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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돈까스를 쫓는 모험 - 이건우 : 별점 2.5점

돈까스를 쫓는 모험 - 6점
이건우 지음/푸른숲

돈까스에 진심인 저자가 우리나라의 유명 돈까스집의 돈까스를 먹고 평가하는 식도락 먹부림 에세이. 개인의 기호와 철학에 따라 주제를 정해 맛집들을 깊숙하게 탐구했다는 점에서는 조영권 씨의 "중국집"과 "경양식집에서"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돈까스라는 주제에 더 깊숙이 집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돈까스 자체는 물론 관련된 요리와 음식에 대한 정보와 특징들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아래와 같이요.

  • "샐러드 하면 자연스레 이탈리아가 떠오르고 거기에 시저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로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황제 샐러드 혹은 시저가 먹었던 샐러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저 샐러드는 탄생한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음식이다. 20세기 초,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시저 카르디니(Ceasar Cardini)가 어느 날 가게에 몰려든 손님에게 낼 음식이 떨어지자 기지를 발휘해 남은 식재료로 샐러드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바로 시저 샐러드의 기원이라고 한다."
  • "일본 돈까스의 시초 '렌가테이(煉瓦亭)'에서는 뭉텅뭉텅 썬 양배추를 육수에 데쳐서 돈까스와 함께 냈다. 그런데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남성 직원이 징용되어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데치지 않은 양배추를 그대로 내기로 했다."
  • "히레는 안심을 뜻하는 필레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단어다."
  • "멘치는 무엇인가? 갈아놓은 고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민스(mince)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멘치까스는 고기와 양파를 갈아 뭉친 반죽을 튀겨서 만든다. 이런 음식,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맞다, 크로켓. 흔히 '고로케'라고 부르는 음식이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멘치까스는 멘치고로케라고 부르기도 한다."
  • "코르동 블뢰는 음식 이름이기도 하다. 치즈를 햄으로 감싸 튀긴 음식으로, 스위스에서 처음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졌고 다시 우리나라로 넘어오며 흔히 아는 치즈돈까스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 "일본 나고야의 대표 요리인 히쓰마부시(장어덮밥) 전문점에 가면 먹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먼저 밥주걱으로 4등분하여 처음에는 밥과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긴 다음 파와 김, 와사비 등을 곁들여 먹는다. 그 후에 찻물을 부어 말아 먹고, 마지막에는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마무리하는게 정석이다. 꼭 시키는 대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가게에서 하는 제안이니 따라 해 보는게 좋다."
  • "후쿠진즈케는 무, 순무, 오이, 우엉, 작두콩, 연근, 차조기 등 일곱 가지 채소로 만든 장아찌로 일본에서는 카레 가게에서 단골 반찬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그 외에는 반찬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카레와 후쿠진즈케를 함께 내는 전통은 의외로 역사가 깊어 1900년대 초반, 일본 최대 해운 회사인 NYK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우선주식회사(日本郵船株式会社)의 유럽 항로에서 1등석 식사로 카레와 함께 낸 것이 시초라고 한다.
  • 한편 우리나라에도 후쿠진즈케와 아주 비슷한 반찬이 있는데 오복채라고 부른다. 후쿠진즈케가 일곱 가지 채소로 만들기에 칠복신을 뜻하는 시치후쿠진(七福神)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오복채 역시 이름이나 형태로 봤을 때 같은 뿌리를 갖는 음식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오복채는 무, 연근, 오이, 다시마, 우엉, 이렇게 다섯 가지 채소로 만든다(재료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가게 이름 끝에 붙은 ‘안(庵)’은 대개 소바 전문점을 의미한다. 안이라는 한자는 우리식으로는 암자(庵子)를 뜻하는 암으로 읽는다. 그런데 하필 안이라는 글자가 소바집을 뜻하게 되었을까? 언급했듯, 안이라는 글자 자체가 암자, 즉 사찰 내에 승려가 머무는 작은 집을 뜻하는데, 이는 결국 절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절과 소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기본적으로 살생을 금하는 불교 교리에 따라 사찰음식은 철저히 채식일 수밖에 없다. 메밀가루로 만드는 소바는 이런 식단에 꼭 들어맞는다. 또한 면이라는 음식은 일단 만들어두기만 하면 끓는 물에 데쳐 빠르게 대량 조리하여 낼 수 있어서 신도를 비롯해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절에서 간편하게 대접하기 좋은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는 종종 피난처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다. 실용적인 장점 외에도 메밀은 승려들이 수행 중에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는 곡물이기도 하다. 일본 천태종에는 승려가 수행 중에 쌀, 보리, 조, 기장, 콩 이렇게 다섯 가지 곡물을 먹지 않는 특정한 기간이 있는데, 메밀은 금식해야 할 곡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한 식재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바라는 음식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사찰 및 승려와 함께 발전해왔다."
  • "소바집을 뜻하는 ‘안’ 자의 유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에도 시대 아사쿠사에 도코안(道光庵)이라는 암자가 있었다. 여기에 기거하던 주인이 이른바 소바 명인이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소바가 오죽 맛있었으면 사찰 내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어 결국 주지스님이 소바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에도의 소바집들이 하나둘씩 이름 뒤에 안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소바집에 안을 붙이는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 "타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소스와 거의 흡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스는 주로 양식풍 요리에 쓰며 조리 중에 넣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 위에 뿌리는 액체를 말한다. 타레는 양식 외의 요리에 쓰며 조리 중에 넣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를 찍어 먹는 액체를 말한다."
  • "썰’로 나도는 싸만코의 진정한 유래, 서머(summer)를 일본어식으로 발음한 사마(サマー)와 팥을 뜻하는 앙코(あんこ)가 합쳐져 싸만코가 탄생했다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개인적인 돈까스를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아래와 같이 상세합니다.

"내가 일본식 등심 돈까스를 먹는 방식을 설명해보자면, 일단 가운데에서 한 조각을 있는 그대로 먹어본다. 밑간이 훌륭하다면 양끝 조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레몬 즙만 뿌려서 먹는다. 밑간이 약하다면 먼저 소금을 찍어 먹고 양끝에 가서야 비로소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순정’보다는 소금, 소금보다는 소스 맛이 강하기 때문에, 마치 회나 초밥을 먹을 때 담백한 부위에서 점점 기름진 부위로 옮겨가듯 맛의 농담(濃淡)에 신경 써서 먹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음식의 군사"가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방법은 다르지만 발상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자의 글 솜씨도 좋습니다. 유쾌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수록된 거의 모든 가게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생활권이 아닌 강북(마포 등)에 위치한 가게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국이나 지방보다는 접근성이 뛰어나니 언젠가는 한 번 가 볼 기회가 있겠지요.

그런데 무시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은 그건 바로 디자인입니다. 구입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표지에서 시작해서, 소개하는 가게 및 돈까스의 사진이 너무 볼품이 없어요. 돈까스가 핵심이면 돈까스 사진이라도 다양하게 올려줬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수록된 사진은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사진과 도판이 풍성했더라면 별 4점도 아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지금 결과물은 별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제 기억에 남아있든 돈까스 가게는 '허수아비 돈까스' 본점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바삭한 튀김옷이 어우러진 일본식 돈까스였는데 당시(약 30년 전)에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음식이었지요. 처음 먹었을 때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체인점 사업으로 이어진 것까지는 아는데, 십 수년간 가 본 적이 없네요. 마침 생각난 김에 찾아봤더니 아직은 건재한 듯 하니, 근처에 가 볼일이 있다면 추억삼아 한 번 방문해봐야겠습니다.

2021/11/12

경양식집에서 - 조영권 / 이윤희 : 별점 3점

경양식집에서 - 6점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린틴틴

전국 유명 노포 중국집을 찾아다니며 맛 본 음식들에 대해 쓴 글을 모아 "중국집"이라는 책을 발간했던 피아노 조율사 조영권의 신작. 이번에는 전국의 노포 경양식집을 찾아 다닌 결과물입니다. 28년 동안 탐방했다고 광고하고 있네요. 마침 소개되고 있는 경양식집도 28곳이고요.

장점이라면 편집과 디자인입니다. 전작은 폰트와 기본적인 편집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디자인도 도전적이기는 했으나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가로로 돌려 보아야 하는 부분 등은 영 불편했으니까요. 수록된 사진들의 퀄리티도 그다지 좋지 못했었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완벽하게 보완되었습니다. 전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윤희의 만화가 그대로라는 점도 좋았고요. 전작의 편집자 박진홍 씨가 회사를 옮긴 뒤 기획한 책으로 보이는데,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전문 요리 서적은 아니고, 일종의 맛집 탐방기에 가까운데 그 주제가 '경양식집' 이라니! 완전히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저자는 입맛을 돋우는 수프와 같은 전채에서 시작해서, 주로 튀김 요리인 메인 요리에 빵이나 밥 같은 탄수화물, 샐러드 등의 곁들임 야채들과 깍두기와 단무지같은 식사용 반찬, 그 외 이런저런 부록(?)에 후식 커피까지 전부 갖추어져 있는 풀 코스 식사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경양식이야말로 가성비 좋은 완벽한 음식이라고 말하는데,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이런 경양식을 많이 먹어 보았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제대로 한 상 차려내는 곳을 찾아보기는 힘들지요. 무척 반갑기도 했고, 옛 추억이 떠올라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소개되는 경양식 요리들도 굉장했습니다. 단순한 돈까스가 아니라 단호박 돈까스, 치즈 돈까스, 고구마 김치 돈까스, 해물 돈까스와 같은 응용도 많고, 그 외에도 생선까스나 함박스테이크에 오므라이스, 심지어는 베이컨 더블 치즈 버거 등 여러가지 요리가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평범한 일반인에 가까운 시각으로 가게와 음식을 바라보고, 방문했을 때의 일상을 수필처럼 함께 기록해주는 편안한 글들도 여전히 매력적이었고요. 

 또 우리나라 최초의 경양식집 서울역그릴을 비롯, 경기도 인천, 광명, 안성 등의 수도권에서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작처럼 전국 각지가 모두 등장하는데, 놀랐던건 이번에는 전작처럼 조율을 위해서 방문한게 아니라, 일 없이도 훌쩍 떠나 경양식을 먹고 오는 이야기도 제법 된다는 겁니다. 정말 맛 탐방을 위한 노력과 정성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도 광명의 라임 하우스, 동두천의 라르고, 서울의 그릴 데미그라스는 가게 주인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좋은 정보였습니다. 라임 하우스의 장인 정신, 라르고의 편안함, 그릴 데미그라스의 도전 정신과 열정은 본받아야 마땅하지요. 주인 분들이 더 나이가 드시기 전에 라임 하우스와 라르고는 한 번 꼭 가봐야겠어요.

그러나 만화가 전작보다 분량과 비중이 줄은건 아쉽습니다. "중국집"에서 만화는 거의 80페이지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50페이지가 안되거든요. 무려 40%나 줄은 것이죠. 출판사는 달라졌지만 같은 시리즈이니 만큼, 같은 판형으로 출간해 주는게 훨씬 좋았을테고요. 디자인이 달라서 시리즈로 보이지도 않지만, 판형마저 다르니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아예 다른 책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적당한 식도락 수필입니다. 구스미 마사유키 등 일본 작가들이 쓴 책 비슷하게요. 그러나 명확하게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차이점에 더해 사진과 만화 등 함께하는 컨텐츠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좋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참고로 이 책의 전작 "중국집"은 출판사 CA에서 제 졸저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출간 바로 전에 펴 냈던 책입니다. 담당자도 박진홍씨로 동일했고요. 그래서 저도 책의 존재를 알고 인연을 맺게 되었었지요. 제 졸저도 이처럼 후속작이 어딘가에서 기획되어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2020/11/19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7) : 조경규 만화들

돼지고기동동 - 6점
조경규 지음/송송책방

"오무라이스 잼잼"으로 유명한 조경규 작가가 꽤 오래전에 연재했던 웹툰입니다. 단행본은 올해 출간되었네요. 연재당시 다 봤었지만, 우연찮게 단행본도 구입하게 되어 리뷰를 남깁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하늘이네 가족이 친지, 이웃들과 돼지고기 요리를 해 먹는게 전부니까요. 남편이 요리를 전담하고, 아내는 밑준비와 밥을 짓는다는 역할 분담은 독특하지만, 평범한 한국인 가정답게 등장하는 요리 모두 평범합니다. 돼지 갈비를 이용한 김치 찌개, 삼겹살 구이, 돼지고기 앞다리살 불고기, 콩나물 밥이 등장하는데 누구나 집에서 한 번 해 먹어 봄직한 요리들이죠. 밖에서 사 먹는 요리도 순댓국과 감자탕이고요. 중국 식당에서 탕수육을 먹고, 회사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집밥'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제한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인지 작 중 "오무라이스 잼잼"을 그린 인기 만화가 조경규 씨!가 직접 등장해서 중국 요리 회과육을 선보이고, 아파트 반상회를 빙자한 요리 대결이 펼쳐지는 와중에 아파트 윗집 아가씨가 돼지고기 소시지로 만든 핫도그를 대접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던것 같아요. 요리 대결을 끝으로 마무리 되고 맙니다. 오래 연재되기는 좀 힘든 소재였어요. 

전개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별 내용도 없는데 힘을 주어 표현한 부분들이 그러합니다. 연재를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데, 영 작품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결말도 깔끔하고 하늘이네 세 가족의 화목한 모습도 귀엽고 볼거리이며, 이웃간의 훈훈한 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마음에 드네요. 딸 아이에게 선뜻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경규 작가가 직접 등장하여 "오무라이스 잼잼"과 이어지는 세계관이라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 1 : "오무라이스 잼잼" 보다는 큰 판형이라는게 특이했습니다. 세밀한 그림을 감상하기 용이한 판형인데, 보통 웹툰에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조경규 작가 만화는 펜터치가 세밀한 덕분인지 큰 판형에도 잘 어울리더군요. 

덧 2 : 하늘이가 사랑하는 '삼통 파워'가 작중 세계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만화로 보이는데, '팬더 댄스'를 등장시키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조경규 유니버스'를 구축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오무라이스 잼잼 11 - 6점
조경규 글.그림/송송책방

딸아이가 좋아해서 계속 구입해서 읽어보고는 있지만, 어느 순간 리뷰를 쓰지는 않게 된 조경규 작가의 인기 일상계 식도락 만화입니다. "돼지고기 동동" 리뷰를 쓰는 김에 최신 권 리뷰를 올려 봅니다.

이전 권에 비해 조경규 작가와 가족들이 직접 겪은, 일상계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조경규 작가 가족이 메추리알 요리 파티를 하고, 식당에서 간 요리를 시켰는데 너무 많아서 당황했던 경험, 중국에 가서 마라샹궈를 먹는다던가, 홍콩에서 에그롤을 사기위해 분투했던 이야기가 펼쳐지는 식으로요. 나쁘지는 않은데, 이전처럼 특별한 경험에서 시작해서 요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개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인 "오무라이스 잼잼" 최고 매력 포인트인데 말이지요.
그나마 등장하는 것도, 오락실 기계를 사러 가서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룰을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코칩 쿠키처럼 멈출 수 없게 된다는 초코칩 쿠키 이야기같이 뻔하거나 억지스러운게 많았습니다. 아울러 음식들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알려주는 내용도 이전보다는 부족한 편입니다. 가족 일상계 중심 이야기니까요.

그래도 이야기 중간중간 소개가 없는건 아닙니다. 양꼬치를 위구르 족이 팔기 시작한게 대유행의 시초라던가 하이라이스의 유래, 도토리묵 묵사발 원조인 대전 강태분 할머니, 에그타르트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볼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전 권과 비교하기 어려운 장점이 있는데, 단행본 구입한 보람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게임기가 등장하는 이야기 두 편이 웹툰에서는 삭제된 덕분입니다. 게임기가 불법 복제품이기 때문이라는데, 책에는 수록되는게 문제 없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출판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기뻤습니다. 

"오묘하고 잼있는 이야기"라는 만화 게임북 부록도 아주 좋았어요. 해가 지나면 쓸 일없는 달력이나, 용도도 불분명한 스티커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2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좀 세기는 하지만, 600페이지라는 볼륨과 풀 컬러라는 점에서 수긍할 만 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6)

2020/09/13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6)

먹고 자는 마르타 1 - 4점
타카오 진구 지음/대원씨아이(만화)

포르투칼 대학원생 마르타는 석사 논문을 제출한 뒤에도 일본 도쿄가 너무 좋아서 떠나지 않고 머문다. 그러나 항상 가난뱅이 신세. 돈을 아끼기 위해 있는 재료를 최대한 아껴 쓰고, 비싼 재료는 어떻게든 비슷하게 만든다!는 극빈 유학생의 혼밥 + 궁상 먹방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절약해서 먹는게 핵심으로, 고향 어머니가 보내준 바캴라우 (염장하여 말린 대구)로 튀김을 만들어 먹는다던가, 100엔으로 생크림과 요구르트를 구입하여 사워크림을 만들고, 여기에 바칼라우를 미끼로 낚은 가재를 섞어 사워 크림 딥을 만드는 등의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카레 가게에서 주문할 때의 팁이었어요. 고기를 뺀 카레를 주문하면, 그만큼 카레의 양이 늘어난다고 하네요. 여기에 공짜 락교를 가득 담아 먹는데, 정말 생각도 못한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자급자족에 가까운 내용이니만큼 레시피도 꽤 많은데, 사진 작가 로버트 카파가 헤밍웨이를 초대한 파티에서 선보였다는 칵테일 '빌린' 제조법은 눈길을 끕니다. 복숭아를 자르고 씨와 껍질을 제거한 뒤 어항(또는 비슷한 통)에 담고 브랜디 절반, 샴페인 절반을 채워 만드는 칵테일로 맛있을 수 밖에 없어 보이네요.

그러나 있는 재료로 아는 요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내용은 "격식 파괴 요리책 한그릇 더!"와 같습니다. 최대한 근검절약해서 아껴 먹는다는 내용은 "빈민의 식탁"이고요. 때문에 그다지 새롭거나 신선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게다가 현대 일본 도쿄에서 자급자족은 말도 안되니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요.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뒤로 가면 갈 수록 옆집 아가씨가 재료를 준다던가, 도우미로 일하는 그림 교실에서 칵테일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갑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이래서야 취지에는 어긋나지요.
또 주 재료는 아껴서 산다 쳐도, 온갖 조미료와 도구가 갖추어져 있다는건 억지스러웠습니다. 올리브유나 버터 정도는 포르투칼인이니 구입했다 쳐도, 간장과 미림까지 전부 갖추어 놓는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바닐라 에센스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되죠.... 아울러 포르투칼 아가씨 마르타가 귀엽기는 한데, 민폐에 가까운 궁상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후속권을 더 볼 일은 없을 듯 합니다.

[고화질] 삼국지의 밥상 01 - 4점
혼조 케이/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중화요리집 "누상촌"을 운영하는 삼국지 매니아 아타루와 그의 가족들이 가게를 방문한 신선 '좌자'의 영향으로 삼국지 속 요리를 현세에 재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도원결의' 속 요리를 재현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 (제민요술)를 찾은 뒤 새끼돼지를 통째로 튀길 수 없어서 돼지고기 덩어리를 사용하고, 천채를 우락으로 볶은 것은 말린 배추 등을 활용하여 재현한다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좋았습니다. 제 기대에도 부합했고요.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와 요리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단, 삼국지 본편과 상관없는 요리가 너무 많은 탓입니다. 계륵 (닭갈비)로 만든 닭고기 수프는 삼국지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타루의 오리지널이며, 유비가 칼과 바꿨던 낙양의 차는 중요 아이템이지만 마시는 장면이 삼국지에 등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조비가 배와 포도로 시를 지었다는 이유로 배와 포도로 디저트를 만드는 등 삼국지에서는 그냥 소재, 재료만 따 온 것도 많습니다. 제갈량의 만두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래서야 제목과 취지에 걸맞는 이야기들로 보기는 힘듭니다.

또 좌자의 등장까지는 이야기 전개상 그렇다 쳐도, 그의 능력으로 삼국지 시대로 이동해서 당시 요리를 실제로 보고 온다! 는 설정, 그리고 심지어는 주인공 아타루가 실제로 전장으로 이동해서 요리를 만든다는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아타루가 삼국지 당시 재료와 도구로 최대한 현재의 맛을 재현한다는건 "노부나가의 셰프"와 다를 바도 없고요. 좌자의 말을 듣고 아타루와 가족들이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요리를 만드는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야기 전개도 문제가 많습니다. 삼국지의 내용과 본 편의 이야기를 엮는 부분은 억지스러우며, 전개에서도 등장인물들의 감정 과잉이 수시로 드러나는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이야기 전개와 소재들은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후속권 구입 계획은 없습니다.


전통의 시리즈도 이제 45권째네요. 이번 권에서도 언제나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다츠의 술과 안주에 대한 개똥 철학(?)을 웃으며 즐길 수 있습니다. 꼬치 요리의 재료를 빼야 하는지 그냥 먹어야 하는지? 라던가 왜 이자카야는 월요일에 붐빌까?와 같은 주제에 대한 확고한 견해같은건 나름 그럴듯 했어요. 화이트 와인은 이탈리아, 레드 와인은 칠레 등 남미산이 좋다는 주장은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는 측면에서는 볼 만했고요.
무엇보다도 소다츠의 절친인 타케노마타가 약혼하고 약혼자를 소개해주는 에피소드는 놀라왔습니다. 소다츠와 카스미도 빨리 진전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은근하게 분위기만 깔고 가는게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에키벤 투어 관련 이야기나, 오사카 타코야키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보아왔던 소재라 별로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소재 고갈 탓도 있겠지만, 이런 기행문스러운 이야기는 한 권에 한 편 정도로만 수록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타코야키는 무려 3편에 걸쳐 소개할 내용과 분량도 아니었어요. 다카키 나오코의 작품 어딘가에서 소개되었던 분량 정도 만으로 충분했을겁니다. 그 외의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제는 재미보다는 팬심으로 읽는 작품이 되었네요. 그래도 소다츠의 개똥 (?) 철학은 언제나 재미있는 만큼, 다음 권은 그런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계 식도락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양이 맘마 - 6점
우오노메 산타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다른 음식 만화로 접했었던 우오노메 산타의 작품입니다. 메이지 초기를 배경으로 하여, 당시 갓 들어왔던 새로운 음식들과 당대 풍물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단지 메이지 시기를 무대로 한 음식 만화라면 특별할게 없겠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을 미식가 고양이로 하여 고양이 시점에서 묘사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입니다. 주인공인 이름없는 고양이가 소설가 메이지노 씨 집에서 함께 살면서 메이지노 선생님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식당 등에서 먹는 음식들을 소개하는데, 미식가라서 음식에 정통하고 심지어 반주를 즐기기까지 하거든요.

이야기들도 굉장히 짤막해서 대단한 내용은 없지만, 훈훈하고 잔잔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어서 마음에 들 뿐 아니라, 모리 소바와 자루 소바의 차이를 알려 주는 등 새로운 내용도 제법 많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참고로 두 소바의 차이는 쓰유에 있답니다. 자루 소바는 처음 우러낸 육수로, 모리 소바는 두 번재로 우려낸 육수로 조리한거라 면 자체는 동일해서, 직원이 잘못 나르지 않도록 자루 소바 위에 김을 뿌린거라는군요. 그 외 중간중간 '메이지 시대 미식 탐방기'라는 짤막한 한 페이지짜리 5편의 컬럼도 볼거리입니다. 미식, 요리 뿐 아니라 꽃놀이까지 소개하는 등 이런저런 소개가 많습니다. 오노메 산타의 포근한 그림도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7/16

어른의 맛 - 히라마쓰 요코 / 조찬희 : 별점 3점

어른의 맛 - 6점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바다출판사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의 에세이집으로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가 자신의 식도락 생활을 하이쿠가 아니라 일반 수필, 산문 형태로 써 내려간다면 이런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글들이 가득합니다. 

은근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도 돋보입니다. 특히 "혼자의 맛"은 작가가 리얼 소다츠라는걸 증명하는 글이에요. 자신만의 음식 조합이라던가, 서서 마시는 선술집에서 어른스럽게 술을 마시는 방법, 혼자서 이자카야를 즐기는 법이 실려있는데 각 방법들 모두가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에피소드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술집에서의 일화나 음식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글들도 소다츠가 바로 떠오르고요.

그러나 단순한 술꾼, 먹보 미식가의 글만도 아닙니다. 깊은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도 인상적입니다. "눈물나는 맛"이라는 제목의 글 구성이 특히나 마음에 듭니다. 글은 와사비 초밥과 고추가 들어간 김치 등 매운 요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다츠가 먹음직한 아귀 간, 가라스미, 슈토 등 다양한 진미를 열거하며 어른이 되어 알고 먹게 된 맛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이어나가지요. 그 뒤는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된 여러가지 맛이 소개됩니다. 찜통에 찐 무화과에 참깨 소스를 얹은 일품 요리와 같은 대표적인 예가 등장하는건 물론이고요. 또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볼 때 재회의 기쁨도 크다며 곶감, 톳 등의 맛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글의 마무리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어렸을 때 먹었던 엄마의 맛입니다. 어른이 조용히 흐느끼게 되는 맛은 바로 그 맛인거지요. 음식에 대한 맛있는 묘사에 살짝의 감동까지 곁들여진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깊은 산의 맛"에서 료칸 우쓰오장의 음식을 소개하는 글도 대단합니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음식의 형태와 맛이 떠오를 정도로 잘 묘사한 글이기 때문이에요. 산촌의 맛을 표현하면서 '오독오독, 꾹, 섬벅, 바삭, 아삭아삭, 담백, 미끈미끈, 혹은 어떤 것은 쌉싸래하고 어떤 것은 은은히 달고 끈끈하고 아리다.'라고 설명하는 문장처럼요. 이 정도 글 솜씨면 오히려 사진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도 실려 있습니다. 시금치를 데쳐서 서벅서벅 잘라 물기를 쫙 빼고 으깬 두부와 함께 무친 일종의 나물이 그러합니다. 간은 올리브오일과 소금, 간 후추가 전부라는데 쉽게 따라해 볼 만 하지요. 맛도 좋을 듯 싶고요.
해삼 손질법은 집에서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억하면 좋겠더군요. 일본 전통 해삼 손질 방법인 '자부리'에 대한 소개인데, 뜨겁게 끓인 녹차에 채썬 해삼을 넣고 재빠르게 휘저어 살짝 데친 뒤 채반에 받치면 됩니다. 녹차 온도는 보통 80도 정도이고요. 이 뒤 유자 식초에 담가 손님에게 내면 됩니다. 이렇게 데치면 오독한 식감이 경쾌해지고 녹차가 해삼 특유의 알싸한 맛을 누그러뜨려 좋다는군요.

간간히 언급되는 음식 관련 정보도 볼만합니다. '로산진의 낫토 먹는 법'은 처음 알았네요. 일단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305번, 그 다음 간장 넣고 119번, 이렇게 총 424번을 섞으면 낫토가 가장 맛있다는 설인데 솔직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여러 낫토로 실험해 본 결과로는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답니다. 어떤 낫토냐가 더 중요한 거지요.
물의 경도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이유를 고찰한 "물의 맛"도 흥미롭습니다. 연수는 수용성 성분을 잘 유출하고, 경수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서 가교 결합이 이루어져 소재를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연수는 일본 요리에, 경수는 유럽 요리에 어울린다고 하네요. 유럽에 스튜나 스톡이 많은 이유입니다. 경수라서 미네랄 성분이 소재와 더욱 잘 결합해서 진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지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재미도 있으며, 음미할만한 글이 많은 좋은 에세이였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고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2020/01/14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1)

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 6점
야마자키 마리 지음/애니북스

"테르마에 로마에"로 히트를 친 작가 야마자키 마리의 이탈리안 식도락 일상계 만화입니다. 크게 이탈리아 유학 당시, 결혼 후 이탈리아에서의 생활, 일본에서의 이야기로 구분되는데 '식도락' 측면에서는 결혼 후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유학 시절은 너무 가난해서 변변한 음식을 먹은게 별로 없고, 일본에서의 이야기야 특별한 음식이 나오지 않는 반면 이탈리아인 남편과 시부모가 등장하는 정통 이탈리아의 생활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재료라던가, 새로운 맛이 많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비싸고 귀한 특급 올리브 오일, 이탈리아의 연말연시 요리 등 여러가지 새로운 소재들에 작가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에 등장한 흰 빵과 수프와 같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좋았고요.

또 몇몇 요리는 간단한 레시피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재미, 신선함에 실용적 가치까지 있다면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별점은 3점입니다.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겠네요.

하나씨의 간단요리 3 - 4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출간된 지 2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군요. 사실 TV 드라마까지 나온 인기작이기는 해도 1, 2권은 제게는 그닥이었습니다. 작화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인공 하나 씨의 대책없는 성격도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간단 요리라는 제목에 어울릴만큼 둥장하는 레시피도 간단하지만, 특별히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하나 씨의 대책없는 귀차니즘은 더욱 업그레이드 되기까지 했습니다! 요리들도 전골, 볶음 국수, 샤브 샤브 등은 손도 많이 가고 재료도 제법 많이 필요한 음식들인데, 이들이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에 컨셉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래서야 '간단 요리'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요. 

그나마 취지에 부합하는 건 고등어 통조림 밥과 생고추냉이 아보카도 덮밥 정도인데 문제는 역시나 전혀 따라서 해 먹어 보고 싶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어 차밥 김가루는 제법 땡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재료를 쓰는 탓에 따라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제 편견을 깨기는 커녕 더 굳게 만들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은 한데, 더 이상은 구입할 생각 없습니다.

우연한 산보 - 6점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미우(대원씨아이)

이 만화는 제목처럼 요리가 중심은 아니고 산보가 중심이기는 합니다. 1~3화 까지는 특별한 요리가 등장하지 않고요. 그러나 4화 이후부터는 산보 도중에 먹는 음식도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4화 히피 축제에서는 오신코, 5화 한밤중의 고야에서는 고야 참플, 제 6화 개와 연식 야구공에서는 스콘, 제 7화 하모니카 요코쵸에서는 카레와 맥주, 제 8화 메지로의 카키모치에서는 쇼유 라멘이 등장하지요.

그러나 "고독한 미식가" 처럼 음식 구성과 맛을 상세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요리들의 묘사는 마음에 들었지만 이 정도로는 역시나 요리 만화라고 부르기는 무리였을까요? 산보와 함께 음식의 비중을 좀 더 높여주었더라면 주인공이 술을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고독한 미식가"와 다른 일상계 요리, 식도락 만화로 그려질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또 원작인 쿠스미 마사유키의 후기와 뒷 이야기가 너무 길게 수록된 것 역시 감점 요소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래저래 조금 애매한 결과물이네요.

2018/01/27

오로지 일본의 맛 - 마이클 부스 / 강혜정 : 별점 2점

오로지 일본의 맛 - 4점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글항아리

영국인 요리사 출신 작가가 쓰지 시즈오의 "일본 요리 : 단순함의 예술"에 깊이 매료된 탓에, 현재 일본 요리를 탐구하고자 3개월 동안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도쿄를 비롯한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를 맛보고 즐긴 경험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집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여행 목적은 그럴듯했지만 내용이 목적에 딱히 부합하지 않는 탓입니다. 그냥 일본 이곳저곳 여행기와 식도락이 결합된 뻔한 여행기에 불과합니다.
또 색다른 곳에서 느끼고 경험한 이색적인 체험을 쓰기는 했는데, 서양인 시각에서만 신기하고 재미있을 만한 체험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일본에 이웃한 한국인 시각에서 봤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와패니즈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저자가 지나치게 일본을 맹신하는 묘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본 요리 장인이 만든 튀김을 맛본 후, 엄청난 기술과 맛에 감탄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일본 튀김은 저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아지노모토사를 방문기를 통해 MSG의 무해함을 강조하며 합성 조미료를 전도하고, 쓰키지 시장 방문 경험의 마지막을 '장기를 팔아서라도 꼭 가봐야 하는 곳' 이라고 마무리 하며, 생 와사비야 말로 슈퍼 푸드로 그 맛에 중독되었다고 묘사하는 식으로 직접 찾아서 경험하고 맛본 모든 요리와 재료에 대해 끝없는 칭찬과 홍보가 지겹게 반복됩니다. 이러한 맛에 대해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일본 내 식문화를 소개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특별한 내용도 없어요. 예를 들어 튀김이나 와사비, 가쓰오부시 등은 모두 "맛의 달인" 등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것입니다. 튀김의 핵심 비결인 밀가루 대충 풀기, 와사비 농원의 생육 환경과 강판에 가는 법, 가쓰오부시 제조법 및 전용 대패 모두 말이죠. 쓰키지 어시장은 "어시장 3대째"라는 더 길고 방대한 작품이 이미 존재하고요. 이는 일본 요리가 건강식이며 장수에 도움이 된다며 오키나와 요리와 장수의 비결을 탐구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나 "맛의 달인"에서 이미 등장했던 소재입니다. 그나마 오키나와의 새로운 소금 제조법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직접 '비스트로 스맙'을 찾아 가서 기무라 타쿠야 등을 만나고, 스모 연습장을 찾아가 챵코 나베를 직접 먹어 보는 식의 현장감 넘치는 경험담은 좋아요. 그러나 이 역시 방송이나 다른 여러가지 컨텐츠에서 보았던 내용에 반복에 불과하고, 저자가 신기하게 생각한 대부분은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서는 새롭지 않습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요리사들, 연예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해서 게스트에게 먹이는 등은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고래 고기처럼 일본의 정책을 비판하고,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도쿄를 벗어나서의 이야기들에서 조금 많이 드러나는 편이에요. 허나 고래 고기는 이런저런 컨텐츠에서 특유의 풍미가 있다고 언급되어 왔으니 색다를 것도 없고, 도쿄 이외의 장소에서의 에피소드는 음식, 요리 관련 이야기라기 보다는 외국인의 좌충우돌 여행기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비판적 시각은 일부일 뿐, 결국 글은 가이세키 요리나 오사카 패스트푸드를 극찬하는 기승전'일본맛있쪄'로 마무리되니 온전한 비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일본 최고의 회원제 레스토랑 미부에서의 놀라운 경험이 소개되는 마지막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일본 요리란 무엇인지, 그 진가를 제대로 체험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거든요. 맛을 떠나 일본 요리의 찬양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일본 여행 목적이기도 했던 일본 요리의 비결은 '재료 본래의 맛을 끌어내는 것' 이라는 것도 로산진 이래로 너무 많이 접한 내용이라 식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요리사다운 시각이 돋보이는 몇몇 디테일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숯불구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비결이 재료를 작게 만드는 혁신 덕분이라는 착안이 대표적이에요. 서구에서 초밥이 진짜 이유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한 주장도 신선합니다. 설탕, 소금, 식초로 이루어진 초밥 양념이 빅맥의 기본 양념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또 저자의 재기발랄한 글솜씨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큽니다. 예를 들어 성게 맛에 대한 묘사도 제가 본 작품 중 최고로 꼽을 만 해요. 인어들이 바닐라 맛만 있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는데, 정말로 멋드러진 발상입니다!

하지만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이 정도의 단편적인 장점만으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실망이 컸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책을 읽느니 "맛의 달인" 을 다시 정독하는게 정보와 재미 측면에서 더 나을 겁니다.

2017/08/20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 시노다 나오키 / 박정임 : 별점 2.5점

제목 그대로, 평범한 직장인 시노다 과장이 무려 23년간, 1990년 ~ 2013년까지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록한 일종의 그림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입니다. 알라딘의 신간 소개글을 인상적으로 읽고 기억에 담아 두었다가 구입하였습니다. 참고로, NHK의 "사라메시(샐러리맨 식사)"라는 프로그램에 투고하여 방송된 후, 우연찮게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내용은 정말 별게 없어요. 뭘 먹었는지에 대한 기록(가격을 포함해서)과 약간의 단상, 그림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라고는 전무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상의 기록을 위해 적은 것이니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읽는 내내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림이 생각 이상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아예 재능이 없던 사람이 아닌데, 이십여년간 꾸준히 그려오다 보니 정말로 그림이 좋아지더라고요.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10년 (1만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을 증명한달까요? 물론 1만 시간의 법칙은 최근 그 실체가 부정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오랫동안 한우물을 파서 노력한 결과라는걸 직접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그림이라면, 컬러링을 조금만 보완한다면 음식을 소재로 한 책 삽화는 충분히 그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자료를 조금 찾아보니 실제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뷰도 한 모양인데, 시노다 과장이 정말 제대로 힘을 줘서 그린 그림이 보고 싶네요. 

그리고 직장인이고, 가정이 있고, 그날 그날 먹을 것에 대한 선택이 나름 원칙이 있다는 점(이번 달은 돈까스 덮밥이다! 라고 정하면 정말 돈까스 덮밥만 찾아다니면서 먹습니다!) 에서는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식사 방식"도 떠오르고, 가끔 엿보이는 소박한 일상 이야기들도 좋았습니다. 나고야 주민으로, 나고야 중심의 음식과 다양한 문화를 언급하는 것도 독특했고요. 주니치 드래곤즈의 팬으로 경기 관람 후 먹은 음식, 또 우승 축하를 기념하는 음식을 먹는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식탐 여행"에서도 언급되었던 명물 '안카케 스파게티'가 언급되는 것 역시 반가왔습니다. "배빵빵 일본 식탐 여행"에서와는 다르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는게 기억에 남습니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맛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요.

23년간 외식을 경험한 인물답게 저자가 좋아하는 단골집 소개는 물론, 기차 여행에서의 에키벤 소개와 같은 노하우도 몇 가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신 오사카역의 팔각 도시락을 최고의 도시락으로 치는데, 오사카에 가면 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손으로 쓴 느낌" 그대로 번역 출간한 국내 출판사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드라마가 없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그래도 볼만한 점은 많습니다. 무언가 하나의 행동을 20년 이상 꾸준히 이어간 열정, 노력은 별점 따위로 평가할 수 없을 터이고요. 평범한 사람의 식도락을 멋드러진 그림으로 감상한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구루메 만화와 별 다를게 없지 않은 만큼, 이런 류의 만화, 서적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기분좋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이 블로그를 운영한지가 14년 째인데, 앞으로 6년 더 해서 20년이 지나면 책을 한 권 낼 수 있을까요? 누굴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글들은 아니지만...

2017/01/02

문호의 식채 - 미부 아츠시 / 혼죠 케이 : 별점 2.5점

문호의 식채 - 6점
미부 아츠시 원작, 혼죠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독신 기자 카와나카 케이조가 본사 정치부에서 후카가와 지국으로 좌천된 후, 메이지 시대 일본 문호가 즐겼던 음식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드라마를 탐구하는 기획 기사를 쓴다는 내용의 연작 단편 만화입니다. 총 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등장하는 요리는 별로 대단치 않지만 해당 요리가 작가가 남긴 작품, 그리고 작가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시선이 생각보다 깊이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문제라면 등장하는 작품들이 별로 친숙하지 않다는 겁니다. 작가들도 반 정도 - 나츠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 를 제외하면 모르는 작가들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여러모로 색다른 식도락 만화로써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일본 근대 작가들에 대한 공부가 뒷받침 된다면, 즐길 거리가 더 많을 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후속권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만약 나온다면 좀 더 친숙한 작가가 등장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추리작가로 말이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작가와 작품, 요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나츠메 소세키 "도련님" 모미지 야키 

마돈나로 대표되는 가짜 서양식, 가짜 근대의 대척점에 있는 유모 키요를 상징하는게 모미지 야키라는 내용입니다. 가짜 근대화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는 해석인데 꽤 그럴듯합니다.

마사오카 시키 "앙와만록" 한 끼 식사. 

"앙와만록"은 먹는 것, 심지어 싸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기록한 시키 만년의 일기라고 합니다. 누워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작가가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다'는 것을 상기하며,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썼다는 식으로 풀어가는데 깊은 울림을 전해 주네요. 

재료를 따지거나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밥상을 추구한 삶은 하이쿠에서 기교를 거부한 시키의 작품과도 닮았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작품을 발표했는지도 궁금해지고요. 조금 찾아보니, "고추잠자리, 추쿠바에 구름도, 한 점 없구나" "어린 연어가, 둘로 나위어, 오르는구나" 등의 시가 검색됩니다. 형식에 집착한 하이쿠에서 현실을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 시로 표현해 나간 최초의 인물이라고 하는군요. 운율과 발음 모두 굉장히 일본적인 시라 한국어로 번역하면 여러모로 애매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대를 열은 인물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히구치 이치요 "탁류" 카스텔라 

이 시리즈의 또다른 주제인 "작가가 먹었던, 혹은 작품 속에 등장한 음식은 무엇인가?"에 가장 충실했던 에피소드입니다. 약간 식탐정스러운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히구치 이치요가 다녔던 학교 선배가 쓴 소설 속에 등장한 카스텔라는 "후게츠도 (風月堂)"의 것으로 아마 히구치 이치요도 먹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탁류"의 주인공인 창부 오리키가 산 카스텔라는 후게츠도의 것과 같은 고급이 아닌 빈민가에서 팔았을 "닌교야키" 였을 것이다'라는 일종의 추리가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그냥 허튼 소리도 아닙니다. 가게 이름은 모르겠지만, 이치요 사후 그녀의 집에 하숙한 소세키의 제자 모리타 이치요에 따르면 축제날 근처에 닌교야키 포장마차가 와 있었다는 글을 남겼다는 식으로 증거에도 충실하거든요. 이 정도면 한편의 짤막한 추리 꽁트로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가이 카후 "단장정일승" 비프 스튜, 치킨 리버 크레올 (애리조나 키친), 카시와 남반 (오와리야), 야나가와 나베, 누타, 초시 1병 (이다야), 돈가스 덮밥, 오신코, 초시 1병 (다이코쿠야) 

이른바 '단골'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신선합니다. 항상 똑같은 자리에 앉아 별다르게 주문하지 않아도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 그게 단골이고 편하다는 논리는 꽤 새로왔어요. 나이든 카후가 기름진 음식을 고집한 이유, 즉 젊은 시절의 노스탤지어라는 것도 나쁘지 않은 해석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논리와 해석보다 이 에피소드가 중요한 것은 유일하게 등장하는 모든 음식을 아직 남아있는 가게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현' 측면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죠. 언제 일본을 또 가게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애리조나 키친'은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도 소다츠가 카후의 식도락 순례를 똑같이 하던 에피소드도 떠오르네요. 거기서는 '나가이 가후'라고 소개되었지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혼죠 료코쿠" 쿠즈모치 (후나바시야) 

굉장히 짤막한 내용입니다. 수필 "혼죠 료코쿠"는 아쿠타가와가 자살 2개월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작품 치고는 묘하게 밝다고 하네요. 여기서의 해석은 어린 시절, 정든 고향을 떠올리며 쓴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겁니다. 등장하는 음식점이 아직도 실존하고 있어서 찾아가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나가이 카후 에피소드와도 같고요. 단, 멧돼지 전골 등 딱히 땡기는 음식이 아니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비잔" 비잔 세트 (장어 덮밥 세트) (와카마츠야) 

다자이 오사무는 그 속마음을 당쵀 알 수 없는 작가라는 결론이 전부였던 작품. 상당히 허무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에 비하면 내용과 깊이 모두 찾아보기 어렵고요. 다자이 오사무라는 유명 작가를 등장시키기 위한 목적 외의 가치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이 책 수록작 중에서 워스트입니다.

2016/06/08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3점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6점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보그"지의 음식 평론가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글을 모아놓은 일종의 컬럼, 에세이집입니다. 음식 및 요리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라 하기에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책이지요. 이전에 2권 리뷰에서 말씀드렸듯, 1권은 절판 상태였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죠.

책의 구성 및 내용은 2권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권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음식에 대한 무한 열정, 무한 도전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컬럼부터 도전입니다. 음식 컬럼을 쓰기 위해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심지어 김치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을 정복해 나간다는 것이거든요. 그 다음에는 직접 천연 효모를 쓴 자연 발효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 프랑스의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이라는 몽티냐크 다이어트를 직접 한 달 동안 체험한 기록, 채식주의를 체험한 결과 등이 이어집니다.

식도락 여행기도 "도전기"에 가깝습니다. 직접 어떤 음식의 오리지널을 체험하고 요리 강습을 받아 오거나, 최소한 레시피라도 구해 와서 직접 재현한다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슈크르트를 만들어 먹어보기 위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여러 전통 농가 식당을 돌아다닌 뒤, 뉴욕에서 그 요리를 구현한다는 이야기처럼요. 심지어는 오리지널 레시피를 구현하기 위해서 소금에 절인 안심이 없어서 직접 절이는 등 미국에서는 팔지도 않는 고기 부위까지 구하려 노력할 정도니 뭐 말 다했죠.

완벽한 프렌치 프라이를 만들기 위한 고난의 과정 역시 발군입니다. 알랑 파사르의 비법(말기름에 튀겨라!)에서 시작하여, 어떤 감자를 어떤 기름에 어떤 방식으로 튀겨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한 여정이 장황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참고로, 저자의 최적 프렌치 프라이 조리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재료 : 땅콩기름 2~3리터, 아이다호 러셋-버벵크나 삶아먹는 감자 450~570g, 소금
  1. 땅콩기름을 전기 튀김기나 철제 튀김바구니가 들어가는 6리터짜리 우묵한 튀김팬에 붓는다. (전기 튀김기에는 사용설명서 추천량만큼, 화로에 올려놓는 튀김팬에는 3리터)
  2. 튀김용 온도계를 기름에 꽂아 온도를 130도까지 올린다.
  3. 감자를 씻고 껍질을 벗긴 뒤, 프렌치프라이 자르개나 부엌칼로 단면이 각각 1cm가 되도록 길게 썬다. 가장 작거나 불규칙한 조각은 버린다. 감자의 양은 340~450g이 되어야 한다.
  4. 감자를 헹구지는 말고, 종이 수건으로 신경 써서 말린다. 기름이 준비될 때까지 단단히 싸둔다.
  5. 감자를 튀김 바구니에 담아서 기름에 담근다. 기름 온도가 다시 125도로 오를 때까지 센 불에서 튀기다가, 불을 줄여 온도를 유지한 채 9~10분간 튀긴다.
  6. 바구니를 든 뒤 기름의 온도가 190도가 될 때까지 감자를 건져둔다. 불은 세게 올려 놓아야 하며 기름 온도는 195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7. 감자를 다시 기름에 담가 3분 동안 튀긴다.
  8. 튀김 바구니를 들어 올려 기름을 몇 번 털어내고, 종이 수건을 깐 접시에 뒤집어 기름기를 종이 수건으로 빨아들인다. 먹기 직전에 소금을 넉넉히 뿌린다.

또 과학적인 이론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책 뒤 소갯글처럼 여행기와 레시피, 논문이 결합된 독특한 책이라는 것이 허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에요. 특히 술이 심장질환의 요인이 아니고, 적절히 술을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오래 산다는 컬럼은 아주 좋았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컬럼 내용에 폭음은 위험하고 담배는 아주 좋지 않다고 쓰여 있어서 제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말이죠. 마셨다 하면 폭음이니... 야채가 사실은 여러 가지 자연 독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컬럼은 추리 소설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그 외에도 식욕 억제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검증한다던가, 소금에 대한 현재의 우려는 지나치다던가 (소금과 혈압의 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음) 하는 이야기들도 재미와 가치 모두 뛰어나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재미있는 주제들에 저자의 음식에 대한 전문가적인 지식과 확고한 견해, 그리고 유머러스한 글 솜씨가 더해져 풍성함을 한껏 전해준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그"지에서 음식 평론가로 활동하며, "줄리아 차일드 도서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허언이 아닌 셈입니다.

단, 글이 쓰여진 시기가 90년대로 보여지는데 2010년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약간 유행을 따르는 주제들 (다이어트 방법)이라던가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글들이 특히 그러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개정판이 최소 10년이 지난 뒤에는 나와주는게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은 사소할 뿐 이런 류의 컬럼으로는 최상급이라 생각되네요. 저도 이런 컬럼을 써 보고 싶어집니다.

2016/03/16

"술 한잔 인생 한입" e-book 1~25

"술 한잔 인생 한입" e-book 전권을 구입했습니다.

일상계 술꾼 이와마 소다츠의 음주 인생을 다룬 생활 식도락 음주 만화인데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심심할 때마다 들춰보는 편이라 과감하게 구입했네요. 태블릿으로 보는데 구입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은 27권까지 출간되었는데 e-book으로는 25권 이후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K 출판사의 조속한 대응을 약소하지만, 촉구드립니다.

2015/04/27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제프리 스타인가튼 / 이용재 : 별점 2.5점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2 - 6점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북캐슬

보그의 음식 컬럼니스트 제프리 스타인가튼의 연재 컬럼을 모은 두 번째 책입니다. 최고 수준의 잡지 보그에서 20여 년간 음식 컬럼을 써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되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1권은 절판이라 2권밖에는 구할 수 없었지만요.

음식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글이 실려 있는데, 법대 출신으로 미식가, 음식 평론가이지만 전문 요리사는 아닌 저자의 시각이 반영된 점이 특징입니다. 요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초보자다운 시행착오가 가득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하루 최저 비용 4.5달러로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뉴욕에서 저렴하다는 음식점 10군데를 시식해본 뒤, 결국 끼니를 해결하려면 집에서 조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나름의 해결책과 레시피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지요.

미국에서 판매되는 서른세 병의 케첩과 직접 만든 두 종을 포함해 총 35종을 테이스팅하고 최고의 케첩을 고르는 컬럼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하인즈"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네요.

저지방 조리법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다양한 레시피, 그리고 몸에 흡수되지 않는 지방 "올레스트라"에 대한 소개도 흥미로웠습니다. 실험 결과로 볼 때 진짜 기름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해 보였지만요.

그 외에도 체험이 반영된 글 중에서는 웨이터 학교 입학기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 구루메 만화에서 흔히 보던 이미지와 달리, 이 학교의 핵심 교육은 "팁을 많이 받는 기술"이었습니다. 정성 어린 접객보다도 고객에게 병물을 판매하는 방법 등 영업 중심의 교육이 강조된다는건 꽤 충격적이었어요.

또한 미국식 시니컬한 유머와 과장이 가득하여 읽는 재미가 큽니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즐겁고 유쾌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싶더군요. 이런 개성 덕에 20년이 넘도록 컬럼니스트로 활동할 수 있었겠죠.

다만 식도락 기행과 직접 조리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뒷부분은 국내 현실과는 달라서 잘 와 닿지 않았고, 유사한 내용을 접한 적이 많아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물론 튀니지 요리나 포장 상자 뒷면 조리법을 실험한 글 등은 재치 있었고, 아쉬움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딱딱한 편이라는건 확실히 아쉽습습니다. 저자의 문제라기보다 번역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몇몇 오역이 보였고,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재 컬럼 모음이라 베스트 셀렉션일 거라 생각했는데, 90년대 후반이라는 특정 시기에 쓰여진 컬럼들만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기대와는 달랐고요.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반영했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전체 연재물에서 엄선한 글이 수록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음식 컬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단순히 미식 기행이나 레시피에 그치지 않고 실험정신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정서에 딱 맞지 않고 번역 문제도 있으나 음식 관련 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1권도 기회가 된다면 구해보고 싶네요.

2014/12/04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 타카기 나오코 / 채다인 : 별점 2.5점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 6점
타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애니북스

알라딘 중고서적 산본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타카기 나오코의 구루메 에세이 만화입니다. 이글루스 유저분들께는 채다인님이 번역하신 것으로 더욱 유명하지요.

“처묵처묵 여행만화”라는 다인님 소개 그대로, 에세이 만화가로 유명한 저자가 일본 방방곡곡의 맛을 찾아 여행한 기록 만화입니다. 총 일곱 개 지방의 여행기가 실려 있습니다. 현재의 근거지인 관동의 도쿄와 사이타마, 관서는 작가의 고향인 미에현 근처의 와카야마, 오사카, 그리고 큐슈까지, 그야말로 방방곡곡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이런 곳들에 여행 가서 명물 요리들을 하나씩 전부 먹어보고 품평하는게 내용의 전부로, 아주 약간의 에피소드가 곁들여져 있지만 일상계스러운 것들이라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훈훈한 구루메 식도락 여행기로도 그런대로 볼 만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명물이 어떤 것이고 어디서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를 쉽게 알려주는 데 충실하거든요. 즉, 이런 류의 만화의 핵심인 정보 제공 측면에 매우 부합하는 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맛의 달인"의 일본 맛기행인지 뭔지는 환경이나 전통 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과한 시도가 만화를 망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여행기 분위기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곱 개 지방의 많은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음식 베스트 3는 아래와 같습니다.

  • 1위 : 사이타마 히가시마츠야마의 닭꼬치. 닭꼬치라는 이름인데 돼지고기가 대부분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뽈살, 간장, 혀 모두 맛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찾아가서 종류별로 전종목 재패를 해보고 싶어집니다. 돼지 생간 + 생파 조합의 꼬치도 있다는데 맛이 죽인다고 하니 이 역시 도전을! (그런데 돼지 생간은 기생충이 있지 않나요?)
  • 2위 : 다른 구루메 만화나 책에서 접했던 쿠마모토의 말고기 요리. 항상 먹고 싶었던 요리입니다.
  • 3위 : 야마가타의 냉메밀국수. 차가운 닭육수 국물이라는데 상상이 잘 안되네요. 식은 닭칼국수가 그렇게 맛있을리는 없을거 같은데... 괴식스럽기도 하지만 기대가 됩니다.

아울러 쉽게 그린 듯하지만 나름 정성이 엿보이는 그림(특히 음식 그림이 꽤 괜찮습니다)과, 뒷부분에 부록 만화와 사진,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의 베스트 음식을 선정하고 있는 구성도 정리 차원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정보"라는 목적에 충실한 만화로, 에세이 만화, 그중에서도 식도락 구루메 탐방기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4/04/15

차이니즈 봉봉 클럽 1 - 조경규 : 별점 2점

차이니즈 봉봉 클럽 01 - 4점
조경규 지음/씨네21북스

국내 요리 만화 중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는 "오무라이스 잼잼"의 작가 조경구의 요리 만화입니다. "오무라이스 잼잼"에도 등장했던 작가의 딸 은영이를 모티브로 만든, 돈 많고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는 여고생 조은영이 중화요리 식도락 동아리 '차이니즈 봉봉 클럽'에 가입하여 여러 가지 요리를 클럽 친구들과 맛보고 다닌다는 내용입니다. 2008년도 만화이니 5년도 더 지났지만, 이제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별 게 없습니다. 청송고 차이니즈 봉봉 클럽 멤버들이 실존하는 중화요리집을 찾아다니며 먹은 맛있는 음식에 대해 소개해준다는게 전부거든요. 만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서울 중화요리집 가이드북에 가깝습니다. 가이드북으로서의 기능은 충실하며, 무엇보다도 고급 요리보다는 만두나 면류 등 간단하고 크게 부담 없는 가격의 식사 위주로 소개되고 있는게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 저도 방문했었던 구로동(구 가리봉동)의 "삼팔교자관"의 꿔바로우가 등장하는 것도 무척 반가웠고요.

반면 만화로서의 재미는 기대 이하입니다. 작가도 단순 가이드 이상의 재미를 주기 위해 차이니즈 봉봉 클럽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설정 및 다양한 개그를 선보이지만 무리수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고프면 얼굴이 변하는 쇼타, 맛있는 것을 먹으면 이마의 상처가 아프다는 해리, 대표 비슷한 아롱군이라는 클럽 3인방 모두 별다른 매력 없는, 개그 만화의 병풍 수준에 가깝더라고요.

작화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딱딱 떨어지는 일러스트 같은 펜선이 독특한 전통적인 만화 작풍인데,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고 연출이 안정되지 않은 느낌이며, 컬러로 정성껏 그렸던 "오무라이스 잼잼"에 비해 요리들이 그닥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보입니다.

자금 사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해리가 은영의 친구에게 일갈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끝나서 다음 권이 조금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형식 자체가 동일하다면 굳이 찾아 읽어볼 것 같지는 않네요. 차라리 담백하게 중화요리를 좋아하는 소녀가 유명 가게를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어 구루메 투어를 다닌다는 식, 아니면 그냥 작가와 기자들이 실재 취재를 한 취재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식으로 일상계스럽게 전개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가이드북 이상의 가치를 찾기 어렵습니다. 

2010/02/09

격식 파괴 요리책 한 그릇 더! - 우오츠카 지노스케 / 오타니 지로 : 별점 3점

격식 파괴 요리책 한 그릇 더! 11 - 6점
우오츠카 지노스케 지음, 오타니 지로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저는 요리만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국내에 출간된 요리만화는 거진 다 봤을 정도로 말이죠.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저의 취향으로 선택한 만화로 동네 망한 도서 대여점에서 싸게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일단 감상이라면 몇몇 유명 요리만화와 "비슷하지만 다르다"라는 인상이 가장 컸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일 먼저 "아빠는 요리사"를 들 수 있겠네요. 주인공 진나이 한조가 요리를 업으로 하는 가문 출신으로 요리를 좋아하고 잘 하지만 현재는 요리와 무관한 직업 - 골동품가게 주인 - 을 가지고 있다는 캐릭터와 더불어 "가정요리"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유사하거든요. 그러나 실제로 요리인이자 골동품가게 주인이라는 기인 원작자 우오츠카 지노스케에게서 따온 듯한 진나이 한조는 굉장히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라 작품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는 점에서 일미부장보다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덕분에 "아빠는 요리사" 보다 드라마도 많은 편이고요.
또한 부제인 "격식 파괴"라는 말대로 그냥 맛만 있으면 된다는 신념으로 저가의 재료만 가지고 대충 만든다는 가정요리의 원칙에 너무나 충실한 점은 싸구려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다른 요리만화 "빈민의 식탁"과 비슷한 점이겠죠. 하지만 "빈민의 식탁"의 그야말로 빈민스러운 작화와는 달리 이 작품은 "시모키타 글로리 데이즈"로 유명한 오타니 지로의 작화가 괜찮아서 역시 차별화되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 중반 이후 작화가 너무 특징없이 깨끗해져서 초반의 독특한 맛을 잃은 점과 이야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식도락 여행같은 테마로 흘러간 점은 아쉽습니다. 차라리 초중반부에 벌어진 요리대결같은 확실한 주제에 더해진 곁가지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끌고나갔더라면, 아니면 여주인공 사쿠라의 소원대로 한조의 요리교실을 실현시키는 이야기로 나갔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특히나 대충 급하게 마무리한 것이 역력해 보이는 마지막편은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아울러 가면 갈수록 등장인물이 계속 많아지는 것도 단점입니다. 즐거운 한조의 친구들 몇명과 사쿠라 주변인물 몇명으로는 이야기 진행이 어려웠을까요?

그래도 요리도 맛있어보이고 등장인물들도 즐겁고 유쾌한, 행복하고 배부른 만화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실제로 해먹어본 레시피는 없지만 스파게티라던가 볶음 국수 같은 것은 정말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다음에 한번 도전해 봐야겠네요.

2009/03/10

식도락 여행 - 한스 페터 폰 페슈케, 베르너 펠트만 / 이기숙 : 별점 2점

식도락여행 - 4점
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이마고

세계사의 주요 장면장면을 토막으로 구성하여 해당 장면마다 등장한 요리를 양념처럼 구성한 일종의 역사책이자 요리책인 독특한 책입니다. 역사와 요리 모두 좋아하기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기원전 솔로몬과 시바여왕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21세기 식량위기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으니 다루고 있는 범위는 정말 넓을 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범위 만큼이나 다양한 문학적 형식 - 일반적인 3인칭 시점에서부터 1인칭 시점, 서간문 형식, 토론 발표 형식 등 - 으로 각 주제를 구성하여 식상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루고 있는 주요 장면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주로 앞부분 고대 시대로 
  1. 오디세우스가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생각해 내는 "오디세우스의 군막에서 - 트로이 영웅의 야전 만찬 │ 고대 그리스의 소박한 식탁"
  2.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를 다루고 있는 "로마 대신 죽음을 택한 한니발  - 한니발의 마지막 식사 │ 페나키아와 카르타고의 음식 유산"
  3. 갈리아의 돼지고기 상인 오벨릭스가 로마 제국 요리의 진수를 맛보는 "세계의 배꼽을 가다 - 갈리아의 오벨릭스를 위한 요리 │ 로마 제국의 요리 전성기"
요 세가지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흥미롭기도 했고 말이죠. 돼지고기 상인 오벨릭스는 아스테릭스 친구 오벨릭스가 오버랩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중세 이후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실망스럽더군요. 앞부분에는 나름 역사속 사건과 요리가 맞아떨어지는 맛이 어느정도 있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시시콜콜한 역사속 장면 한토막에 당대의 요리를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항목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당대의 요리를 그 시대의 주요한 사건과 배치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예상은 되지만 너무 억지스럽다는 것은 확실히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죠. 중세 이후의 시대가 굉장히 촘촘하게 구성되어 시대와 요리의 차이점이 후반부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고요.

또한 지금 당장이라도 재현할 수 있도록 과거 역사속 요리를 그럴듯 하게 구현하여 레시피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이어긴 했는데 대한민국 일반인 주방에서 구현하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요리가 대부분이라는 점 역시 실망스러웠습니다. 뭐 제가 요리를 잘하거나 즐기는건 아니지만 대충 봐도 구하기 어려운 재료와 실천하기 어려운 조리법이 난무하니까요. 덕분에 맛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이런류의 책에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이 점은 최소한 요리 관련 도판이라도 충실하게 실어서 비쥬얼로 상상할 수 있도록은 해 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요리를 좋아하고 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필할 수 있도록 구성된 "기획도서" 로서 역사보다는 요리쪽에 훨~씬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요리책에 가까운 책입니다. 제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