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면관의 살인 - ![]()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박수지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건물 '기면관'은 진기한 가면을 모아 놓은 것으로 유명했다.
추리 소설가 시시야 가도미는 자신을 닮은 환상, 괴기 소설가 휴가 교스케의 부탁으로 기면관에서 열리는 기묘한 의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기면관의 주인인 가게야마 이쓰시가 자신과 생일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을 모아 가면을 씌워놓고 '또 하나의 자신'을 찾는 의식이었는데, 참석자에게 200만엔이라는 거액의 보상이 주어졌다. 마침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휴가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시시야에게 부탁했고, 시시야 역시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건물이라서 호기심으로 참석하였다.
의식에는 모두 6명의 닮은 꼴들이 모였고, 그들 모두 가게야마 이쓰시와 개인 면담을 진행했지만 다음날 가게야마 이쓰시는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고 '기면관'은 폭설로 고립되는데...
아야츠지 유키토의 대표 시리즈인 관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이자 현재(2017년 7월)까지는 마지막 작품입니다. 관 시리즈의 장, 단점이 모두 최대치로 드러나 있지요.
장점으로는 신본격의 대표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이름에 걸맞는 본격물이라는 점이 가장 큽니다. 모든 단서가 공정하게 제공되며, 추리 과정도 합리적입니다.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설정 - 범인 가게야마 이쓰시가 기면관의 2대 주인이고, 살해당한 가게야마 이쓰시는 생일이 같은 동명이인을 찾던 3대 주인이었다 - 을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 교묘한 전개도 인상적입니다. '수면제를 먹이고 가면을 씌운 이유'라는 기묘한 상황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건 과연 '관 시리즈' 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요.
또 탐정역인 시시야 가도미의 추리를 사건의 핵심 3요소를 꼭 집어 알려주는 부분처럼 진행에 따라 전개에 녹여내어 독자가 이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아르바이트생 도코는 사실 신게츠류 유술의 달인이라던가, 환희의 가면이 콘택트렌즈에 대해 조언을 하는 장면, 미네르바라는 잡지 로고에 대한 이야기 등 전개하면서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건 추리 작가 지망생으로서 배울 만 했습니다. 작위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한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관 시리즈'에서 느껴지던 변격물적인,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덜하다는 것도 마음에 드네요.. 이 부분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데 저는 '호' 쪽이었습니다. 읽기가 훨씬 깔끔했고 내용도 보다 합리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범행도 나름대로 상식적(?) 으로 그려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라는 것입니다. 본질을 찾는다 어쩌구 하면서 생일이 같은 동명이인을 불러모아 가면을 씌워놓고 하룻밤 보낸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이지요.
관 시리즈에 등장하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비밀 장치도 작위적이라는 점에서는 뒤지지 않습니다. 최악은 별관으로 탈출하기 위해 이용한 비밀 통로입니다. 이를 열기 위해서는 '기면의 가면'을 대고 균등하게 눌러야 하기 때문에 기면의 가면을 쓰고 있던 가게야마 이쓰시의 시체 목을 잘랐어야 했다는데, 눈이 이렇게나 많이 왔으면 눈을 뭉쳐서 가져다대고 눌러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애초에 가면을 대고 누른다고 힘이 균등하게 들어간다는 것도 넌센스고요.
참석자가 모두 동명이인이라는 것 역시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보다도범행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미래의 가면'과 열쇠를 훔치기 위함이라는 목적은 뭐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기껏 훔쳐봤자 폭설로 고립된 상황에서 어쩔 생각이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가게야마 이쓰시를 살해하지 않았더라도, 다음날이면 범행이 밝혀졌을 테니까요. 이럴거라면 참석자와 하인들까지 모두 죽이고 도망가는게 도주에는 훨씬 유리했을 겁니다.
오니마루와 도코 등 참석자 외 관계자에게 수면제를 먹이지 않은 이유도 알기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라도 모두 재우는게 훨씬 낫습니다. 실제로 관계자들 모두가 범행 시각에 잠을 자고 있지 않았던 탓에 범행도 많이 틀어져 버렸으니까요.
도쿄 근처에서 폭설로 고립되고, 구조를 요청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너무나 명확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장, 단점 모두 신본격이라는 장르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신본격물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교과서이기는 합니다. 신본격이라는 장르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여러모로 '소설' 보다는 '만화'나 '영화'같은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매체에 더 적합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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