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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 - 한국만화문화연구원 : 별점 2점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 - 4점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지음/김영사

허영만의 작품 세계 해설에, 작가의 일대기와 가족 이야기 등 다양한 자료가 더해진, 만화가 허영만에 대한 두툼한 해설서입니다.

그러나 "오!한강"만 비교적 자세하게 분석되며 나머지는 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가서 작가 허영만, 그리고 허영만의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 비중이 적다는 문제가 너무 큽니다. 이보다는 주변적인 이야기가 너무 많이 실려 있는 탓입니다. 때문에 디테일한 비평을 기대한 제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허영만의 가족, 아내에 대한 인터뷰와 소개, "날아라 슈퍼보드"로 대표되는 캐릭터 산업이나 원작을 맡았던 영화, 드라마 관련 이야기는 작가와는 별 상관없는 쓰잘데 없는 사족이었어요.
일전에 읽었던 "주먹대장은 살아있다"는 작가 김원빈과 주먹대장이라는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과 주변 환경을 방대한 자료조사로 설명해주고 작품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전해주는게 좋았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이야기를 들어내고, 시기별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에 포인트를 맞추어 상세하게 소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지금의 결과물은 비평서도 아니고, 자료집도 아니고, 위인전도 아닌 애매한 책입니다.

그나마의 몇몇 비평, 자료와 더불어 문하생 출신 작가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대담 (놀랍게도 알려진 것과 같은 온화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아니라 엄하고 무서운 분이라는 이야기가 가득함!) 같은 괜찮은 기획도 있어서 1/3 정도는 건질만 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허영만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작품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되겠지만 심층적인 내용을 별게 없다는 거 참고하시길.

아울러, 제 개인적인 허영만 만화 베스트 10은 "각시탈", "짚신 왕자", "무당거미 (초반부)", ""흑기사", "고독한 기타맨", "벽", "미스터 Q", 비트", "타짜 (1,2부)", "사랑해" 입니다. 이러한 작품별 상세 비평이 이루어졌더라면 별점 3점 이상은 거뜬했을텐데 아쉽네요.

2015/07/15

각시탈 - 허영만 : 별점 3점

각시탈 - 6점 허영만 지음/거북이북스

일본의 고위 관료를 응징하는 독립투사 각시탈의 정체는 주재소 사환으로 일하는 이강토였다. 각시탈 체포를 위해 일본은 검술의 달인 사까다 소위를 소환하는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사 (주)거북이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한국만화걸작선의 열일곱 번째 작품.

"각시탈" 시리즈는 아주 어렸을 때 이런저런 단행본 등을 통해 몇 번 접했지만, 각시탈의 탄생을 그린 1화는 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일단 허영만 화백의 작화는 명불허전이네요. 오래된 작품이라 투박한 펜과 붓으로만 이루어졌음에도 컷 하나하나의 짜임새와 액션의 역동성 등 뭐 하나 빠뜨릴 수 없을 만큼 대단합니다. 초기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요. 동지가 각시탈 대신 죽어간다는 서사 구조나, 사까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얼음 위였기 때문에 사까다가 패배한다는 설정 같은 이야기 구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또 허영만 화백이 일찍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지 영화적 컷 구성과 연출이 많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사까다와의 대결이 대표적입니다. 닫힌 공간인 매운탕집에서 호수로 이동하는 과정, 사까다 머리에 주먹을 날릴 때 수박이 깨지는 그림과의 교차(몽타주), 사까다가 물에 빠져 사라지고 뒤집힌 얼음에 꽂힌 칼끝이 드러나는 디테일 등 장소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전개와 구도 및 세세한 묘사가 정말로 영화적이거든요. 그냥 이대로 영상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정말 뛰어납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는, 이른바 애국심 넘치는 히어로는 캡틴 아메리카가 원조 격이겠지만, 각시탈은 그보다 노골적이지 않고, 흰색 두루마기를 비롯한 정체 은폐용 복면 각시탈이라는 코스튬, 특수능력인 태껸 등으로 정말 있음직한 우리의 슈퍼히어로를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디어만으로도 백만 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수십 년 세월을 뛰어넘어 얼마 전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우리 만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각시탈이 몸을 숨긴 잉어 매운탕집을 사까다가 우연히 방문한다거나 하는 다소 어설픈 설정은 있습니다. 일본군 중위가 조선에 와서 혼자 잉어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는건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이상하니까요. 고증도 조금 애매한 편이고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느낌이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단점은 사소할 뿐, 각시탈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단 한 권만 복간되었다는 점입니다. 시리즈 후속작도 계속 출간되길 바랍니다.

2006/10/03

타짜 (2006) - 최동훈 : 별점 4점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이 영상화한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원작 1부의 내용을 90년대로 끌어와 재구성했는데 상당히 긴 이야기의 원작을 잘 압축하고 넘어갈건 넘어가면서 각색을 잘 해서 원작팬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그리고 원작을 보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저같이 화투로 섯다를 칠 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더군요. 타짜들의 손동작이나 속임수도 핵심적인것만 잘 영상화하고 있으며 최동훈 감독 특유의 (두작품밖에는 안 찍었지만) 왠지 회를 쳐 놓은 듯한 화면빨(?)도 여전한데 이 작품에서는 "색채"를 상당히 강조해서 스타일을 더했습니다. 여러 세트들도 꽤 공들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고요. 중간중간의 유머들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영화가 물 흐르듯 유머와 긴장감을 잘 조율하며 흘러가는 것이 무척이나 탁월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 최대의 수확은 한국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팜므파탈 "정마담"을 창조해 낸 점이겠죠. 이 캐릭터는 원작에서도 꽤 비중이 큰 캐릭터이긴 했지만 영화에서는 정말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으로, 그러면서도 스토리 자체를 쥐고 흔드는 역량과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과 각색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가슴을 자랑하며 화면을 장악한 김혜수라는 배우의 공도 크겠죠. 가슴하나는 정말 작살이었습니다. 좋은 배우가 좋은 배역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 그 외에도 평경장 역의 백윤식이나 유해진 등 조연들의 캐스팅도 적역이고 연기력도 출중해서 모든 캐릭터가 잘 살아있더군요.

하지만 그에 비해 주인공 곤(고니) 역의 조승우는 카리스마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려보이는 듯한 외모 때문에 그러한 인상이 더했기 때문에 미스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네요. 원작 2부의 주인공인 함대길 캐릭터가 외려 조승우에게는 적역이 아니었을까요? 남원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조금 더 나이들고 묵직해 보이는 배우, 개인적으로는 강한 인상의 권해효 같은 배우가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무 코믹할지도...) 그리고 화면 밑에 일종의 타짜로서의 룰이나 격언 같은 것이 깔리는 연출은 좀 작위적이었던 것 같고 몇몇 장면에서의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 저는 아직도 정마담이 왜 평경장을 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최대의 승부가 너무 쉽게 시작해서 쉽게 끝난다는 점이 긴장감을 끌고가는 데 있어서는 좀 부족해 보였고요.

그래도 전작에 이어 그럴듯한 (물론 원작이 있긴 하지만) 범죄 스릴러 도박물을 성공적으로 촬영한 최동훈 감독의 역량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각색이 워낙 출중해서인 탓도 있겠지만 원작 팬으로서는 흥행에 성공해서 원작 2부도 영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네요. 물론, 최동훈 감독이 찍어야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그나저나, 수출된다면 어떨까요? 도박판에서 속임수를 쓰면 바로 손모가지가 날아가는 한국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까요? 이게 워낙 만화등에서 자주 쓰여서 익숙하기도 한데 과연 이게 한국적 상황이 맞기는 맞는걸까요? 궁금해지네요.

2018/09/16

Beck 1~34 해롤드 사쿠이시 : 별점 3.5점

벡 Beck 34 - 8점
사쿠이시 해럴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해롤드 사쿠이시의 장편 록 밴드 만화입니다. 요사이 답답한 일상이 이어지던 차에 다시 꺼내어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뭐 다들 아시다시피 굉장히 단순합니다. 무명의 인디 밴드가 최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주인공 유키오의 성장과 함께 그리는데, '음악'을 정말 멋지게 그려내면서도 열혈 배틀물의 전개를 띄게 만든게 이 작품을 당대의 인기작으로 만든 이유라 생각됩니다. 최강자에게 짓밟히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차분히 힘과 실력을 키우고, 타고난 재능이 뒷받침되어 결국 최고의 정점에 우뚝 선다는 전형적인 흙수저 성장기니까요. 이 과정에서 밴드 멤버들의 개성은 물론 경쟁 밴드의 캐릭터성도 확실히 구축되어 보는 재미를 더해 주며, 음악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유키오와 유우지의 모습 역시 언제 보아도 흐뭇하고 훈훈해서 마음에 듭니다.

물론 장기 연재작답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우선 유키오와 마호의 관계가 수시로 엇나가는 걸 들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는 허용 범위하고 할 수 있지만, 밴드에 닥치는 위기들은 선을 좀 많이 넘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고 반복적이어서 읽다보면 짜증이 날 정도에요. 거의 모두 류스케가 가져오거나 자초했다는 것도 짜증의 요인 중 하나고요. 일본 굴지의 프로듀서 란의 눈밖에 난 이유는 캐릭터성 등을 놓고 보면 그렇다 치더라도, 레온 사익스의 개와 기타를 훔친 것은 명백한 범죄로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술 문제로 공연에 지장을 초래한 일탈도 마찬가지라서 솔직히 공감하기 힘들어요.
이런걸 보면 아마 Beck 완전체도 오래 가지 못했을 겁니다. 원래는 류스케의 원맨 밴드에 가까왔지만 숨겨진 리더로 베이스 타이라가 급부상했고, 이후는 류스케보다 유키오의 천재성과 스타성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강하니 자존심 강한 류스케가 계속 버텼을리 없지요. 머지않아 타이라가 리더로 유키오와 유우지 3인 체제로 재편되었을테지요. 치바는 록 밴드에서 MC로서의 제약을 체감하고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하고요. 류스케는... 롤링 스톤스의 브라이언 존스처럼 마약, 알콜 중독으로 경력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젊은 나이에 급사해 버릴 가능성이 높겠지요. 이렇게 되면 아집을 벗어던진 Beck은 사이가 좋아진 란, 벨 암과 손잡고 앨범을 낸다는 고도의 상업화 방향으로 나아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애니메이션 OST를 들으며 리뷰를 쓰고 있는데 OST는 영 별로네요. "Toy"도 그랬고, 코우카 윤의 "어시안" OVA에서도 그랬지만, 음악을 다룬 만화 작품의 OST가 실제로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화에서 표현된 전율의 보컬이 없는 탓이 큽니다. 게다가 가사에 대한 고민이 담긴 에피소드들에 부합하는 곡들, 'Out of Hall'이라던가, 작 중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Devil's way'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며 애니메이션 OST는 작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음악을 다룬 만화 중에서는 All time best 중 한편으로 꼽아도 무방할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아울러 읽다보니 허영만의 "고독한 기타맨"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기타, 밴드, 록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사뭇 다르기 때문인데 우선 주인공부터 비교해 볼까요? "고독한 기타맨"의 이강토는 자기를 파괴하면서까지 봄을 사랑한다는, 병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천재이고 유키오는 친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걸어가는 것으로 충분한 음악 소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키오 쪽이 설득력이 높죠. 이강토는 자기 파괴적인 사랑, 증오를 바탕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80년대~90년대 초반 한국 극화 주인공들과 똑같아요. 사랑을 위해 지면 안되는 경기를 고의로 망치고 실명한거나, 링에서 죽어 버리는 등 모두 다 마찬가지인 그 시절의 초상인데 유행이 지난 지금 읽기에는 여러모로 와 닿지 않습니다. 발표 시기를 감안한다 해도 고등학생이 아폴네르의 시를 읆으며 누군가에게 목숨을 건다는 건 정신병이라고 봐야죠. 유키오처럼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건 당연합니다. "고독한 기타맨"에서 유일하게 사실적인건 봄이 강토를 거부하는 것 뿐이에요. 스토커처럼 자신을 쫓아다니는 무능력한 고아보다야 음반 회사 사장 아들로 장래가 보장된 푸른땅에게 마음이 가는게 뭐가 이상합니까? 심지어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자기를 사랑한다면 감동보다는 부담을 먼저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일 테고요. 그런데 푸른땅을 악당처럼 묘사한 내용은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어요.

게다가 두명 다 천재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강토는 거의 지옥훈련과 같은 훈련을 받으며 기타를 익히지만 유키오는 꾸준한 연습, 라이브를 통해 실력을 키우죠. 이 역시 어느 쪽이 더 설득력 높은지는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기타가 지옥훈련으로 실력이 는다는 것도 웃기는 발상이고요. 전미 최고의 밴드 다잉 브리드의 보컬 맷이 유키오의 보컬을 인정하는 것, 밥 딜런이 이강토의 기타 실력을 인정하고 앨범 제작을 돕는다는 설정도 어찌보면 같지만 밥 딜런이 너무 전능하게 그려지고 앨범 제작이 일사천리라 이 역시 Beck 쪽의 설득력이 훨씬 높습니다.

그나마 강타가 성장하여 세속을 초월한 음악의 신이 된다는 결말만큼은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봄에 대한 사랑도 모두 잊어버리고 음악에 모든 걸 바친 후 승천한다는 결말 외에 몇 달 같이 지냈을 뿐인 장애우 소녀에게 결혼하자고 하는 사족을 덧붙인 것입니다. 이야기와 어울리지도 않는 무리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한마디로 "고독한 기타맨"은 지금 읽기에는 시대 착오적인 코미디입니다. Beck은 아직 유통기한이 살아있는 생생한 작품이고요. 두 작품의 발표시기는 20년 차이가 나지 않는데, 앞으로 이 차이는 계속 벌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