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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3

한낮의 방문객 - 마에카와 유타카 / 이선희 : 별점 2점

한낮의 방문객 - 4점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창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고독사한 모녀에 대한 기사를 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나'는 우연찮게 옆집 자매의 정수기 강매 사건에 휘말렸다. 
그 뒤 강매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어서 안면을 튼 경시청 수사 1과 형사 미도리카와로부터 정수기 강매를 하고 다니는 6인조가 저지른 살인 사건의 수사 협조를 요청받았다. 주범이 과거 악독한 사건을 저질렀던 아사노로 보이는데, 그의 옛 연인을 찾아 아사노가 지금 어디있는지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아사노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던 중, 종범 다쿠마로부터 일당이 저지른 잔혹한 범행을 전해듣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아사노 일당의 표적이 되고 마는데...


혐오스러운 범죄를 전면에 내세워 독자를 자극시키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을 써 왔던 마에카와 유타카의 장편. 이 작품 역시 작가의 특기가 잘 살아있습니다. 정수기 강매에 대한 디테일도 괜찮지만, 아사노 일당이 저지르는 비현실적인 연쇄 살인이 정말 끔찍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읽다가 진저리가 날 정도로 말이지요.
아사노 일당의 끔찍한 범행과 별개로, 요시코, 노조미 모녀의 아사 사건이 사실은 스구로 교수가 저지른 살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전개도 흥미로왔고요. 몰입해서 읽을만한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줍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첫 번째는 아사노 일당이 어떻게 이런 끔찍한 범행을 아무렇지도 저지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여섯 명이나 되는 인원이 움직이는 것 치고, 범행을 통해 얻는게 보잘것 없어서 범행에 대한 설득력이 없어요. 무려 4 건의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뒤 겨우 거금을 손에 쥐지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범죄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고 엉성한건 작가의 전작들과 비슷하네요.
두 번째는 심복인 시미즈를 제외하고는, 아사노가 이끄는 정수기 강매를 위장한 살인 강도단 구성이 그때 그때 바뀐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범행은 소수 정예로 저지르는게 당연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동료는 언제든 경찰에 신고할지 모르니까요. 실제로 동료 중 한 명이었던 다쿠마가 배신해 버리고 말았고요. 아사노는 이미 십수년 전에 애인 스야마 게이에게 배신당해서 체포되기까지 했었으니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양반입니다.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힘들었던건, 백주대낮에 무려 여섯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집에 쳐들어와서 살인을 저지르는걸 반복하는데 쉽게 체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범죄의 규모와 행동이 거의 과거 마적단(?)을 연상케하는데, 이건 CCTV가 많은 21세기에는 거의 불가능할 범죄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일본의 치안에 큰 문제가 있는거에요. 하긴, 전 수상이자 여당의 최고 권력자가 백주 대낮에 손쉽게 암살당하는 판이니, 이게 오히려 현실적인 일본의 치안 수준일지도 모르겠군요.

아울러 '나'가 사건에 휩쓸리게 되는 과정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참혹한 노부부 살해 현장에서 아사노의 지문이 발견되었다면, 경찰에서 전력을 다해 그를 체포하면 됩니다. 구태여 외부인인 '나'의 도움을 얻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읽어보면 '나'를 미끼로 써서 아사노 일당을 체포하려는 경찰의 작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작품 전개에서 또 다른 한 축이자, 추리적인 부분과 반전을 담당하고 있는 요시코, 노조미 살인 사건 역시 문제가 많은건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취재는 스구로 교수가 일부러 부탁한 것이라는게 나중에 드러납니다. 이 사건을 단순 아사 사건으로 보이게 만드려는게 목적이었고요. 그런데 이미 사건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종료된지 오래입니다. 스구로 교수가 다시 사건을 들쑤실 이유는 없었습니다. 스구로 교수가 요시코와의 불륜이라는 비밀을 잡지 편집자 다지마에게 털어놓는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사가 필요했다면, 차라리 절친인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왜곡된 원고를 써 달라고 부탁하는게 빨랐을거에요.

요시코의 여동생 미사키 살인 사건은 억지입니다. 스구로 교수는 미사키를 살해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둘의 관계는 비밀이었고, 이미 경찰이 아사로 판단한 상황이니 모르는 척 입만 다물면 됩니다. 그랬다면 미사키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아니 전혀 없었을거에요. 스구로 교수는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딱히 자리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꼈을리도 없고요.
때문에 요시코 사건은 아예 나오지 않는게 좋았습니다. 이야기의 복잡도를 높이고, 반전의 맛을 전해주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억지가 너무 심했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한 여름에 읽기 적당한 서늘하면서도 흡입력있는 작품이지만 구성은 다소 헐겁습니다.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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