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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4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0. 밥을 먹는 쥐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10. 밥을 먹는 쥐
나라키 경감의 짜증은 누구의 눈에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초기 수사 도중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난 것이 나라키의 신경을 더욱 곤두세우게 만든 것 같았다.
"소우지 씨가 역립 인형을 꺼내기 전과 후,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까?"
토시오가 소우지의 방에서 일어난 일을 다 말하자, 나라키가 말했다. 눈썹 사이사이의 주름이 쭈뼛쭈뼛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한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소우지 씨는 유쾌했고, 자신의 수집품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유쾌하다고? 자기 여동생이 살해당한 직후에 즐거워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마사오 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우지 씨는 그녀를 어떻게든 기쁘게 만들기 위해 억지로라도 밝게 행동하려고 했습니다."
나라키는 입을 다물었다. 토시오의 말에 설득당한 모양이다. 나라키의 옆에 있는 인품 좋아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소우지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기억하십니까?"
"소우지 씨가 인형의 태엽을 다 감았을 때였어요. '아, 아프다'라고........'
"그 뒤는?"
"우리는 인형의 신기한 움직임에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소우지 씨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요?"
"네, 소우지 씨도 마지막까지 인형을 보고 있었어요. 인형은 소우지 씨 곁을 지나가려고 했어요. 그 때, ‘멈추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중얼거렸습니다"
"’멈추지 않는다, 이상하다?’ 나라키 경감님, 인형은 거기서 멈춰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요?"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인형의 기계가 이상하게 작동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러 손을 댄 건가?"
나라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옆의 남자는 다시 토시오를 바라보았다.
"소우지 씨가 한 말은 그게 마지막이었나요?"
"...... 소우지 씨는 인형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렸습니다. 우다이 씨가 일으켜 세웠을 때 ...... 소우지 씨는 '하지만 훌륭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건 무슨 뜻일까요?"
나라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시오는 소우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우지는 죽기 직전까지 인형에 대해 진심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그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헛수고에 가까웠다.
"소우지 씨는 그 역립 인형을 보여주겠다는 것은 예전부터 약속한 것이었습니까?"
나라키가 말했다. 질문의 주도권을 되찾는 듯한 분위기였다.
"약속은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우다이 씨에게 주모우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이라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주모우?"
"소우지 씨 방에 있었잖아요. 비누방울을 뿜어내는 자동 인형입니다."
"비누방울을요?"
"그게 계기가 되어 소우지 씨는 카라쿠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역립 인형도 꺼냈어요"
"소우지 씨가 역립 인형을 꺼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군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인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역립 인형 따위는 보여주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나라키는 오늘만 아니었으면, 끔찍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우지 씨가 역립 인형을 보여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희박해 보이는데요."
"뭐라고요?"
"역립 인형을 소우지 씨가 복원했다는 것은 최근이라고 합니다.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귀중한 인형이라는게 자랑거리 중 하나였어요. 인형은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소우지 씨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요. 카라쿠리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역립 인형도 보여주고 싶어질 수밖에 없죠."
"카라쿠리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
"소우지 씨의 방은 장난감이 가득 차 있어요. 카라쿠리가 화제가 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나라키는 또다시 말꼬리를 잡혔다. 나라키는 험악한 말투로 토시오 일행이 왜 마와리 집에 오게 되었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토시오는 있는 그대로를 차분하게, 자세히 대답했다.
"..... 정말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범행입니다."
나라키가 높은 목소리로 되풀이했다.

토시오와 마이코, 마사오는 카오리의 방에 머물게 되었다. 토시오가 방에 들어서자 마이코와 마사오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땠어?"
마이코가 토시오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정말, 긴장되더군요."
"그렇겠지."
그리고 마사오에게 말했다,
"말하기 싫은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수사관이 먼저 데리러 온 것은 마이코 쪽이었다. 마이코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마사오는 침착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이코가 나가자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모두 침묵을 견딜 수 없었다.
"미안해요."
마사오가 말했다. 토시오는 이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도 자신의 진심이 전달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친 다리는 괜찮으세요? 먼저 물어봐야 했는데요."
"괜찮아요."
마사오는 먼 옛날을 떠올리는 듯 대답했다.
"당신이 침착해서 안심이 되네요."
토시오는 토우이치가 죽던 날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다이 씨가 저를 위로해 주셨어요. 그 분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당신을 기쁘고 행복할 때 만날 기회가 없었던게 아쉽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나는 항상 상상하고 있어요. 행복할 때의 당신은..."
"마찬가지에요."
마사오는 토시오의 말을 가로막았다. 거의 발작에 가까웠다.
"나는 항상 이랬어요. 늙어 보이잖아요. 하지만 그 사건 때문만은 아니에요."
"늙어 보이지 않습니다. 나이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고요."
"카츠 씨는 젊어요. 우다이 씨가 말했어요. 아주 순수한 청년이라고."
"순수하지 않아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요,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답니다. 카츠 씨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될 거예요. 멋진 여자와도........"
"다른 여자 따위는 필요 없어요. 나는........"
"우다이 씨는 경찰관이었군요."
마사오는 토시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다이 씨가 경찰서를 그만둔 이유도, 토모히로를 쫓은 이유도 말해줬어요. 그 분은 어떤 액운을 만나도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다이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아나더군요. 카츠 씨는 우다이 씨와 함께 일한 지 얼마나 됐나요?"
"오늘로 엿새째입니다."
"엿새째... 나는 더 오래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조사관이 된 것은 당신을 처음 본 그 날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한지도 엿새째군요. 나에 대해서 잘 알 수는 없겠네요."
"알고 있습니다."
토시오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알아요. 내가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우지와 관계를 끊지 못한 더러운 여자라는걸 알고 있죠."
"당신은 소우지에게 협박을 당한 것뿐입니다."
"나는 나쁜 여자야."
"나쁘지 않습니다, 더럽지도 않아요. 괜찮습니다. 단 이틀만 못 만났을 뿐인데 나는......."
"안 돼요. 그런 말을 하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해요"
"오랜 시간? 얼마나 오래요?"
"2년, 아니 3년정도라도"
"그땐 내 말을 들어줄 거죠?"
"들어줄게요. 어떤 일이든요."
"예를 들어 ...... 샹보르관에 초대한다고 해도?"
"어디든 상관없어요."
마사오는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이 위로의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토시오는 매우 기뻤다. 동시에 마사오와 정을 통하던 소우지가 살해당하자마자, 마사오에게 이런 대답을 하게 한 자신이 매우 어리석게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이런 말을 할 생각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당신을 보는 동안 마음을 억누를 수 없게 되었어요."
"괜찮아요."
마사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나라 공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지........"
차 안에서 마이코는 비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을이라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강한 냉기가 에그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토우이치는 수면제 중독으로 죽었어. 외상도 없었고 충치 외에는 질병도 없었어. 체질도 정상, 혈액형도 B형.......내가 한 장의 카드를 주기는 했지. 나라공은 토우이치가 마신 약병의 뚜껑이 얼마나 단단한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으시더군."
"경감은 어떻게 해석했습니까?"
"병의 뚜껑을 연 건 토모히로 자신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
"토모히로가? 그렇다면 토모히로는 집을 떠나기 직전에 수면제를 먹은 셈이네요."
"토모히로는 약을 먹지 않았어. 하지만 마사오의 말에 따르면, 토모히로는 마사오가 산 수면제를 건네주자마자 포장을 뜯어 버렸다고 했는데, 나라공은 그 때 뚜껑도 열지 않았나 싶다네."
"마사오 씨는 병뚜껑을 여는 것까지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그 기억이 없다는군."
"그렇다면 토우이치의 죽음은 순전히 누군가의 과실일까요?"
"글쎄, 아무튼 토모히로는 마시지도 않은 약병의 뚜껑을 열었잖아."
마이코가 토우이치의 죽음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토모히로의 사고에 이은 토우이치의 죽음. 그리고 카오리와 소우지까지 죽었다. 카오리와 소우지의 죽음은 완전한 살인 사건이었으니까 이 죽음의 연쇄 관계는 당연히 파헤쳐야만 했다.
"소우지는 어떻게 살해당한 겁니까?"
토시오가 물었다. 아직도 소우지가 왜 쓰러졌는지 잘 몰랐다.
"소우지는 그 역립 인형에 의해 살해당했어."
"설마 인형이?"
그 때, 소우지는 확실히 인형의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인형의 태엽을 감았을 때, 인형에 이상이 있었던 것 같다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인형이 사람을 죽인다고?
"역립 인형에 독침이 박혀 있었어. 태엽 감는 나사의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독을 넣은 가느다란 주사기가 꽂혀 있었지. 테엽이 어느 정도 단단하게 감겨지면 주사기가 튀어나와서 한꺼번에 독액을 주입하고 바로 다시 들어가는 구조야. 기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가공이라고 해. 게다가 노리는 사람을 확실히 찌를 수 있다고 하더군. 나사를 감는 손가락은 반드시 주사바늘 바로 위에 오기 때문이지."
"독은 뭐예요?"
"현재로서는 시신의 상태로 미루어 볼 때 알칼로이드의 일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알칼로이드가 뭐죠?"
"모르핀, 스트리키니네, 코카인, 니코틴 같은 것들이지."
"소우지는 역립 인형의 나사를 감을 때 마사오 씨에게 감아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었죠?"
토시오는 자신의 말에 겁이 났다. 만약 마사오가 나사를 감았다면, 살해당한 것은 마사오가 였을 터였다.
"그래. 마사오가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어."
"범인이 죽인 것은 역립 인형을 움직이려고 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되겠지. 살해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인형을 다루었던 소우지지만, 그런데 소우지는 마사오에게 인형의 태엽을 감아보라고 권유했었지. 소우지의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웠어. 카라쿠리에 독침을 심을 정도로 철저하게 계획적인 범인이 이 정도 변수를 예측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야. 나는 범인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어."
"만약 우리가 없는 곳에서 소우지가 카라쿠리을 움직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격자가 없었다면 수사는 상당히 어려웠을거야. 첫째, 사인 규명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거야. 사인이 밝혀져도 설마 카라쿠리에 독침이 박혀있을 거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았을테고, 역립 인형은 다른 장난감들 속에 섞여버렸을테니까. 만약 방 안쪽에서 열쇠를 걸어 놓았다면 수사는 오히려 더 좁혀질 수 있었겠지. 방 안의 인형을 철저히 조사하면 되니까. 하지만 자물쇠가 걸려 있지 않다면, 상식적으로는 누군가 주사바늘을 들고 소우지의 방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수사도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었을 거야. 그리고 소우지는 자신의 방에 지금까지 한 번도 자물쇠를 채운 적이 없었다고 하는군."
"범인은 왜 수사를 방해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그날만이라도 인형을 잠시 숨기는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카오리 씨가 살해당했다면 당연히 많은 경찰관이 출입하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범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카오리 씨와 소우지를 죽인 사람이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뭐라 말할 수 없군."
"토우이치의 사인도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나도 나라공에게 말했어. 만약 이 모든걸 같은 범인이 저질렀다면, 그는 하늘에서 운석을 떨어뜨려 토모히로를 죽이는 것과 같은 엄청난 짓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역립 인형에 독침을 꽂은건 누구였을까요?"
"방금 말했듯이, 소우지는 방에 열쇠를 걸어둔 적이 없어. 낮에는 회사에 출근하기 때문에 소우지는 집에 없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인형에 독침을 꽂을 수 있어. 설령 여자라도 말이야."
토시오는 마이코의 말이 신경 쓰였다.
"마사오 씨에 대해 말하는 건가요?"
"네 사람이 죽은 결과, 당연히 결론은 하나야. 즉, 이번에 데츠바가 죽으면 마와리 가문의 유산은 모두 마사오의 것이 된다는 것."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토시오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마와리 가문의 유산 따위는 있을 수 없어요. 스페이스 레이스의 실패 탓에 조만간 나사 저택도 처분될 거 아닙니까. 설령 처분하지 않더라도 해바라기 공예가 다시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과연 팔릴만한 물건이 계속 나올 수 있을까요?"
"그렇지. 최소한 그것 때문에 사람을 네 명이나 죽인다는건 생각하기 어렵지."
"우다이 씨는 데츠바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농담이 아니야. 그렇게 놔둘 리가 있겠어? 그러면 내 뇌물죄를 풀어줄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되는 거잖아."
"나사 저택의 경호는 철저하겠죠?"
"그래, 두 사람이 동시에 살해당했으니까. 범인이 어떤 꾀를 부려도 데츠바를 건드리는 것은 불가능할 거야."
"마사오 씨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당분간은 나사 저택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아"
"내일은 토모히로의 초칠일이에요."
"벌써 그렇게 될까? ...... 마사오와 무슨 얘기 했어?"
"그다지 대단한건 ......"
"그래? 마사오는 정말 마음씨 좋은 여자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이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말이 이상하게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시오는 생각했다.
"그런데, 역립 인형을 만든 오노 벤키치. 소우지가 죽기 전에 했던 말에 따르면 가나자와 사람이라고 했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나자와라는 땅이 마와리 가문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우선, 해바라기 공예의 마와리 가문이 만든 장난감이 뭐였지?"
"후쿠나가 씨가 밥 먹는 쥐가 원형이라고 알려준 장난감이었죠"
"밥 먹는 쥐는 어느 지방에서 만든 장난감인지 알아?"
"아뇨.."
"얼마 전에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가나자와의 장난감이었어. 덴포(天保) 때 마에다 번의 하급무사가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작지만 유명한 장난감이야. 가나자와에는 그.외에도 유명한 장난감이 있어. ‘하치만 기아게리’라는 아름다운 기아게리 인형이야. 해바라기 공예의 전신인 츠루슈도(鶴寿堂)의 마와리 사쿠조(馬割作蔵)가 판매한 장난감에 이 기우게리가 들어있었지. ……. 그리고 마와리 가문의 문장을 알아?”
"...... 안은 명아주(藿藿). 하지만 원래는 나사 매화였다고 하네요."
"호오, 대단하군."
"카오리 씨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나사 매화는 매화그릇의 가치평가가 높아. 매화그릇으로 유명한 다이묘가 있지. 가가번의 마에다 가가 매병. 가가 백만석의 정문 '자요몬(慈陽門)'. 가나자와는 성곽 마을이야. 가신에게 공적이 있으면 매화 그릇의 대체 문양인 '가에몬'의 사용을 허락해 주었었지."
"그럼 마와리 사쿠조는 가나자와 출신인가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일이 일요일이었지?"
"맞습니다."
"가나자와에 가볼까?"
"저도 갈게요."
"카츠군은 괜찮아. 이건 일이 아니야. 불필요한 경비를 들일 수 없어."
"에그를 운전해서 가면 됩니다. 물론 당일치기로요."
"가나자와까지 꽤 멀잖아. 24시간 내내 운전할 자신이 있나?"
"네,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거든요."
"그럼 나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마이코는 토시오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때 사랑에 빠진 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뿐이야."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 달그락달그락 새 

미스터리 아레나 - 후카미 레이이치로 / 김은모 : 별점 2점

미스터리 아레나 - 4점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진상,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년 연말 방송되는 인기 TV쇼 <<미스터리 아레나>>는 출제되는 문제를 맞추면 거액의 상금을 얻는 쇼였다. 대신 틀린 답을 제시한 참가자는 자신의 장기를 이식용으로 기부해야 했다. 
올해 문제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물'로,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동창생들은 매년 모임을 갖는 동창 마리코의 별장에 모였지만, 마리코는 4층 자기 방에서 칼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방송에서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될 때 마다, 자신의 추리에 확신을 가진 참가자는 벨을 눌러 범인이 누구인지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추리 뒤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앞서의 추리는 부정되며 계속 변형되어 나가는데...

후카미 레이이치로의 장편.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추리를 이야기한다는건 <<독 초콜릿 사건>> 등을 연상케도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가지고 추리를 펼치는게 아니라 본편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추리를 펼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종의 배틀이라서 같은 답을 내 놓으면 먼저 답한 사람이 이기는 규칙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하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수많은 추리가 등장하는데 대체로 성별 오인이라던가, 이름이나 묘사 등으로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거나 한 사람을 두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등의 서술 트릭이 많습니다. 꽤 그럴듯한 추리도 등장합니다. "마루모가 범인이고, 그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는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왜 마루모가 여자이며, 실제로 범행을 어떻게 저질렀는지에 대한 추리를 여러가지 단서로 뒷받침하여 주장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높거든요.
피해자 마리코가 남자였다는 추리도 상황 - 마리코는 드레스를 입고 죽어 있었음 - 을 보면 억지스러우나, 마리코는 이름이 아니라 성이었다는 주장은 꽤 합리적이었어요. 앞서 본편 문제 이야기에 마리코의 본가가 안도 히로시게의 <도카이도 53역참>에 그려져 있고, 마리코의 집은 마덮밥 체인점을 한다는 단서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도카이도 53역참> 스무 번째 역참이 마리코 역참으로 마죽 가게에서 마죽을 먹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걸 근거로 "마리코"는 성이라는 추리지요. 이를 통해 '피해자 마리코와 다른, 범인인 여성 "마리코"가 있다, 그건 '아키'였다'는 추리로 이어지는 과정도 깔끔합니다. 
이름을 활용한 서술 트릭은 관리인 히데가 사야카 시점일 때만 英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등 그 외에도 많습니다. 
다른 추리들도 볼만한게 몇 가지 있습니다. '범행 현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나선계단이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통로가 2개였다', '다이잉 메시지는 S가 아니라 적분 기호로 등장인물 중 세키 분타 (세키분 - 적분)를 가리킨다' 등이 그러했습니다. 앞서 히데 씨와의 대화에서 택시비에 대한 언급을 통해, 실제 별장에 온 사람이 몇 명인지 추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단서들도 곳곳에 잘 삽입되어 있고요.
이런 점들만 보면 장르에 깊은 이해를 가진 작가가 썼다는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오르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 2위에 등극하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엄밀하게 본격 추리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본격 추리물과 그 장르를 비틀고, 풍자하고 조롱하는 성격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작 중에서도 참가자의 입을 빌려 "성별 오인 트릭 자체는 이제 낡을 대로 낡았잖아. 한때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작품에 '마유미'라는 이름이 나오면 거의 백 퍼센트 성별 오인 트릭이 사용됐다고 의심하는게 상식이었을 정도야"라는 말이 나오는 등, 본격 추리물의 작위성을 대놓고 놀립니다. 추리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 보다는 이른바 "바카미스 (게임성, 오락성을 과도하게 추구하고 의외성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큰 작품들)" 류의 추리가 더 많아요. 고양이 다마가 알고보니 사람으로 발레리나였다던가, 사부로가 바라보았던 창 밖의 "가로수"가 사실은 사람 - "나미키 (가로수)"라는 이름의 - 이었을거라는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정답을 조작했다", 즉 이야기의 분기를 다수 만들어서 누군가 그럴듯한 추리로 정답을 내 놓을 경우, 다른 분기로 이어지도록 조작했다는 게 '미스터리 아레나' 방송의 정체라서 애초에 공정한 추리가 이루어지는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정답이라고 내 놓는건 앞서 알멩이를 다 뽑아먹어서 억지로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황당한 결과일 수 밖에 없고요. 등장인물이자 피해자인 "다이라 사부로"와 다른, "다이라사부로"라는 이름의 인물이 별장에 있었다는 식인데 너무 억지스러워서 할 말이 없을 정도였어요. 이래서야 본격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지요.

설정도 만화적이고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알고보니 <<미스터리 아레나>> 참가자들은 모두 특수 요원으로 방송이 거짓이라는걸 폭로하기 위해 투입되어 관계자들을 일망타진한다는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전개도 마찬가지라 본편 문제 이야기는 괜찮았지만, 퀴즈쇼 진행 부분은 과장되고 만화적인 묘사가 넘쳐나 읽기 불편했습니다. 풍자와 조롱을 위해 일부러 더욱 과장되게 쓴 듯 하지만, 보다 진지한 분위기로 추리 애호가들의 문답이 이루어지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오답자는 장기 이식 운운하며 생명을 건 추리 배틀을 벌인다는 TV 쇼 설정보다는 말이죠. 아니면 아예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처럼 가볍게 접근하던가요. 지금의 결과물은 진지한건지, 말도 안되는 농담인건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즐길거리가 없지는 않으나, '소설'보다는 '장난'에 가깝습니다. 여러모로 과했어요.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비슷한 소재라도 히가시고 게이고의 덴카이치 탐정 시리즈 (<<명탐정의 규칙>>, <<명탐정의 저주>>)가 훨씬 괜찮습니다.

덧붙이자면, 작가 이력을 보니 게이오 대학교 문학부 졸업에 파리 부르고뉴 대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사람이더군요. 1963년 생으로 이 작품을 발표한 2016년에는 50대 중반이었고요. 그런 사람이 이런 만화같은 작품을 발표했다는게 의외인데, 한 편으로는 일본식 문화의 저변이 정말 넓고 깊구나 싶은 생각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정도 나이와 위치니 이런 본격 추리물을 조롱하는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겠구나 싶네요.

2023/05/13

신의 기록 - 에드워드 돌닉 / 이재황 : 별점 4.5점

신의 기록 - 10점
에드워드 돌닉 지음, 이재황 옮김/책과함께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 과정을 시작부터 완결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미시사, 인문학 서적.
시작이 된 나폴레옹 프랑스 원정대의 로제타석 발굴에서 시작하여, 샹폴리옹이 해독을 성공하고, 샹폴리옹 해독이 옳았다는게 검증된 카노포스석 발굴로 마무리되는데 핵심은 이집트 성체자 해독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자세합니다.
우선, 성체자 해독이 어려웠던 이유는 사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자가 어떤걸 나타내는지를 알려면 사례가 많아야 했거든요. 하지만 로제타석 조차도 성체자 부분은 깨져버린 탓에 14줄만 남아있어서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래서 처음에 학자들은 두 번째 부분인 속체자에 주목했습니다. 속체자는 그림문자인 성체자에 비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문자로 보였고, 정상적인 문자는 일반적으로 자모 기반이라서 속체자의 자모를 알아내려고 했거든요. 로제타석의 그리스어 부분에서 자주 반복되었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이름을 속체자 부분에서 찾아내어 이 둘의 문자열을 짝짓고, 그래서 자모를 알아내려고 했던 시도가 초반에 이루어졌었지요. 이는 비교적 - 반쯤은 우연으로 -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문제는 이 탓에 속체자는 자모로 이루어져 있다는 오류가 강화된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속체자는 성체자를 바탕으로 간략히 써서 빨리 쓸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간체자여기에, 결국 이 시도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뒤 영국의 토머스 영, 프랑스의 샹폴리옹이라는 두 천재가 등장합니다. 먼저 나선건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토머스 영이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다른 학자들처럼 속체자와 그리스어를 비교 분석하여 패턴을 찾아내려 했죠. 이는 앞서 말했듯 실패가 예정된 방법이었습니다. 실패 후 영은 '중국어'를 통해 해독으로 한 걸음 나아갑니다. 바로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중국어 - 한자 - 의 외래어 발음법에서 착안한 방법이었지요. 한자는 모든 단어를 가지고 있지만, 외국어를 발음하려면 그 발음에 맞는 문자를 붙여서 써야 합니다. 뜻과 상관없이요. 불란서, 이태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은 로제타석의 비이집트계 이름 - 프톨레마이오스 - 를 어떻게 성체자로 적었는지 찾아내면, 최소한 그걸 읽는 방법은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타원체 - 카르투슈 - 가 둘러싸고 있는 성체자를 주목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고, 음독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을 것이라 여겼거든요.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이름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카르투슈 안 성체자만 소리와 상응한다고 생각했고, 그 외의 성체자는 부호에 뭔가 의미가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입니다. 마야 문자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처럼요. 그 때도 마야 문자는 그림으로 관념을 나타내는 부호라는 주장이 널리 퍼졌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음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문자 체계였다는게 드러났지요.

영의 발견은 샹폴리옹이 이어받아서, 그는 여러 카르투슈 속 이름을 해독했고, 로제타석 성체자 숫자도 헤아려 봅니다. 그 결과 일반적인 개념대로 성체자 하나하나가 한 단어나 개념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너무 적다는걸 알아냅니다. 그리고 역시 중국 한자식 발상으로, 평범한 이집트 단어에도 성체자를 소리 문자로 사용했다고 생각하지요.
아부심벨 신전에서 베껴낸 비문을 받은 샹폴리옹은 파라오 '람세스', '토트메스'의 이름을 해독했고, 여기서 '콥트어' 전문가라는 능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파라오들 이름이 '탄생'을 뜻하는 콥트어 단어 '미세'가 관련되어 있다는걸 깨달았거든요! "라가 탄생시킨 아들', "토트가 탄생시킨 아들"이라는 뜻으로요! 그래서 카르투슈 밖 성체자에서 이렇게 '탄생'을 의미하는 성체자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게 그리스어 부분으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찾아보았니다. 그 결과 '탄생일' 이라는 단어를 알아내죠. 성체자가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지게 아니라 자모를 가진 문자라는게 드러난겁니다. 이게 샹폴리옹이 그 유명한, 형에게 "내가 해냈어!"를 외치고 기절했다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읽는 방법을 알아낸 샹폴리옹은 콥트어 규칙을 적용해서 성체자 분석을 진행합니다. 성체자에 가장 많은 물결무늬는 콥트어에 가장 많이 나오는 "N"이라고 판단했지요. 


콥트어에서 N은 of의 의미였습니다. P는 정관사 the로 사용되었는데 '프톨레마이오스' 해독으로 p 발음은 무슨 그림인지 알아냈고요. 이를 통해 TheXXXXXofXXXXXX 같은 문장을 끌어낸 뒤, 단어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진전은 '결정자'의 발견이었습니다. 단어 끝에 붙어있어서, 없어도 되는 글자로 보였던 글자였는데 알고보니 명확하게 단어임을 알려주는 부호였던 겁니다. '고양이'라는 글자 뒤에 고양이 그림을 붙여놓는 식으로요. 결정자는 단어 뒤에 붙기 때문에, 해독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래가 성체자 '고양이'인데, 정말 고양이 그림이 붙어있네요.


또 샹폴리옹은 그리기 어려운 단어를 같은 발음인 그리기 쉬운 단어로 바꾸어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이집트어에서 '아들'과 발음이 같은 것은 '오리'였습는데, 이 역시 콥트어에서도 두 단어 모두 '사'라는 같은 발음이었던 것에서 떠올린 것이지요. '독수리'도 '어머니'와 발음이 같았고요.
참고로, 이렇게 동음이의어가 쓰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건 오래된 사실이라네요.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래 기독교 성경에서는 선악과가 어떤 종류의 과일인지 특정하지 않았는데, 히에로니무스가 라틴어 성경을 만들면서 라틴어 단어 말룸 (malum)이 '사과'와 '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데 착안해 집어넣었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성체자의 비밀을 푼 샹폴리옹이 이집트를 방문하여, 그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여왕 - 핫셉수트 -'에 대한 글을 읽어내는 것으로 성체자 해독에 대한 글은 완료됩니다.

정리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관련된 자료도 굉장히 상세합니다. 도판은 물론, 여러 등장인물들의 일대기 소개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영국의 부자 윌리엄 뱅크스의 일대기가 대표적입니다. 직접 이집트로부터 오벨리스크를 운반해 자기 저택에 세울 정도로 부자였는데, 여기서 '클레오파트라'라는 카르투슈가 발견되어서 성체자 해독에 기여했지요. 동성애자로 밝혀져 몰락하고 말았다고 하고요.
관련된 역사 소개도 빠지지 않습니다. 시작이 된 나폴레옹 프랑스 원정대의 로제타석 발굴이 대표적입니다. 발굴 뿐 아니라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의 시작과 끝을 모두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집트 역사 서술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집트가 그렇게 대단한 고대 문명 국가가 아니었다는 서술은 흥미롭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된 문화로이며, 근본은 인간의 육체적 노력에 두고 있었다고요. 의학은 초보 수준이었고, 과학적 법칙이라는 관념이 없었으며 세계는 주술과 마법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쓰기의 탄생에 대한 언급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글쓰기는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동굴 벽화는 2만년 전의 것인데, 가장 이른 문자도 5천년 밖에 되지 않았지요. 저자는 도시가 발달되어 교역이 복잡해 진 탓에 기록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글쓰기의 초기 단계로 밝혀진게 이라크 고대도시에서 기원전 8000년 ~ 3500년 무렵 사용되었던 점토덩이들이었으며, 이를 통해 점토 덩어리가 점토에 누른 자국, 점토에 그린 그림, 점토판 위에 쓴 부호로 추상성이 증가하며 결국 쓰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됩니다.
라파누이섬에서만 발견되었던 '롱고롱고' 문자, 선형문자 B의 해독, 마야 문자 등 다른 문자들 소개도 빠지지 않고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카르투슈 안의 파라오 이름을 읽어내는 과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 뒤 단어 분석은 좀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그러했어요. The, Of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들어오는 단어를 채워 넣기 위한 자료는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로제타석의 성체자는 몇 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요. 성체자로 로제타석의 그리스어 부분 단어가 무엇인지 다 알아낸다 한 들, 어휘로 따지면 턱업이 부족했을겁니다. 이를 전체 성체자로 어떻게 확대해 나갔을까요?
또 콥트어 전문가였기 때문에 그리기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교체했다는걸 알아냈다는 것도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교체한건지, 원래 그 의미로 썼는지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해서 알려줬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그동안 궁금했었던 이집트 상형문자 - 성체자 - 의 비밀에 대해 어느정도 알 수 있었던 좋은 독서였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입문용 서적과는 수준 자체가 다르네요.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사소합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이집트 문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셨던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나저나, 상형문자가 한자와 비슷한 원리였다면, 동양인 학자가 분석에 나섰다면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