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닛세이 신문에 갓 입사한 신문기자 타니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점차 한명의 어엿한 기자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과 더불어 다양한 강력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초반부는 사건보다는 기자의 사명감이나 직업의식,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가 더욱 중심이 된 일종의 "전문가" 형 만화로 전개되지만 타니가 수사 1과로 배속됨과 동시에 작품은 점차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권법소년"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오시마 야스이치인데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죠. 물론 그림은 지금 스타일은 아닌 조금은 투박한 그림체이지만 향수와 세월이 묻어나서 편안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재미는 그림보다는 원작을 맡은 오타니 아키히로의 글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보아도 주인공 타니 그 자체로 생각되는 사람인데 기자 출신임에 분명할 정도로 기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를 아주 디테일하고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당대의 대형 사건들과 연관시켜 한편의 만화로 완성될 수 있게끔 한 솜씨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명한 "3억엔 사건"과 "모리나가 제과 협박사건", 그리고 "일본은행 간부 연쇄 폭행-살인 사건" 등 대형 사건들을 아주 만화적으로 잘 꾸며놓았거든요. 또한 세세한 알리바이 트릭 등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완성도를 보이는 에피소드들도 많고, "미해결"로 끝나버린 사건에 대한 것도 후일담과 그 단상까지 꼼꼼히 적고 있는 것도 좋았고요.
한가지 예를 들자면 경마 방송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인데 새벽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경마 방송을 같이 보았다는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다가 "경마 방송은 언제 하더라도 똑같아 보인다" 라는 맹점을 이용, 범인이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로 알리바이 공작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이야기로 다른 에피소드들 역시 이렇게 복잡한 장치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하여 설득력 넘치는 이야기로 구성한 것들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또한 경찰과 사건에 대한 정보도 착실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얼어붙은 송곳니" 보다 자세한 경찰견에 대한 정보를 이 책에서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신문사와 경찰서가 맺는 "보도협정" 등 여러 장치들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며 이러한 설정들이 단지 설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에피소드에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등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오시마 야스이치의 또 다른 만화인 "탐정의 아내"와 비교해 본다면 만화적 요소, 즉 허구성과 캐릭터의 재미는 많이 떨어지지만 실제 경험과 사건에 기반한 탄탄한 현장감으로 무장한 괜찮은 만화였습니다. 전 9권 완결로 이미 절판되었고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들지만 추리물 팬이라면 한번쯤 구해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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