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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1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니시야마 마사코 / 김연한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 6점
니시야마 마사코, 김연한/유유

제목 그대로 일본 1인 출판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며 일본 출판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

저의 오랜 꿈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것 같은 1인 출판사가 목표로 개인적으로 내고 싶은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과 독특한 요리 관련 서적입니다. 저의 꿈과 어느정도 맞닿아 있는 점이 많을 것이라 여겨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번역하신 김연한 씨도 1인 출판사 그리조아 대표이시고, 출판사도 우리나라에서도 소형 출판사라 할 수 있는 유유 출판사라는 점에서도 뭔가 통하는게 느껴졌고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읽다보면 꿈같은 이야기가 많아 읽는 내내 두근두근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좋아하는 동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한다, 늘 칭찬을 자주한다는 미르의 대표 후지와라의 말도 가슴에 콕 박히고, 1인 출판사에 필요한 첫 번째는 빠른 결단력, 두 번째는 용기였다는 치이사이 쇼보의 야스나가 노리코 대표의 인터뷰, 해보니 혼자서도 할 수 있고 그 날 부터 세상이 넓어졌다는 타바북스의 미야카와 미키 대표의 인터뷰 모두 감명깊은 부분이었습니다.
치이사이쇼보는 제가 만들고 싶었던 책 (어른들을 위한 동화)을 만드는 출판사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셸 실버스타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도 제 생각과 일치하고 말이죠.

또한 1인 출판사라고 해도 원하는 책을 대충대충 주먹구구식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대표들 모두 내고 싶은 책이 있고 삶의 목표와 방향이 명확하여 내놓는 결과물 (책)의 완성도 역시 살벌할 정도로 높다는 것에는 정말 탄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개된 책들이 사뭇 궁금한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은 <<계획과 무계획 사이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밤의 나무 (나무들의 맘)>> 등 몇 권 되지 않더군요. 당연히 1인 출판사이니 만큼 아주 대중적인 책들이 아니고 심지어 대표가 '내고 싶어서 낸' 책들이기까지 하니 어쩔 수 없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책들도 천부, 삼천부는 판매한다는 시장 환경은 참으로 부럽습니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명확한 방향, 지침을 가지고 움직이는 회사도 있지만 어쩌다 보니 1인 출판사가 되었다거나 하는 출판사도 등장하거든요. 온가쿠노토모샤의 대표 다니카와 메구미가 대표적입니다. 유명 시인의 며느리이자 유명 작곡가의 아내로 출판사는 어쩌도보니 하게 된 일종의 취미 활동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꼭 다니카와 메구미 대표 급은 아니더라도 소개된 1인 출판사들 중 상당수가 과거 자리를 잡는 과정 설명을 보면 나름 운이 좌우한 경우도 많이 있더군요. 결단력과 용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운'일지도?

그리고 인터넷 서점이 주도하는 현 시장에 대한 방책이 자세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 점도 아쉽습니다. 그냥 전자책 대응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풀어낼 뿐이에요. 서점의 이익을 올려주는 대신 반품이 불가한 미시마샤의 <<커피와 한 권>>시리즈라던가, 이런 독립 출판사들이 연합하여 주문 출고제와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소극적이고도 과도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죠. 더 크게, 아예 인터넷 상에 플랫폼을 꾸리던가 최소한 연합체 주도로 오픈마켓에 입점하는 등의 방법론이 고민되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전혀 말이 없어서 의아할 정도였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큰 아쉬움은,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현실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여 실제로 '1인 출판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터뷰를 심도깊게 소개한 것은 좋았지만 권말에 실제로 1인 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출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략하게나마 소개는 필요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니면 제목 그대로 일하는 방식이라도 좀 더 상세하게 알려주던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1인 출판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잘 알려주는 책으로 재미도 충분했습니다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유유 출판사 책은 이전에도 몇 권 읽어보았고, 솔직히 좋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지만 지금 인터넷 서점에서 이북 행사 중인 가격으로 구입하면 가격도 괜찮으니 만큼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글귀 몇개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편집자가 의견을 내어 좋은 방향으로 끌고가는 것이 필요할까? 이쪽이 끄집어내야만 나오는 것은 필요 없다. 자기 내부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내보내도록 하자.

이상 같은 걸 좇으면 안된다. 먹고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시대와 함께하는 일을 무시하고 이상을 추구할 수는 없다.

효율적으로 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람은 피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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