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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6

니콜라스 퀸의 조용한 세계 - 콜린 덱스터 / 해문출판사 : 별점 2점

 

니콜라스 퀸의 조용한 세계 - 4점
콜린 덱스터/해문출판사

<<아래 리뷰에는 범행 동기와 범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 시험 협회에 채용된 청각 장애인 니콜라스 퀸이 독살된 채 발견되었다. 모스 경감은 협회 관계자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데....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종이책으로 출간되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진작에 전자책으로 출판되었었더군요. 전작들은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는데, 어지간히 팔리지 않았나 봅니다.

이 작품은 모스 경감 시리즈답게 굉장히 고전적입니다. 1건 (뒤에 1건 추가됩니다만)의 살인 사건에, 용의자는 극도로 적은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들을 조합하여 추리한 뒤, 범인을 밝혀내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잘 정리해서 풀어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억지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느낌이에요. 모스 경감의 조사는 두서없이 전개되고, 제대로 정리되지도 못하거든요. 그래서 불필요하게 길어지기도 했고요.
게다가 사건도 이렇게 전개해서 어려워 보일 뿐, 사실은 별로 어려운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도 문제에요. 왜냐하면 유력한 용의자인 협회원 5인은 모두 오후 4시 이후 알리바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4시 이후에 니콜라스와 함께 그의 집에 가서 독을 먹여 살해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단서들로 명확한 살해 동기 - 협회 내에서 누군가 시험 문제를 빼돌리고 있다는걸 니콜라스가 알아챔 - 를 알아냈으니, 유력한 용의자 (루프)를 체포하면 사건은 끝입니다. 니콜라스가 6시 직전까지는 살아있었다는게 드러난 사실이니 루프가 오전에 확고부동한 알리바이가 있는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루프가 저녁에 니콜라스의 집에 갔던건 사실이었던만큼, 크게 잘못된 체포로 보이지도 않고요.
이렇게 5시 이후에는 알리바이가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니콜라스가 그 전에 살해당했다면서 멀쩡한 알리바이를 건드리는 모스 경감의 수사는 영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모스 경감의 추리대로 소방 훈련을 이용하여 12시에 니콜라스 퀸을 살해한다? 왜죠? 범인 마틴과 루프가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확고한 알리바이가 생긴게 아니니까요. 시체를 옮기는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구태여 비가 오는데 코트를 벗어 두었다던가, 바틀렛의 방침을 거스르는 열린 캐비넷같은 실수만 눈에 뜨였을 뿐입니다.
그 외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세세한 디테일들도 도가 지나쳤습니다. 예를 들자면 포르노 영화관에 모든 사건 관계자들이 모였었다는 상황이 굉장히 비중있게 설명되는데, 정작 사건과는 별로 관계가 없던 것 처럼요.

또 '누가 니콜라스를 죽였는지?'에 대해 흥미를 갖게 만드는 묘사도 부족합니다. 캐릭터들을 수상쩍게 그려내는데 실패한 탓입니다. 혼자 무언가 조사를 하고, 혼자 거짓말을 한 듯한 오글비 정도가 그나마 가장 수상해 보였을 뿐입니다. 그 역시 살해당하고 심지어 시한부 인생이었다는게 밝혀지면서 용의 선상에서 비교적 일찍 빠져나가기도 하고요. 1년여 밖에 못 사는 사람이 구태여 다른 사람을 죽일 이유는 없잖아요? 그 외의 다른 인물들은 대체로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들 때문에 돈이 필요한 바틀렛 정도만 아슬아슬하계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여기에 더해, 모스의 매력에 푹 빠지는 중년 여성 모니카 캐릭터는 진부하고 평면적이었어요. 모스가 무슨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스에게 호감을 보이는 듯한 묘사는 억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니콜라스가 청각 장애인으로 독순술에 뛰어나서 시험 문제를 빼돌리는 비밀 대화를 알아챘다는 동기는 괜찮았습니다. 독순술로 사람 이름을 잘못 알아들었다는 착상도 아주 멋졌고요.
그런데 문제는 독순술과 시험 문제 유출 모두 전개 과정에서 비교적 쉽게 드러난다는 겁니다. 니콜라스의 전임자가 저질렀다는 것까지도요. 작가가 동기를 구태여 숨길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포르노 영화보다는 이쪽을 보다 정교하게 숨겨서 전개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니콜라스가 청각 장애인이라는걸 숨기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이 시리즈는 오랫만에 읽어보았는데, 초기작보다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작품이었다 생각됩니다. 현대 수사물을 본격 추리물로 만드려니 생긴 억지들 탓입니다. 구태여 불필요한 수수께끼를 자기 멋대로 만들고, 멋대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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