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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최후의 증인 - 유즈키 유코 / 한성례 : 별점 2.5점

최후의 증인 - 6점
유즈키 유코 지음, 한성례 옮김/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 사가타 사다토는 요네사키 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재판에서 검사 마오와 대결을 벌였다. 마오는 피고가 불륜 관계였던 피해자를 살해했다는걸 공판 과정 내내 여러 증인과 증거를 통해 착실히 밝혀나갔지만 사가타는 공판 마지막 날, 전직 형사 마루아먀를 증인으로 불러 놀라운 진상을 밝혔다. 피해자 미쓰코는 8년 전, 피고 시마즈의 음주 신호 위반 사고로 외동아들 스구루를 잃은 뒤 복수를 위해 사건을 계획했던 것이었다...

“최후의 증인”은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유즈키 유코의 법정 스릴러이자 복수극입니다. 제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으로 변호사(검사) 사가타 사다토 시리즈 중 한 권이라고 하네요.  “고독한 늑대의 피”는 하드보일드였는데 이런 작품도 잘 쓰는군요. 

작품은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고에서 시작해 복수, 법정 공방, 그리고 8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까지 세 개의 큰 흐름이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순서대로 설명드리자면, 타카세 코지와 미쓰코 부부의 외동아들 스구루는 신호를 위반한 음주운전자 시마즈의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시마즈는 자신의 부와 '공안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기사에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지요. 그리고 8년 후, 미쓰코의 시한부 판정을 계기로 부부는 교묘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이후 시마즈는 미쓰코의 의도된 유혹에 빠져들었다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고 맙니다. 이 사건의 변호를 받은 사가타와 마오가 법정에서 대결을 펼치고요.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는 깔끔하고, 인물 묘사도 돋보입니다. 특히 주요 악역 시마즈는 독자들이 분노를 느낄 만큼 적절히 그려졌습니다. 그의 특권과 오만함, 그리고 본의는 아닌 사악함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상상 가능한 캐릭터로, 독자들이 작품 속 세계에 몰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쓰코의 복수극도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녀는 자살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시마즈를 함정에 빠뜨리는데, 이 수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감춰져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일종의 서술 트릭적인 재미를 제공합니다. 공판 3일째에 피고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까지는, 피고인이 미쓰코라고 생각하도록 그려지는 덕분입니다. 전개 상 감추기 쉽지 않은 부분인데, 고민을 참 많이했구나 싶었어요.

법정물로도 볼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변호사 사가타가 검사 마오의 논리를 하나씩 무너뜨리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예컨대, 시마즈가 사건 직후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도망친 행위는 오히려 범죄와 무관하다는 논리로 반박되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불륜 상대로부터 공격받은 뒤 도주하는 상황이라면 사람 많은 호텔 로비를 지나 택시를 탄게 당연하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럴리 없다는 논리인데 그럴싸합니다.
시마즈가 법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으나, 결국 8년 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 처벌받게 된다는 점도 통쾌함을 안겨주고요.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우선 미쓰코의 복수 계획은 서술 트릭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치밀하지 못합니다. 특히 시마즈가 미쓰코의 단순한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건 설득력이 부족했어요.
또 마지막 공판에서 등장하는 마루야마 형사의 증언도 지나치게 극적이고 억지스럽습니다. 그의 증언이 없더라도 8년 전 사건이 복수극의 동기였다는건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사가타와 마오 검사에게 부여된 설정도 다소 진부하고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사가타가 검사직을 떠나게 된 계기, 마오 검사의 아버지가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희생당했다는 서사는 작품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불필요하다고 생각될 뿐이었습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사가타가 '어떤 식으로든 의뢰인을 무죄로 만들지만, 지은 죄는 반드시 죗값을 치루게 만드는' 변호사라는 설정을 끌고가는게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깔끔한 전개와 강렬한 악역 묘사, 그리고 법정 스릴러의 묘미를 잘 살렸지만 추리적으로 다소 아쉬우며, 작위적이고 진부한 부분도 많아 감점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4/11/29

십계 - 유키 하루오 / 김은모 : 별점 2점

십계 - 4점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블루홀식스(블루홀6)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대 입시생 리에와 그녀의 아버지 오무로는 오랫만에 큰아버지 슈조의 소유였던 에다우치지마섬을 찾았다. 슈조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리조트 개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일행은 개발회사, 부동산 업자, 건축가 등을 포함해 모두 9명이었다.
그런데 섬에서 대량의 폭탄 재료들이 발견되었고, 그날 밤 부동산 업자 오사나이가 살해당했다. 범인은 열가지 규칙('십계')를 남긴 뒤, 앞으로 사흘 동안 생존자들에게 섬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일행은 십계를 지키며 사흘을 버티려고 했지만, 슈조의 친구였던 야노구치, 부동산 업자 후지와라가 차례로 살해당하고 마는데...

유키 하루오의 장편 소설 "십계"는 그의 전작 "방주"와 같은 클로즈드 서클물로, 특유의 반전 매력을 내세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는 짧은 분량입니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길이로, 빠르게 읽고 즐기기 좋은 점이 매력적입니다. 또한, 전작 "방주"보다는 설득력 있는 무대 설정이 돋보입니다. 부유한 개인의 취미 생활이었던 무인도라는 설정은 현실성은 물론이고,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상황에 대한 설득력을 충실히 전해줍니다.

추리 소설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단서가(그런대로) 독자에게 공정히 제공되는 덕분입니다. 특히 '범인은 왜 자신의 발자국이 아니라 야노구치의 발자국만 지웠을까?'라는 핵심 단서를 통해 결말로 이어지는 추리가 좋았습니다. 야노구치가 범인의 신발을 착각해서 신었기 때문이며, 이렇게 착각할만한 신발은 후지와라의 신발밖에 없어서 범인은 후지와라이다!라는 건데, 아주 합리적이었어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주"와 달리 사건의 템포가 느리며,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방주"에서는 제한 시간 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모두가 죽을 수 밖에 없는 반면, "십계"는 제한 시간 내에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 조건만 지키면 모두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범인이 약속을 어기고 모두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는 하는데, 이는 독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작가가 애써 제시한 '십계'라는 공정한 룰이 깨지면, 본격물이라는 작품의 정체성을 해칠테니까요.

또 아야카와가 진범임을 반전처럼 밝히는 마지막 장면은 추리물로서는 불공정합니다. 애초에 아야카와는 리에와 오사나이가 살해당한 밤에 같은 방을 썼기에 알리바이가 성립되었었고, 심지어 리에는 주요 화자로 등장하여 아야카와의 알리바이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리에도 그녀가 범인이라는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설명하는건 반칙입니다. 차라리 아예 몰랐다고 했더라면 모를까요. 아울러 리에가 아야카와의 범행을 숨긴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도 독자에게 혼란을 줍니다. 최소한 아야카와가 범행 이유- 폭탄을 만든 일당이 그들을 죽이려 해서 먼저 죽였다! -를 설명하고 같은 편이 되기를 설득했다는 설정은 필요했습니다.

작위적인 전개도 눈에 띕니다. 오사나이의 살해 이후 야노구치와 후지와라가 차례로 아야카와의 꾀임에 빠져 홀로 행동하다 살해당했다는 설정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본인이 유력한 다음 희생자라는 점이 명확한 상황에서, 알리바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야카와를 쉽게 믿고 행동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섬에 폭탄 재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점 역시 작 중에서는 실수로 설명되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전작보다는 낫다고 해도 비현실적인 요소 역시 여전합니다. 예를 들어, 무인도에 엄청난 양의 폭탄이 있다는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왜 폭탄을 만들었는지 설명도 없고요. 중요한 연결고리가 끊겨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캐릭터 역시 평면적으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다른 작품에서 자주 보아왔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매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탐정이자 천재 범죄자인 아야카와는 흥미롭기보다는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결말에서 리에에게 반 협박식으로 건네는 마지막 인사도 영 별로였고요. 다른 인물들도 건축사 노무라 씨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한 묘사가 없어서 그들이 처한 위급한 상황이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작만큼의 화제를 불러오지 못했는데, 읽어보니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전작을 정 반대로 비틀기는 했는데, 단점은 거의 그대로이고 좋았던 장점마저 희석되고 말았네요. 딱히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24/11/24

하승진의 유튜브 콘텐츠 "턴오버" : 시즌 1 완결 - 별점 3점

하승진의 "턴오버"는 프로 농구 선수를 꿈꾸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에게 재도전의 장을 열어주는 취지로 진행한 유튜브 컨텐츠입니다. 작년 9월부터 거의 1년여 진행했는데 얼마 전 시즌 1이 완결되었습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KBL 드래프트를 목표로 훈련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든 것으로, 훈련 뿐 아니라 재활, 연습 경기 및 개인 브이로그까지 다양한 종류의 컨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농구를 좋아하기에 보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진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도저히 넘지 못할 것 같은 벽을 열정 하나로 넘어서려는 선수들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열정, 울림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특성 덕분에 극대화되고 있습니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포커스를 맞추는 장면과 컨텐츠가 많은 덕분이지요. 팀원이 10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보다 밀도있는 이야기를 가능케 해 주었고요. 이런 류의, 프로 도전에 실패했던 청춘들의 재도전을 담은 "청춘 FC"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그보다는 훨씬 마이크로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최강 야구"에서 프로 지명 선수가 나왔을 때 느꼈던 감동을 또 느껴보고 싶었는데, 확실히 현실의 벽은 너무 높더군요. 유튜브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장점도  분명 있지만, 방송사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자본력의 부족함도 느껴졌고요. 이게 방송사에서 방영된 컨텐츠였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정희현 선수가 일본 B3 리그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요. 최소한 이승구 선수는 선발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3점. 하태 컴비가 시즌 2를 언급하던데,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시즌 2는 조금 더 자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곳에서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