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05/08/01
대표작가 대표소설 2 - 한국 추리문학 [신예상] 수상작가 대표소설 : 별점 1점
요사이 추리 소설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거의 번역물이니 국내에도 새로운 작가들이 좀 괜찮은 작품을 많이 발표해 주어야 할 때죠. 그러나 이 책은 현재의 한국 추리 문학계의 침체를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너무 많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베스트를 꼽기가 어려울 만큼 단편으로서의 기본 완성도가 의심되는 작품이 절반입니다. 단편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걸까요? 저는 단편이 장편으로 가는 첫 스텝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또 너무 설명적인 부분이 많거나 적고 추리물로서의 가치보다 드라마에 치중하는 경향이 너무 많은 것도 불만스럽네요. 보다 임팩트있는 깔끔한 완성도를 짧은 페이지에서나마 보여줄 수는 없는걸까요?
그나마 최소한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생각되는 것은 "목격자의 증언은"과 "2시간 10분", "더블 플레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도시의 신기루", "천생연분" 정도이며, 개중 베스트는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를 꼽고 싶네요.
그러나 이런 책을 제값주고 산다는 것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수고해주신 다른 작가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몇몇 작가는 정말이지 독자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째 단편만큼은 수십년전의 김래성 선생님때보다도 퇴보한 듯한 느낌만 계속 들어 씁쓸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현웅 "목격자의 증언은"
정현웅씨는 그래도 기본기는 있으신 작가이니 만큼 어느정도 단편으로서의 품격과 완성도는 갖추고 있는 작품으로 1인칭 화자에 의해, 그것도 수사관을 주인공으로 해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본격 트릭 미스터리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트릭이 그다지 기발하지도 않고 설정면에서 헛점이 조금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유우제 "2시 10분의 비밀"
새벽 2시 ~ 2시 30분 사이에 벌어지는 연쇄 방화사건에 있어 시간대에 감추어진 비밀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전개면에서는 동서 추리문고 "특별요리"에 같이 실려있는 "오터모올 씨의 손"이라는 작품이 연상되나 나름 기발한 면이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 하지만 주인공 이름을 "C기자", "경찰관 P" 하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왠지 성의가 없어보였고 불필요한 에필로그를 말미에 집어 넣은 것은 군더더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다 깔끔하고 임팩트 있는 반전과 내용을 보여주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대희 "빠빠라치"
누드 사진작가에게 의뢰가 들어온 부부관계 촬영 요청에 대한 이야기인데 일단 추리물은 아니었습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와 이야기로 구성되어 흥미는 조금 가지만 내용면에서 너무 시시하고 허무한,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김상헌 "당신은 그대를 아는가"
서로 이웃인 두 부부의 여행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외국 단편에 흔히 봄직한 소재와 전개로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반전이 시시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좋은 점수를 주기는 역시나 어려워요.
강형원 "제임스 본드라 불리운 사나이"
한마디로 제임스 본드를 다룬 팬픽, 그 이상의 작품이 절대 아닙니다. 웃기기는 합니다만 인터넷 유머 게시판 수준. 이게 대표작이라니 다른 작품의 수준은 과연...?
안광수 "복수연맹"
제목과 내용이 엇박자로 노는 듯한 작품입니다. 화자가 "복수 대행업"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복수연맹"이라는 회사의 창업 결심에 대한 서론부가 지나면 갑자기 화자가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며 2개의 실패한 범죄극을 서술하는 구조입니다. 2개의 이야기중 2번째 이야기인 "살인게임"은 꽤 독창적이고 재미있지만 결국 2개 다 추리퀴즈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진 못합니다.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단편 자체로서의 완성도를 보다 높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장세연 "더블 플레이"
외도하는 남편과 상대자에 대한 짤막한 복수극을 다루고 있는데 여백의 미가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너무 생략과 여백이 많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인데 이 정도면 뭐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에요. 다른 작품들이 워낙에 수준 이하라 괜찮아 보이는걸지도?
강종필 "K의 기록"
한 킬러의 이야기. 제가 보기에는 추리물은 절대 아니며 결말도 허무하기 그지 없습니다.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백휴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아내를 가진 한 남자에 관한 단편으로 범죄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꽤 유머스러우면서도 반전의 묘미가 살아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백휴씨 작품은 몇개 읽지 못했지만 항상 기본기는 있는 작가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평균 이상의 내공을 보여줘서 만족스럽네요.
장근양 "도시의 신기루"
한 유학파 박사가 현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터는 내용인데 은행을 터는 범죄에 대한 설정과 묘사가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과거사와 주변 인물에 대한 불필요한 묘사는 이야기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는 듯 하여 안타깝네요. 결말도 사족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워낙 범죄장면에 대한 내용이 좋아 더욱 아쉽습니다.
황세연 "천생연분"
서로에게 살의를 품은 부부의 이야기인데 작가가 아무래도 외국 단편을 상당히 많이 읽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설정과 내용입니다. 남편이 왜 술을 마셨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깔끔하고 흥미진진한 좋은 작품입니다. 그래도 앞에 말한 대로 외국 단편들에서 본 듯한 느낌이 좀 강해서 독특함이나 신선함은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2023/04/16
안락 탐정 - 고바야시 야스미 / 주자덕 : 별점 1.5점
![]() | 안락 탐정 - ![]()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아프로스미디어 |
2016/06/08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3점
|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
"보그"지의 음식 평론가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글을 모아놓은 일종의 컬럼, 에세이집입니다. 음식 및 요리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라 하기에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책이지요. 이전에 2권 리뷰에서 말씀드렸듯, 1권은 절판 상태였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죠.
책의 구성 및 내용은 2권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권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음식에 대한 무한 열정, 무한 도전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컬럼부터 도전입니다. 음식 컬럼을 쓰기 위해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심지어 김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을 정복해 나간다는 것이거든요. 그 다음에는 직접 천연 효모를 쓴 자연 발효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 프랑스의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이라는 몽티냐크 다이어트를 직접 한 달 동안 체험한 기록, 채식주의를 체험한 결과 등이 이어집니다.
식도락 여행기도 "도전기"에 가깝습니다. 직접 어떤 음식의 오리지널을 체험하고 요리 강습을 받아 오거나, 최소한 레시피라도 구해 와서 직접 재현한다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슈크르트를 만들어 먹어보기 위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여러 전통 농가 식당을 돌아다닌 뒤, 뉴욕에서 그 요리를 구현한다는 이야기처럼요. 심지어는 오리지널 레시피를 구현하기 위해서 소금에 절인 안심이 없어서 직접 절이는 등 미국에서는 팔지도 않는 고기 부위까지 구하려 노력할 정도니 뭐 말 다했죠.
완벽한 프렌치 프라이를 만들기 위한 고난의 과정 역시 발군입니다. 알랑 파사르의 비법(말기름에 튀겨라!)에서 시작하여, 어떤 감자를 어떤 기름에 어떤 방식으로 튀겨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한 여정이 장황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참고로, 저자의 최적 프렌치 프라이 조리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재료 : 땅콩기름 2~3리터, 아이다호 러셋-버벵크나 삶아먹는 감자 450~570g, 소금
- 땅콩기름을 전기 튀김기나 철제 튀김바구니가 들어가는 6리터짜리 우묵한 튀김팬에 붓는다. (전기 튀김기에는 사용설명서 추천량만큼, 화로에 올려놓는 튀김팬에는 3리터)
- 튀김용 온도계를 기름에 꽂아 온도를 130도까지 올린다.
- 감자를 씻고 껍질을 벗긴 뒤, 프렌치프라이 자르개나 부엌칼로 단면이 각각 1cm가 되도록 길게 썬다. 가장 작거나 불규칙한 조각은 버린다. 감자의 양은 340~450g이 되어야 한다.
- 감자를 헹구지는 말고, 종이 수건으로 신경 써서 말린다. 기름이 준비될 때까지 단단히 싸둔다.
- 감자를 튀김 바구니에 담아서 기름에 담근다. 기름 온도가 다시 125도로 오를 때까지 센 불에서 튀기다가, 불을 줄여 온도를 유지한 채 9~10분간 튀긴다.
- 바구니를 든 뒤 기름의 온도가 190도가 될 때까지 감자를 건져둔다. 불은 세게 올려 놓아야 하며 기름 온도는 195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 감자를 다시 기름에 담가 3분 동안 튀긴다.
- 튀김 바구니를 들어 올려 기름을 몇 번 털어내고, 종이 수건을 깐 접시에 뒤집어 기름기를 종이 수건으로 빨아들인다. 먹기 직전에 소금을 넉넉히 뿌린다.
또 과학적인 이론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책 뒤 소갯글처럼 여행기와 레시피, 논문이 결합된 독특한 책이라는 것이 허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에요. 특히 술이 심장질환의 요인이 아니고, 적절히 술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오래 산다는 컬럼은 아주 좋았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컬럼 내용에 폭음은 위험하고 담배는 아주 좋지 않다고 쓰여 있어서 제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말이죠. 마셨다 하면 폭음이니... 야채가 사실은 여러 가지 자연 독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컬럼은 추리 소설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그 외에도 식욕 억제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검증한다던가, 소금에 대한 현재의 우려는 지나치다던가 (소금과 혈압의 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음) 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와 가치 모두 뛰어나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재미있는 주제들에 저자의 음식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과 확고한 견해, 그리고 유머러스한 글 솜씨가 더해져 풍성함을 한껏 전해준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그"지에서 음식 평론가로 활동하며, "줄리아 차일드 도서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허언이 아닌 셈입니다.
단, 글이 쓰여진 시기가 90년대로 보여지는데 2010년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약간 유행을 따르는 주제들 (다이어트 방법)이라던가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글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개정판이 최소 10년이 지난 뒤에는 나와주는게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은 사소할 뿐 이런 류의 컬럼으로는 최상급이라 생각되네요. 저도 이런 컬럼을 써 보고 싶어집니다.
2019/07/27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 토모이 히츠지 / 김선숙 : 별점 2점
![]() |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 ![]() 토모이 히츠지 지음, 김선숙 옮김/꼼지락 |
수프가게 시즈쿠의 점장 아사노가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침 영업시간에 방문한 손님들의 고민, 수수께끼를 풀어준다는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일상계답게 추리적으로는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큰 사건이나 수수께끼가 등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떤 에피소드는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설득력은 높지만 대체로 시시합니다.
추리보다는 시즈쿠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수프에 대한 묘사가 더 볼거리입니다. 뭐 하나 빼 놓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는 수프들이 연이어 소개되는 덕분입니다. 묘사도 빼어나서 군침을 돌게 만들고요.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추리와 연관되어 등장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비너스는 알고 있다"에 등장하는 클램차우더가 대표적입니다. 작 중 시아니의 연인 호시노는 뉴욕에 유학했으며 토마토를 좋아하는 여성인데, 그녀가 본고장의 맛이라고 만들어 준 클램차우더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토마토를 넣어 만든 맨해튼 식이 아니라 크림을 넣은 보스턴 식이었습니다. 이 사소한 실수는 호시노의 거짓말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프들은 그냥 배경 묘사에 그칩니다. 조금 과하다 싶은 만화적인 설정들도 - 천상의 맛을 선사하는 훈남이자 탐정 쉐프와 인형같은 딸이라니! - 감점 요소고요. 아울러 추리적으로는 평균 이하인 탓에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후속권이 출간되면 읽어볼 생각입니다. 수프 묘사는 그만큼 독보적이니까요. 제가 수프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시고 수프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각 에피소드별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거짓말쟁이 본 팜므"
광고 회사 무료 책자 제작 부서에서 일하는 리에는 어느날 명품 화장품 파우치를 회사에서 분실하고 말았다. 동료 누군가가 가져간게 확실하지만 누구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누군가가 파우치를 리에의 자리에 되돌려 놓은 뒤, 회사의 후배 하세베 이요로부터 까닭모를 미움을 받는데...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침 영업시간이 있는 수프가게 시즈쿠의 아사노 점장과 딸 츠유, 종업원 신야 군, 그리고 무료 책자 제작 부서의 리에와 상사 콘노 후미코, 동료 이노 가츠오, 신입사원 하세베 이요라는 주요 등장인물과 주요 설정이 소개되는 첫 작품입니다. 회사에서의 갈등, 그로 인한 위통에 시달리는 리에의 고민을 아사노 점장이 해결해주는 내용이지요.
추리적으로는 공정합니다. 아사노 점장에게 주어지는 단서는 독자와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안락의자 탐정물인 셈입니다. 나이가 많은 후미코 편집장과 리에의 동료 이노가 연인 사이였다는 추리도 과감하면서도 그럴듯 하고요.
아울러 추리의 시발점이 되는게 프랑스 요리인 '혀가자미 본 팜므'라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본 팜므의 뜻인 '좋은 여성, 좋은 아내'라는 말 때문에, 나이가 많은 후미코가 부담을 느끼고 결별을 통보한게 모든 사건의 원인이었지요. 그 뒤 이노는 리에의 파우치를 후미코의 것으로 착각하고 가져갔다가 돌려 놓았는데, 돌려 놓는 모습을 본 하세베 이요가 리에를 질투하여 미워했던 - 이요는 이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 겁니다.
이 모든 건 독자에게도 이미 공개된 여러가지 정보와 단서 - 후미코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 후미코가 리에의 파우치에 관심을 가졌다 등 -를 통해 뒷받침되고요.
이 정도면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비너스는 알고 있다"
하세베 이요는 대학 시절 동경했던 선배 시이나의 실연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에게 수프가게 시즈쿠를 소개해 주었다. 시이나는 연인 호시노가 급작스럽게 종적을 감춘 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 이요는 어떻게든 시이나의 기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전편에서 등장했던 리에의 후배 하세베 이요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별 볼일 없습니다. 시이나의 결벽증에 가까운 여성관에 캬바쿠라에서 일한 과거가 있는 듯한 호시노 묘사가 덧붙여지면 진상이 너무 뻔하니까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단서의 제공도 지나치게 정직합니다.
앞서 요약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클램차우더 수프와 호시노의 정체를 연결하는 전개는 좋지만 다른 부분은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은 없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후쿠짱의 다이어트 분투기"
하세베 이요의 친척 후쿠짱 미츠바의 다이어트 과정이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후쿠짱의 몸이 이상하다는건 독자들 모두 알 수 있어서 추리적인 매력은 거의 없습니다. 섭식장애로 38kg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반전은 꽤 충격적이기는 한데, 이를 화장실 냄새(구토 탓)와 구토 시 위산으로 노래진 치아라는 단서만으로 설명하는건 역부족이었어요. 손등에 난 상처는 단서라고 할 수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아사노는 미츠바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독자는 이를 확인할 수 없기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는 큽니다. 후쿠 짱에게 계속 음식을 선물하는 지인들과 후쿠짱의 가족, 특히 동생 가나코와의 갈등에 대한 반전도 딱히 새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려"
리에는 시즈쿠에서 아침을 먹다가 반지 도둑으로 몰렸다. 결혼 전 밤새 놀고 가게를 방문한 3인조 중 반지의 주인 린이 화장실을 사용한 직후 화장실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범은 린의 친구 유리노였다.
범인 유리노가 원추리 꽃에 반지를 숨겼다는 건 너무 뻔해서 추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기도 불분명하고요.
그래도 딱 한가지, 유리노의 신발에 라유가 튄 게 단서가 된다는건 볼만했습니다. 그녀가 신발을 닦기위해 허리를 굽혔으며, 덕분에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추리로 이어지는데 상당히 설득력있었거든요.
그러나 반지를 숨긴 동기를 행복해 보이는 친구를 질투했다는 정도로 설명한건 영 별로에요. 사건 직전에 세 명의 친구들이 만나서 밤새 놀았다는 설정이 있으니까요. 보통 이런 경우, 함께 놀더라도 밤을 세울 리는 없잖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나를 못 본채 하지마"
현재 : 리에는 쇼핑 중 츠유가 엄마를 만나는걸 목격하고 뒤를 쫓았다. 츠유의 엄마는 죽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츠유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휴대폰으로 누군가 통화하는 걸 보고, 시즈쿠를 찾아 아사노 점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데...
과거 : 순경 아사노 시즈쿠는 아름다운 소녀와 그녀의 엄마라는 유즈키 아사코를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소녀가 여러모로 위태위태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을 쏟게 되었다.
현재와 과거의 아사노 가족에 대한 두 편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됩니다. 현재는 아사노의 딸 츠유가 왜 '엄마'라고 부르는 여자와 함께 다니는지에 대한 이야기, 과거는 아사노 순경과 한 소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가 볼만합니다. 츠유가 만난건 엄마가 아닌데, 그 여자는 츠유의 엄마인 척 한다는 수수께끼를 정말 몇 안되는 주어진 단서로 풀어내는게 꽤 그럴듯한 덕분입니다. 그녀는 츠유의 친구 렌카의 엄마였다는게 진상이고요. 렌카를 꼬드겨 현금카드를 빼돌릴려고 했던건데, 정작 자기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일이 언제인지,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모두 까먹었다는 내용으로 실제로 있음직하다 싶어서 와 닿았습니다.
그러나 아사노 점장의 과거를 다룬 과거 이야기는 별로입니다. 소녀가 사실은 소년이었다는 반전은 기발하기는 하지만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관계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보여요.
게다가 소년 아키라가 아사노 순경과 10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다는 전개는 진짜 난데없더군요. 제일 첫 에피소드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랑'과 연결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냥 이 이야기는 빼고 리에가 아사노에게 품은 연심을 확인한다는 정도로 끝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07/03/08
파우스트 Vol.3 -2007 겨울 : 별점 2점
| 파우스트 2007.겨울 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학산문화사(잡지) |
경성탐정록으로 인연을 맺은 계간지입니다. 두께에 놀라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가 3일에 걸쳐 겨우 완독하였습니다.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과연 이 잡지가 팔리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잡지 전체의 작풍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가 모호했거든요. 호러와 판타지, 추리, SF가 뒤섞여 있는 쟝르문학 잡지이기는 한데 각 작품이 목표로 하는 독자의 타겟과 작풍이 너무나도 달라서 이 두꺼운 분량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잡지를 소구하는 독자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맛은 별로고, 취향에 따른 일부 재료만 맛있는 잡탕찌게랄까요?
아울러 작품들의 문체나 설정만 놓고 보면 대상 연령층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데 작품들 대부분이 잔혹한 폭력과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보인다는 것도 아이러니했습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작품들이 "젊은 감성" 이라는 카피를 달고 나오긴 했지만 예전의 기쿠치 히데유키류의 엽기 에로 폭력물(?)의 문체만 약간 바꾼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기본적인 설정이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제가 보기에 결과물 그 자체로는 결국 똑같아 보였거든요. 작가의 의도와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의 고민이 아쉽더군요.
결론내리자면 제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별점은 2점. 경성탐정록을 제외하고 베스트를 꼽자면, 강병융의 "킬킬킬"과 세이로인 류스이의 "성공학 캬라 교수"입니다. 그 외에도 한국 작품들은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인데 일본 작품들은 정말로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장르 문학이라 하더라도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만큼 추리면 추리, 판타지면 판타지, 호러면 호러 식으로 특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거기에 더해 페이지도 좀 줄이고, 가격도 좀 더 줄인다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미스터리 관련 대담을 미루어 볼때 향후의 잡지의 발전 방향이 그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내심 개인적으로 기대해 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 - 니시오 이신
마법소녀가 등장해서 다른 마법사와 싸움을 벌이는 격투 액션물.. 로 보입니다. 재미있긴 한데 왜 소설로 쓰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도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내용의 대부분이 액션 장면인데 만화 등으로 구현하는 것이 더 임팩트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아주 약간의 두뇌싸움이 등장하지만 비쥬얼이 중요한 요소로 쓰이는 두뇌 게임이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2. 제로자키 키시시키의 인간 노크 - 니시오 이신
이것 역시 니시오 이신 작품입니다. "제로자키 일족"이라는 살인 집단과 그들에 대항하는 조직의 짤막한 사투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역시 재미는 있습니다만 "리스카"의 경우 처럼 이 작품도 만화쪽이 훨씬 어울렸을리라 생각합니다.
3. 그녀 집으로 오세요 - 이종호
한국 호러 소설의 중견 작가인 이종호씨의 신작입니다. "분신사바"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 기대했는데 이 작품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주요 설정을 "펫 세메터리"에서 가져온 것은 그렇다쳐도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과 묘사가 진부하기 이를데 없었거든요. 쑥쑥 읽히는 맛은 있기 때문에 다음편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4. 킬킬킬 - 강병융
취업난을 가지고 기발하게 써 내려간 단편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철수"와 "영희"라는 것 부터 기발하고, 여러가지 설정 등이 읽으면서도 참 재치있게 쓴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반전은 좀 더 복선을 깔아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으며, 마지막 엔딩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데? 라는 의문밖에는 생기지가 않더라고요.
5. 무지개빛 다이어트 코카콜라 레몬 - 사토 유야
여러가지 설정을 가져다 붙이면서 뭐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신병자입니다.... 내용도 왠지 모르게 뻔했고요. 이외의 평은 생략합니다.
6. ECCO - 타키모토 타츠히코
다중인격 (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다른 인격 (일지도 모르는) 존재와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소외감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잘 묘사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잔잔하면서도 전해 줄 이야기는 다 전해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슨 이야기인지는 당쵀 잘 모르겠다는 문제가 있긴 하네요.
7. 이상한 사람들 - 와타나베 코지
짤막한 콩트.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완성도는 높지만 어디선가 많이 보아왔던 이야기라는 것이 아쉽군요.
8. W*rld meets W*rld - 모토나가 마사키
설정, 묘사, 스토리 모든 것이 한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작품입니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지만 만화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호질 - 이선웅
파우스트 소설상 우수상 당선작입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히 깔끔하고 재미 있습니다. 하지만 심사평처럼 너무 서둘러 끝낸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결말부가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심령 수사관이 하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도 좀 황당했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재미나게 읽었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10. 성공학 캬라 교수 - 세이로인 류스이
젊은 감각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죠.^^ 그야말로 파격적인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만화가 내용과 밀결합되어 있는 것도 특이했고요. 하지만 이게 과연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11. 코마츠키 마키코 - 마이조 오타로
한 천재(?) 가 등장하는 소설로 다중인격(?) 같은 무언가를 밀도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담담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 기타 칼럼 / 대담 / 만화
2009/06/03
몸 - 김종일 : 별점 2점
| 몸 - 김종일 지음/황금가지 |
인터넷에서 평이 상당히 괜찮았던 한국작가의 호러단편집입니다. 중고서점에서 저렴한 가격덕분에 충동구매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네요. 한국 호러소설은 "분신사바" 이후 처음이군요.
어차피 "몸"이라는 소재에서만 통일성을 지니는 연작 단편집이라면, 앞서말한 "인체 모형의 밤" 이나 "Zoo" 처럼 꼭 괴물이 등장하거나 신비한 능력이 등장하지 않는,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일상계" 호러물을 포함시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손톱"을 소재로 해서 손톱을 깎다가 손톱깎기에 손가락이 잘리는 호러물라던가....^^ (농담입니다) 물론 이 책에도 일상계 호러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손" 이라는 작품이 한편 실려있기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유사한 묘사 때문에 강약 조절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작가가 스스로의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지나칠 정도로 "이토 준지" 스러운 스타일이라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큰 약점으로 보이네요. 이토 준지는 싫어해서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특히 "머리카락"이라는 단편은 아무리 봐도 이토 준지 단편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외의 "이형異形" 묘사들도 대체로 유사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토 준지의 경악스러운 기묘한 상상력은 따라가지 못한채 단편적인 묘사만 유사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겠죠...
그래도 컴플렉스와 일종의 정신착란? 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는 "얼굴", 등산 중 조난을 당한 뒤 과거의 망령과 맞부닥친다는 "링반데룽"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두 작품 모두 지나칠 정도로 전개와 결말이 뻔하긴 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는것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 두 작품처럼 작품마다 확실히 다른 이미지, 다른 전개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아직 이 나라에서 호러 소설은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독서였습니다. 정치가 호러라서 사람들이 정작 호러라는 쟝르에서는 별로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걸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6/12/25
하나씨의 간단요리 1,2 - 쿠스미 마사유키 / 미즈사와 에츠코 : 별점 2.5점
| 하나씨의 간단요리 1 -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
| 하나씨의 간단요리 2 -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
"고독한 미식가"로 잘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가 원작을, 미즈사와 에츠코가 만화를 맡은 일상계 구루메 만화입니다.
쿠스미 마사유키의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일상계와 평범한 먹거리 들을 조합하여 친숙함으로 어필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독신자가 이런저런 상점가 가게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사 먹는 "고독한 미식가", 은퇴한 직장인이 혼자서 이런저런 음식을 사먹거나 집에서 간단한 요리를 해먹는 "방랑의 미식가", 샐러리맨이 주로 혼자 이자카야를 돌아다니며 술을 먹는 "황야의 미식가" 모두 그렇지요. 이 작품 역시 남편의 단신 부임 탓에, 가정 주부 혼자 생활하고 식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30세의 젊은 여성이며, 말버릇이나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덕분에 주로 아저씨 대상의 일상계스러운 소소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주인공 하나코씨의 귀여운 매력과 적절한 개그, 유머가 더해져 있지요. 특정 장면만 보면 '개그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요.
하나씨 주변 인물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차이점도 큽니다. 친구 미즈키를 비롯해서 하나씨의 친정 부모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서점 사장님, 이웃집 동거인 죤 & 요코 등등 모든 주변 인물들이 나름의 존재감을 가지고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든요. 덕분에 이야기도 풍성해질 뿐 아니라 보다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또 다른 주역인 음식들 역시 밖에서 먹는 한 끼 식사나 술안주 가 주로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정말 혼자 사는 여성이 먹음직한 음식들이 소개된다는 차이를 보입니다.
집에서 해 먹는 과정이 대충이라는 현실적 감성도 잘 살립니다. 단팥죽에 떡을 구태여 넣어 먹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명란 덮밥 레시피에 가다랑어포를 추가는 약간의 어레인지는 확실히 주부스러웠고요. "포만감과 만족감이 죄책감과 패배감으로 돌변해 가는 오후..."라는 대사와 같이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장면과 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어요. 몇몇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도 주부, 30대 젊은 여성 분위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그러나 작화 면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그림으로는 세계 챔피언급인 다니구치 지로, 음식 만화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츠지야마 시게루에 비교하면 확실히 묘사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는 하나씨 표현에 어울리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음식'에는 적합하지 않았고요. 대체로 사먹거나 정말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 중심이기는 하지만, 딱히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이 없던 건 작화 문제가 컸습니다. 맛있는걸 먹고 행복해하는 하나씨 표정만으로는 많이 부족하지요. 이게 얼굴만 잡히는 포르노도 아니고...
또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하나씨의 수다에 대한 번역이 부실해 보이는 것도 눈에 거슬렸어요. 뭔가 라임을 활용한 아재개그 스타일 말장난이 중심인데, 적절히 번역하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조금 더 맛을 살려 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음식만화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적인 재미가 결합되어 있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확실히 많아요. 나름의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에 이런저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드라마, 거기에 더해진 여러가지 음식 이야기.라는 주요 키워드만 놓고 보면 "아빠는 요리사"와 똑같습니다. 본인의 히트작 "고독한 미식가"를 벤치마킹한 "방랑의 미식가"나 "황야의 미식가" - 이쪽은 "술한잔 인생한입"도 많이 참조한 것 같습니다만 - 도 그러한데, 인기 히트작을 참조하여 새로운 파생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결과물만 좋다면야 뭐 나쁘지야 않죠.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까요. 허나 "아빠는 요리사"가 수십년간 이어온 장기 연재작으로 가족 구성과 분위기가 전통적인데 반해, 이 작품은 남편의 단신 부임으로 강제 독신 신세가 된 하나씨를 비롯, 옆집에서 동거하는 존과 요코, 결혼도 하지 않고 애인과 아기부터 가지게 된 친구 미스즈 등 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2017/02/10
바텐더 - 윌리엄 래시너 / 김연우 : 별점 2.5점
![]() | 바텐더 - ![]()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떠돌이 바텐더 저스틴 앞에 정체불명의 노인 버디 그래클이 나타났다. 버디는 수 년 전 저스틴 어머니 살인 사건의 범인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자신이 청부를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가 의뢰했는지 알고 싶으면 1만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바텐더가 오래전 살인 사건 진상을 찾아나선다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예전 어딘가에서 책 소갯글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이지요.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 소개가 상당히 흥미로왔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법 두꺼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몰아쳐서 하룻만에 읽어버릴 정도로요. 이야기의 도입부부터 인상적입니다. 어머니의 살인범이 아버지라는걸 고발했던 기억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벗어났는데,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나타나 사실은 자기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밝힌다!는 이야기를 짧은 도입부 안에서 긴장감 넘치게, 완벽하게 서술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정말로 어머니를 죽인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도저히 다음 장을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읽었던 작품들 중 가장 괜찮았던 도입부였다 생각되네요.
사건을 개인적으로 파고드는 바텐더 저스틴 나름의 수사 활동도 그럴싸합니다. 과거 로스쿨 출신이라는 배경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우직한 인터뷰, 탐문 중심의 조사만 벌이는게 무척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시작한 후 의미있는 단서를 손에 쥐게 되는 것도 이모와 형과의 인터뷰부터 였다는 점 역시 설득력 높은 전개였고요.
또 이 작품만의 특징인데, 제목에 걸맞게 칵테일 활용이 아주 탁월해서 눈길을 끕니다. 그 중에서도 모든 단락의 소제목을 칵테일과 다양한 술, 음료수 이름으로 구성한 것이 아주 괜찮았어요. 마구잡이로 붙인 것이 아니라 단락의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내용에도 술이 적절하게 인용됩니다. 알콜 중독자 버디(던)을 낚기 위해 조니 워커 블루 라벨로 유혹한다던가, 아버지의 옛 불륜 상대 애니를 찾아간 저스틴이 그녀의 냉장고 속 다이어트 진저에일, 썩어가는 딸기, 말라 비틀어진 라임, 싸구려 보드카로 스트로베리 뮬을 만들어 준다는 식으로요. 해고된 저스틴이 친구 코디에게 총을 구입해달라며 최고급 데킬라 테존 아녜호를 주는 장면도 빼 놓을 수 없겠군요.
제가 칵테일, 술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더 즐길거리가 많았던 것 같은데, 여튼 이러한 요소들은 던이 코디에게 보험 사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복선 등에서 활용되는 디테일과 함께 작품의 짜임새를 높여줍니다.
그러나 추리, 범죄 소설로 볼 때 너무 별 볼일 없다는 단점도 명확합니다. 첫 번째로, 아버지의 작전은 너무 별볼일 없습니다. 플린이 증언 철회를 하기 위해 그냥 두어도 되는데 왜 죽였을까요? 그를 죽이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비밀이 있는 진범이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게 과연 합리적인 시나리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단순 사고로 처리될 위험도 있고, 결국 사람을 더 죽여야 하는 위험부담을 짊어져야 하니까요. 이보다는 플린 증언 철회를 통한 재심을 일단 시도해보는게 더 낫지요.
또 아내의 불륜과 그에 따른 범행 조작 역시 증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재닛 모스가 몇년이 지난 후 죄책감으로 자살했다? 죽일만큼 미워한 여자가 죽었으면 두다리 쭉 뻗고 자면 잤지 자살했을리가 없습니다. 설령 그랬더라도 살인을 청부했다는 증거는 절대로 찾을 수 없었을테고요. 한마디로, 유죄 판결을 뒤엎을만한 증거는 전무합니다.
두 번째로, 버디 그래클(던)의 모든 행동이 말이 안됩니다. 제이크를 찾아와 자신이 범인이라고 이야기하는 도입부부터요. 왜 데릭이라는 유능한 하수인을 두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이 1만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까요? 푼돈 벌이라도 하려는 의도였다고 칩시다. 그래도 저스틴이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던이 협박, 회유 중에 데릭을 이용하여 제이크를 위협하는 것도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저스틴이 사건에 뭔가 있다는 생각을 굳히고 더 열심히 조사에 나서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으니까요. 성과는 없고 뭘 기대했는지도 알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럴 바에야 데릭을 시켜 빈집을 터는게 훨씬 나았을테지요.
그나마 여기까지야 괜찮다쳐도, 던이 최후의 순간에 애니의 집에 침입해서 칼부림을 한건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역시나 없지만, 끔찍할 정도로 작위적인 탓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집에 살인범이 침입하지만 백마탄 왕자가 구해준다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의 반복에 불과해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되는 죽은 어머니의 장신구들도 도대체 어디서 났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사건이 현재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중요한 증거품인데 이게 어디서 났을까요? 이렇게 설명되지 않는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기는 힘들겠지요.
저스틴 캐릭터 역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드보일드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냉소적인 성격과 입담은 나쁘지 않습니다. 허나 술이나 다른 자극적인 것 모두 입에 대지 않고 고기도 먹지 않으며 오로지 명상과 요가로 자신을 다스리는 구도자적인 인물이라는 것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장황합니다. 사실 작품과 별 상관도 없는 설정인데, 그냥 너무 멋을 부린 느낌이에요. 구도자처럼 사는데 불구하고 여자는 왜 이렇게 밝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요. 그냥 아픈 과거가 있는 바텐더 정도가 적당하지 않았을까요? "바텐더"의 사사쿠라 류 처럼 손님의 심리와 느낌을 잘 파악하는, 한마디로 '눈치'가 빠르다는 바텐더의 특기를 잘 살려 사건 수사와 연결했더라면 훨씬 더 제목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을텐데, 책 속 묘사로는 바텐더의 기술과는 무관한 저스틴의 수도승같은 생활이 더 중요하게 묘사되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던과 다른 청부업자들의 힘 센 도구 역할을 하는 데릭은 도무지 왜 등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아요. 너무 눈에 띌 뿐더러 범행도 지나치게 많이 저지르는데 그냥 공기와 같은 인물이라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건에서 손쉽게 빠져나가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을 이야기에 개입시키는 것보다는, 던과 데릭을 합쳐 실제로 몸을 써서 사람을 죽이는 보다 사악한 악당을 그려내는게 대결 구도에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지만 여러모로, 특히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적절한데, 개인적으로는 눈치빠른 바텐더와 미녀 단골 손님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 이야기가 더 좋지않았을까 싶네요. "구석의 노인"의 변주처럼요.
2026/05/17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3) 무덤 위 에로그로 식탁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이단자의 사랑"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유학 시절이던 1934년에 단편 "타원형의 거울"로 데뷔한, 국내 최초의 본격 추리소설 작가 김내성의 단편입니다. 저는 절판된 지 오래된 단편집 "비밀의 문"을 통해 이 작품을 접했는데, 다행히 최근 복간되어 이제는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으니 참고하세요.
의사 김철하는 애련과 약혼했지만, 1년에 한 번만 그녀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을 걸고 그녀를 시인 추강에게 양보합니다. 추강이 그녀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련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추강은 그녀의 묘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습니다. 애련의 살과 피로 자라난 복숭아 열매를 김철하가 보는 앞에서 홀로 독점해 맛보기 위해서였지요. 추강은 김철하가 찾아오는 날마다 복숭아를 따 먹으며 그의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과시합니다.
이 장면은 추강의 광기 어린 독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묘사가 정말 일품입니다. 탐미적이면서도 에로틱하고, 변태스러우면서도 그 과즙이 입안에 흥건하게 고이는 느낌을 줄 정도로 사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미녀의 무덤에서 자란 과일로는 복숭아만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복숭아는 원래 미녀를 상징하는 과일이기도 하니까요.
복숭아는 본래 "손오공"에 등장하는 천도복숭아처럼 장수의 상징이자 귀신을 쫓는 신령스러운 과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농밀한 여인의 이미지가 덧붙여졌는데, 복숭아의 특성과 맛 때문일 겁니다. 맛있는 복숭아를 뜻하는 '수밀도'라는 단어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껍질이 얇고 살과 물이 많으며 달콤한 맛'이라는 뜻이 미녀와 연결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요. 뜻 뿐만이 아니라, 높은 당도에도 불구하고 저칼로리에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고, 비타민도 많아서 피부 미용에도 좋으며, 피부의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는 타이로시나아제라는 성분을 억제해서 피부 미백 효과도 볼 수 있다니, 미인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과일입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추강은 한여름 날 복숭아를 따서 껍질째 먹는데, 이 방식이야말로 복숭아를 제대로 먹는 방법입니다. 껍질에 비타민 E 등 유익한 성분이 많고, 높은 온도에서 단맛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강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김철하는 복숭아를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져온 고래고기 통조림만 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래고기의 정체를 알아챈 추강에게 김철하가 "고래고기다!"라고 외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43년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입니다. 당시 고래고기는 가장 싸고 대중적인 고기였습니다. "맛의 달인" 등에서도 전쟁 전후에 고래고기가 저렴한 서민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전에는 포획량이 많아 흔한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포경 금지로 인해 귀하고 비싼 음식이 되었지만요.
고래고기는 육고기와 생선의 중간 맛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회나 수육으로 먹었고 일본에서는 스테이크나 꼬치 요리로도 소비되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모비 딕"에서는 스테이크로 먹는 묘사가 등장하고, 아이슬란드에는 고래고기 꼬치가 전통 요리 가운데 하나라고도 하네요.
콜레스테롤 없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온갖 비타민도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가도 뛰어나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철 성분이 많은 고래의 피가 썩으면서 나는 냄새인데, 고래는 죽자마자 바로 피가 부패되기 시작합니다. 육지 동물보다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은 탓이지요. 헤모글로빈은 단백질이라 곧바로 썩거든요. 그런데 고래는 정식으로 잡을 수 없어서 그물에 걸려 죽은 경우 등에 한해서만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를 곧바로 뺄 수 없어서 냄새가 나게 됩니다.
작품에서처럼 통조림으로 만들 때는 냄새가 심한 싸구려 고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진한 양념을 사용해 냄새를 잡고 맛을 균일화하는 조림 방식으로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야마토 조림' 고래고기 통조림이 있습니다. 설탕, 생강, 간장 등으로 조린 이 요리는 냄새를 잡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다만 고기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짐작하시듯, 작품 속 고래고기 통조림 속의 고기는 고래고기가 아닙니다. 조리 방식도 장기 보존을 위해 소금에 절인 뒤 말렸을 뿐이지요.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육포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엠브리오 기담" 수록작 "지옥"에도 등장합니다. 산적들에게 잡힌 주인공이 구덩이에 갇혀, 산적들이 던져 준 육포로 연명하다가 함께 갇혔던 신혼부부 중 신부가 도망친 날, 신선한 고기가 던져졌다는 내용이 압권이지요. 지옥 구덩이에서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해 산적 일가를 구덩이에 가둔 뒤 벌어진 참상도 상상을 초월하고요. 참고로 야마시로 아사코는 "ZOO"와 "GOTH"의 작가 오츠 이치의 또 다른 필명입니다. 작품도 과연 오츠 이치구나 싶어요.
"이단자의 사랑"은 지금 기준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에로그로' 코드가 과도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영향이 짙으며, 흔한 삼각관계 치정극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시인과 과학자의 대결 구도도 다소 부자연스럽고요. 그러나 반전만큼은 강렬합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약 50년 전에 이 작품을 읽으셨는데도 이 반전을 아직도 기억하실 정도입니다. 반전을 위해 사용된 복숭아와 고래고기의 대조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복숭아는 농밀하고 탐미적인 에로스를, 고래고기는 거칠고 냉혹한 그로테스크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에로그로'라는 키워드를 음식으로 명확하게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메이크한다면 어떤 통조림이 적합할까요? 저는 골뱅이 통조림을 떠올렸지만, 고기 형태가 너무 달라 쉽게 들통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통조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2015/11/17
잠자는 숲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1.5점
| 잠자는 숲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
다카야나기 발레단 사무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화가 가자마 도시유키였다. 몰래 침입한 가자마를 발레단원 하루코가 살해한 것으로, 정당방위로 보였다. 그러나 가자마가 발레단에 침입한 이유를 알지 못해 고민하던 경찰들을 농락하듯, 발레 마스터 가지타도 연습 중 살해당했다. 두 개의 사건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가가는 발레리나 미오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도 사건의 진상에 점점 접근해 나가는데...
"졸업"에서의 연인 사토코와 헤어진 뒤 경찰이 된 가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가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추리’라는 요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가자마의 죽음은 별다른 트릭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사고사에 가까운 탓입니다. 물론 맨 마지막에 범인은 하루코가 아니었다는 진상이 밝혀지긴 합니다만, 독자가 주어진 정보로 진상을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맥락상 하루코가 죽였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 사건인 가지타 살인 사건에는 트릭이 사용되었지만, 가지타가 살해당한 방법이 뭔가에 찔렸기 때문이고 윗 옷 안에 모종의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는건 현장 검증 만으로 초기에 밝혀집니다. 때문에 특별히 대단한 트릭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범인인 야스코가 이런 장치 트릭까지 사용해가며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경찰 수사가 집중되는 와중에 공연 연습 중 살해한다는 무모한 짓 덕분에 용의자는 발레단 사람으로 좁혀지고, 다른 사람을 시켜 자켓에 물을 묻히는 알리바이 공작을 통해 빠져나가려 한 시도는 작중 언급되듯 공범, 혹은 우연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유치한 공작에 불과해서 결국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니까요. 한마디로 "쓸모 없고 무모하고 현실성 없는 바보 같은 짓거리"였습니다.
그리고 가지타가 자기 등을 뭔가가 찌르는데도 자리에 앉아 공연 감독을 계속했으리라는 확신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벌떡 일어나서 등에 뭐가 있나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럴 거였다면 차라리 의자에 주사기를 붙여 놓는 식으로 흉기가 드러나도 상관없도록 만드는 게 나았을 겁니다. 흔해빠진 주사기는 구입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고, 공연 연습 중 수시로 단원들이 지나다녔기 때문에 용의자를 만들기도 더 쉬웠을 테니까요.
4년 전 배신의 복수라는 동기도 빈약합니다. 자신을 치정 사건의 당사자로 몰았다는 것인데, 4년 전 사실이 밝혀졌다는 이유로 급작스러운 살의를 품었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어차피 다 끝난 일인데, 뭐가 그리 큰 문제였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초기작에서 자주 보이는 조금 억지스러운 전개도 아쉬웠습니다. 특히 미오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정작 미오가 범인이라는건 독자를 기만하는 것입니다. 독자를 교묘하게 속이는 고도의 서술 트릭물과는 거리가 멀고, 대놓고 사기 치는 것에 불과해요.
덧붙여 단점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가가와 발레리나 미오의 달착지근한 연애 감정이 가득하고, 가가 교이치로가 사랑에 죽는 쾌남 형사로 묘사되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후속작들에서 보여주는 묵직한 매력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래서야 주인공 말고는 '가가 형사' 시리즈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 즉 4년 전 야스코와 아키코가 얽힌 치정 사건이 두 사건의 동기임을 밝히는 부분은 추리라고 부를만 합니다. 그중에서도 치정 사건을 일으킨 발레리나는 사실 아키코였다는 것이, 그녀의 연인이었던 화가 아오키가 남긴 그림을 통해 밝혀지는 부분만큼은 인상적이었어요. 4년 전 당시 야스코는 아직 필사의 다이어트 이전이라 그림의 모델일 리 없다는 것이 단서인데,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정보가 제공되는 등 추리 소설의 미덕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미오의 빈혈에 대한 추리 역시 일상 미스터리스러운 느낌을 전해 주는 부분으로 나쁘지 않았고, 벽에 부딪힌 가가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도 괜찮았습니다. "졸업"에서도 그랬지만, 가가의 아버지를 궁극의 탐정 역할로 설정하려는 계획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마치 "맥가이버"의 할아버지처럼 말이죠. 세 번째 작품부터는 왜 이런 설정이 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또 발레단에 대한 자료 조사가 충실한 점도 좋았습니다. 발레단의 분위기와 연습, 공연 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작품의 설득력을 높여 주었고,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과 독침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을 연결시킨 설정도 약간 억지스럽지만 괜찮았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엘러리 퀸의 작품"을 언급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습니다. 저 역시 엘러리 퀸 작품의 트릭이 그렇게나 잘 먹혔을 것 같지 않다는 데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별로이고, 점수를 줄 만한 부분도 적습니다. "졸업"에 비하면 트릭마저도 별 볼일 없으니까요. 확실히 초기작이라는 티가 팍팍 나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팬이라도 딱히 구해 읽어볼 필요없는 망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21/04/24
삼귀 - 미야베 미유키 / 김소연 : 별점 2.5점
![]() | 삼귀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
괴담듣는 아가씨 오치카가 주인공인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시리즈 네 번째 작품입니다. 대충 읽다보니 순서를 건너 뛰었네요. 그래도 읽는데 지장은 없었습니다. 살짝 안 읽은 이야기가 소개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괴담 이야기 한 개가 한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원래도 연재물이기도 하고요.
별로 무섭지 않았고, 다른 곳에서 접해 보았던 설정이 많았다는건 전작과 동일합니다. 그래도 나름의 변형이나 상세한 설정, 묘사가 좋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단, 새로운 등장인물과 함께 시리즈의 큰 변화를 암시하는 마무리는 여러모로 불길합니다. 다음 권에서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주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미망의 여관"
고모리, 오사키, 요노 세 마을은 매년 봄, 마을에서 모시는 신인 아카리님을 깨우는 초롱 축제를 열어왔다. 하지만 영주님이 세살짜리 딸을 잃었다는 이유로 축제를 금지하자, 농사를 위해 축제를 멈출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누시의 손님으로 마을에 머물고 있던 화가 이와이 세키조의 제안을 따르기로 뜻을 모았다. 나누시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유폐시켰던 별채를 초롱으로 만들자는 안이었다. 그러나 이와이 세키조의 진짜 계획은 따로 있었다. 그는 죽은 자신의 어린 아들과 아내에 대한 회한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초롱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축제날, 별채에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그림이 어우러져 초롱처럼 밝혀지자 저승과의 문이 열리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별채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죽은 사람을 돌아오게 만든다는 괴담은 많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돌아온다는 식의 전개가 대부분이고요. 고전 "원숭이 손",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작품도 기본 설정은 동일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글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덕분에 단순한 아류작들과는 수준을 달리 합니다. 죽은 사람을 돌아오게 만드려는 이와이 세키조의 계획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실제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대소동, 그리고 돌아온 망자들을 극락으로 돌려보내는 마무리까지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회한, 애정과 연민이 절절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들도 감동적이었고요. '집착하지말고,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와이의 계획이 '여러 지방에서 지내는 제사를 조사해봤는데,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열심이었다'는 데에서 착안했다는건 좀 이상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제사는 망자를 잘 먹여서 돌려보내는게 목적이니 그럴듯한 착안인건 맞아요. 그런데 이건 죽은 사람, 망자들이 잘 돌아온다는 뜻이잖아요? 이전에 죽은 사람의 그림을 아무리 열심히 그려봤자,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지 않으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았는다는 이야기와는 정반대인거지요. 이 말 때문에 3개의 마을을 동원해가면서, 마을 축제급으로 애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아카리 님의 신통력이 뭔가 작용했다는 식으로 조금 설득력을 갖추어 주었더라면 완벽했을텐데 아쉽습니다. 작품에서는 순전히 운이 좋아서 망자들을 불러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에요. 망자들에게 저승으로 가는 통행증을 주는걸로 만사해결되는 결말도 운이 좋았던 것에 불과한건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 만큼은 확실했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식객 히다루가미"
후사고로는 십년만에 방문했던 고향에서 에도로 돌아오는 길에서 아귀 히다루가미에게 씌워진 뒤, 히다루가미에게 먹을걸 주기 위해 과식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히다루가미는 중요한 손님을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후사고로가 도시락 장사로 성공하도록 도왔고, 후사고로는 '다루미야'라는 도시락 가게를 크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과식으로 히다루가미가 살이 찐 탓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되자, 다루미야는 여름에는 가게를 접고 휴식 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십년 뒤, 다시 후사고로가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히다루가미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장례식에서 들었던 스님의 독경 탓이었으리라...
열심히 일하면 도깨비도 도와줘서 복이 온다는 전래 동화같은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괴담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후사고로가 도시락 가게 다루미야의 주인인 덕분에, 여러가지 요리들이 등장해서 즐거웠습니다. 이야기도 뻔하지만, 히다루가미가 살이 쪄서 집이 무너질뻔하는 등 위기를 불러와서 '다이어트'를 위해 가게를 쉰다는 설정은 조금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좀 극단적이다 싶기는 했습니다만, 한번 뭔가를 한다면 극단적으로 하는게 에도 마인드?라는 생각도 드네요. 소품같지만 여러 볼거리가 많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삼귀"
구리야마 번의 에도 가로였던 무라이 세이자에몬이 오치카를 찾았다. 대략 이십여년전, 그가 겪었던 괴상했던 일을 이야기해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죗값으로 깊은 산 속 호라가모리 마을 산지를 맡았을 때의 일이었다. 살기 힘든 호라가모리 마을은 위, 아래 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마을에서 수습하기 어려운 환자를 솎아낼 때, 다른 마을 손을 빌릴 목적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 '오니'가 나타나 솎아내기를 맡게 되었다. 동료 산지기 스가의 아내와 아이가 솎아내기를 당한 뒤, 무라이와 스가는 오니를 쫓게 되는데...
무라이가 산지기가 되기 전 서두는 장황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구리야마 번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특히 과했고요. 다행히 진짜 괴담인 호라가모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윗 마을과 아랫 마을로 나뉜 이유가 섬뜩하더군요. 기근이 닥친 마을에서 아이들을 잡아 먹기로 했는데, 자기 아이는 잡아 먹을 수 없어서 나무 상자에 넣고 교환했다는 중국 괴담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 죽음을 도맡는 '처형인'이 있는게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단지 입을 줄이는 정도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끈질기게 가혹한 삶을 이어나간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무엇보다도 오니의 정체가 설명되지 않은건 아쉬웠습니다. 단지 사람의 죄?를 용서하지 않는 산의 분노라고 하기에는 애매했습니다. 오니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윗 마을에 환자가 생기면 아랫 마을 촌장이 가서 죽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계속 이어졌을겁니다. 오니는 아무런 댓가 없이 촌장들의 죄책감만 줄여준 셈으로, 오니는 그나마 마을이 유지되도록 도운, 유익한 지박령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형편좋은 요물이 있을리 없지요. 마을 사람들의 원념이 모인 결정체였다던가 같은 설명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무라이와 스가가 오니를 추격하다가 마지막에 오니가 빈 껍데기라는걸 알게 되는 정도에 그칩니다. 무라이가 '이 슬픔과 분노를 어찌할까'라고 생각하는건 그냥 멋드러질 뿐, 설명되는건 없어요. 오니가 뭔가 이유라도 외치며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도 - 사라졌다면 더 나았을텐데 말이죠.
호라가모리 마을 묘사가 탁월하고, 윗 마을과 아랫 마을에 얽힌 비밀에 대한 진상은 흥미로왔지만 오니의 정체 등 상세 설정이 개운하게 설명되지 않는 단점은 큽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오쿠라님"
흑백의 방에 찾아온 손님은 향료가게 비젠야 미녀 3자매의 막내 오우메였다. 그녀는 오치카에게 자기 가게에서 모시는 수호신 오쿠라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오쿠라님은 가게의 안녕을 돕고, 화재와 같은 재앙에서 가게를 지키며 가게 여주인과 딸들이 모두 미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신이었다. 그러나 큰 재앙에서 가게를 지킨 뒤에는 딸 들 중에서 한 명이 오쿠라님이 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 말대로 오우메가 15세가 되었을 때, 큰 화재에서 비젠야가 무사한 뒤 오우메의 언니 오기쿠가 새로운 오쿠라님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집의 수호신이 사실은 신이 아니라 불행을 가져다 주는 요물이었다는 괴담은 많습니다. 그래도 설득력있게 수호신을 그려낸 묘사도 좋고, '수호신'의 존재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젠야의 오쿠라님은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거든요. 집을 지켜준건 분명하니까요. 이를 위해 오쿠라님이 딸 중 한 명이라는 진상도 으스스했는데, 생각해보면 딸 중의 한 명을 무조건 바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몇 대에 걸쳐 큰 재앙이 닥쳤을 때 바치는 정도라면 꽤 합리적인 거래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간의 설정 변주 외에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결말도 뻔했고요. 이 이야기를 해 준 오우에는 사실 '생령'이 찾아온 거라는 진상도 별로였습니다. 비젠야의 마지막 데릴사위가 딸을 잃는건 참을 수 없다며 스스로 오쿠라님의 가호를 끊어버린 결과도 영 납득이 되지 않더군요. 행동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비호를 잃자 그간의 재난들이 모두 한꺼번에 몰려와 비젠야가 삽시간에 멸망해 버리고 말았다는데, 이런 기본적인 정보가 비젠야에서는 전승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이런 점에서 오쿠라님 괴담보다는 미시마야의 둘째 도미지로와 세책점 후계자 간이치를 비중있게 등장시키기 위한 발판 역할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문제는 새 등장인물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한량으로 재미삼아 괴담에 관심을 가지는 도미지로는 최악입니다. 괴담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로 접근할건 아닌데 말이죠. 그나마 간이치가 과자 종류를 맞출 때 추리력을 살짝 선보이는건 인상적이었지만, 오우메와 비젠야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는 딱히 두드러지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새로운 인물들과는 반대로 반대로 이전에 오치카 상대역으로 보였던 아오노 리이치로가 결혼과 귀향이라는 이유로 퇴장하는 결말도 급작스러워서 당황스럽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쉬어가는 느낌의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