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1/01/22

채소의 인문학 - 정혜경 : 별점 2점

 

채소의 인문학 - 4점
정혜경 지음/따비

한민족, 한식과 채소의 관계를 다룬 식문화인문학 서적.
한국인이 채소를 언제부터 먹어왔는지, 누가 먹었는지, 채소가 등장하는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1부 <<한국인에게 채소는 무엇인가>>는 아주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채소별로 주요 특징과 역사를 소개해 주는 2부 <<한국인의 상용 채소 이야기>>또 나쁘지 않았고요. 몇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자면, 우선 단군 신화 속 쑥과 마늘 중 마늘은 시기적으로 보아 달래나 명이나물일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마늘은 이후 중국으로부터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채소가 일찍부터 재배가 일상화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고려 후기 이규보가 '가포육영 (집 채마밭에서 지은 여섯 수의 시)'이라는 제목으로 오이,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에 대한 시를 읆을 정도로요. 거래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조선 후기에는 본격적으로 상품화되어 널리 판매되었다는군요. 우하영이라는 학자는 "미나리 두 마지기를 심으면 벼 열 마지기 심어서 얻는 이익을 올리고 채소 두 마지기를 심으면 보리 열 마지기를 얻어 수확하는 이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기록했다는데, 미나리가 엄청 고급 채소였나 봅니다.
이어지는 조선에서의 채소 인기를 알려주기 위해 소개되는 여러 유명인물들의 글과 삶도 상세해서 자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율곡 이이는 동초를 좋아했다던가, 허균의 <<도문대작>>속 많은 채소들을 소개하는 식입니다. <<도문대작>> 속 방풍싹을 쌀가루에 넣어 끓이는 방풍죽은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다산 정약용도 강진 유배 시절 두부, 부추, 아욱국과 미역국, 녹차를 즐겼다고 하고요.

<<토지>>, <<미망>> 등 여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흥미로왔습니다. 이 중 <<미망>>에서 할아버지가 이야기해 주는 '삘기'라는 간식거리가 인상적이었어요. 띠의 새로 난 순으로 뽑아서 씹으면 껌처럼 질겅질겅하게 씹히며 달짝지근한 물이 나온다고 소개되고 있는데, 그 맛이 실로 궁금합니다. 현대가 되면서 우리가 잃어버린게 정말 많다는 생각도 함께 드네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싱아는 줄기와 잎에서 신 맛이 나는 채소라고 하고요. 그 외 <<식객>>과 <<대장금>>까지, 다루고 있는 콘텐츠의 폭도 넓습니다.

그런데 3부부터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나마 다양한 채소 조리에 대해 알려주는 3부는 나름 자료적인 값어치는 있기는 합니다. 디테일만큼은 좋았으니까요. 또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튀김, 튀각, 부각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건 수확이었고요. 옷을 입혀 튀기는건 튀김 옷을 입히지 않고 튀기는게 튀각, 부각은 그 중간 형태라고 정의되는군요. 몰랐습니다. 쌈문화의 역사도 볼 만 했던 정보였고요.
하지만 3부 후반부의 '고조리서를 통해 본 채소 요리법의 세계'는 제목 그대로 고조리서인 '제민요술' 등에서 번역하여 인용한 조리법이 전부였습니다. 시대별, 나라별, 채소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은 전혀 소개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소개된 내용을 보면 <<증보산림경제>> 속 개발가법이라는 요리는 중국 요리법과 유사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부분을 파고드는 깊이가 아쉬웠습니다. 아주 약간 시대별 특징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구성도 종류, 주재료, 간단한 조리법으로 구성된 표 형태라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고요.
4부, 5부는 더 별로입니다. '채소를 먹으며 오래 살 수 있고, 채소가 음식의 미래다'는 주제도 뻔하지만, 내용도 모두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거나 단순한 번역에 불과한 탓입니다. 장수인이 채소를 즐긴다는 것도 조사는 했다지만, 데이터는 수록되어 있지 않아서 수긍하기 어려웠고요. 아무리 당연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조사를 해서 그 결론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조사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정리해서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전체 약 390여 페이지 정도 분량 중 절반 정도만 기대에 값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