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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2

다이몬즈 1~13 - 요네하라 히데유키 : 별점 2점

다이몬즈 13 - 4점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요네하라 히데유키 그null림/서울문화사(만화)

데즈카 오사무의 "철의 선율"을 리메이크한 작품. 친구에게 배신당해 양 손을 잃은 뒤 복수를 위해 정신력으로 조종하는 철의 의수를 얻는다는 기본 설정 이외의 모든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여 13권에 이르는 장편으로 탄생시켰습니다.

가장 손을 많이 댄 부분은 배경 설정과 등장인물들입니다. 배경 설정은 "북두의 권"의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근미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캐릭터, 특히 최종 보스인 프로그레스는 "베르제르크"에서의 아름다운 절대악 그리피스의 이미지를 끌어왔고요. 친구에게 배신당한 좌절감과 복수심 역시 원작보다는 "베르제르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갔던 원작과 대 히트작의 설정만 베껴온다고 걸작이 되는 것은 아니죠. 공은 좀 들였지만, 흔해빠진 이능력 배틀물 이상의 무언가는 전혀 보여주지 못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복수의 이유만큼은 확실한 주인공 헤이토 이외의 인물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나노머신을 자신의 몸에 부여했다는 적들은 설정부터가 건맨, 최면술사, 검사, 근육맨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식상한 존재들이었고, "자연을 생각한다"는 최종보스 프로그레스 역시나 한 권 정도의 분량을 할애해가며 배경 설정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역부족인 평면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또 다른 제스모스 능력자 스왈로우가 원천적인 복수심을 가지고 상상 이상의 자해(?)를 통해 헤이토와 대적하며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 친구도 마지막이 너무 별로여서 당쵀 왜 등장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황당했던건 원작에서 끝까지 복수심을 잃지 않는 헤이토를 이 작품에서는 마지막에 "차갑지만 내 여자와 친구에게는 따뜻한 남자" 로 포장, 각색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각색의 결과물로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그나마 주인공 친구들도 대부분 죽고 인류가 멸망으로 치닫는다는 다크엔딩과 함께 제스모스를 이용한 복수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액션, 특히 제스모스만의 독특한 능력 (연결 부위에는 어떠한 것도 연결하여 팔로 사용할 수 있다)을 이용한 몇 번의 반전과 마지막 프로그레스와의 승부에서 보여지는 결말은 괜찮은 편이긴 합니다만.... 원작을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는 점수를 주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벌이지 말고 원작을 보다 충실히 리메이크하는 게 훨씬 나았을 거예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4/10/01

지구의 마지막 날 - 필립 와일리 : 별점 3점

지구를 향해 두 개의 별이 다가오는게 발견되었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 "브론슨 알파"와 "브론슨 베타"라고 불리게 된 두 별의 접근으로 지구는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헨드론 박사의 지휘로 과학자들이 모여 지구 파괴 후 지구 궤도에 안착하여 또 다른 지구가 될 "브론슨 베타"로 이주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 계획이 시작되는데...

필립 와일리의 고전 SF. 바로 직전에 읽은 "하늘의 공포"와 같이 "직지 프로젝트" 결과물입니다. 구글북스를 통해 무료로 읽은 점, 아동용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점도 동일합니다. 때문에 상당 부분 축약이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문어체 형식이 많은 등, 번역의 질도 낮고요.

허나 축약과 번역 문제를 무시한다면, 작품 자체는 지구 멸망을 다룬 고전 SF의 걸작으로 널리 읽힐 만한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1930년대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시대를 앞서간 측면도 분명 있고요. 특히나 외계 운석이 격돌하여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두 개의 별"이 다가오고, 그중 한 개가 지구 궤도에 안착할거라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실제로 "브론슨 베타"가 지구 궤도에 안착하였다고 해서 과연 사람, 아니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일까?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는 수천억 분의 일의 우연이라도 있을 수 있으니 수긍할 만합니다. 첫 번째 접근 이후 지구가 황폐해진 묘사는 "매드맥스"나 "북두의 권"과 같은 세기말, 문명 멸망 이후의 세계를 그린 작품들의 설정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흥미롭기도 하고요. 아울러 냉전 이전이라 소련이나 핵의 위험과 같은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작품 내에 몇 가지 의문점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첫 번째는 헨드론 박사가 우주선을 제조하기 위해 거대한 공장 및 집단 거주 단지를 건설하는데, 이러한 계획의 비용과 장비를 누가 후원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화 버전의 줄거리를 보면 시드니 스탠턴이라는 부호가 원조를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책에서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리고 처음에 거의 2년에 걸쳐 100명 정도만 탑승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다가, 고작 몇 개월 사이에 남은 인원이 모두 탈 수 있는 두 번째 우주선을 만든다고 하는 설정 파괴도 이해할 수 없는 전개였습니다.

아울러 헨드론 박사를 중심으로 1,000여 명이나 되는 인력이 똘똘 뭉쳐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단결력을 보여주는 과정은 일종의 종교적 광기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들 때문에라도 정식 번역본, 아니면 평가가 좋은 영화 버전을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그래도 아동용 번역본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 80여 년이 흘렀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한 좋은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리고 함께 수록된 베리야에프의 단편 "열려라 참깨"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준 것도 아주 좋았어요. 괴팍한 노인과 충직한 하인 앞에 기술자가 나타나서 로봇을 판다는 이야기에서 갑자기 잘 짜인 범죄물로 마무리되는 의외성이 돋보였거든요. 자동문을 음성인식으로 열 때 목소리 톤에 따라 문이 열리지 않고, 개를 짖게 하면 안 된다는 복선도 잘 녹아들어 있는 등 짜임새도 괜찮았고요. 특히 음성인식 자동문은 제가 음성인식을 이용한 제품 개발에 참여해 보았기 때문에 더 와 닿았습니다.
SF보다는 코믹 범죄물로 봐야겠지만 분명한 수작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이 작품만큼은 추리-범죄물 애호가시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합성 인간"은 기이한 SF였던 기억이 나는데, 이런 작품을 발표했다니 상당히 놀랍습니다.

2012/08/23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상)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6점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하)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먼저 읽었던 하권에 이은 상권.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4호 부검실
검은 정장의 악마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잭 해밀턴의 죽음
죽음의 방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그다지 무섭지 않으며 강한 심리 묘사가 중심이라는 특징은 하권과 동일합니다. 그래도 교훈적인 주제는 하권만큼 많지는 않더군요. 조금 더 재미에 치중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 개인적인 베스트는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입니다.

<제 4호 부검실>
의식이 있지만 몸 전체가 마비된 주인공이 부검실에서 부검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을 깨닫는다는 스릴러. 그에게 닥칠 부검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이 부검실 의사들의 유머러스한 대화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같은 느낌도 큽니다. 결말이 예상대로이긴 하나 코미디로 보면 괜찮은 듯. 별점은 2.5점입니다.

<검은 정장의 악마>
한 노인이 20세기 초엽, 자신이 아홉살 때 만났던 악마에 대해 털어놓는다는 내용. 너새니얼 호손의 <영 굿맨 브라운>에 대한 개인적 헌사이며 킹 본인은 별볼일 없는 결과물로 생각했지만 반응도 좋았고 상도 탔다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킹 의견에 동의합니다. 별볼일 없었어요. 호손 시대에 쓰여진듯한 오래된 감수성이 확실히 느껴지기도 했을 뿐더러 별로 무섭지도 않았거든요.
게다가 전개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악마가 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고 제대로 추격하지 않은 이유도 명쾌하지 못한 등 떡밥만 가득할 뿐이라서 말이죠. 중후반부 악마와의 추격전 하나만큼은 긴장감이 넘치지지만 단점이 워낙 명확하기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한 세일즈맨이 자살을 하려다 평생 모은 화장실 낙서에 대한 노트의 처리를 놓고 고민한다는 드라마. 탁월한 심리묘사에 화장실 낙서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잘 어우른 걸작 소품. 길이도 적당할 뿐더러 삽입된 낙서들이 참 적절하더군요. 그리고 열린 결말이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잭 해밀턴의 죽음>
딜린저 갱단의 일원이었던 잭 해밀턴의 죽음을 딜린저의 오른팔 호머 반미터가 회고하는 안티 히어로 물이자 신화이자 팩션. 실제로 있었음직한 생생함이 압도적입니다. 딜린저에 대해 모르면 즐기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창작 동기가 킹이 호머 반미터가 파리에 올가미를 던지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단지 그 정도의 소스로 이렇게나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꾸며내다니, 역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하나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구나 싶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죽음의 방>
남미 한 국가 고문실에 잡혀온 미국기자 플레쳐의 탈출을 그린 모험물.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가 일품인, 서스펜스 하나만큼은 최고로 치고 싶은 작품입니다. 금연한 사람에게 담배를 피고 싶게끔 만드는 효과도 있는데 흡연 장려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말은 그닥이나 흥미진진한 것은 확실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다크 타워> 시리즈의 번외편 단편이라고 합니다. 원전을 읽지 않아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은 <북두의 권> + <트라이건> 정도 되려나요? 이 작품집에서 가장 긴, 중편에 가까운 길이를 자랑합니다.
일단 수녀들의 정체, 녹색 괴물들과 끔찍한 벌레들이 등장하는 등 호러 판타지로서의 묘사와 설정은 좋습니다. 그러나 포로가 된 히어로와 그를 돕는 비련의 히로인 그리고 둘에게 닥친 비극적 결말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조금도 더 나아간 것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래서야 인어공주의 다크버젼일 뿐이죠. 물거품이 아니라 벌레가 되었을 뿐.
때문에 제게는 알맹이가 별로 없는 흔해빠진 호러 판타지였을 뿐입니다. 젤라즈니가 왜 대단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사람을 자살로 유도하는 초능력을 가진 딩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에 고용되어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자신이 살인에 이용되었음을 깨닫고 탈출을 결심한다는 이야기.
설정도 흥미진진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기는 한데 영화로 따지면 기본 설정과 주인공 소개 후 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할 때 끝나는 느낌이에요. 기-승 까지만 있다는 느낌? 그래서 완성도는 높이 쳐주기 어렵네요. 뒷부분을 따로 본다면 모를까.
덧붙이자면 작가 스스로 밝힌, 창작 동기인 잔돈을 버리는 청년에 대한 설명도 그닥 잘 되어 있지 않더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7/04/29

초초패미컴 - 타네 키요시 외 / 문성호 : 별점 2.5점

초초패미컴 - 6점
타네 키요시 외 지음, 문성호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전 읽었던 "초 패미컴"의 후속작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패미컴'으로 발매되었던 여러가지 게임들 중, 특기 할 만한 것들을 소개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많은 게임이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던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당대 유행과 트렌드를 알려주는 작품들입니다. 혼다의 인기 소형차 '시티'가 주인공인 "시티 커넥션", 그리고 "북두의 권"과 "매드맥스"에서 영향을 받은 세기말 황야를 무대로 한 레이싱 게임 "마하 라이더"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당시 컨텐츠를 원작으로 한 게임들도 같은 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물건이 많네요. "스타워즈" 게임에 등장하는 '전갈 베이더', '갸오스 베이더', '크라도스 베이더', '완파 베이더' 등의 악당은 그야말로 대폭소에요. "맛의 달인" 게임의 후짐과 억지스러움도 아주 인상적이고요.
유명인들과 관련된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명탐정 산마"와 같이 당시 유명인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활약도 돋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공각기동대" 3인방인 오시이 마모루, 이토 가즈노리, 카와이 켄지가 손잡고 만든 RPG "산사라 나가"는 어떤 게임이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심거리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 내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든 작품들이었습니다. 비키니 여성 전사가 주인공인 "몽환전설 바리스", "아테나"라던가 전투 미소녀 안드로이드 밀리아가 등장하는 "가딕 외전", 소노다 겐이치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던 "갈포스" 등이 대표적인데, 전부 아는 작품들로 옛 추억이 소록소록 떠올라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네요.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자면, "바리스"의 유코는 이 바닥에서 전설같은 존재로 어린 시절 상당히 호감을 가졌던 누님입니다. 그런데 여기 소개되는 패미콤 버젼은 흑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엉망으로 이식되었다고 합니다. '쿠소게'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죠. 

SNK의 아테나는 "아테나"라는 게임으로 첫 등장한 듯 한데 접해보지는 못햇습니다. 하지만 "킹오파" 시리즈로는 잘 알고 있죠. SNK 간판걸로 아직 쌩쌩한 현역이기도 하고요. 패미콤 버젼은 아케이드판을 이식한 것인데 '비키니'가 방어구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어력 '0'의 물건이라는 합리적(?) 설정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방어력이 중요한 디자인은 아니겠지만요.

"갈포스". 소노다 겐이치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죠. 당시 우리나라 잡지 소개 자료에서 보았던 게임도 무척이나 하고 싶었었는데 결국 손대지 못하고 애니메이션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가딕 외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컴파일의 슈팅 게임인데, 비행형으로 변신 가능한 미소녀 휴머노이드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하네요. 본편보다 외전이 유명해진 이유는 주인공 밀리아의 존재가 컸던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가딕"은 밀리아는 단지 설정 문장에만 존재했는데 "가딕 외전"에서는 도트 그래픽으로 게임 본편에 화려하게 등장한다고 하니까요. 참고로 아래의 밀리아 일러스트는 가토 나오유키 (스튜지오 누에)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재미난 정보가 많이 있지만 아쉽게도 게임을 잘 모르면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든데, 전작에 비하면 유명한 게임이 별로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그나마 아는 게임도 흔해빠진 아케이드 이식작인 "팩맨"이나 "봄버맨", "마계촌", "이카리" 정도거든요. 때문에 재미는 전작보다 못합니다. 

도판도 전작처럼 부실합니다.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것 같은 특징적인 주인공이나 메카닉 도판 정도는 충분히 소개해줄 만 한데, 글로만 떼우는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있었을까요?
아울러 뒷부분에 수록된 "패미컴 헌터, 난부선을 가다!"와 같은 리포트는 오시키리 렌스케가 동참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과 큰 상관이 없는 단순 추억담에 불과해서 분량 낭비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게임의 역사, 혹은 패미컴 게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굉장한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즐기기가 어려운 서브컬쳐 분석 자료입니다. 여러모로 추천드리기는 좀 애매하네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컬러 등으로 도판을 보강하고 보다 멀티미디어 측면을 강화한 e-book 버젼이라면 모를까, 구태여 구입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2010/09/02

익스펜더블 (2010) - 실베스타 스탤론 : 별점 3점

용병팀을 이끄는 바니 로스는 한 섬나라의 독재자를 암살하라는 정부 요원의 의뢰를 받고 조사 차 섬에 잠입했다. 하지만 정체가 발각되어 탈출할 수밖에 없었고, 접선책이었던 독재자의 딸을 두고 떠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고 섬으로 향한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려왔을 법한 작품입니다. "람보와 코만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소룡과 성룡이 붙으면 누가 강할까?" 같은 이야기를 하며 80~90년대를 보낸 세대라면 더욱 반가울 만한 마초 액션 영화의 결정판이지요. 영화의 스타일 역시 철저히 80년대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스토리나 개연성을 고민할 필요 없이, 오직 액션 자체만을 즐기면 되는 전형적인 무뇌 액션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한 여성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도, 악당들이 주인공 앞에서 일렬로 달려와 총에 맞는 이유도, 배신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받아들이는 이유도 굳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것은 오직 액션의 쾌감이기 때문입니다.

액션의 완성도만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자극적이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하며, 80~90년대 영화 특유의 묵직한 타격감을 제대로 살려냈습니다. 스탤론, 제이슨 스태덤, 이연걸, 랜디 커투어, 미키 루크로 구성된 주인공 팀과 이에 맞서는 에릭 로버츠, 돌프 룬드그렌, 스티븐 오스틴, 게리 다니엘스의 악당 팀 조합은 액션 영화 팬들에게 꿈의 대결을 선보입니다. 특히, 실사판 "북두의 권"에서 켄시로 역을 맡았던 게리 다니엘스의 등장과, 스톤 콜드 스티븐 오스틴이 최종 보스로 나서 랜디 커투어와 벌이는 격투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바니 로스가 목숨을 걸고 구하려 하는 장군의 딸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본 숙녀물 AV에서 볼 법한 이미지가 강해 감정이입이 어려웠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기대했던 그대로의 영화였습니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오로지 액션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여러모로 힘들고 지친 날,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 딱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 역시 액션 영화는 이런 맛에 보는 것 같습니다.

2017/04/07

울버린 : 올드 맨 로건 - 마크 밀러, 스티브 맥니븐 / 임태현 : 별점 2점

울버린 : 올드 맨 로건 - 4점
마크 밀러 지음, 스티브 맥니븐 그림, 임태현 옮김/시공사(만화)

로건 아저씨, 정말 그들과 싸우러 가는 거에요? 악당들을 쓰러뜨리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오려는 거에요?

그럴까 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마블 코믹스 시리즈입니다. 평도 좋고 색다른 맛이 좋다는 작품이라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알려진대로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빌런들과 히어로들이 최종 결전을 벌인 이후, 빌런들이 지배하게 된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울버린은 최종 결전 직전 미스테리오의 환각에 빠져 동료 엑스맨들을 학살한 탓에, 클로를 봉인하고 '로건'이라는 일반인으로서 살아가며 가족을 꾸린 뒤 늙어가는 상황이고요.

지주인 헐크 패밀리에게 지대를 내야 하지만 돈이 없는 상황에 처한 로건 앞에 호크아이가 나타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호크아이는 미대륙 횡단 여행을 도와주면 돈을 준다고 약속하고, 로건은 싸움도 하지 않고 살인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승낙합니다.
이후 이야기는 1,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호크아이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컴비는 여러 히어로들의 잔재와 빌런들이 지배하는 도시를 지나며 숱한 모험을 통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함정이었습니다. 호크아이는 살해되고 말지요. 로건은 레드스컬을 제압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요.
2부에서는 헐크 패밀리가 쳐들어와 가족을 학살한 것을 알게 된 로건이 클로를 꺼내 울버린으로 돌아온 뒤, 헐크 패밀리를 모두 죽이는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잔혹한 복수극이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북두의 권"이 떠올랐습니다. 무조건 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육탄전 중심이라는 점도 비슷했으니까요. 하드 고어라고 불러도 무방할 작화 역시 마찬가지인데, 작화는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마블 코믹스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화끈합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성공했지만, 가족이 죽어버려 복수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서부극 느낌도 전해줍니다. "웨스턴 리벤지"와 분위기만큼은 아주 똑같더라고요. 목장이 중심이 된 배경 및 다른 소품들,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이런 느낌을 뒷받침해 주고요.

그런데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미국 만화 특유의 문제점이기는 한데, 히어로들이 어떻게 패배했는지, 헐크가 왜 악당이 되었는지, 그의 패밀리는 왜 식인종 집단이 되었는지 등 기본 설정들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탓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여러 히어로들의 잔재나 호크아이의 딸 이야기도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나지 못합니다. 솔직히 1부에 해당하는 호크아이와 함께한 모험 이야기는 일종의 추억팔이에 불과해요. 차라리 설명을 보강하고 2부 이야기에 치중하는게 이야기의 완성도는 더 높았을 겁니다.

파워 밸런스도 문제입니다. 1부의 최종 보스인 레드 스컬, 2부의 최종 보스인 헐크 브루스 배너 모두 울버린에게 너무 쉽게 제압되기 때문입니다. 2부의 헐크는 울버린을 산채로 잡아먹지만, 힐링 팩터로 부활한 울버린에게 내부부터 파괴되어 패배한다는 설정이라 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최종 보스답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헐크 패밀리와 헐크의 최후가 실망스러운건, 이렇게 허약한 놈들 때문에 울버린이 가족을 잃었다는게 어찌보면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진작에 다 쓸어버렸으면 됐잖아요?

그래서 충격적인 세게관과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작화를 제외하고는 좋은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종의 평행 우주를 다룬 외전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지만 선뜻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24/05/24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2015) - 죠지 밀러 : 별점 4점


후속편이자 프리퀄이라는 "퓨리오사"가 엊그제 개봉했지요. 하지만 저는 이제서야 전작을 감상했습니다. 발표되고 거의 10년 만이네요.

저는 오래 전, 죠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시리즈를 거의 실시간으로 감상했던 세대입니다. 80년대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인 세계관이었어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자동차 폭주족' 무리가 지배하는 지옥으로 그려낸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놀라왔어요. 이를 뒷받침해주는 여러가지 무대 장치와 미술들도 굉장한 볼거리였습니다. 멜 깁슨의 상마초 카리스마도 대단했었고요.
후대에 미친 영향도 엄청났습니다. 단적인 예로, 여기서 모든걸 다 가져다 쓰면서 '폭주'만 '권법'으로 바꿔치기한게 바로 "북두의 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바꾸면 "패미코만도 류"일테고.... "워터 월드"도 사막화 된 세상을 침수된 세상으로, 자동차 폭주를 해양 액션으로 바꾸는 등으로 정 반대 방식으로 베껴낸 표절작입니다. 그 외의 아류작들은 한 둘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원조의 창조자가 노구를 이끌고 직접 감독하여 만들어 낸 신작은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군요. 무엇보다도 80년대에는 예산, 기술의 문제로 구현하지 못했을 화면을 마음껏 그려낸 액션! 액션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폭주'와 기묘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결합을 제대로 선보이면서도, 화끈함을 잃지 않는 멋진 장면들이었어요.
전작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진화한 설정도 멋졌습니다. 임모탈 조와 그를 숭배하는 워보이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세계에서는 당연하다 싶을, 자동차와 엔진 등을 숭배하며 '8기통'을 외치는 모습이 아주 그럴싸 했습니다. '밈'으로 유명해져서 보기는 봤지만 맥락을 몰랐던 "기억할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과 워보이들이 불치병과 선천성 기형에 시달리는 탓에, 건강한 육체와 몸을 원한다는 전개의 핵심 동기도 잘 설명되고 있으며, 새로운 설정에 걸맞는 비쥬얼도 역시나 멋졌습니다.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전개도 우직하면서도 간단해서 마음에 들었고요. 이런 영화에서 깊이 고민할 이유를 만들 필요는 없지요. 퓨리오사가 살아남는 엔딩도 좋았습니다.
 
눅스가 급작스럽게 전향한 까닭이라던가, 빌런이자 최종 보스 임모탈 조의 최후가 다소 허무한 등은 조금 아쉬웠지만 큰 흠은 아닙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퓨리오사"도 빨리 보고 싶네요. 언제 보게 될 지는 기약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