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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3

범죄소설 - 김용언 : 별점 3점

범죄소설 - 6점
김용언 지음/강

얼마 전 읽었던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와 유사한, 추리 및 범죄, 하드보일드 장르 문학에 대해 분석한 문학 이론서입니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는 미국 역사 흐름에 따른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가 장르 문학 스타일 변경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이 책 역시 동일한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확대, 남성들의 불안 등이 주요 동기였다는 주장은 별다를게 없거든요. 특히 하드보일드 문학 장르에 대한 분석은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소개되는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대동소이하고요.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에서는 순수하게 하드보일드 소설만 분석하고 있으며, 시대가 변할 수록 '감상주의'가 강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고전 본격물과 이후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을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두 장르를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이 책에 따르면 고전 본격물은 외부적 자극이나 변화의 계기를 일절 고려하지 않은, 모든 원인과 결과가 세심하게 고려되고 창안되고 배치된 '닫힌 계'입니다. 추리 소설은 하나의 기계와 같고, 독서는 경악과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호기심의 '양'은 점점 줄어들고요. 탐정이 멕스웰의 도깨비 역할을 해서, 무질서를 통제하고 질서를 찾게 만드는 것이지요. 마침내 모든 문제가 해결되며 사물의 일상적 질서가 회복되는 평화로운 결말로 끝납니다. 이를 호기심이라는 에너지가 최대에서 최소로 옮겨가고, 엔트로피가 최대인 '평형 상태'가 되는 열역학 엔트로피 이론과 동일하다는게 요지입니다. 이렇게 마지막에 '열 죽음' 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한 번 읽고 결말을 알게되면 그 책을 다시 읽게 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게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20세기 하드보일드는 다릅니다. 셜록 홈즈처럼 완벽한 멕스웰의 도깨비 역할이 불가능하다는걸 통감했기 때문입니다.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할 수 있는건 사회의 부패와 범죄가 들끓는 현상을 낮추고, 일시적이나마 숨겨진 질서의 패턴을 찾아내려 애쓰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완벽한 무질서의 해결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존재가 더 큰 무질서를 낳기도 하니까요. 엔트로피 이론에 따라 결국 어느정도 안정화되기는 하지만,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고요. 

또 이 논리에 따르면 1980년대 일본에서 신본격 소설이 등장하여 유행한건, 일본이 버블 경제로 최고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9세기 산업 혁명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안정이 뒷받침 되면서 사람들이 '닫힌 계', 즉 범죄가 해결되고 안정적인 질서로 끝나는 체계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요.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처럼 개인이 발버둥쳐서 좌절하거나 약간의 희망과 소득만 얻을 뿐, 부조리한 세계는 그냥 알아서 움직인다는 어두운 이야기는 먹히지 않게 된 거지요. 반대로 버블이 붕괴한 1990년대 이후, 기리노 나쓰오 등에 의해 처절한 범죄 소설이 등장한건 당연한 수순이고요.

이렇게 재미있는 발상은 돋보이는데, 문제는 책이 쑥쑥 잘 읽히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정말 어렵게 쓰여져 있거든요.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읽기 편한 글은 아니었어요. 한국 작가가 쓴 글인데도 불구하고 분석 대상이 영미 장르 문학이라는 것도 아쉬웠던 점입니다.

그래도 범죄 소설,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21/02/13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레너드 카수토 / 김재성 : 별점 4.5점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10점
레너드 카수토 지음, 김재성 옮김/뮤진트리

부제는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사"입니다. 말 그대로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의 역사적 변곡점,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는 문학사 서적이지요.

간단하게 정리해본다면, 하드보일드의 통로 역할을 한 작품으로 소개된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입니다. 가족과 신앙이 도덕적 삶의 기초이고 중심이었던 19세기 모델에서 산업화, 도시화로 급변한 20세기 초 지극히 미국적인 범죄 행위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그 뒤, 전통적 가족 모델이 서서히 해체되는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 대쉴 해밋의 "몰타의 매"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신뢰의 결핍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기업화와 함께 찾아온 사회 경제적 변화 때문이지요. 당시 석유 회사에서 시작된 '트러스트' 체제 등장으로 가족 메타포가 기업 세계로 편입되었고, 기업 관행이 모든걸 지배했던 세계입니다. 그 결과, 전통적 가족 관계는 붕괴하고 이기적 개인들이 가족 유대 관계와 의무에서 벗어나 공감따위는 저버리고 돈만 쫓아 날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하지만 돈과 신뢰가 위험한 세상에서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고, 샘 스페이드가 매로 상징되는 '투기'를 거부하는 모습은 1929년 주식 시장 폭락을 반영하며, 매 조각상이 가짜라는건 투기 역시 환상이라는걸 의미합니다. 광란의 투기 경제에 대한 해밋의 비판적 시각을 잘 알 수 있지요. 또 주목할만한건 '진짜 남자'에 대한 해석입니다. 대쉴 해밋은 남자를 남자로 만드는건 정당한 보수를 받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스페이드는 직업을 잃을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요. 반대로 부자들은 무르고 기괴하게 여성적입니다. 돈 많은 악당들을 여성화하여 폄하한 겁니다.

그리고 대공황 시대를 잘 드러내는 작품은 제임스 M 케인의 "밀드레드 피어스"입니다. 하드보일드와 감상주의가 결합된 작품이지요. 밀드레드는 감상주의에 빠져 완벽한 가족을 꿈꾸지만 현실은 시궁창, 딸과의 관계가 파괴된 후 술에서 위안을 찾는 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결말로 가정사는 더 이상 여성 공동체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다는걸 알려줍니다.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으로 급작스럽게 모든게 변한 탓입니다. 뉴딜은 현대 복지 국가라는 개념으로 가족이 수행했던 보호 관리 역할을 정부가 맡아 수행했기 때문에 공감과 감성은 공적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여성은 뒤로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남성 중심 하드보일드 소설은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여성은 배제되고, 남성 관료주의가 가정과 사회의 도덕적 중심이라는 자리를 차지했고요.

대공황 이후 가족은 위협받고, 남성은 남성상의 기본 토대인 가족 부양자로서의 정체성이 몰락하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때 탄생한게 완벽한 남자 필립 말로입니다. 위협받던 남성상과 파편화된 가족을 구하는 영웅으로, 배트맨과 슈퍼맨 탄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말로는 무너진 의뢰인이나 관계자들 가족 복원에 최선을 다하는, 감상적이고 선한 영웅이거든요. 이는 구시대 하드보일드 태동기의 냉혹한 회의주의와는 정 반대 모습이에요. 가정이 중심이 되며, 사회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1950년대에 접어들면, 말로는 더 깊숙이 사건에 개입하고, 더 정서적으로 엮이게 됩니다. 대표적인게 "기나긴 이별"로 말로는 일이 아니라 일의 수혜자에게도 충성합니다. 이거야말로 감성적인 부분이지요. 이렇게 1950년대에 과도한 남성상을 지닌 폭력적인 마초가 부드럽고 감상적인 영웅으로 변한건 냉전 시기, 강한 미국과 안정된 가정이라는걸 유지하려는 분위기 탓으로 설명됩니다. 가장 끔찍했던건 사회 질서의 붕괴를 뜻하는 여성의 일탈이었고요. 그 덕분에 이 때 진정한 의미의 '요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순위를 매기자면, 일하고 능력있는 여성도 나쁘지만, 동성애자는 전통적 가족의 대립항이라 훨씬 더 나빴고, 무엇보다도 잠재적 어머니 역할을 고의로 방기하는 여성 동성애자는 최악 중 최악으로 인식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짐 톰슨은 풍요 속 공포와 우려를 표현했고,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고향에서 뿌리를 잃은 도덕적 불안을 작품에 드러내었습니다. 그런데 두 작가 작품 속 주인공들 모두 피해자들에 대한 감상주의적 공감이 최대의 능력으로 묘사되며, 감상주의를 중산층에서 분리해서 상류층에 국한된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감상주의가 위험하다는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특기할 만 합니다.

1960년대 들어서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더욱 친절해지고, 범인들은 더욱 사악하고 반사회적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탐정들은 가정을 중시하는 감상주의자에 심지어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페미니스트이기도 할 정도로요. 이 시기, 로스 맥도널드는 무너지는 가족 관계를 그렸는데, 모자간 결합의 단절을 통해 부모들의 책임 회피와 피해자는 아이들이라는걸 나타내었습니다. 이는 반항하는 자녀와 무력한 부모라는 1960년대 세대간 갈등을 극명하게 투영한다고 할 수 있지요. 젊은이들의 신뢰를 받고 파괴된 가족을 복원해주는건, 연민, 공동체적 결속과 공감을 중요시하게 여기고 폭력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사립 탐정이고요. 이렇게 친절하고 가정적인 사립 탐정 속성의 변화는 여성 탐정들을 등장시킵니다. 반면 더욱 사악하고 반사회적이 된 범인들은 결국 연쇄 살인범으로 진화하였습니다. "레드 드래곤"이 연쇄 살인범 소설의 교과서적 캐릭터와 기본 플롯을 제공한 뒤, 포화상태를 넘어서 공급 과잉상태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20세기 후반 미국 정부의 정신질환 정책과의 관계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공감을 일으키는 대상에서 괴물로 변한 뒤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으며, 연쇄 살인범은 이 대상화 작업에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요.

이렇게 현대 연쇄 살인범 소설까지 큰 흐름을 일람하고 있으며, 흑인 범죄 소설과 같은 특이점에 대한 소개도 충실합니다. 미국 근대사와 범죄 소설의 흐름이 절묘하게 일치하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대표작에 대한 소개도 상세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문제라면 저는 도저히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었던 존 D 맥도널드의 작품이나 탐정 스펜서 시리즈에 대한 호평이었습니다. 이래서야 책에서 소개하는, 제가 읽지 못한 다른 작품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할 수 밖에 없지요. 60년대 이후 범죄 소설의 흐름에 대한 소개는 별로 자세하지 않다는 점도 조금은 아쉬웠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쪽 장르에 대한 문학사이자 비평서로서 재미와 가치 모두를 충족시키는 좋은 책인건 분명합니다. 추리와 범죄 소설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리뷰를 쓰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삼아 읽기 시작했던게 문제였습니다. 약간은 공부하듯 분석하고 정리해야 내용 요약이 가능한 내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리뷰로 이 책을 잘 소개하지 못한건 다 제 공부가 부족한 탓입니다....

2021/07/24

살인과 창조의 시간 - 로렌스 블록 / 박산호 : 별점 2.5점

살인과 창조의 시간 - 6점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튜 스커더에게 비밀스러운 봉투를 맡겼던 스피너가 살해당했다. 소식을 들은 매튜는 봉투를 열었고, 봉투 안에는 스피너가 협박해 왔던 세 명에 대한 증거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셋 중 누군가가 스피너를 죽였다고 생각한 매튜는 그들에게 접근해서 협박을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스피너처럼 자신에게도 범인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프레이저는 자살했고, 베벌리는 이혼당해 모든걸 잃었다. 진상을 알아챈 매튜 스커더는 세 번째 협박 대상인 휘샌들을 찾아가, 그가 스피너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걸 알리며 마지막 담판을 벌이는데...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매튜 스커더가 술을 끊고 알콜 중독자 치료 모임에 다니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시거든요. 찾아보니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네요.

얼마 전 읽었던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가 하드보일드의 탈을 쓴 헐리우드 스타일의 펄프 픽션 범죄물이었다면, 이 작품은 정통 하드보일드에 가깝습니다. 매튜 스커더는 진짜 사나이로 거의 범죄에 가까운 방법을 동원해가면서 정의 구현에 최선을 다합니다. 베벌리 에스리지라는, 유혹과 살인을 동시에 행하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도 등장하고요.

하지만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에서 설명해 주었던, 변해버린 시대상을 반영한 하드보일드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선 탐정역인 매튜 스커더부터 알콜중독자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고, 타인의 죽임에 대해 고민하는 나약하고 감성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정의 구현에 나섰지만 실제로 정의로운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프레이저는 스피너 죽음과는 무관했고, 그가 협박당했던 과실도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던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매튜 스커더가 스피너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며, 기존에 스피너가 했던 협박을 이어갔기 때문에 프레이저는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매튜 스커더 스스로는 "살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게 살인이 아니라면 뭐가 살인일까요? 오래전 하드보일드에서 탐정 때문에 죽어나가던 등장인물들은 모두 죽어 마땅했었는데, 탐정 때문에 지극히 선량한 인물이 죽음을 택하는 경우는 처음 봤네요. 이런 정의, 선과 악이 모호한 설정은 시대가 변했다는걸 강하게 느끼게 해 줍니다. 팜므 파탈이 부자 남편을 잃었지만, 나름대로 개과천선하고 매튜 스커더와 친구?가 된다는 결말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에 더해 “나도 목석은 아니거든요.”라며 방을 찾는 베벌리에게 “내 호텔이 있지."라고 말하는 매튜 스커더의 마지막 대사는 화룡 정점이었어요. 몰락한 팜므 파탈과 불완전한 탐정이 '몸친구' 사이가 되는 결말이라니! 이 얼마나 현대적입니까! 고전 하드보일드에 흔하게 등장했던 복잡하고 꼬인 인간 관계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겠죠. 이제는 과거와 같은 깊은 정을 나누는 관계가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세 명의 협박 피해자들 외에는 고작해야 프레이저의 딸 스테이시 정도가 살짝 스쳐지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구현해 낸 하드보일드 캐릭터와 설정들에 비해 추리적으로는 특별한 건 없습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범인이다!라는 생각에, 세 명 모두에게 자기가 새로운 표적이라는걸 알리고 공격을 기다리는게 전부인 탓입니다. 이 중 스피너를 죽였던 휘슬러의 하수인과 베벌리의 옛 남자 룬드그렌이 각각 공격 시도를 했으며, 매튜 스커더는 모든 공격을 룬드그렌이 했던 것으로 착각했을 뿐이지요. 결국 프레이저는 죽었고, 베벌리도 아니라면 남는건 휘슬러 뿐이라는 간단한 결론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명의 공격이 겹쳤다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문제인데, 이 결론을 토대로 마지막에 휘슬러와 담판을 짓는 장면은 더 억지스럽습니다.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까요. 휘슬러가 스피너가 죽었다는걸 알고 놀랐다는걸 증거라고 제시하는데, 이건 증거도 뭐도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범죄가 등장하는 드라마에 가까와 보입니다.

그래도 읽기 적당한 분량에, 결말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재미는 확실했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현대적인 하드보일드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그리고 매튜 스커더 시리즈 팬이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2/03/09

블랙 머니 - 로스 맥도날드 / 박미영 : 별점 2점

블랙 머니 - 4점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내용, 진상, 범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촌 몬테비스타를 찾은 루 아처는 피터 제이머슨의 의뢰로 수상쩍은 남자 프란시스 마텔의 조사에 착수했다. 피터의 약혼녀였던 지니가 홀딱 반했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마텔의 정체는 몬테비스타 테니스 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했던 가난뱅이 불법 체류자 펠릭스 세르반테스였다. 그는 7년 전, 지니 아버지 로이가 자살한 직후 파리 유학을 떠난 뒤 출세해서 첫 눈에 반했던 지니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유학은 라스베가스 도박사 케첨 (레오 스필먼)의 도움 덕분이었고, 마텔이 가지고 있던 현금 십만여달러 역시 레오 스필먼의 돈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런 과거를 더듬어 가는 와중에 지니의 어머니 마리에타, 마텔이 차례로 살해당하는데...

하드보일드 3대장 중 한 명인 로스 맥도날드의 루 아처 시리즈 장편. 제목의 블랙 머니는 라스베가스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는 레오 스필먼이 탈세로 빼돌린 돈을 의미합니다. 카지노에서 큰 돈을 잃은 사람들을 찾아가, 할인된 금액으로 수금을 하는 식으로 빼돌렸던 거지요.

거장의 작품답게 읽는 재미는 상당합니다. 별 것 아닌 듯한 의뢰가 점점 커져가고, 이 와중에 등장인물들이 서로 더럽게 얽히고 섥힌 관계가 드러나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완급 조절과 흥미를 돋우는 묘사와 전개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솜씨가 빼어난 덕분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그닥입니다.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등장하는 사건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풀어보지요.

  1. 7년 전, 레오 스필먼은 도박 빚 대신 딸을 상납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로이 파블론을 구타했습니다.
  2. 혼절한 로이 파블론을 태블론 교수가 수영장 속에 밀어 넣어 살해했습니다.
  3. 펠릭스 세르반테스는 레오 스필먼을 협박해서 유학을 떠납니다.
  4. 펠릭스는 유학 후 프란시스 마텔이라는 가명으로 신분 세탁을 한 뒤, 파나마 영사관에서 일하게 됩니다.
  5. 마텔은 영사관 직원 신분을 이용하여 레오 스필먼의 블랙머니 세탁을 돕습니다.
  6. 7년이 후, 레오 스필먼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자 프란시스 마텔은 모든 블랙머니를 들고 달아닙니다.
  7. 마텔은 몬테비스타를 찾아 첫 눈에 반했던 버지니아 (지니) 파블론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8. 지니는 태블론 교수와 불륜 관계로 단지 돈이 필요해서 마텔과 결혼했습니다. 곧바로 이혼하고 위자료를 챙길 셈이었고요.
여기까지가 이야기에서는 후반부에 드러나지만, 전체 시간 순서상으로는 사건의 도입부인 셈인데, 인간들이 서로 엮이게 된 동기가 명확하고 나름 말은 됩니다.

그런데 이 뒤,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게 되는 태블론의 범행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순서대로 써 보자면,

  1. 지니는 마텔과 결혼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2. 이 때 마리에타는 지니로부터 남편 로이 죽음의 진상을 듣게 됩니다.
  3. 마리에타가 무언가 언급하려 하자, 태블론은 그녀를 살해합니다.
  4. 뒤이어 태블론은 마텔을 살해하고 돈을 갖고 도망칩니다.
인데, 우선 태블론은 마리에타를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마리에타가 로이의 범행을 폭로할걸 우려했다? 마리에타도 지니에게서 이야기를 들은게 전부일 뿐입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요. 경찰도 모두 자살이라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몰락한 알콜중독자 아줌마의 하소연을 누가 제대로 귀담아 들어주었을리도 없습니다.

지니가 7년이 지나서야 태플론의 범행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은 까닭도 모르겠어요. 마텔로부터 진상을 들었다 한 들, 그걸 어머니에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요. 마텔을 죽이고 현금을 가지고 도망친 이유 역시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마텔이 블랙머니를 빼돌려 쫓기고 있었다는건 태블론이 알 턱이 없었으니 이를 위장해 살해한다는건 불가능했으니까요. 로이 살인 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마텔을 죽이고, 마리에타를 죽인 범죄를 마텔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였을 수 있긴 합니다. 문제는 그랬다면 마텔의 시체를 숨겼어야 했습니다. 지니의 도움을 받았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살인 하나를 덮기 위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바로 발각된다는건 바보나 할 범행이지요. 아울러 죄를 뒤집어 씌울 의도였다 한들, 마텔은 이미 지니와 결혼해서 집을 떠났으니 마리에타를 죽일 하등의 동기가 없습니다. 경찰을 속이기는 힘들었을 거에요. 차라리 지니와 함께 도피하기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이었다면 말이 되었겠지만, 미적거리며 집에 머물고 있었으니 이 역시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루 아처가 태블론이 진범이라는걸 깨닫는 과정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추리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태블론이 베스와 결혼한 이야기를 들은 정도로 그가 지니와 깊은 관계였다는걸 깨닫기는 불가능한 까닭입니다. 게다가 지니도 단지 돈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했고, 베스는 루 아처를 노골적으로 유혹하며, 레오 스필먼은 남의 아내 키티를 빼앗아 사실혼 관계로 살고 있고, 실베스터 의사의 아내 오드리는 로이 파블론과 불륜 관계인 등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문란하기 때문에, 이를 태블론만의 문제로 돌릴 이유도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비밀을 숨긴 탓에 사건이 커져버린다는 뻔한 전개를 답습하는 탓입니다. 예컨데 지니가 태블론과의 관계만 일찍 밝혔어도 사건은 진작에 해결되었겠지요. 지니가 어머니가 살해된 이후에도 태블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건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어머니보다 태블론을 훨씬 더 사랑했다는걸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탓도 커요. 

탐정이 들쑤시고 다녀서, 모두에게 지옥문이 열렸다는 결말도 다른 하드보일드 작품들과 차이를 보이지 못합니다. 루 아처가 없었다면, 마텔의 죽음은 블랙 머니를 둘러 싼 악당들의 복수극으로 마무리 되었을 수도 있었을겁니다. 태블론은 10만 달러로 가정의 평화와 불륜을 이어갈 수 있었을테고요. 피터 제이머슨의 의뢰는 마텔의 죽음으로 끝난 상황이라서, 루 아처가 사건에 계속 개입할 명분도 없는데 왜 진실을 밝히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캐릭터 설정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남자들은 도박과 여자 때문에 파멸하고, 여자들은 자신의 미모 때문에 파멸한다는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지요. 미모를 제대로 활용한 여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건 조금 독특하기는 했지만요. 또 첫 사랑을 되찾기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하며 거액을 모은 뒤 살해당하고 마는 프란시스 마텔은 "위대한 개츠비" 설정과 너무 똑같아서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에 따르면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는데, 이 작품만큼은 전통에만 기대고 있을 뿐 변화된 시대에 걸맞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비교적 후기작인데, 확실히 초기작들보다는 많이 처지네요. 코엔 형제가 영화화한다고 몇 년 전 언급했던데, 영화 버젼이 차라리 더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코엔 형제니 기본 이상은 해 줄거라 확신합니다.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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