는 읽기가 어려워서 짜증나는 면도 있었고요.

그래도 160여페이지라는 얇고 예쁜 문고본에 내용도 충실한 편이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시리즈물로 2부도 있는데 2부도 빨리 구해보고 싶네요.

2007/07/10

알라딘 추리독자 인터뷰 따라하기~!

원문은 여기에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저도 짤막하게 몇자 적어봅니다. 아.. 이 따라쟁이 정신이란 정말이지....^^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단순히 독서로 끝나지 않는 지적인 사고활동이 곁들여지는 것이 매력이죠. 그래서 저는 정통파 고전 트릭물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작가와의 두뇌싸움이 제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함 때문에 손에서 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5편만 뽑기에는 너무나 어렵지만 "내 인생" 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에게 영향을 준 작품 위주로 뽑아 보았습니다.
1)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지음
그야말로 황금시대 정통 추리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밀실 트릭의 대가 딕슨 카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독자와의 공정한 두뇌싸움을 초반부터 정직하게 보여주는 정통 고전 퍼즐 미스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셜록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지금 읽으면 너무 낡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시대가 지나도 영원한 명탐정의 상징으로 남은 셜록 홈즈 시리즈는 제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코난 도일 경에게는 아직도 고마움과 무한한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3) <10개의 인디언 인형>,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제가 처음으로 접한 추리와 호러의 만남! 동요와 함께 전해져 오는 오싹한 느낌과 더불어 완전범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크리스티 여사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 읽고는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던 경험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4) <점과 선>, 마츠모토 세이쵸 지음
원래 뜨문뜨문 접했던 일본 추리소설이었지만 지나친 성적 묘사 등으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던 저에게 일본 추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죠. 이른바 "기차 시간표 트릭"의 선구자적인 걸작이며 사회파로서의 특징 역시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금자탑입니다. 이 책 덕분에 이후 본격적인 일본 추리소설 탐독을 시작했기에 "제 인생"의 추리소설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5) <8번 종이 울릴때>, 모리스 르블랑 지음
홈즈가 등장했으니 라이벌 뤼뺑 역시 빠질 수 없겠죠? 최근까지도 많이 인용되는 멋진 트릭이 가득 담겨 있는 정통 추리 단편집이면서도 뤼뺑의 매력이 전편에 걸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뤼뺑 시리즈 최고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뤼뺑 작품으로 기억되는 재미난 작품이죠.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좀 호러 성향이 강한, 오싹한 작품 위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검은집>, 기시 유스케 지음
올해 영화로도 개봉해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와 공포를 다루고 있기에 사회파적 호러물이라 할 수 있는데 전편에 걸쳐 전해져 오는 오싹함과 서늘함이 일품으로 여름철에 딱 어울리는 책이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무섭고 재미납니다.

2)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수작으로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본다면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쩐의 전쟁"을 일부 연상케도 하고요. 정통파적인 부분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범죄의 특성 상 추리 매니아가 몰입할 요소가 많은 만큼 추천하고 싶습니다.

3) <고도의 마인>, 에도가와 란포 지음
일본 추리 소설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으로 변격물이라 불리우는 란포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여름철에 읽기에 참 적합하다 할 수 있는, 호러와 추리를 잘 버무린 작품으로 시대를 한참 앞서나갔던 란포의 상상력이 잘 드러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닥터 모로의 DNA"가 약간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독특한 전개와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서늘한 느낌, 거기에 독자를 빨아들이는 재미와 몰입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대 미국 추리 소설의 힘을 잘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 트릭 등으로 정통파적인 재미도 빠지지 않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추리 매니아가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5) <소름> , 로스 맥도널드 저
하드보일드 삼두마차의 한명인 로스 맥도널드의 최고 걸작입니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강한 드라마로 시종일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놀라운 마지막 3페이지의 반전으로 충격과 더불어 한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죠. 흔해빠진 반전물에 비해 정통 드라마의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기에 더욱 작품성이 빛난다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죠. 미국의 널리고 널린 헐리우드 스타일 스릴러에 식상한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Q. 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단편들이 최초죠. 아마 "계림문고"라는 곳에서 시리즈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각 단편을 얇은 책 한권으로 만든 구성이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나이 또래의 추리 애호가들은 거의 다 비슷하시리라 생각되네요. 요사이 비슷한 판본과 형태로 다시 재간되고 있는 것을 서점에서 보았는데 어린아이들이 많이 접해서 저와 같이 추리소설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재출간을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재출간이 되기를 바라는 작품이야 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 구하고 있었던 자유추리문고가 복간되었으면 합니다. 벨린저의 "이와 손톱"과 에반 헌터의 "주정꾼 탐정"은 정말 너무 읽고 싶은 작품이거든요. 이외에도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과 사노 요의 "완전범죄 연구" 역시 평소 구하던 책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소설이나 작가는 너무나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때문에...."경성탐정록"의 출간을 원하시는 출판사를 찾습니다!^^

2005/03/27

세계 미스테리 단편선 - 김한상 편역 : 별점 3점

역시 보수동 헌책방에서 구한 단편선.
원전이 되는 작품집이 모호하고,  읽기 짜증날 정도로 번역이 부실한 일어 중역본일 뿐 아니라 표지와 본문 편집 방식 조차 이 바닥의 바이블 격인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을 거의 그대로 카피한, 한마디로 질낮은 기획물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실린 단편들의 수준이 우수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에드워드 D 호크의 읽지 못했던 단편이 하나 실려있다는 이유로 구입했는데 의외의 성과랄까요?

첫 작품 "D언덕의 살인사건"은 에도가와 란뽀의 아케치 시리즈 단편으로 다른 단편집으로 가지고 있고, 이미 읽기도 해서 일단 패스.

두번째 작품 "냉장고 속의 갓난아기"는 제임스 M 케인의 단편입니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의 작가죠. 미국의 사회상과 문화를 서스펜스 스릴러에 잘 섞어놓는 작가로 알고 있는데 이 단편도 유사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정과 소재가 무척 독특해서 인상적이긴 하지만 글쎄요..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드라마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작품 "쿠비날 섬의 약탈"은 더쉴 해미트의 작품입니다. 탐정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컨티넨탈 옵으로 보이는 예의 하드보일드 탐정이 등장해서 한 섬에서 일어난 전쟁과도 같은 약탈 사건의 해결과 그 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의 맛을 굉장히 잘 보여주면서도 추리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추천작입니다. "난 다리 병신 소년으로부터 쌍지팡이를 훔치는 놈이라는 것도 모르나?" 라는 한마디로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할 것 같네요.

네번째 작품 "레오폴드 경감의 휴일"은 에드워드 D 호크의 레오폴드 경감 시리즈입니다. 독립기념일 연휴에 발생한 출판사 공동 경영자 실종사건이 어느덧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로 트릭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하지만 상당히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지고 여러 설정이나 복선도 명쾌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섯번째 작품 "성난 증인"은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입니다. 페리 메이슨이 담당하게 된 대형 금고 도난사건의 진범을 찾는 이야기인데 꽤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고 사건 해결과정도 좋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섯번째 작품 "두번 죽은 사내"는 다그 아린이라는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더군요. 장의사에서 일하는 청년이 15년의 간격을 두고 똑같은 시체를 맡게되어 스스로 진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설정은 재미있었지만 그 진상이라는게 조금 시시해서 아쉬웠어요. 좀더 반전이나 섬찟한 맛을 넣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일곱번째 작품 "손톱"은 윌리엄 아이리쉬의 작품으로 다른 앤솔로지에서 이미 읽은 작품입니다. 손톱이 빠진 손가락을 인멸하는 증거인멸 트릭이 등장하며 마지막의 반전이 좋습니다. 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아 보이기도 하나 좋은 작품이죠.

여덟번째 작품 "일석이조"는 F.W 크로포츠의 단편입니다. 협박범과 빚을 동시에 없애려는 한 건달의 계획을 그리고 있는데 내용적으로 연결과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사건해결 방법이 너무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점은 작가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았고요.

아홉번째 작품 "악인은 지옥으로"는 단편의 명수 헨리 슬레서의 단편으로 유일한 강도사건의 증인을 없애기 위한 한 강도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름의 반전도 있고 단편의 맛도 잘 살아있어서 역시 단편의 명인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더군요.

마지막 작품인 열번째 작품은 일본작가 마츠모토 세이쵸의 "증언"입니다. 불륜 상대와 만나던 직장인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웃집 사람을 목격했지만 불륜 사실이 들통날까봐 그것을 숨기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제법 묵직한 내용으로 잘 진행되긴 하지만 결말은 사실 좀 어처구니 없더군요. 너무 쉽게 끝났달까요? 단편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작품들 중 이미 읽었거나 가지고 있는 작품을 뺀다면, 베스트는 "쿠비날 섬의 약탈", "레오폴드 경감의 휴일", "성난 증인", "악인은 지옥으로" 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다지 처지지는 않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다른 단편집보다 무척 얇기도 하고 작품수도 적지만 제가 처음 접한 작품이 그래도 반 이상 되며 수준들도 괜찮은 편이라 작품 선정은 탁월했다 생각됩니다. 번역만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약간 아쉽네요.

2006/12/20

시소게임 - 아토다 다카시 / 유은경 : 별점 3점

시소게임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행복한책읽기

아토다 다카시는 전에 쓴 "A사이즈 살인사건" 글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대부분의 글들이 짤막짤막하면서도 재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엄청난 다작 탓에 작품의 편차가 고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분명 가져다 주는, 평균타율 3할은 보장하는 작가라 생각되네요.

이 단편집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단편집인 "과거를 운반하는 다리"의 번역서입니다. 제목을 다른 단편 제목으로 가져다 붙였을 뿐이며 아마도 내용은 동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 재팬에서도 이 책의 목차를 찾을 수 없어 확인은 못했지만요. 어쨌건 조사해보니 1978년도에 출간된 것이니 벌써 30여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작품이긴 하지만 지금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있는 이야기 15편이 실려 있습니다.

아토다 다카시의 두개의 작품군, 즉 미스테리와 "기묘한 맛" 이라는 두개의 작품군 모두가 실려 있는데 이 책은 미스테리 쪽 성향 작품이 보다 많이 실려있는 것이 특징적이네요. 그동안 국내 소개된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들 대부분이 "기묘한 맛" 류였던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작품 구성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이 출간된 레이블 "작가의 재발견"에도 부합하고요.

저는 아무래도 쟝르로 따진다면 정통 추리물을 선호하는 쪽인데 "천국에 가장 가까운 풀"과 "기호의 참살" 두편은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아토다 다카시의 정통 추리물이라 더욱 반갑더군요. 두 작품 모두 트릭이 허술하고 약점이 있긴 하지만 추리물로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표제작인 "시소게임"도 사건의 진위여부와 트릭이 모두 주인공의 상상속에서 존재하는 만큼 정통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추리적 성향만큼은 본격물에 가까운 작품이었고요. 그리고 괴담 이야기에서 완전범죄 살인극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인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는 미스테리와 기묘한 맛이 잘 섞여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 중에 비슷한 트릭이 쓰인 것이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나폴레옹 광"의 팬이라면 반길만한 "기묘한 맛" 류의 작품도 "사망진단서"라는 멋진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나폴레옹 광 만큼의 충격적 반전은 아니지만 정말 뒷골이 서늘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약간 성적인 묘사가 과하고 사건들의 동기가 대부분 치정에 얽혀 있는 진부한 부분이 있으며, 몇몇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던가, 아니면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로 보기에는 너무 짧고 미진한 작품도 일부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예를 들면 "행복을 교환하는 남자"는 프레드릭 브라운의 "교환 살인"이죠) 워낙 실려있는 작품이 많고 풍성한 탓에 이 작가를 잘 모르신다면 새로운 발견을, 원래 알고 계셨다면 작가의 새로운 면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별점은 3점. 저의 개인적인 베스트는 "시소게임"과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 입니다.

15편이나 실려 있기에 작품별 리뷰는 생략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2008/03/26

이 미스테리를 읽어라! 일본편 -고우하라 히로시 : 별점 3점

북오프에서 구입한 책입니다. 원서라 읽는데 거의 두달 넘게 걸렸네요.

제목 그대로 일본 미스테리 소설의 안내서입니다. 작가와의 에피소드, 작품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려있는 등 다양한 내용이 풍부하게 실려있습니다. 42년 생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저자의 경험 덕분이겠죠.

책에서는 100권의 작품을 아래의 7개의 카테고리로 별로 10개에서 20개 정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여성작가의 대표작들과 영웅 소설
  • 신본격 (뉴 미스테리)
  • 3대작가 플러스 5
  • 마츠모토 세이쵸와 사회파 추리소설
  • 미스테리 황금시대 불후의 명작 28
  • 정말로 재미있는 고전명작
카테고리 제목만 봐도 너무너무 흥미롭고 궁금증이 솟아나는데, 작품 소개도 2~3페이지 정도 분량에 저자의 지식과 정보를 담아서 꼭 읽어보고 싶게끔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소개만 보면 모두 희대의 걸작이고 재미가 넘치는 작품같아요. 국내에 이 작품들이 전부 번역되어 있지 않은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국내에 소개되어 제가 이미 접한 작품들의 소개도 반가왔습니다. "마크스의 산", "얼어붙은 송곳니", "고양이는 알고 있다", "신쥬쿠 상어", "불야성",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끝없는 추적", "십각관의 살인", "우부메의 여름", "점성술 살인사건", "살육에 이르는 병",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모래그릇", "인간의 증명", "그린차의 아이", "나폴레옹광", "대유괴", "음수", "혼진살인사건", "문신 살인사건", "불연속 살인사건" 등이지요. 약 20여편 정도로 1/5 분량인데,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물론 저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나 "불연속 살인사건"도 굉장한 작품으로 언급되어 있는건 좀 그렇더군요. 이런 책의 정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100편이나 되는 작품을 카테고리별로 간추리고, 소개와 함께 작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재미나게 써 놓았기에 추리소설 소개서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작가의 저작인 "동서 미스테리 가이드"와 "명탐정 사전 (일본편 / 해외편)" 도 읽고 싶어집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부럽습니다. 그만큼 자국 추리 소설 작품들이 풍성하다는 뜻이니까요. 국내에서는 100권의 책을 간추린다면, 걸작은 커녕 욕먹지 않을 수준의 작품들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2006/01/27

Comical Mystery Tour - 점과 선

너무 포스트가 뜸한 것 같아 아래 소개한 "Comical Mystery Tour - 이시이 히사이치"의 한편을 잠깐 번역해 보았습니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그 유명한 "점과 선"의 패러디입니다. 번역은 대충대충이라 엉망이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마찬가지로 이미지 퀄리티도 낮습니다. 시간땜시...

하여간 개그가 거의 이런 식의 원작을 읽은 사람은 피식할 수 있는 그런 개그인데 저는 꽤 마음에 들더군요. 시간나는대로 재미있던 것만 찬찬히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5/06/25

침대특급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 윤정규 : 별점 2.5점

침대특급살인사건 - 6점
西村京太郞 지음/추리문학사

총기사고로 면직된 전직 경찰 다나베가 사립탐정 업무를 시작한 뒤 어느 날, 한 부인이 자신의 임신한 딸을 에스코트해 줄 것을 의뢰했다. 그는 부인의 딸 유미꼬와 같이 오사카에서 사세베까지의 여행을 떠났지만 그가 의뢰를 완수한 직후, 공갈범 전과가 있는 기구찌 이사오가 살해당했고 피해자의 책상 서랍에서 다나베가 에스코트 의뢰를 수락한 뒤 작성했던 영수증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영수증을 확보한 뒤 전직 경찰관 다나베가 기구찌를 협박한 증거로 삼아 다나베를 검거했다.
 다나베는 사건 당일 사세베까지의 여행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후미꼬와 유미꼬 모녀에게 증언을 요구했지만 모녀는 다나베를 모르는 사람으로, 오히려 유미꼬를 귀찮게 쫓아 다니던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다나베에게 걸린 혐의는 점점 깊어지던 와중에, 과거 다나베의 상사였던 도쿄 경찰청 수사 1과의 토츠가와 경부가 옛 부하를 구해주기 위해 사건에 뛰어드는데... 

여정 미스터리의 달인이라는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기차 시간표 트릭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등장시킨 대표작을 작가별로 따져본다면 마츠모토 세이쵸에게는 "점과 선"이, 모리무라 세이이치에게는 "신간센 살인사건"이 있고 니시무라 교타로에게는 이 작품이 있는 것이겠죠. 예전에 읽었었지만 책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 분명 예전 처음 읽었을 때에는 괜찮았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띄거든요. 물론 장점도 존재합니다. 저자가 기차 시간표를 늘어놓고 알리바이를 구상하는 장면이 상상될 정도로 소설의 가장 중요한 트릭인 기차 시간표 트릭은 아주 괜찮고, 모녀에 의해 다나베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궁지에 몰리게 되는 상황은 꽤 치밀해서 설득력이 높거든요.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을 연상케 하는 재미도 느껴졌고요.
토츠카와 경부가 직접 발로 뛰면서 수사하여 오로지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는 전개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약간 사회파스러운 분위기로 불필요한 묘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굉장한 악녀들인 두 모녀의 설정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과거의 불우한 경험때문에 돈에 대한 엄청난 집착과 인간성이 상실되었다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떠오르는데, 훨씬 앞선 시기에 손에 잡힐 듯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그러나 단점도 너무 명확합니다. 우선 어수룩한 사립탐정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하는 모녀가 그 사립탐정이 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워요. 이 때문에 그가 예전에 근무했던 도쿄 경찰이 사건에 뛰어들며, 이후 범행 사실이 쉽게 발각되는 이유가 되어 버리거든요. 작전의 핵심은 마나베를 옭아매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 치밀한 사전 조사와 준비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전직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기구찌 이사오와 모녀와의 관계도 조금만 조사하면 쉽게 드러나는 동기가 있고, 결국 밝혀진 동기와 과거 때문에 다른 살인 사건들마저 발각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또 관련자들을 전부 죽이다보니 이래저래 너무 많이 죽이게 되는데, 모녀가 살인을 통해 어느 정도 이상의 재력을 손에 넣었다면 청부 살인쪽을 고려하는게 당연합니다. 복잡한 알리바이 트릭을 써가며 몸으로 직접 해결한다는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누군가를 시킨다면 그 누군가의 입을 막아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만요. 

덧붙이자면 기차 시간표 트릭 자체는 괜찮긴 한데 결국 기차를 경찰관들이 "한번만" 타 보고 바로 진상을 꿰뚫는다는 점에서는 좀 허무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나오는 27분 밖에 없는 시간의 갭이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오기에 별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번역도 깔끔하고 어느정도 재미도 있지만 저자가 알리바이 트릭을 먼저 개발(?)하고 그 이후에 플롯을 가져다 붙인 듯한 어색함도 느껴지는, 범작 수준에 머무른 작품입니다. 허나 이런 정통 기차 시간표 트릭의 교과서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한 만큼 이쪽 장르물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