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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0

추리 소설 1,300번째 리뷰 등록을 지나쳤네요...

추리소설 리뷰는 2003년 2월 23일 "빙설의 살인"부터 올리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21년 뒤인 2025년 6월 8일에 1,300번째 리뷰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1,300번째 리뷰작은 긴다이치 시리즈인 "미로장의 참극"입니다. 

리뷰가 많아지고, 재독한 책과 분권된 책들을 따로 올린 리뷰도 있어서 오류가 계속 생겼는데,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다시 정리해보니 이전 1,200번째 리뷰 글은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12월 3일에 올렸던 리뷰이니 100편의 리뷰를 추가하는데 총 553일이 걸린 겁니다. 한달에 5.5권 정도의 페이스라는건 이전과 같고요. 목표인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까지 700개가 남았으니, 2035년 9월 말 정도에는 달성 가능해 보입니다. 그날까지 계속 블로그를 할지, 하더라도 추리 소설 리뷰를 계속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계속해 봐야겠지요. 

그림은 11년 전 이글루스 유저셨던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는 특히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다시 카운트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전에도 분석했던 적이 있는데, 300번째부터 오류가 났었군요.

100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200 여류 조각가

300 아카쿠치바 전설

400 고백

500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600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700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800 해가 저문 이후

900 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1000 목사관의 살인

1100 샴 쌍둥이 미스터리

1200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1300 미로장의 참극

2011/12/24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선정해 실어 놓은 리뷰집입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의 리뷰를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수록 리뷰 중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리뷰를 올렸던 작품들은 비교해가며 읽어보았습니다. 확실히 리뷰의 수준이 차이가 나더군요.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았다는 점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추리 애호가였다 생각되고요.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며 리뷰를 접했을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 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이와 같은 글들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하지만 이미 전설이었고,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한 줄 글이 유일한 인연이라니... 생전에 댓글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목록

  •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 수키 김 통역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할런 코벤 단 한 번의 시선
  •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 J.M. 에르 개를 돌봐줘
  • 막심 샤탕 악의 심연
  •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 박미경 괴상한 해초
  •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 이은 수상한 미술관

2007/12/23

아카쿠치바 전설 - 사쿠라바 가즈키 / 박수지 : 별점 3.5점

아카쿠치바 전설 - 6점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노블마인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받아 읽은 소설입니다. 사실 작가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제 60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광고 카피에 끌려 신청해서 운좋게 당첨되었네요. 

기대와는 다르게 전후부터 현대까지의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역사를 장대하고 다루고 있는 일종의 대하 소설이라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지만, 재미만큼은 확실합니다. 장편은 지루하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서 최근에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 책은 49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몰입해서 읽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3대, 특히 여성들만 주인공으로 한 설정의 소설은 그렇게 드물지는 않지만 50년대에서 70년대까지의 아카쿠치바 만요, 80년대에서 90년대 후반까지의 아카쿠치바 게마리, 2000년부터 앞으로의 아카쿠치바 도코라는 3명의 아카쿠치바 여인들이 워낙 독특했을 뿐더러, 각 세대별로의 자세한 인생과 생각, 고민, 주변인물들을 사진기처럼 묘사하는 묘사력이 좋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발상이 기발해서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세대별로 상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일단 분량으로 따진다면 아카쿠치바 만요의 분량이 제일 많은 편인데, 그녀의 이른바 "천리안"이라 불리우는 예언능력 등은 마르께스의 "100년동안의 고독"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환상적이고 기묘한 느낌이 딱 제 취향이더군요. 여러 묘사나 분위기 역시 당대의 느낌과 만요의 심리를 잘 전해주면서도 작품의 독특함을 잘 드러내고 있고요.

그러나 2대째인 아카쿠치바 게마리 부분은 혼란한 당시 일본 사회상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환상적이라기 보다는 만화적이라 기묘하고 재치 넘친다는 느낌은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폭주족 여왕이 당대 최고 인기의 만화가가 된다는 설정은 이시카와 쥰도 이야기 했듯이 경험이 만화가의 제일 큰 무기라는 점에 부합하기는 하나 솔직히 너무 비현실적이잖아요? 주변인물들, 예를 들어 모모에나 초코같은 캐릭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어떻게 보면 만화같은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 묘사일 수도 있는데 지나쳐서 되려 부담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실제 화자이기도 한 3대째의 도코 이야기부터는 다시 괜찮아집니다. 작품의 유일무이한 추리적 요소가 부각되는 덕분입니다. 이 추리적 요소, 즉 도코가 만요의 유언, "살인을 한 적이 있다"는 유언을 듣고 그 진상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작품 제일 첫 머리의 만요의 환상과도 맥이 닿아 있어서 작품이 순환하는 느낌도 전해 주는 등 나름 잘 짜여졌다고 생각하게 만들고요. 이러한 복선과 순환구조 역시 "100년 동안의 고독"과 유사하지만 독특한 나름의 맛이 잘 살아있습니다. 약간의 반전도 추리 매니아인 저에게는 적지 않은 기쁨이었습니다.

과연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무엇일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래의 뷰티풀 월드가 과연 있는지 고민하기에는 제 나이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희망과 미래,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주말에는 꼭 외할머니를 찾아가 인사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눠 보고 싶네요. 최소한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것 하나만이라도 이 작품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