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시공사 |
어느날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자연 발화,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기동수사대 소속 오토미치 다카코는 사건 해결을 위한 특별팀에 소속되어 15년차 고참 형사 다키자와와 파트너가 되어 수사를 시작한다. 다키자와의 냉대를 참아가며 수사에 임하던 다카코. 그러던 중 한 남자가 개에 물려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개의 이빨 자국이 자연발화한 시체의 발목 상처와 동일하다는 것이 밝혀지며 다키자와-다카코 컴비는 급작스럽게 "개"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동안 바빠서 통 책을 읽지 못했네요. 오랫만에 읽은 신간입니다. 저번 추석때 고향에서 가져온 책인데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네요...
사실 제가 일본 추리소설을 고를때 가장 경계하는 타이틀이 있다면 "나오키상 수상작" 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추리관련 상이 아닌 만큼 작품의 문학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지 않나 싶습니다. 때문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들은 대부분의 경우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추리보다는 그 외의 묘사나 전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상한다 생각되거든요.
이 작품은 역시나! 그러한 예상에 조금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인체 자연 발화라는 소재와 그 트릭은 나름 과학적이고 기발했으며 개를 훈련시켜 살인 도구로 쓴다는 것도 잘 전개하여 설득력이 넘치지만 작품에서는 이러한 트릭이나 추리적 요소가 별로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범인의 동기 등 기본적인 요소까지 쉽게쉽게 넘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합니다. 추리적인 부분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나 다른 부분에 훨~씬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작품이죠.
심리묘사는 나오키상 수상작 답게 잘 짜여져 있고 특히 작가의 늑대개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묘사는 재미있었지만 지나치게 길어서 지루했고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측면, 즉 추리의 과정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되기에 짜증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건의 해결은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기에 더더욱 그러했고요. 또한 중반까지 보여지는 다카코와 다키자와의 충돌이 어느 순간 갑자기 늑대개에 대한 집중적 묘사로 전환됨으로서 주요한 심리적 갈등의 해소가 명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 기대와는 사뭇 다른, 추리물이라고 보기에는 미진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구태여 장르를 구분하자면 "수사물"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요것도 애매한게 결국 "수사"에 의해 단계별로 밝혀지는 과정은 "늑대개"의 추적에 한정되어 있고 인체 자연 발화 트릭은 과학 수사팀에서의 보고 결과를 토대로 밝혀지며 사건은 목격자들의 제보, 또는 범인의 증언에 의해 해결되는 만큼 수사극의 탈을 쓴 오토미치 다카코의 성장 심리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습니다.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후속 작품은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일본 소설 특유의 심리묘사를 즐기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할 만 하지만 추리물 독자에게는 지나치게 긴, 약간은 지루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제 취향은 전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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