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후의 일구 - ![]()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블루엘리펀트 |
미타라이는 한 청년으로부터 어머니의 자살기도 이유를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아들였다. 조사 결과, 청년의 어머니 요시코는 전남편의 연대보증 탓에 도토쿠론이라는 악덕 금융업체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타라이도 어쩔 수 없어 단지 자살 방지를 위해 가짜 부적을 그려줄 뿐이었다. 그런데 요시코가 다음날 미타라이를 찾아와 감사를 표한다. 이유는 대부업체 빌딩 옥상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미타라이는 화재 현장 조사에 나서는데...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야구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선택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뉩니다. 미타라이가 한 미용사의 어머니 자살 소동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는 약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의 초반부, 악덕 금융 사기업체 도토쿠론에서 일어난 의문의 방화를 다룬 중반부, 그리고 청년의 1인칭 수기로 이루어진 후반부로요.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다케타니 료지의 수기를 통해 전개되는 야구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도토쿠론의 사기 행각으로 아버지가 자살한 뒤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고등학교까지 선수로 버티지만,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프로 지명도 받지 못한 뒤 사회인 야구팀에서 뛰게 되고, 야구팀의 해체 이후 천재 다케치 덕분에 요코하마 매리너스에 입단하여 다케치의 배팅볼 투수로 살아가다가 다케치의 야구도박 파문 이후 야구를 그만두기까지의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 편의 그럴듯한 야구 소설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일단 다케치가 야구도박에 응해 승부 조작을 벌이는 동기가 설득력이 없습니다. 타격 3관왕을 바라보는 프로 2년 차 천재 신인이, 고작 1억 엔 정도의 금액 때문에, 그것도 사기로 떠안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승부 조작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공론화하거나, 아니면 FA가 될 때까지 버티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너무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잖아요.
트릭이 스포일러라는 말이 무의미할 정도로 너무 뻔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작위적인 것이라는 점도 불만입니다. 아무도 없는 밀실 같은 옥상에서 일어난 화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안전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경구,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꽃병... 이들을 조합하면 화재의 방법이야 모르더라도 상황을 추리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니까요.
20미터 떨어진 곳의 작은 꽃병을 야구공으로 던져 맞춘다는 것의 설득력이야 그렇다 쳐도, 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모를 꽃병에서 뿌려진 물이 생석회에 반응해서 화재를 일으킨다는 것도 별로 있음직한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석회가 그렇게 위험한 물질이었나? 차라리 생수병 몇 개를 사다가 던지는 게 더 효율적이고 빨랐을 텐데, 다케치가 왜 총질을 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꽤 효과적으로 쓰이기는 했지만 ‘카빈 → 카빙(꽃병)’은 그냥 말장난에 불과했고요.
때문에 별점은 2점. 솔직히 미타라이의 등장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야구와 추리의 결합도 그다지 효과적이라 보기 어려운 평범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야구소설로 읽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구속이 140을 넘지는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갖췄다는 다케타니의 묘사는 일본에서는 2군 배팅볼 투수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오면 충분히 중간 계투로 한몫할 수 있는 능력자로 보이더군요. 제 응원팀인 두산에 온다면 필승조도 너끈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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