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문학동네 |
제목 그대로 섹스 산업과 무기 산업, 그리고 패스트푸드 산업을 통해 현대 과학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설명하는 일종의 미시사 / 과학사 서적.
섹스 산업이나 무기를 연구하다가 여러가지 과학이 발전하고, 그것이 실생활로 연결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통조림, 전자 레인지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 책은 이들을 모두 망라하여 소개한다는 집대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치가 높습니다. 또 통조림과 같이 전쟁을 통해 등장한 음식들은 알려진 것들이 많았지만 '패스트푸드' 산업을 놓고 설명하는 책은 전에 접한 적이 없어서 신선하게 다가왔고요. 대표적인 것이 맥도날드가 어떻게 품질 관리를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비좁은 공간을 감안하였을 때 가장 주방을 잘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맥도날드는 잠수함 주방 설계 경력자를 고용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장소에 적용가능한 표준화 작업, 그리고 튼튼하고 청소하기도 편한 주방을 설계하여 보급하게 되죠. 또 감자 튀김의 전 매장 표준화를 위한 품질 관리 및 튀김 기름 온도를 측정하여 알려주는 센서 감지기 등 신기술의 도입이라던가, 물류, 유통 효율화 등 전 과정에 걸쳐 무기, 전쟁 관련 기술이 유용하게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맥 너겟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닭고기 품종과 뼈에서 고기 발라내는 기계의 도입이 중요했다고 하네요.
군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로 만들어진 오렌지 쥬스 냉동 농축액이 현재의 '미닛 메이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던가 분무 건조 기법으로 만들어진 초코우유 분말 네스퀵, 맥스웰 하우스 인스턴트 커피 등 지금도 즐겨 먹는 음식들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스팸에 대해 설명하면서, 스팸이 이미 현지화되어 일상적으로 먹는 ('무스비' 같이) 태평양 제도 원주민들이 비만과 그에 따른 합병증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현황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고요.
전쟁, 무기 산업에서 연구되던 기술이 장난감과 결합되는 이야기들 역시 인상적입니다. 움직이는 스프링 '슬링키', 고무 찰흙 '실리 퍼티' 등이 그것이죠. 당연히 비디오 게임도 전쟁 관련 연구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세가지 산업의 한 축인 포르노 산업 관련해서는 딱히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비디오 캠코더 시장은 포르노와 결합되어 발전했다는 등 내용도 뻔하고요. 이전에 읽었던 <<포르노 영화, 역사를 만나다>>와 비교했을 때 딱히 더 나은 부분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물론 가이아나가 폰섹스 중계기지로 이용되어 통신망 인프라가 갖추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라던가 자신의 누드 사진이 디지털 화상 작업에 이용되어 불멸의 명성을 얻은 레나 셰블롬 이야기, 추억의 스타 테라 패트릭 인터뷰 등 볼만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무기를 연구하던 연구원 출신 라이언이 만들었다고 해서 무기 산업과 마텔을 결부시키는 것도 억지스러워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아울러 내용이 분명 재미는 있는데 문체가 굉장히 딱딱해서 읽기가 쉬운 편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도판이 전무하다는 것은 정말 아쉬워요. 모든 소개된 제품은 사진으로 보강해서 설명해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호불호는 많이 갈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호' 쪽었는데 이런 류의 서적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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