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 시마다 소지 지음, 이연승 옮김/해문출판사 |
지즈코라는 여성이 얼굴 가죽이 벗겨진채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수사 중에 그녀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 이후에 도쿄에서 출발하는 침대특급 하야부사에서 목격되고 사진까지 찍힌 것이 파악된다. 사건을 담당하는 요시키형사는 일본을 종단하며 사건의 해결과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하며, 이 과정에서 지즈코의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해 알게되는데...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그간 격조했네요. 이번 회사에 입사한 이후 가장 긴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 작품은 미타라이에 이은 작가의 두번째 시리즈 캐릭터라는 요시키 형사 시리즈입니다. 딱히 취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작가인데 제목이 좋아하는 기차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물인 것 같아 휴가 중 읽을거리로 적절해보여 선택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단순한 알리바이 트릭물은 아니더군요. 9시 37분에 나고야에 도착하는 하야부사가 겨우 6분의 차이로 마지막 상경 신칸센을 도쿄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게다가 승객의 대다수가 슬슬 잠자리에 드는 시각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1인 침대객실까지 달린 블루트레인이라는 것을 이용한 전형적인 알리바이 트릭으로 시작하기는 하나 알리바이를 계획한 지즈코가 되려 살해당하면서 사건이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시마다 소지의 야심(?) 같은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마츠모토 세이초, 모리무라 세이이치, 니시무라 교타로 같은 선배들과는 다른, 뻔한 기차 시간표 알리바이 트릭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어!
그러나 야심은 컸으나 문제도 역시 큽니다. 먼저 지즈코의 동기는 딱히 와닿지 않아요. 어머니와 두 자매를 모두 농락한 소메야는 죽어도 싼놈이기는 하나 이렇게 복잡한 트릭까지 써가며 살인을 계획하느니 공론화시켜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게 일반적인 방향이겠죠.
게다가 이후 소메야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즈코의 얼굴 피부를 벗긴 이유입니다. 시체의 정체를 숨기는 것도 아니고 그 행위로 바뀐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쌍둥이설 같은 곁가지 추리만 난무하며 작품만 쓸데없이 길어지기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소메야가 정말로 천재적인 직관력으로 지즈코의 알리바이 트릭을 한번에 간파했다면, 그래서 준코를 이용하여 지즈코의 행적을 남길 의도였다면 본인의 알리바이를 확실하게 한 다음에 지즈코의 시체를 철저하게 은닉하는게 훨씬 나은 방법이었을겁니다. 여행 중에 실종, 사망한 것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높잖아요?
마지막의 진상과 약간의 반전은 그야말로 작위적인 추리쇼에 불과해서 더욱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쇼를 벌인 이유가 철저하게 집을 수색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였고 말이죠.
그래도 장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철도 시간표를 철저하게 연구한 알리바이 트릭은 교과서적으로 잘짜여진 트릭입니다. 이후의 작위적인 전개도 순수한 재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고요.
일본을 거의 종단하다시피하면서 사건을 추적하는 요시키의 모습에서 니시무라 교타로의 아사미 미츠히코로 대표되는 "여정 미스터리" 느낌이 많이 나는 것도 괜찮았어요. 도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여정미스터리가 되는 과정이 신기한데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각 지역의 형사들과 연계하여 단서를 얻어가며 수사하는 장면에서의 고전적인 형사물 분위기 역시 좋았고요.
덧붙이자면 비인간적으로 여겨지는 미타라이보다는 출중한 외모 외에는 평범한 형사로 보이는 요시키 형사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작위적인 부분은 아쉬우나 읽는 재미는 충분했어요. 더운 여름 읽을거리로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생각됩니다.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 추리물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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