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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1

위대한 개츠비 - E.S 피츠제럴드 : 별점 2.5점

위대한 개츠비 - 6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최일호 옮김/홍신문화사

미국 문학의 대표작 중 한편입니다. 사실 굉장히 예전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로 나왔었던 영화를 이미 보았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소설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때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이 굉장히 찬양하던 작품이라 눈길이 갔었고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손을 떼고 있다가 겨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햇수로 따져본다면 처음 영화로 접하고 거의 20년만에 읽은 것 같네요.

일단 이 소설에서 돋보였던 점은 개츠비라는 캐릭터입니다. 지극히 영화적이고 독특한, 묘한 인물인데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거든요. 당대 미국인들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죠. 야망과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의 클라이드와 유사하지만 개츠비는 단편적이지 않은 복잡 미묘한, 2000년대에도 여전히 먹힐 수 있는 현대적인 캐릭터라는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 하드보일드의 원형처럼 보이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왠지 루 아처 시리즈가 생각날 정도인데 과거사에 얽매여 꼬여있는 인간관계와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주인공들, 사소한 오해와 실수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살인 사건이 바로 하드보일드의 정취를 짙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후대 하드보일드처럼 적나라하지 않고, 상류계층의 시각에서만 쓰여졌다는 차이가 있긴 하나, 간간히 보이는 물질 만능과 미국식 자본+퇴폐주의의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 역시 하드보일드 단골 소재니까요.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초창기하드보일드 작가들에게 나름의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런 작품도 하드보일드로 보이는 제가 이상한 것일지도....)

그러나 미국 상류층의 퇴폐적인 삶과 허무, 그리고 "미국의 꿈"이 얼마나 환상일 뿐인가를 알려준다는 작품평과 같은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예일대학, 옥스퍼드 대학 같이 출신 운운하며 파티만 즐기고 연애활동만 일삼는 상류사회에 대한 지나친 묘사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상류층에 대해 작가가 지나친 동경을 품고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 단순히 설명적인 묘사, 사건 나열보다는 개츠비와 데이지의 교통사고에 얽힌 진상을 잘 포장해서 복잡하게 꾸미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 편이 보다 소설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같거든요.
아울러 개츠비 역시 멋지긴 했지만 이전 영화속의 로버트 레드포드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습니다. 소설에서도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꿈과 잃어버린 과거를 동경하는 모습은 충분히 전해주지만 전성기때의 말쑥한 외모로 눈빛하나로 모든것을 말해주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이 20여년이 지났지만 더 기억에 남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2008/07/11

이중구속 - 크리스 보잘리언 / 김시현 : 별점 4점

이중구속 - 8점
크리스 보잘리언 지음, 김시현 옮김/비채

로렐은 대학 2학년 때의 어느 가을날 취미이던 싸이클링을 즐기다 버몬트 산길에서 두 명의 괴한에게 강간당할 뻔한 뒤 아픈 기억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노숙자 쉼터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노숙자 쉼터 운영자인 캐서린의 부탁으로 바비 크로커라는 노숙자의 유품인 사진을 정리하던 중 사건이 있었던 그날 그 장소의 자신이 찍힌 사진을 발견하고 노숙자 바비의 정체와 사진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는 작업에 빠져든다

탐색 작업 중 바비의 누나로 보이는 파멜라 부캐넌이라는 노부인이 사진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로렐은 갖은 방해공작을 이겨내어 사진이 가르쳐 준 장소에서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추리 동호 사이트인 "하우미스테리"의 이벤트를 통해 입수하여 읽게 된 장편입니다. 최근들어 장편소설은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 작품은 무척 독특한 부분이 많고 재미도 있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네요.

우선 출판사에서 반전이 대단하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반전은 어떻게 보면 "살인자들의 섬”과 좀 유사한 반전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요소와 진상은 놀라운 수준이라 반전물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서술 트릭이기는 한데 다른 서술 트릭물과는 달리 전편을 통틀어 해당 반전을 합리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쓰였다는 것이 차이점으로 충격과 합리성을 같이 지녔다는 것이 대단한 점이겠죠. 챕터마다 앞부분에 짤막 짤막하게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 내용,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대사와 묘사 속에 숨겨져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정말 치밀해서 감탄을 자아내거든요.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반가왔던 것이 로렐의 사진에 대한 치밀한 추적 과정이었습니다. 꽤 합리적인 추리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거든요. 또한 로렐에 대한 심리묘사는 반전과도 많은 연관이 있기에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감정이입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잘 처리했더군요.

무엇보다도 "위대한 개츠비" 라는 고전을 작품 안에 실질적으로 부활시켜 인용하며 작품의 주요 스토리로 끌어가는 이야기 전개 능력이 너무나 탁월하더군요. 이런 것도 일종의 팩션이라고 봐야 할까요? "리터러리 스릴러"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소설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아주 특이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작품 속에서 널리 알려진 고전이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융합되고 현실과 허구를 잘 넘나드는 것이 작품과 완벽하게 어울렸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바비 크로커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좀 장황하고 그 정체가 그다지 작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뭔가 엄청난 진상과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초반에 정체를 드러낸 감이 없잖아 있거든요. 아울러 지나치게 두껍다는 것 정도되겠습니다. 뭐 그만큼 많은 설명과 묘사가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소설 자체만으로도 뛰어나지만 추리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쟝르문학적인 가치도 충분하고요. 추리 팬이나 쟝르문학 팬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름 더위를 식히는데 정말 제격인 일급 소설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번역은 덤이고요. 별점은 4점 주겠습니다. 결코 공짜로 읽게되어 높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을 기회를 주신 하우미스테리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과연 로렐이 찾은 상자 안에 정말로 들어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제목의 진정한 뜻이 뭘까요? 로렐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한데...

2022/03/09

블랙 머니 - 로스 맥도날드 / 박미영 : 별점 2점

블랙 머니 - 4점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내용, 진상, 범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촌 몬테비스타를 찾은 루 아처는 피터 제이머슨의 의뢰로 수상쩍은 남자 프란시스 마텔의 조사에 착수했다. 피터의 약혼녀였던 지니가 홀딱 반했기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마텔의 정체는 몬테비스타 테니스 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했던 가난뱅이 불법 체류자 펠릭스 세르반테스였다. 그는 7년 전, 지니 아버지 로이가 자살한 직후 파리 유학을 떠난 뒤 출세해서 첫 눈에 반했던 지니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유학은 라스베가스 도박사 케첨 (레오 스필먼)의 도움 덕분이었고, 마텔이 가지고 있던 현금 십만여달러 역시 레오 스필먼의 돈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런 과거를 더듬어 가는 와중에 지니의 어머니 마리에타, 마텔이 차례로 살해당하는데...

하드보일드 3대장 중 한 명인 로스 맥도날드의 루 아처 시리즈 장편. 제목의 블랙 머니는 라스베가스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는 레오 스필먼이 탈세로 빼돌린 돈을 의미합니다. 카지노에서 큰 돈을 잃은 사람들을 찾아가, 할인된 금액으로 수금을 하는 식으로 빼돌렸던 거지요.

거장의 작품답게 읽는 재미는 상당합니다. 별 것 아닌 듯한 의뢰가 점점 커져가고, 이 와중에 등장인물들이 서로 더럽게 얽히고 섥힌 관계가 드러나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완급 조절과 흥미를 돋우는 묘사와 전개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솜씨가 빼어난 덕분입니다.

그러나 완성도는 그닥입니다.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등장하는 사건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풀어보지요.

  1. 7년 전, 레오 스필먼은 도박 빚 대신 딸을 상납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로이 파블론을 구타했습니다.
  2. 혼절한 로이 파블론을 태블론 교수가 수영장 속에 밀어 넣어 살해했습니다.
  3. 펠릭스 세르반테스는 레오 스필먼을 협박해서 유학을 떠납니다.
  4. 펠릭스는 유학 후 프란시스 마텔이라는 가명으로 신분 세탁을 한 뒤, 파나마 영사관에서 일하게 됩니다.
  5. 마텔은 영사관 직원 신분을 이용하여 레오 스필먼의 블랙머니 세탁을 돕습니다.
  6. 7년이 후, 레오 스필먼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자 프란시스 마텔은 모든 블랙머니를 들고 달아닙니다.
  7. 마텔은 몬테비스타를 찾아 첫 눈에 반했던 버지니아 (지니) 파블론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8. 지니는 태블론 교수와 불륜 관계로 단지 돈이 필요해서 마텔과 결혼했습니다. 곧바로 이혼하고 위자료를 챙길 셈이었고요.
여기까지가 이야기에서는 후반부에 드러나지만, 전체 시간 순서상으로는 사건의 도입부인 셈인데, 인간들이 서로 엮이게 된 동기가 명확하고 나름 말은 됩니다.

그런데 이 뒤,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게 되는 태블론의 범행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순서대로 써 보자면,

  1. 지니는 마텔과 결혼해서 집을 떠났습니다.
  2. 이 때 마리에타는 지니로부터 남편 로이 죽음의 진상을 듣게 됩니다.
  3. 마리에타가 무언가 언급하려 하자, 태블론은 그녀를 살해합니다.
  4. 뒤이어 태블론은 마텔을 살해하고 돈을 갖고 도망칩니다.
인데, 우선 태블론은 마리에타를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마리에타가 로이의 범행을 폭로할걸 우려했다? 마리에타도 지니에게서 이야기를 들은게 전부일 뿐입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요. 경찰도 모두 자살이라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몰락한 알콜중독자 아줌마의 하소연을 누가 제대로 귀담아 들어주었을리도 없습니다.

지니가 7년이 지나서야 태플론의 범행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은 까닭도 모르겠어요. 마텔로부터 진상을 들었다 한 들, 그걸 어머니에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요. 마텔을 죽이고 현금을 가지고 도망친 이유 역시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마텔이 블랙머니를 빼돌려 쫓기고 있었다는건 태블론이 알 턱이 없었으니 이를 위장해 살해한다는건 불가능했으니까요. 로이 살인 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마텔을 죽이고, 마리에타를 죽인 범죄를 마텔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였을 수 있긴 합니다. 문제는 그랬다면 마텔의 시체를 숨겼어야 했습니다. 지니의 도움을 받았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살인 하나를 덮기 위해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바로 발각된다는건 바보나 할 범행이지요. 아울러 죄를 뒤집어 씌울 의도였다 한들, 마텔은 이미 지니와 결혼해서 집을 떠났으니 마리에타를 죽일 하등의 동기가 없습니다. 경찰을 속이기는 힘들었을 거에요. 차라리 지니와 함께 도피하기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이었다면 말이 되었겠지만, 미적거리며 집에 머물고 있었으니 이 역시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루 아처가 태블론이 진범이라는걸 깨닫는 과정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추리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태블론이 베스와 결혼한 이야기를 들은 정도로 그가 지니와 깊은 관계였다는걸 깨닫기는 불가능한 까닭입니다. 게다가 지니도 단지 돈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했고, 베스는 루 아처를 노골적으로 유혹하며, 레오 스필먼은 남의 아내 키티를 빼앗아 사실혼 관계로 살고 있고, 실베스터 의사의 아내 오드리는 로이 파블론과 불륜 관계인 등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문란하기 때문에, 이를 태블론만의 문제로 돌릴 이유도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비밀을 숨긴 탓에 사건이 커져버린다는 뻔한 전개를 답습하는 탓입니다. 예컨데 지니가 태블론과의 관계만 일찍 밝혔어도 사건은 진작에 해결되었겠지요. 지니가 어머니가 살해된 이후에도 태블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건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어머니보다 태블론을 훨씬 더 사랑했다는걸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탓도 커요. 

탐정이 들쑤시고 다녀서, 모두에게 지옥문이 열렸다는 결말도 다른 하드보일드 작품들과 차이를 보이지 못합니다. 루 아처가 없었다면, 마텔의 죽음은 블랙 머니를 둘러 싼 악당들의 복수극으로 마무리 되었을 수도 있었을겁니다. 태블론은 10만 달러로 가정의 평화와 불륜을 이어갈 수 있었을테고요. 피터 제이머슨의 의뢰는 마텔의 죽음으로 끝난 상황이라서, 루 아처가 사건에 계속 개입할 명분도 없는데 왜 진실을 밝히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캐릭터 설정도 진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남자들은 도박과 여자 때문에 파멸하고, 여자들은 자신의 미모 때문에 파멸한다는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지요. 미모를 제대로 활용한 여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건 조금 독특하기는 했지만요. 또 첫 사랑을 되찾기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하며 거액을 모은 뒤 살해당하고 마는 프란시스 마텔은 "위대한 개츠비" 설정과 너무 똑같아서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에 따르면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는데, 이 작품만큼은 전통에만 기대고 있을 뿐 변화된 시대에 걸맞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비교적 후기작인데, 확실히 초기작들보다는 많이 처지네요. 코엔 형제가 영화화한다고 몇 년 전 언급했던데, 영화 버젼이 차라리 더 기대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코엔 형제니 기본 이상은 해 줄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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