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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7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3) 무덤 위 에로그로 식탁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이단자의 사랑"입니다. 이 작품은 일본 유학 시절이던 1934년에 단편 "타원형의 거울"로 데뷔한, 국내 최초의 본격 추리소설 작가 김내성의 단편입니다. 저는 절판된 지 오래된 단편집 "비밀의 문"을 통해 이 작품을 접했는데, 다행히 최근 복간되어 이제는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으니 참고하세요.

의사 김철하는 애련과 약혼했지만, 1년에 한 번만 그녀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조건을 걸고 그녀를 시인 추강에게 양보합니다. 추강이 그녀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련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추강은 그녀의 묘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습니다. 애련의 살과 피로 자라난 복숭아 열매를 김철하가 보는 앞에서 홀로 독점해 맛보기 위해서였지요. 추강은 김철하가 찾아오는 날마다 복숭아를 따 먹으며 그의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과시합니다.

이 장면은 추강의 광기 어린 독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묘사가 정말 일품입니다. 탐미적이면서도 에로틱하고, 변태스러우면서도 그 과즙이 입안에 흥건하게 고이는 느낌을 줄 정도로 사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미녀의 무덤에서 자란 과일로는 복숭아만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복숭아는 원래 미녀를 상징하는 과일이기도 하니까요.

복숭아는 본래 "손오공"에 등장하는 천도복숭아처럼 장수의 상징이자 귀신을 쫓는 신령스러운 과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농밀한 여인의 이미지가 덧붙여졌는데, 복숭아의 특성과 맛 때문일 겁니다. 맛있는 복숭아를 뜻하는 '수밀도'라는 단어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껍질이 얇고 살과 물이 많으며 달콤한 맛'이라는 뜻이 미녀와 연결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요. 뜻 뿐만이 아니라, 높은 당도에도 불구하고 저칼로리에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고, 비타민도 많아서 피부 미용에도 좋으며, 피부의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는 타이로시나아제라는 성분을 억제해서 피부 미백 효과도 볼 수 있다니, 미인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과일입니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추강은 한여름 날 복숭아를 따서 껍질째 먹는데, 이 방식이야말로 복숭아를 제대로 먹는 방법입니다. 껍질에 비타민 E 등 유익한 성분이 많고, 높은 온도에서 단맛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강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김철하는 복숭아를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져온 고래고기 통조림만 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래고기의 정체를 알아챈 추강에게 김철하가 "고래고기다!"라고 외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43년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입니다. 당시 고래고기는 가장 싸고 대중적인 고기였습니다. "맛의 달인" 등에서도 전쟁 전후에 고래고기가 저렴한 서민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전에는 포획량이 많아 흔한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포경 금지로 인해 귀하고 비싼 음식이 되었지만요.

고래고기는 육고기와 생선의 중간 맛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회나 수육으로 먹었고 일본에서는 스테이크나 꼬치 요리로도 소비되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모비 딕"에서는 스테이크로 먹는 묘사가 등장하고, 아이슬란드에는 고래고기 꼬치가 전통 요리 가운데 하나라고도 하네요.

콜레스테롤 없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온갖 비타민도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가도 뛰어나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철 성분이 많은 고래의 피가 썩으면서 나는 냄새인데, 고래는 죽자마자 바로 피가 부패되기 시작합니다. 육지 동물보다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은 탓이지요. 헤모글로빈은 단백질이라 곧바로 썩거든요. 그런데 고래는 정식으로 잡을 수 없어서 그물에 걸려 죽은 경우 등에 한해서만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피를 곧바로 뺄 수 없어서 냄새가 나게 됩니다.

작품에서처럼 통조림으로 만들 때는 냄새가 심한 싸구려 고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진한 양념을 사용해 냄새를 잡고 맛을 균일화하는 조림 방식으로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야마토 조림' 고래고기 통조림이 있습니다. 설탕, 생강, 간장 등으로 조린 이 요리는 냄새를 잡고 고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다만 고기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짐작하시듯, 작품 속 고래고기 통조림 속의 고기는 고래고기가 아닙니다. 조리 방식도 장기 보존을 위해 소금에 절인 뒤 말렸을 뿐이지요.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육포는 야마시로 아사코의 "엠브리오 기담" 수록작 "지옥"에도 등장합니다. 산적들에게 잡힌 주인공이 구덩이에 갇혀, 산적들이 던져 준 육포로 연명하다가 함께 갇혔던 신혼부부 중 신부가 도망친 날, 신선한 고기가 던져졌다는 내용이 압권이지요. 지옥 구덩이에서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해 산적 일가를 구덩이에 가둔 뒤 벌어진 참상도 상상을 초월하고요. 참고로 야마시로 아사코는 "ZOO"와 "GOTH"의 작가 오츠 이치의 또 다른 필명입니다. 작품도 과연 오츠 이치구나 싶어요.

"이단자의 사랑"은 지금 기준으로 뛰어난 작품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에로그로' 코드가 과도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영향이 짙으며, 흔한 삼각관계 치정극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시인과 과학자의 대결 구도도 다소 부자연스럽고요. 그러나 반전만큼은 강렬합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약 50년 전에 이 작품을 읽으셨는데도 이 반전을 아직도 기억하실 정도입니다. 반전을 위해 사용된 복숭아와 고래고기의 대조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복숭아는 농밀하고 탐미적인 에로스를, 고래고기는 거칠고 냉혹한 그로테스크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에로그로'라는 키워드를 음식으로 명확하게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메이크한다면 어떤 통조림이 적합할까요? 저는 골뱅이 통조림을 떠올렸지만, 고기 형태가 너무 달라 쉽게 들통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통조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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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0

일본요리 뒷담화 - 우오쓰카 진노스케 / 장누리 : 별점 2.5점

일본요리 뒷담화 - 6점
우오쓰카 진노스케 지음, 장누리 옮김/글항아리

제목이 꽤 강렬해서 관심이 갔던 책. 저자는 일본 최초 요리점 중 하나 우오쓰카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고물상을 운영하는 등 자신만의 삶을 산 괴짜 우오쓰카 진노스케입니다. <<격식 파괴 요리책 한 그릇 더!>>의 원작가로 더욱 친숙한 인물이지요. <<한 그릇 더!>>에서는 싸게, 쉽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이 책은 일본 식문화 전반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뒷담화라기보다는 일본의 식문화에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를 '교육'이라는 큰 틀로 묶어 풀어내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에 대한 교육, 제대로 된 일본 요리와 식문화에 대한 교육, 음식에 대해 정확하게 정보를 파악하는 교육 등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습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읽기 쉬웠으며, 흥미로운 내용도 제법 많았던 덕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치회에 대한 이야기처럼 일본 요리에 대해 알려진 상식들을 깨는 이야기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원래 참치회는 굉장히 쌌고, 특히 대뱃살은 거의 버리는 재료였는데, 전후 사람들이 진한 맛을 추구하면서 대뱃살 인기가 폭발해서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고 알고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이미 1915년에도 대뱃살은 최고급 재료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에도 시대나 다이쇼 시대에는 보존, 유통 기술이 부족해서 지방이 많아 상하기 쉬운 대뱃살을 유통하기 어려웠을 뿐으로, 보존과 유통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래도 맛있었던 대뱃살이 각광받게 된 것이라네요. 입맛이 변한게 아니라요.
고래 고기 이야기는 충격적이기 까지 합니다. <<맛의 달인>>에서도 일본 전통 식문화라고 강하게 주장했었는데, 고래 고기도 원래 잘 먹지 않았다고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1939년 잡지에 실린 기사를 통해 1935년 남극 빙해 지역 포경 시작 전까지 대다수 일본인에게 고래고기 요리법이나 맛은 익숙하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래 된 일본 고유 풍습이 아니라는 거지요. 잡지 기사 하나만으로 근거를 삼는건 좀 애매한데, 과연 뭐가 맞는건지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어지는군요. 이전에 썼던 글을 아예 고쳐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옛 일본에서는 회를 찍어먹을 때 술을 졸여서 조미료로 썼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리자케'라는 조미료로 우메보시, 술, 가쓰오부시를 졸여서 만듭니다. 짭쪼름하면서도 시큼 달큼할 것 같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고 싶군요. 맛술에 액젓, 식초를 조금 섞으면 비슷할까요?
마지막으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신토불이'는 원래 '인과응보'와 같은 뜻의 불교 용어라고 하네요! 이를 1907년 일본 육군의 이시즈카 사겐이 일본인은 일본 식자재를 일본 전통적인 방식으로 먹자며 제안한 사상의 슬로건으로 유명해진게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말인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였어요.

제목의 '뒷담화'에 가까운 쓴소리들도 일부 실려 있습니다. 지금은 옛날과 같은 '단란한 식탁'은 없는 시대이다, 지금의 현미는 다이쇼 이전 현미와 다르며 에도 시대 사람들은 백미에 치우친 극단적 편식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현미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등이 그러합니다. 이 중 '장수한 사람들이 먹은 식품을 예로 들어 이런걸 먹어야 장수한다!'는 억지라는 주장은 굉장히 와 닿더군요. 100세가 넘으신 어르신들이라면, 아무래도 태어난 곳에서 줄곧 먹어온 음식은 한정적이었을게 뻔하다는 논리인데 그럴듯해요.
많지는 않지만 <<한 그릇 더!>>와 같은, 간단한 비법 레시피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이소'에서 1000원으로 구입 가능한 재료'로 만든 요리들은 <<한 그릇 더!>> 그 자체더라고요.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던건 아닙니다. 보존식을 만들어서 두고두고 먹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낭비되는 재료 소모를 줄이자는 주장이 그러합니다. 전통을 지키고, 더 맛있고 영양가 있게 음식을 먹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라 생각되었거든요. 이미 조리는 극도로 단순한 형태로 제한하는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빠르고 편한 조리가 더욱 각광받는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니까요. 이런 주장을 펼치느니, 차라리 유기농으로 재배한 재료를 전통 방식으로 조리하여 밀키트나 통조림, 레토르르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체를 스스로 차리는게 나을겁니다. 햇볕에 쬔 고기가 맛있다면, 직접 만들어서 팔면 되잖아요?
또 지금은 제철인 음식이 없는데, 제철 음식을 먹자는 주장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사시사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농작물 재배 방식이 발전되고, 해산물은 양식이 가능해진 덕분입니다. 반대로 이를 제철에만 먹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해당 계절에 작황이 불량하면 그 해에는 특정 작물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현대 사회에서 양식없이 조업으로만 해산물을 채취한다는건 더 말이 안되지요. 해산물 자원 씨가 마르고, 가격도 폭등할게 뻔합니다. 제철이 없어짐으로 음식과 재료에 고마와하는 마음이 희박해진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현대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오히려 최대한 기술을 활용하여 먹거리를 제공하는게 먹는 것 만큼은 빈부격차를 최소화하는게 제대로 된 발전 방향이라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일본 관점에서만 쓰여졌다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 레시피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파는건 별로 없어 보여서 재현은 어려워 보이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저자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수 없고, 근거가 더 보강되어야 하며 일본 시각으로만 쓰여진 글들도 제법 많아서 감점합니다. 일본 요리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면, 딱히 권해드릴 책은 아닙니다.

2018/01/27

오로지 일본의 맛 - 마이클 부스 / 강혜정 : 별점 2점

오로지 일본의 맛 - 4점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글항아리

영국인 요리사 출신 작가가 쓰지 시즈오의 "일본 요리 : 단순함의 예술"에 깊이 매료된 탓에, 현재 일본 요리를 탐구하고자 3개월 동안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도쿄를 비롯한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를 맛보고 즐긴 경험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집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여행 목적은 그럴듯했지만 내용이 목적에 딱히 부합하지 않는 탓입니다. 그냥 일본 이곳저곳 여행기와 식도락이 결합된 뻔한 여행기에 불과합니다.
또 색다른 곳에서 느끼고 경험한 이색적인 체험을 쓰기는 했는데, 서양인 시각에서만 신기하고 재미있을 만한 체험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일본에 이웃한 한국인 시각에서 봤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와패니즈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저자가 지나치게 일본을 맹신하는 묘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본 요리 장인이 만든 튀김을 맛본 후, 엄청난 기술과 맛에 감탄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일본 튀김은 저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아지노모토사를 방문기를 통해 MSG의 무해함을 강조하며 합성 조미료를 전도하고, 쓰키지 시장 방문 경험의 마지막을 '장기를 팔아서라도 꼭 가봐야 하는 곳' 이라고 마무리 하며, 생 와사비야 말로 슈퍼 푸드로 그 맛에 중독되었다고 묘사하는 식으로 직접 찾아서 경험하고 맛본 모든 요리와 재료에 대해 끝없는 칭찬과 홍보가 지겹게 반복됩니다. 이러한 맛에 대해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일본 내 식문화를 소개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특별한 내용도 없어요. 예를 들어 튀김이나 와사비, 가쓰오부시 등은 모두 "맛의 달인" 등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것입니다. 튀김의 핵심 비결인 밀가루 대충 풀기, 와사비 농원의 생육 환경과 강판에 가는 법, 가쓰오부시 제조법 및 전용 대패 모두 말이죠. 쓰키지 어시장은 "어시장 3대째"라는 더 길고 방대한 작품이 이미 존재하고요. 이는 일본 요리가 건강식이며 장수에 도움이 된다며 오키나와 요리와 장수의 비결을 탐구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나 "맛의 달인"에서 이미 등장했던 소재입니다. 그나마 오키나와의 새로운 소금 제조법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직접 '비스트로 스맙'을 찾아 가서 기무라 타쿠야 등을 만나고, 스모 연습장을 찾아가 챵코 나베를 직접 먹어 보는 식의 현장감 넘치는 경험담은 좋아요. 그러나 이 역시 방송이나 다른 여러가지 컨텐츠에서 보았던 내용에 반복에 불과하고, 저자가 신기하게 생각한 대부분은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서는 새롭지 않습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요리사들, 연예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해서 게스트에게 먹이는 등은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고래 고기처럼 일본의 정책을 비판하고,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도쿄를 벗어나서의 이야기들에서 조금 많이 드러나는 편이에요. 허나 고래 고기는 이런저런 컨텐츠에서 특유의 풍미가 있다고 언급되어 왔으니 색다를 것도 없고, 도쿄 이외의 장소에서의 에피소드는 음식, 요리 관련 이야기라기 보다는 외국인의 좌충우돌 여행기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비판적 시각은 일부일 뿐, 결국 글은 가이세키 요리나 오사카 패스트푸드를 극찬하는 기승전'일본맛있쪄'로 마무리되니 온전한 비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일본 최고의 회원제 레스토랑 미부에서의 놀라운 경험이 소개되는 마지막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일본 요리란 무엇인지, 그 진가를 제대로 체험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거든요. 맛을 떠나 일본 요리의 찬양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일본 여행 목적이기도 했던 일본 요리의 비결은 '재료 본래의 맛을 끌어내는 것' 이라는 것도 로산진 이래로 너무 많이 접한 내용이라 식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요리사다운 시각이 돋보이는 몇몇 디테일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숯불구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비결이 재료를 작게 만드는 혁신 덕분이라는 착안이 대표적이에요. 서구에서 초밥이 진짜 이유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한 주장도 신선합니다. 설탕, 소금, 식초로 이루어진 초밥 양념이 빅맥의 기본 양념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또 저자의 재기발랄한 글솜씨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큽니다. 예를 들어 성게 맛에 대한 묘사도 제가 본 작품 중 최고로 꼽을 만 해요. 인어들이 바닐라 맛만 있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는데, 정말로 멋드러진 발상입니다!

하지만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이 정도의 단편적인 장점만으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실망이 컸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책을 읽느니 "맛의 달인" 을 다시 정독하는게 정보와 재미 측면에서 더 나을 겁니다.

2007/03/05

비밀의 문 - 김래성 : 별점 2.5점

비밀의 문
김래성 지음/명지사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추리소설 리뷰네요. 그간 NDSL에 빠져 살다가 회사에 기계를 반납한 뒤 겨우 원래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무섭다 NDSL!)

"쌍무지개 뜨는 언덕"과 "실락원의 별", "청춘산맥"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추리문학으로 등단한,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김래성 선생님의 단편집. 이전에 읽었었고 집에도 계속 있었지만 최근 "설홍주" 관련 이야기를 쓰다가 참고할까 해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말미에는 김래성 선생의 추리문학소론이라는 30년대의 강연자료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는 무척 높습니다. 작품들도 20~30년대 분위기가 가득하고요.
아울러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 솜씨와 극적 반전, 공포 등은 시대가 훨~씬 지난 지금 읽어도 낡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 과연!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선생님의 작가적 명성에 비하면 정통 추리 단편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와 굉장히 유사한 변격물이 대부분으로 추리물다운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은 거의 없거든요. 그나마 정통 추리에 가까운 작품은 "비밀의 문"과 "벌처기", 그리고 국내 최초의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는 "타원형 거울" 정도네요.
게다가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상투적인 소재가 난무하고 등장인물들도 화가, 작가 등이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은 좀 쉽게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뻔했습니다. 지나친 통속성도 거슬리는 부분이었고요. 이러한 부분에서는 국내 후대 작가에게 안 좋은 쪽으로만 영향을 끼친 느낌이 물씬나더군요.

결론내리자면 자료 측면에서야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고 재평가받아 마땅한 작품들임에는 분명하나 추리문학의 효시라는 칭호에서 기대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 진정한 고전이 되기에는 2% 정도 모자라 보이네요.

저의 베스트는 "타원형 거울" 입니다. 변격물 취향이라면 "이단자의 사랑"과 "악마파"도 아주 괜찮은 발상의 작품이긴 한데 제 취향은 아니라서...
1. 비밀의 문 :
살인광선을 개발한 강박사에게 괴도 그림자로부터 그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훔쳐가겠다는 편지가 배달된다. 강박사는 예고 시간까지 조수들과 함께 광선 설계도를 철통같이 지키지만 그림자가 정작 훔쳐간 것은 박사의 외동딸 영채였다.
범죄 예고, 유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가 등장하고 있으며 원래 방송극용 대본이었던 탓인지 김래성 선생 작품답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범죄(?) 이야기로 쓰여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트릭은 별게 없지만 꽤 괜찮은 편이고요. 깔끔한 평작입니다.

2. 이단자의 사랑 :
병원 원장 김철하는 간호사로 일하던 애련과 결혼한 사이지만 애련의 전 애인인 시인 추강에게 그녀를 내어주고 대신 1년에 한번만 그녀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을 하여 허락받게 된다.
전형적 변격물로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이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는 설정을 극단적으로까지 묘사한 작품입니다. 내용은 지루하고 뻔하지만 마지막의 반전인 "고래고기" 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아버지도 약 40여년전에 이 작품을 읽었는데 반전을 아직도 기억하시고 계시더군요. 그만큼 당시에는 충격을 안겨다 준 획기적 발상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지금 읽기에는 좀 낡긴 했지만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3. 악마파 :
내가 여동생 루리와 함께 동경에 유학하던 시절 만났던 두명의 미대생 노단과 백추 두명은 루리를 사랑하게 된다. 부자집 아들이며 건장한 체구의 노단과 가난뱅이에 불구자이지만 천재적 화가인 백추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 백추가 "제전"에 그림이 입상한 기념 파티에서 벌어진 소동 이후에 행방을 감추게 되자 노단과 루리의 결혼을 허락한다.
역시 전형적 변격물로 화가로서의 창작 욕구를 위해 다른 것의 희생을 강요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냥저냥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소재인데 "악마파"라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화풍을 굉장히 잘 묘사하고 있어서 꽤나 실감나면서도 엽기스러운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김래성 소설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그런 작품입니다.

4. 백사도 :
백사도를 그린 동추라는 화가를 찾아온 나는 그에게서 그림을 그리게 된 처절한 과거사를 듣게 된다.
역시 화가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일종의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긴 하는데 트릭 자체가 주인공의 "꿈"에서 풀린다는 내용이라 추리물로 보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작품도 기본 이야기 뼈대는 좋은데 괴기함과 엽기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썩 마음에 들진 않네요.

5. 벌처기 :
나는 여류 화가로 행세하며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리고 다니는 아내를 용서할 수 없어서 완전 범죄를 결심한다. 이미 한번 본 영화를 보러 간다고 속이고 집으로 되돌아간 나는 재빨리 아내를 살해하고 극장으로 돌아가지만 곧바로 경찰에 체포되는데...
도서 추리 소설로 볼 수 있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의 고백에서 시작한 뒤, 변호사의 변론, 그리고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결정적 증인의 증언이라는 세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특이하고요. 완전 범죄 계획 자체는 너무 조잡하고 유치하며 단서 역시 굉장히 뻔하지만 소설적인 구성이 기발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잘 묘사된 당시 시대 풍경을 읽는 것 역시 재미있었고요.

6. 광상시인 :
나는 아내를 잃은 뒤 정처없이 방랑하다가 그림 그리기 적당한 풍경을 찾아 잠시 머물게 된다. 그런데 그곳에서 시인 추암과 그의 아내 나나를 만나게 된 뒤 둘의 광기 가득한 요구와 사랑에 휘말리게 되며 추암이 나나를 살해한 뒤 시체를 안고 춤을 추는 모습을 목격한 뒤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3년뒤, 나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추암과 재회하는데...
이 작품역시 전형적인 변격물인데 멜로적인 성향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반전이 약간 충격적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좀 지루하고 심심해서 그냥저냥 평이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7. 타원형 거울 :
추리잡지 "괴인"의 발간인 백상몽은 잡지가 성공하게 되자 현상 공모를 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10년전 평양에서 벌어진 유명한 살인사건의 해결. 거금 300원의 상금을 내걸고 당시의 자세한 사건 현장과 개요를 잡지에 실은 뒤 독자들의 추리를 요청하는데, 10년전 사건의 용의자였던 유시영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추리를 써 내어 당당하게 당선한다. 그러나 유시영은 현상 공모 뒤에 숨겨진 또다른 무엇인가를 눈치채고 백상몽에게 서신을 보낸다.
김래성 선생님이 일본 유학 중 추리전문지에 발표한 국내 최초의 추리 소설. 이야기의 시작부터 상당히 독특해서 인상적이며, 트릭 역시 당시 기준으로 볼 때에는 독창적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유시영의 추리 이후 벌어지는 사건과 진범의 정체는 트릭이 공정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보다 교묘하게 잘 꾸밀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도 자료적 가치는 충분하고 내용도 추리적 요소로만 놓고 본다면 괜찮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아야 하는 작품이겠죠.

8. 복수귀 :
박도순과 이철수는 의학 박사와 간호사 숙채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 이철수가 박도순의 논문을 훔친 뒤 도용하여 먼저 박사가 되고 숙채와 결혼하자 도순은 복수를 꿈꾼다.
역시나 남자 둘, 여자 한명이라는 지루한 설정의 반복. 또 여자의 심리 변화가 굉장히 급격하여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반전이 기발하긴 한데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9. 무마 :
나는 정통파 추리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진 추리 작가로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량 허군을 통해 라이벌이기도 한 변경 소설작가 백웅이 관련된 엽기적인 살인사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엽기적인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결말도 나름대로 깔끔합니다. 하지만 결말까지의 이야기 전개가 너무 쉽게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이한 것이 단점이네요.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소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4/02/17

바다 한가운데서 - 나다니엘 필브릭 / 한영탁 : 별점 5점!

바다 한가운데서 - 10점
나다니엘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중심

1920년 실제로 일어났던 미국의 포경선 에식스호의 조난을 둘러싼 이야기로 아주 오래전, 딴지일보였었나... 에서 소갯글을 읽은 뒤 관심을 가지게 된 책입니다. 그러나 폭풍 절판되어서 얼마 전까지는 도저히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원하는 헌 책을 구입하는 노하우는 제법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헌책방은 물론 근처 도서관 어디에서도 구할 방법이 없었더랬죠. 그런데 얼마 전 알라딘에 중고도서 매물이, 심지어 "알라딘 직배송"으로 저렴하게 떴길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이 책을 찾아 헤맨 시간이 거의 10여 년이라 손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감개무량했습니다.

사실 이전의 책 소갯글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표류한 에식스호의 선원들이 결국 식인까지 저지르며 살아남는 과정에 대한 처절함, 그리고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최초 표류 시 보트의 방향을 "식인종"이 살고 있으리라 여겨진 소시에테 제도가 아니라 남아메리카 쪽으로 잡은 탓이 크다는 아이러니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으로, 어떻게 보면 자극적인 소재에 끌린 탓입니다.

그러나 책 자체는 생각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총 300여 페이지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은 에식스 호 선원들의 처절한 표류와 생존기이지만, 그 외의 약 절반은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디테일에 할애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19세기 초의 낸터컷이라는 포경의 도시와 포경이라는 조업에 대해 다큐멘터리와 같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점입니다. 당시 포경을 위한 원양 어업의 과정, 어장, 실제 포경의 방법, 잡은 고래의 처리 등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디테일이 한가득이에요. 지도와 사진 같은 도판도 기대 이상이고요.

그리고 에식스호가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침몰하게 되고 이후 처절한 표류가 허먼 멜빌의 굴지의 걸작 "백경"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허먼 멜빌은 "백경" 출간 1년 뒤에 실제로 낸터컷을 방문하여 에식스호의 선장이었던 폴라드와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니 이 사건과 사건을 다룬 회고록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물론 당연하게도 표류, 생존에 대한 디테일도 최고입니다. 생존자들이 다음에 먹힐 사람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했다던가, 뼈만 남은 잔해를 뒤지고 빠개어 골수까지 빨아먹었다는 등의 처절한 행위뿐 아니라 가장 먼저 죽은 4명의 선원이 흑인이었다는 것, 결국 살아남은 최후의 5인은 이른바 "낸터컷 출신자"뿐이었다는 불편한 사실도 가득합니다. 그리고 굶주림과 갈증이 인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 및 굶주림으로 체지방이 극한으로 떨어진 살코기를 섭취하면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순 살코기보다는 적당히 기름이 낀, 마블링 좋은 고기가 더 맛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그 외에도 실제 바다에서 있었던 각종 사고들의 사례를 들어 함께 설명해 주는 것도 아주 좋았던 부분이에요. 유사한 조난자들이 시체를 다른 방법으로 활용(낚시의 미끼로 사용함)하여 전원 생존한 사례를 함께 설명해주는 식으로 말이죠. 덧붙이자면 바다 사나이들이 왜 바다에서 식재료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는 참으로 의아한 부분이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들이 조난하게 된 바다가 극단적으로 물고기들이 없는 해역이었다고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재수가 없었던 거죠.

마지막으로 사건에 대한 에필로그도 충실합니다. 폴라드 선장이 조난 후에 다시 포경선의 선장이 되고 , 같이 조난당했던 2명의 선원이 함께 배를 타는 최대급의 신뢰를 얻지만 또 난파당하여 바다 사나이로서의 생명이 끝난 뒤, 낸터컷에서는 하위 계급인 자경단원을 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살았다, 1등 항해사로 조난 중에 나름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선보인 체이스는 이후 당당히 선장으로 활약했지만 정신병원에서 말년을 보내게 되었다는 등 모든 생존자들의 후일담도 빠짐없이 알려주거든요. 심지어 "낸터컷"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까지 서술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나저나, 이런 사고를 겪고도 결국은 다시 바다로 나가다니...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삶이네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명성에 걸맞는 가치와 재미를 가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간 이 책에 대한 갈망을 감추지 못하고 유사한 책을 몇 권 구해 읽어보았으나 모두 완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거나 중반에 종교적인 내용 같은 삼천포로 빠지는 책들이었는데 확실히 원조는 다르네요. 10여 년을 기다려 입수했을 때의 기쁨까지 감안하여 별점은 5점! "2000년 최우수 논픽션" 등 여러 논픽션 관련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허언이 아닙니다. 이런 좋은 책이 나오자마자 절판된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쉽기만 합니다. 해양 조난, 식인, 포경 (그리고 "백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어떻게든 구하셔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는 무한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저라면 어땠을까요? 저 역시 폴라드 선장처럼 조카를 잡아먹어서라도 살아 남았을 겁니다. 꼭 살아남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야 하니까요. 책 내용에서 밝혀지지는 않지만 저는 이러한 원초적인 생존 본능은 돌아갈 곳에 대한 갈망이 자리잡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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