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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0

일본요리 뒷담화 - 우오쓰카 진노스케 / 장누리 : 별점 2.5점

일본요리 뒷담화 - 6점
우오쓰카 진노스케 지음, 장누리 옮김/글항아리

제목이 꽤 강렬해서 관심이 갔던 책. 저자는 일본 최초 요리점 중 하나 우오쓰카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고물상을 운영하는 등 자신만의 삶을 산 괴짜 우오쓰카 진노스케입니다. <<격식 파괴 요리책 한 그릇 더!>>의 원작가로 더욱 친숙한 인물이지요. <<한 그릇 더!>>에서는 싸게, 쉽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이 책은 일본 식문화 전반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뒷담화라기보다는 일본의 식문화에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를 '교육'이라는 큰 틀로 묶어 풀어내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건강하게 먹는 방법에 대한 교육, 제대로 된 일본 요리와 식문화에 대한 교육, 음식에 대해 정확하게 정보를 파악하는 교육 등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습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읽기 쉬웠으며, 흥미로운 내용도 제법 많았던 덕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치회에 대한 이야기처럼 일본 요리에 대해 알려진 상식들을 깨는 이야기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원래 참치회는 굉장히 쌌고, 특히 대뱃살은 거의 버리는 재료였는데, 전후 사람들이 진한 맛을 추구하면서 대뱃살 인기가 폭발해서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고 알고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이미 1915년에도 대뱃살은 최고급 재료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에도 시대나 다이쇼 시대에는 보존, 유통 기술이 부족해서 지방이 많아 상하기 쉬운 대뱃살을 유통하기 어려웠을 뿐으로, 보존과 유통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래도 맛있었던 대뱃살이 각광받게 된 것이라네요. 입맛이 변한게 아니라요.
고래 고기 이야기는 충격적이기 까지 합니다. <<맛의 달인>>에서도 일본 전통 식문화라고 강하게 주장했었는데, 고래 고기도 원래 잘 먹지 않았다고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1939년 잡지에 실린 기사를 통해 1935년 남극 빙해 지역 포경 시작 전까지 대다수 일본인에게 고래고기 요리법이나 맛은 익숙하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래 된 일본 고유 풍습이 아니라는 거지요. 잡지 기사 하나만으로 근거를 삼는건 좀 애매한데, 과연 뭐가 맞는건지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어지는군요. 이전에 썼던 글을 아예 고쳐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옛 일본에서는 회를 찍어먹을 때 술을 졸여서 조미료로 썼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리자케'라는 조미료로 우메보시, 술, 가쓰오부시를 졸여서 만듭니다. 짭쪼름하면서도 시큼 달큼할 것 같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고 싶군요. 맛술에 액젓, 식초를 조금 섞으면 비슷할까요?
마지막으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신토불이'는 원래 '인과응보'와 같은 뜻의 불교 용어라고 하네요! 이를 1907년 일본 육군의 이시즈카 사겐이 일본인은 일본 식자재를 일본 전통적인 방식으로 먹자며 제안한 사상의 슬로건으로 유명해진게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말인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였어요.

제목의 '뒷담화'에 가까운 쓴소리들도 일부 실려 있습니다. 지금은 옛날과 같은 '단란한 식탁'은 없는 시대이다, 지금의 현미는 다이쇼 이전 현미와 다르며 에도 시대 사람들은 백미에 치우친 극단적 편식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현미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등이 그러합니다. 이 중 '장수한 사람들이 먹은 식품을 예로 들어 이런걸 먹어야 장수한다!'는 억지라는 주장은 굉장히 와 닿더군요. 100세가 넘으신 어르신들이라면, 아무래도 태어난 곳에서 줄곧 먹어온 음식은 한정적이었을게 뻔하다는 논리인데 그럴듯해요.
많지는 않지만 <<한 그릇 더!>>와 같은, 간단한 비법 레시피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이소'에서 1000원으로 구입 가능한 재료'로 만든 요리들은 <<한 그릇 더!>> 그 자체더라고요.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던건 아닙니다. 보존식을 만들어서 두고두고 먹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낭비되는 재료 소모를 줄이자는 주장이 그러합니다. 전통을 지키고, 더 맛있고 영양가 있게 음식을 먹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라 생각되었거든요. 이미 조리는 극도로 단순한 형태로 제한하는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빠르고 편한 조리가 더욱 각광받는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니까요. 이런 주장을 펼치느니, 차라리 유기농으로 재배한 재료를 전통 방식으로 조리하여 밀키트나 통조림, 레토르르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체를 스스로 차리는게 나을겁니다. 햇볕에 쬔 고기가 맛있다면, 직접 만들어서 팔면 되잖아요?
또 지금은 제철인 음식이 없는데, 제철 음식을 먹자는 주장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사시사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농작물 재배 방식이 발전되고, 해산물은 양식이 가능해진 덕분입니다. 반대로 이를 제철에만 먹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해당 계절에 작황이 불량하면 그 해에는 특정 작물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현대 사회에서 양식없이 조업으로만 해산물을 채취한다는건 더 말이 안되지요. 해산물 자원 씨가 마르고, 가격도 폭등할게 뻔합니다. 제철이 없어짐으로 음식과 재료에 고마와하는 마음이 희박해진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현대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오히려 최대한 기술을 활용하여 먹거리를 제공하는게 먹는 것 만큼은 빈부격차를 최소화하는게 제대로 된 발전 방향이라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일본 관점에서만 쓰여졌다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 레시피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파는건 별로 없어 보여서 재현은 어려워 보이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저자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수 없고, 근거가 더 보강되어야 하며 일본 시각으로만 쓰여진 글들도 제법 많아서 감점합니다. 일본 요리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면, 딱히 권해드릴 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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