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hansang.egloos.com 의 이사한 곳입니다. 2021년 1월, 추리소설 리뷰 1000편 돌파했습니다. 이제 2000편에 도전해 봅니다. 언제쯤 가능할지....
2023/04/0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2015/05/1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 두 번째 권입니다. 이번에는 세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두 편은 중학생 소녀의 독후감, 헌책 출장 감정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를 그리는 전형적인 일상계입니다. 시오리코씨 어머니와 수백만엔에 이르는 책 도난 사건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의 과거편은 단순 일상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편은 책을 팔려고 내 놓은 뒤 사라진 손님을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일상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완벽한 일상계 추리물인 셈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고, 독서와 헌책방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시오리코씨 어머니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게 좋았을겁니다. 최종보스 느낌인데 작품과는 영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미녀 시오리코씨, 그녀를 흠모하는 근육 알바 고우라 다이스케의 순진무구한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 주변, 동네의 소소한 책 관련 사건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지요.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 건질게 별로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시오리코씨가 당사자 중 한 명이라서 추리라고 부르기 애매하고, 두 번째 이야기는 시오리코씨가 책을 확인하지 못했던 실수가 더 크게 다가오는 탓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추리적으로는 가장 괜찮지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소재와 설정이었고요.
덧붙여, 시리즈 다른 편들과는 다르게 등장하는 책들 중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 없다는 점, 그리고 책의 완성도는 좋지만 각 단락별로 추가된 일러스트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책과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점도 실망한 부분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아주 좋지도 않은, 뭐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중 한권으로는 충분히 읽을만 합니다.
각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1권에서도 등장했었던 고스가 나오가 자신의 똑똑한 여동생 유이가 쓴 "시계태엽 오렌지" 독후감으로 생긴 문제를 고우라에게 의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독후감으로 생긴 문제라니! 책 관련 추리 소설 중 이 정도까지 사건성을 낮춘 일상계가 있었을까요? 여튼, 소재는 정말이지 참신했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 영화로 잘 알려진 내용은 '불완전판'이며, 원래는 알렉스가 개과천선하여 과거의 삶과 결별하고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는 결말이 '완전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사실이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전개가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독후감은 상당히 잘 쓴 내용으로 큰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외려 주위의 설레발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원칙적으로는 중학생이 "시계태엽 오렌지"를 읽은 것 부터가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왜 그런건 지적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고요.
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치밀해서 괜찮기는 하지만, 결국 원본은 시오리코씨가 썼다는 일종의 반전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뭐라 이야기할 거리가 없습니다. 결말을 알고 나서 단서를 짜맞추는 방식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일상계의 왕도를 걷는 점에서는 별점 4점도 충분하지만 추리적 요소가 약해 약간 감점합니다.
후쿠다 데이치 "명언수필 샐러리맨"
고우라 다이스케가 대학교 1학년때까지 사귀었던 옛 동창 아키호로부터, 그녀의 돌아가신 부친의 수집 도서 정리를 의뢰받은 뒤의 이야기.
고우라의 과거사, 그리고 현재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푸근한 이야기로, 첫 시작에서 비블리아 고서당으로 팩스와 전화가 온 사실과 아키호가 출장 감정을 의뢰한 이유가 연결되는 치밀한 구성도 괜찮습니다.
알 수 없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주제와 그것을 드러내는 묘사들, 그리고 후쿠다 데이치가 유명작가 시바 료타로의 본명이며, "명언수필 샐러리맨"은 성공 전에 발표한 책이라는 잡학 지식도 좋았고요.
그러나 내용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아무리 엿듣는 사람이 많았고, 부녀가 만날 때마다 싸우는 등 복잡한 가정 사정이 있었다지만, 귀중한 책을 몰래 물려주려 했다는 설정이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물려줘봤자 받는 사람이 그 가치를 영원히 알 수 없다면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에피소드가 사건으로 성립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출장 감정을 나선 시오리코가 귀중한 책을 놓쳤다는 것인데, 이건 큰 문제입니다. 아팠다는 설정은 있지만 그래도 그간 보여주었던 책에 관련해서는 너무나 완벽했던 캐릭터성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감기로 인해 시오리코씨는 출장 감정을 나서지 않고 고우라에게 원격으로 지시했기 때문에 책을 놓쳤다... 라는 식으로 전개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아시즈카 후지오 "utopia"
시오리코씨의 어머니 이야기가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
일단은 시오리코씨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하기 위한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이야기입니다. 수상한 손님이 판매를 의뢰한 책만 가지고 주소를 짐작하여 찾아오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을 알려주며, 이후 깨우친 진상을 가지고 협박하여 손에 넣기 어려웠던 휘귀본을 입수한다는 부분에서는 사악함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아울러 "선의의 제삼자"가 되기 위한 교묘한 장치, 즉 장물인 "최후의 세계대전"에 2,000엔이라는 가격표를 붙여 책을 판매, 구입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없게끔 안배하는 '악마의 술책' 역시도 돋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를 좋아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허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시오리코 씨의 어머니가 이렇게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은, 그야말로 최종보스로 등장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치고는 너무 거창하잖아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훨씬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5/05/1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를 무대로 한 연작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의 네 번째 권.
다른 시리즈와는 다르게 책 한 권이 하나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및 크게 세 개의 단락 구성은 동일한데, 세개의 단락이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에도가와 란포 매니아 가야마씨의 내연녀 기시로 게이코가 자신이 물려받은 소장품을 비블리아에 파는 대신, 가야마가 남긴 금고를 열어달라는 의뢰를 해결해 주는 큰 흐름의 이야기입니다. 한 권짜리 긴 장편같은 느낌을 전해 주지요.
단락별로 짧게 소개해 드리자면, 첫 번째 단락인 "외딴섬 악마"에서는 기시로 게이코의 의뢰가 소개됩니다. 도입부 성격이라 당연히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의뢰인 기시로 게이코가 시오리코를 테스트하는게 전부에요. 셜록 홈즈 단편에서 서두에 홈즈가 의뢰인에 대해 추리해내는 추리쇼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만 커버를 씌워 놓은 란포의 작품 초판본을 맞춰보라는 테스트는 문제입니다.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는 추리물이지만, 일반인은 작중 고우라의 반응 정도만 가능할 뿐이며 고서 전문가 외에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오리코는 쉽게 맞춰 버리기는 합니다만.
두 번째 단락 "소년 탐정단"은 금고를 열기 위해 필요한 열쇠를 내연남인 가야마씨 본가에서 찾는 내용입니다.
"소년 탐정단"의 이야기들과 흡사한 보물 찾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소개되는 책과 본편 내용이 비슷하게 일치하는 다른 비블리아 시리즈 단편과 유사합니다. 3권에서 시오리코와 문제가 있었던 고서당 히토리 서방의 주인과 가야마 나오미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해결하는 일상계스러운 내용도 나쁘지 않았고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오리코씨가 활약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건 단점이네요. 가야마 나오미를 도발한 뒤 보물이 어디 있는지 찾게 만든다는, 홈즈 시리즈인 "보헤미아의 스캔들"과 동일한 트릭 외에는 특별한 추리가 선보이지는 않는 탓입니다. 더 중요한 초판본이 따로 숨겨져 있었다는 반전이 있기는 한데 특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은 정도고요.
마지막 단락인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금고를 여는 세가지 장벽 중 마지막 남은 하나인 히라가나 암호를 맞추는 트릭이 핵심입니다. 또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가 전면에 등장하여 "과연 금고에 뭐가 들었을지?"를 주제로 시오리코의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라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야마씨 부친의 과거 직업과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원고에 얽혔던 사건을 엮어 이만큼이나 픽션을 짜 맞춘건 실로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랬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야마씨가 어떻게 썼을지도 좀 궁금해지네요.
하지만 앞선 단락들 - 특히 첫 단락과 - 과 동일한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일반 추리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란포의 데뷰작 "2전 동화"에 사용된 소품 및 암호, 그리고 란포가 초판 발행 시 범했던 실수까지 인용한 란포 매니아, 아니 란포광(狂)을 위한 트릭이거든요.
또 제가 싫어하는 시노카와 지에코가 실제로 등장해서 의도를 드러낸다는 내용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네요. 시오리코를 자신의 길로 유혹하기 위한 의도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완벽한 최종 보스로 그려진 것에 비하면 계획이 너무 즉흥적이고 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이죠. 이럴 거였으면 본인이 금고를 연 뒤 원고를 갖고 도망치는게 시오리코를 더 자극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란포 작품들과 함께 흘러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 최초로 주요 등장 작품을 다 읽은 것은 처음이라 더욱 반갑기도 했고요. 허나 추리적으로는 건질게 너무나 없기에 감점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말으셔야 겠지만 단품으로서의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덧 1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가 "누름꽃과 여행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네요.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죠. 마침 시오리코씨가 극찬한만큼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딱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지금 읽기에는 너무 뻔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떤 점이 그렇게나 좋았을까요?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덧 2 : 제가 가지고 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2,3 역시 절판되었네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죠?
2014/12/1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의도는 아니지만 짝수권은 건너 뛰고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고서와 얽힌 이야기를 탐정역의 시오리코가 풀어낸다는 잔잔한 일상계 단편입니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 다이스케의 고백에 대한 답변 같은 긴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는 연작 구성이라는 점은 전작과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이스케의 고백과 시오리코의 답변을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예쁘게 묘사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서당을 무대로 한 작품다운 고풍스러운 묘사였고, 덕분에 고우라 다이스케의 비중도 단순 화자보다는 조금 커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애정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데, 이번 권에서는 지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마 단의 "검은 손수건"이라는 추리소설이 특히 땡기네요. 책 정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 궁금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 이야기들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품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수록작 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월간 호쇼"
고서와 고서점을 테마로 한 잡지인 "월간 호쇼"를 팔러 다니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노부인이 잡지를 판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수해 가는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가 신빙성 있게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책 판매 노숙자 시다 씨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시다 씨와 함께 다니는 노신사가 뭔가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밝혀지는 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나 시다 씨 첫 등장에 함께 나왔던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이 다시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월간 호쇼"라는 잡지가 실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 과월호라도 구할 수 있다면 한번 구해보고 싶네요.
그러나 추리적으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동기 측면에서도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이라는 문제는 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블랙잭"
햐~ 이 작품까지 나오다니! 저도 한국어 판으로 다 구입했을 뿐더러, 작중 소개되는 양장본은 형이 학창시절 초판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더 반가웠습니다(블랙잭을 실사처럼 묘사한 까만 커버). 작중 주요한 소재인 4권의 "식물인간" 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반성이 되네요.
이야기 구성도 어머니 임종 시에 굳이 책을 구입하려 한 아버지의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고, 그 의도가 무척이나 따뜻한 내용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랄까요. "블랙잭"이라는 작품 테마에도 잘 어울리고요.
또한 시리즈답게 "블랙잭"의 다양한 판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매니악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이 두 권 있는 이유도 생각지 못했던 것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아버지가 구입한 마지막 책 상태와 구입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도 추리적으로 완벽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에게 5월을"
망나니 동생이 형의 임종 후 찾아와, 형이 소중하게 여기던 귀한 책을 자신에게 유품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건질 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비약이 심할 뿐더러, 미망인 히사에가 모든 수수께끼를 쥐고 있다는 것이 전부니까요. 이야기의 발단이 된 스미오의 행동도 딱히 합리적이지 않고, 고인이 죽기 전 진상을 파악했다는 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평생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알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사에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고서당 사람에게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 같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겁니다.
데라야마 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정도만 수확일 뿐,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1/01/24
추리 소설 1,000편 리뷰 분석
염원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 올리기를 달성했습니다. 1,000편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요. 1,000편 업로드 기념 및 개인적인 자료 정리 차, 여태 읽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에 대한 간략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리뷰 갯수 1,000
당연하겠지요?
책 권수 1,049권
"브라운 신부"나 "크리시" 리뷰와 같이 여러 시리즈를 한 편 리뷰에서 정리한 경우도 있고, "그것" 처럼 작품 한 편이 여러권으로 이루어져 있어도 리뷰 한 편으로 소개한 경우가 많아서 권수는 더 많습니다.
책 종수 1,008종
권 수가 많은 이유에 더해, 중복하여 작성한 리뷰도 있어서 이를 빼면 최종적으로 리뷰한 책은 총 1,008종입니다.
국가별
일본 454, 영미 394, 한국 63, 프랑스 29, 독일 13, 그외 55
예상대로 일본 작품 비중이 거의 절반 가까이이며, 영미 작품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5%가까이 되는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국내 출간되는 작품들과 제 취향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르별
본격물 성향 작품 리뷰가 357, 스릴러는 229, 경찰/수사 127, 일상계가 80, 호러 73, 하드보일드 69, 역사 추리 55, 모험물 54 순입니다. 본격물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장르 불문하고 단편집은 137편의 리뷰를 작성하였고요.
참고로 본격물이면서 수사물인 작품이거나, 본격물이면서 일상계인 작품 등 키워드는 중복하여 체크된 결과입니다.
별점별
경성탐정록 두 편은 제외한 총 1,006 종의 책 별점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5점 : 4, 4.5점 : 7, 4점 : 71, 3.5점 : 48, 3점 : 271, 2.5점 : 259, 2.4점 : 1, 2.3점 : 1, 2점 : 227, 1.5점 : 88, 1점 : 26, 0.5점 : 1, 0점 : 1, 없음 : 1
평균 이상 별점인 2.5점 이상 작품이 660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합니다. 꽤 괜찮은 작품들을 읽어왔었다는 의미지요. 나름 뿌듯하네요. 별점 5점을 받은 작품, Hall of Fame만 별도로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특별요리는 2003년도 동서 버젼이었고, 2015년에 다시 읽었던 엘릭시르 버젼은 별점 4점이었습니다.
참고로 책 별점과는 별개로, 단편집 단편별 중 별점 5점을 받았던 단편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결산", 위험천만한 게임" (in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우체국에서 생긴 사건" (in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이 역시, 저의 고전 본격물 취향을 잘 드러내 주네요.
작가별
1. 작가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히가시노 게이고 : 48
2. 애거서 크리스티 : 33
3. 요네자와 호노부 : 21
4. 스티븐 킹 : 18
5. 마쓰모토 세이초 / 엘러리 퀸 : 16
7.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
8. 요코미조 세이시 : 12
9. 와카타케 나나미 : 11
10. 아리스가와 아리스 / 에드 멕베인 : 10
12. 미쓰다 신조 / 아서 코난 도일 / 조르주 심농 / 시마다 소지 : 9
16. 다카기 아키미쓰 / 미야베 미유키 : 8
18. 에도가와 란포 / 노리즈키 린타로 / 도진기 : 7수많은 작가가 있지만, 공통 18위 까지만 선정합니다. 일본, 영미 작가가 많은건 국가별 순위와 동일합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이 12위에, 한국작가 도진기가 18위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네요.
2. 작가별 평균 별점 순위 (5권 이상 작품을 읽은 경우)
1. 콜린 덱스터 : 6권 리뷰, 평균 별점 3.6666...
2. 로스 맥도널드 : 5권 리뷰, 평균 별점 3.6
3. 기리노 나쓰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3. 모리스 르블랑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5.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권 리뷰, 평균 별점 3.269...
6. 미쓰다 신조 : 9권 리뷰, 평균 별점 3.055....
7. 딕 프랜시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
8. 다카기 아키미쓰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8. 미야베 미유키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10. 마쓰모토 세이초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84375
11. 와카타케 나나미 : 11권 리뷰, 평균 별점 2.8181...
12. 우타노 쇼고 : 5권 리뷰, 평균 별점 2.8
13. 요코야마 히데오 : 6권 리뷰, 평균 별점 2.75
14. 코넬 울리치 : 5권 리뷰, 평균 별점 2.7
15. 아서 코난 도일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조르주 심농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기시 유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8. 엘러리 퀸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65625
19. 미치오 슈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83333
20 애거서 크리스티 : 33권 리뷰, 평균 별점 2.5757576
21. 에도가와 란포 : 7권 리뷰, 평균 별점 2.5714286
22. 요코미조 세이시 : 12권 리뷰, 평균 별점 2.541...
23. 미카미 엔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비슷한 주제로 13년 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순위가 대폭 바뀌었네요. 최소 2권 이상의 작품을 읽은 작가는 114명, 어느정도 평균을 낼 수 있는 수치인 5권 이상 읽고 리뷰를 남긴 작가는 33명입니다. 이 중 평균 2.5 이상 별점을 유지한 작가는 콜린 덱스터 외 24명입니다. 프로야구로 따지면, 1군 소속 선수의 72% 정도가 평균 이상이었던 셈이니 굉장히 훌륭한 성적이지요. 25명에 들지 못한 8명 중에서도 요네자와 호노부, 시마다 소지, 스티븐 킹,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은 평균 2.4점대로 아쉽게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명성이 있는 작가는 확실히 이름값을 한다는 증거죠. 가장 많은 작품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평균 별점은 2.32점인데,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유명한 대표작, 걸작만 추려서 읽은 경우는 별점이 높을테고 많이 읽을 수록 평균 별점은 불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크리스티 여사님 평균 별점이 비교적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위권을 살펴보면, 5권 이상 읽은 작가 중 꼴찌는 6권 평균 별점이 2.083점인 니시무라 교타로, 전체 꼴찌는 읽은 작품 4권 별점 평균이 1.1점에 불과한 제임스 패터슨이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제임스 패터슨 작품을 읽을 일은 없겠습니다.
탐정별 (5권 이상 읽은 작품만 뽑아봅니다)
1. 탐정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에르큘 푸아로 : 15권 리뷰
2. 엘러리 퀸 : 13권 리뷰
3. 셜록 홈즈 : 12권 리뷰
4. 긴다이치 코스케 : 11권 리뷰
5. 가가 (학생 ~ 형사) : 10권 리뷰
6. 87분서 : 9권 리뷰
7. 메그레 경감 : 7권 리뷰
8. 고전부 / 기디온 펠 박사 / 노리즈키 린타로 / 모스 경감 / 히무라 히데오 : 6권 리뷰
13.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시오리코 /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5권 리뷰2. 탐정별 평균 별점 순위
1. 모스 경감 : 3.66666
2. 셜록 홈즈 : 2.958333...
3. 기디온 펠 박사 : 2.9166...
4. 엘러리 퀸 : 2.6923...
5. 긴다이치 코스케 : 2.6363...
6. 시오리코 : 2.6
7. 고전부 : 2.58333
8. 메그레 경감 : 2.5714...
9. 가가 (학생 ~ 형사) : 2.55
10. 에르큘 푸아로 /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2.5
13. 87분서 : 2.4444...
14. 히무라 히데오 : 2.41666...
15. 노리즈키 린타로 : 2.25
16.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2.2입니다. 원탑 모스 경감 밑으로 셜록 홈즈, 기디온 펠 박사까지는 평균 이상의 빼어난 별점을 자랑합니다. 확실히 탐정은 영미권 탐정이 더 제 취향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간략하게 추리소설 1,000편의 리뷰에 대한 요약 정리를 마칩니다.
2016/12/05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점
|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arte(아르테) |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로 홈런을 날린 작가 미카미 엔의 또다른 일상계 연작 단편집입니다. 유명 휴양지 에노시마에 위치한, 돌아가신 할머니의 "니시우라 사진관"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온 손녀 마유가 이런저런 일상 속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제목에서처럼 '사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에 녹여내었다는 점입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가 책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 처럼요. 별다르지는 않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수수께끼들이 등장한다는 일상계 느낌의 전개와 소소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도 "비블리아 고서당"스럽고요.
그러나 설정과 분위기만 비슷할 뿐 "비블리아 고서당" 수준에는 여러모로 미치지는 못합니다. 우선 추리적으로 내세울게 없는 탓입니다. 2장과 3장은 범인(?)이 너무 뻔하며, 4장은 설정이 극히 작위적이라 전혀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입부인 1장이 그나마 괜찮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 이하입니다.
탐정역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가쓰라기 마유 역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시오리코씨의 안 좋은 부분인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을 극대화한 것에 더해, 대학 시절의 민폐 행각을 부각시킨 탓에 영 호감이 가지 않더라고요. 사진에 있어서도 대학 시절 전공했던 정도라 딱히 대단한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추리 소설에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적합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면 딱히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루이가 아직 사진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마유가 깨닫고, 이후 루이와 다시 만나는 마무리는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권을 읽을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마지막으로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1장
가쓰라기 마유는 에노시마에 위치한 니시우라 사진관을 찾았다. 폐암으로 사망한, 100년 동안 영업했던 사진관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외할머니 니시우라 후지코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정리를 시작한 마유는 '미수령 사진' 이라고 적힌 양철 상자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마도리 마사카즈 님'이라고 적힌 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 속에는 100여년전 사진과 70여년 전, 20여년 전, 그리고 지금 현재의 에노시마를 무대로 거의 25년 단위로 찍은 한 남자의 사진 4장과 필름 3개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은 모두 동일 인물로 보이는데 합성은 아니었다.
마침 사진을 맡긴 마도리 마사카즈가 방문했고, 그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소중한 사진에 얽힌 수수께끼를 밝혀달라고 마유에게 부탁하는데...
'동일한 장소에서 찍은, 거의 25년 단위로 찍은 한 남자의 사진 4장'에 얽힌 수수께끼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 수수께끼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100여년전 사진과 70여년 전, 20여년 전, 그리고 지금 현재의 에노시마를 무대로 한 사진 속 인물이 모두 동일 인물로 보이는데 합성은 아니다! 라는 것으로 괴담 등에서 많이 변주되었었죠.
그러나 이 작품은 괴담이 아닌지라 나름 합리적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첫번째 사진은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가필, 두번째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의 할아버지, 세번째는 아버지가 약간 분장한 것이고 네번째 사진 속 모델 마도리 마사카즈는 할아버지와 꼭 닮은 사람이었다'라는 겁니다. 특히 '에어브러시'라는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합성보다는 한 발자욱 더 나아간, 사진이라는 설정을 활용한 아이디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로 모든 것이 바뀐 현재의 상황에서는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 높기도 하고요.
물론 에어브러시로 그렇게까지 똑같게 사람을 그릴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이야기의 시작으로 아주 괜찮았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장
마유가 4년전 사진을 그만둔 계기는 소꼽친구로 인기 아이돌이었던 "루이"의 개인적 비밀(특정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는)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었다가, 그 사진이 유출되어 루이의 인생을 망쳐버린 과거 탓이었다.
그런데 마도리 마사카즈와 사진관을 정리하던 마유는 당시 사건에 연류된 선배 고사카가 비교적 최근에 찍은 루이의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을 전해주기 위해 고사카를 다시 만난 마유는 고사카와의 대화를 통해 마유는 사진 유출의 진상과 이후 루이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데...
루이의 사진을 누가 유출시켰는지? 에 대한 것이 핵심 수수께끼인데 사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아날로그로 사진을 찍은 것을 전문 카메라맨이 된 아키호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즉 사진을 잘 모르는 다른 서클 사람들이 한통속이 되어 유출했다는 진상을 몇 년 간이나 알지 못하고 끙끙대었다는 것 부터가 설득력이 낮은 탓입니다. 합숙을 하느라 통신이 불가했다는건 알리바이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면 당시 마유가 서클 사람들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분명해서 딱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 이입도 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리 비공개 SNS라도 사진을 올린건 마유의 실수라는게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또 루이에 대한 설정도 딱히 잘 짜여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꼽친구, 엄청난 미남,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루이가 추락하게 된, 사이비 종교의 신자로 교주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고요.
아울러 해당 종교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더라도 루이는 분명 피해자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더라도, 세간의 비난을 받고 은퇴할만한 일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작중에서 본인이 계속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마침 사진은 좋은 계기가 된 것에 불과해 보이는데 만약 그렇다면 마유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필요가 없지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뭔가 있어보이는 마유의 과거사를 드러내는 수단에 불과할 뿐더러, 과거사가 만화와 같은 설정으로 가득차 있어 전혀 와 닿지 않은 작품입니다.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3장
기념품 가게 주인 겐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다. 그는 지금의 아내 요코에게 청혼할 때 필요한 자금이 없어서 삼촌 오사무와 함께 니시우라 사진관에서 은덩이를 훔쳤었다. 잠깐 빌려간다는 의미로 차용증을 써서 남겼었는데, 겐지는 마유에게 들키기 전 차용증을 빼돌릴 결심을 한다...
은은 과거 니시우라 사진관에서 일했던 오사무 삼촌이 현상 과정에서 나오는 폐약에서 추출한 것, 캐비닛이 일종의 미니 암실?이어서 그것이 열렸다면 증거가 남는다는 설정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사진관이라는 무대에 잘 맞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후 이야기 전개는 영 별로입니다. 캐비닛과 함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 겐지인데 뭐 이렇게 복잡한 설명이 필요했을지 잘 모르겠어요. 상세한 설명 없이 그냥 경찰을 부르는 게 빠른 방법이잖아요? 겐지가 은덩이를 훔친 것으로도 모자라 차용증까지 훔치려 한 것은 엄연한 범죄라 정상참작의 여지도 전혀 없고요.
그리고 캐비닛 속의 필름이 감광되었다 하더라도 열은 것이 겐지라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단지 캐비닛이 열렸다는 증거 정도밖에는 안되죠. 시간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괜찮았던 소재를 억지스러운 전개로 망친 느낌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4장
마유는 정리 중 발견한 마도리 부자의 사진을 전해주기 위해 마도리 가문의 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마유는 아키타카의 아버지 료헤이가 아들을 대하는 매몰찬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발견한 여러 가지 이상한 점 — 겐지가 전해준 아키타카는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별장과 본가를 아키타카의 사진이 온통 장식하고 있다, 부자의 사진에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있다 등 — 을 토대로 아키타카에 대한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깨닫는데...
역시나 핵심 트릭은 사진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료헤이와 아키타카가 찍은 사진은 아주 오래전 료헤이가 찍은 사진에 현재의 아키타카의 모습을 합성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합성'은 사진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뻔한 조작이라 트릭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어려우며, 이렇게 복잡한 공작을 할 필요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구태여 조작까지 해서 사진을 전시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현재의 아키타카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는 것으로 충분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아버지가 얼굴을 바꾼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단점입니다. 너무나 미워했던 전처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탓이 컸다던가... 하는 식의 배경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어요. 물론 그랬다면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 블랙잭이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의 후처 얼굴을 어머니 얼굴로 바꾸어 놓는 에피소드와 똑같은 내용이기는 했겠지만요.
아키타카가 아버지에게 강하게, 논리적으로 반항하는 결말 정도만 깔끔할 뿐, 여러모로 부족함과 억지가 많이 느껴지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3/12/27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3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왠일인지 2권을 건너뛰고 읽어버렸네요. 2권과 연결된 내용이 적지는 않았지만, 수록작은 독립적으로 읽는 데에 별 지장은 없었습니다.
총 3편의, 연작식으로 구성된 중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긴 이야기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구성은 여전히 좋습니다. 적절하게 삽입된 복선 역시 짜임새를 느끼게 해 주고요. 일상계스러운 분위기와 함께하는 잔잔한 묘사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권에서부터 본격적인 "책탐정"으로서의 활약이 시작되는데 책에 대한 자료 조사와 설정이 정말 대단합니다. 책 자체가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추리의 단서가 되는 구성은 절묘해서 탄복을 자아낼 정도예요. 앞으로는 "뒤마클럽"처럼 정말 희귀한 책을 찾아나서는 모험물스러운 에피소드가 등장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오리코의 어머니에 관련된 비밀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배경 설정 없이도 비블리아 고서당과 관련된 책, 사람들 이야기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추리적으로 조금 뜬금없다는 점도 여전하고요.
또 고우라의 활약이 전무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독자에게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기 위한 화자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추리적으로 너무 하는게 없다 보니 역할이 미미해져버렸어요. 이래서야 말없고 힘좋은 머슴과 다를 게 없지요. 한때 유행했던 말없는 보디가드 같은 존재? "경성탐정록"의 왕도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반성해야겠네요.
덧붙이자면 책의 표지와 내지는 예쁜데, 각 단락별로 추가된 일러스트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책과도 별로 잘 어울리지 못했고요.
그러나 이런 단점들은 사소합니다. 장점을 희석할 정도는 아닙니다. 추리소설, 그리고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생각난 김에 가지고 있는 절판본이라도 정리해서 "hansang 고서당"이라는 카테고리나 만들어 추가해봐야겠네요. 전문 콜렉터분들이 가지고 계신 것에 비하면 창피하기 그지없지만요.
2013/12/2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12.24일이 회사의 대체휴무일이었습니다. 연휴가 생긴 덕에 폭풍 독서를 진행했네요.
이 작품은 고서 전문 헌책방 '비블리아'에 책을 팔러 온 손님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일상계 중단편 연작집입니다. 단편이라고 보기는 조금 긴 호흡인, 총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작 별로 주제가 되는 책이 있고 그 책에 관련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사건이 책과 인물과 연계선상에 놓이고요. 이를 충분히 있음직한 소소한 일상계로 그려내고 있는게 특징인데, 방식은 미야베 미유키의 "쓸쓸한 사냥꾼"과 동일하지만, 이 작품 쪽이 보다 일상계스럽고 책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헌책방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몇 년 전 추리소설 절판본을 찾아 인터넷과 오프라인 헌책방을 유람하던 때가 떠올랐거든요. 원하던 책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한 쾌감은 잊기 힘들지요. (이런 것들이죠) 당시 귀했던 절판본이 속속 재간되고 있어서 지금은 빛이 많이 바래긴 했지만요.
하지만 비현실적인 설정과 등장인물은 조금 거슬렸고, 추리도 비약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의 비현실성이 심한 편입니다. 추리력 뛰어난 고서점 점장은 "명탐정 홈즈걸"과 같이 유사한 전례가 있으니 그렇다 쳐도, 긴 생머리 - 거유 - 중증의 독서 중독자라는 설정은 "R.O.D"의 요미코 리드맨과 똑같은데 너무 만화스럽습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책을 못 읽게 된 고우라는 더 와닿지 않았고요. 그냥 운동계열 근육 백수가 시오리코의 미모에 끌렸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이었을텐데 말이죠. 아니면 차라리 일본어를 잘 못 읽는 외국인이라고 하던가... "더 리더"를 반대로 비튼 설정인데, 영화만큼의 설득력을 보이지 못해 유감스러웠어요. 아울러 마지막 에피소드는 작품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헌책방과 추리, 그리고 일상계를 사랑하는 저에게는 딱 맞는 성격의 작품이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약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어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만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에 더 적합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있다면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생각난 김에 자주 가던 헌책방 사이트나 한번 둘러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