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조홍민 옮김/글항아리 |
에도와 관련된 식물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읽은 책. 소갯글도 그럴듯하고 만든 모양새도 예뻐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무척 다르더군요. 우리가 익히 아는 에도 시대, 즉 도쿠가와 막부 시대 뿐만이 아니라 일본 각지, 다양한 시대를 망라하여 여러가지 식물 관련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에도 시대로 한정하면 내용이 많지 않는 것은 당연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이래서야 제목과의 괴리감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이야기도 아니라서 큰 재미를 느끼기도 힘들었어요. 딱히 식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탓에 더욱 그러했죠.
또 등장하는 해석도 과장되거나 오버스러운 것이 많습니다. 예를들어 에도가 인분을 기반으로 벼농사를 지어서 오물 통제가 가능한, 완벽한 '에코 - 리싸이클링 도시' 였다고 이야기하는 식입니다. 조금 남은 오물 잔류물도 바다에 영양을 공급하여 전설의 황금어장 '에도마에'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설득력이 낮습니다. 인분을 비료로 쓴 곳이 일본, 에도에 한정된 것은 아니잖아요?
닌자들이 직업 특성 상 각종 식물, 약재에 능통한 전문가들이었다고 설명하는 것 역시 오버스럽기는 마찬가지고요.
물론 분량도 길고 주제가 독특한만큼 볼만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닌자 이야기 중 닌자가 '호로쿠다마'라 불리는 화약 장착 수류탄을 무기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 재료가 식물 쑥이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초석은 질산칼륨의 결정으로 닌자는 쑥에 오줌을 뿌려 흙 속에 묻은 후 미생물을 발효시켜 오줌 속 암모니아와 쑥에 함유되어 있는 칼륨을 반응시켜 질산칼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것을 알았는지 정말로 대단해 보입니다.
가토 기요마사가 구마모토 성을 축성할 때 과거 조선 출병 시 농성전을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다다미의 심으로 짚 대신 토란 줄기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일종의 보존식으로 벽에는 박으로 만든 박고지까지 발라 넣었고 하는군요. 지금 구마모토의 명물인 가라시렌콘 (삶은 연근 구멍에 물에 갠 겨자와 된장 섞은 것을 넣고 밀가루와 콩고물을 묻혀 튀긴 향토요리)의 재료인 연근 역시 구마모토 성 해자에 비상 식량으로 재배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 역시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도 아니고, 출처나 자료가 신빙성있게 제시되고 있지 않아 대체 무슨 사료를 기반으로 이야기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은 확실히 약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전국 시대 무장들이 어떻게 초식만 먹고 싸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무장들은 하루에 현미 5홉 정도를 먹었는데, 단백질도 없이 이 정도 식사로 갑옷을 입고 어떻게 전투를 할 수 있었나?를 전투민족 파푸아뉴기니인들과 연결시키고 있거든요. 파푸아뉴기니인들도 바나나와 타로, 토란 등 식물만 먹는데 말이죠. 여기서 전국 무장들은 파푸아뉴기니 사람들 처럼 장내에서 질소를 흡수해 채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당연히 과학적으로 증명도 되지 않은 추론에 불과한 내용으로 보였습니다. 발상은 재미있지만 여러모로 무리였어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사랑했던, <<맛의 달인>>에서도 간혹 언급되던 '핫초 된장'의 유래와 같이 내용 자체가 부실한 이야기도 제법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건질 것은 이름의 유래밖에는 없어요. 이에야스가 태어난 오카자키 성으로부터 8정 떨어진 핫초 마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데 이건 사실이겠죠.
그러나 그 외 된장의 특성에 대해서는 딱히 대단한게 없습니다. 핫초 마을은 야하기 강 자연 제방 위에 위치해 된장 만들기에 필요한 용천수가 충분했고, 야하기 강을 통해 수로 운송도 용이해서 된장이 발달할 수 있었다. 아울러 핫초 된장 제작에는 성을 쌓는 기술도 응용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찐 콩을 동그랗게 뭉쳐, 누룩균을 묻힌 된장 덩어리를 직경 2미터 정도의 거대한 삼나무 통에 채워 넣고, 된장 덩어리와 같은 무게가 될 정도의 돌을 눌러 쌓아 숙성시키는 것으로 이것은 성의 석벽을 쌓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 환경을 갖춘 지역이야 널리고 널렸을테고, 제작 방식도 축성 기술을 응용했다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인데 너무 억지로 대입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예컨데 순창 고추장에 대한 설명 - 기후상 습지가 많은 분지 지역이라는 특성 덕분에 고추장 발효가 활발해져서 다른 고추장에 비해서 장맛이 깊고 빛깔 또한 곱다 - 정도의 설득력이 있지는 않아요. 이런 이야기가 '식물'을 이야기하는 책의 주제와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기획의도와 주제, 만든 모양새는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햇습니다. 단점도 많으며 내용에서 딱히 신뢰가 가지도 않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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