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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5

단다단 시즌 2 (2025) - 야마시로 후가 / 아벨 공고라 : 별점 2점

시즌 1에서 바로 이어지는, 전 12화 구성의 시리즈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전 시즌처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빌런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특히 '기대 밴드'는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신스틸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성불굿 공연 장면은 연출, 음악, 분위기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라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시즌 2를 기억할 이유가 될 정도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인물은 사카키 킨타입니다. 전형적인 비호감 오타쿠 캐릭터지만, 개그와 SF 오타쿠라는 설정이 적절히 어우러져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드는 덕분이지요.

액션 장면들도 다양한 스타일로 구성되어 시각적으로 풍성한 재미를 줍니다. 사안과의 맨몸 격투, 몽골리안 데스웜이라는 괴생명체와의 전투, 음악실에서 벌어지는 음악 유령들과의 결전, 대괴수 바모라와 거대 나노로봇의 충돌 등 격투 방식도 장르도 각기 달라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 이러한 하이라이트 사이에 모모가 아르바이트하는 메이드 카페에 오카룽이 찾아가는 에피소드처럼, 잔잔한 일상의 감성을 살짝 끼워 넣은 구성도 좋았고요.

하지만 단점 역시 뚜렷합니다. 우선, 시즌 초반을 차지한 사안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분량이 깁니다. 무려 4화 분량을 할애했지만, 그 정도의 이야기 밀도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특정 에피소드와 인물에 집중한 탓에 아이라, 모모의 할머니, 터보 할멈 같은 기존 캐릭터들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점도 아쉬웠고요. 게다가 사안은 매력도 부족합니다. 그의 과거사는 시즌 1의 '아크로바틱 찰랑찰랑' 에피소드처럼 잘 연출되지 못했으며, 일상에서 펼치는 개그도 무리수처럼 느껴진 탓입니다.

작화도 전작보다 전반적인 퀄리티가 낮아진 느낌입니다. 작붕이라 느껴지는 장면들도 종종 발견되어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빼어난 속도감과 카메라 워크가 강점이었던 전 시즌에 비해, 오카룽의 스피드나 아이라의 아크로바틱 액션이 잘 드러나지 못하는 점도 문제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장점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분명히 기복이 느껴집니다. 전작과 원작 팬이라면 당연히 감상할 가치가 있지만, 시즌 2만 따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합니다. 시즌 3에서는 전 시즌의 폼을 회복해 주면 좋겠네요.

2025/10/04

밀실살인게임 마니악스 - 우타노 쇼고 / 김은모 : 별점 1.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불가능 범죄를 저지르면, 나머지가 그 트릭을 추리한다는 설정의 단편 연작집입니다. 예전에 이 시리즈 두 번째 권을 읽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13년 만에 후속권을 읽었네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반 두젠 교수를 흉내 낸 반도젠, 제이슨 마스크를 쓴 aXe, 다스베이더 마스크의 두광인, 늑대거북을 대신하는 쟌갸, 흐릿한 형체만 보이는 O44APD까지 다섯 명이 모여 게임을 진행합니다. 이 가운데 aXe, 두광인, 반도젠이 차례로 사건을 일으키고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멤버들의 추리 대결을 위한 퀴즈를 만들어내려고 억지로 짜낸 트릭들이 대부분인 탓입니다. 때문에 실제로 가능할 만한 건 거의 없습니다. 도어 로커가 걸린 완전 밀실에서 피해자가 뒤통수를 맞고 죽었는데, aXe에게는 사건 당시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는 첫 번째 사건 정도만 퍼즐적인 재미가 있었을 뿐입니다.
정답은 방 안에 둔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문을 잠그고, 피해자를 책 더미 위에 올려놓은 뒤 멀리서 전화를 걸어 억지로 깨워서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게 만든 것이었지요.

그런데 ‘와, 이런 아이디어도 있구나’ 싶은 정도이지 현실적으로는 성공 확률이 너무 낮습니다. 피해자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범인조차도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누군지는 상관없이 아무에게나 시도할 생각이었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깝습니다. 동기가 없어져 버리니까요. 무차별 살인과 다를게 없어요.

두광인이 저지른 사건부터는 아예 엉망입니다. 두광인은 자신의 범행에 ‘투명 망토’를 썼다고 주장하거든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진짜 트릭은 끝내 공개되지도 않고요. 트릭을 끝까지 숨긴 것보다 더 나쁜 추리 소설이 있을까요? 

반도젠이 벌인 마지막 사건에서는 이 모든 게 반도젠이 짜낸 연극이었다는 반전이 등장합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가짜였고, 반도젠이 각본을 짜서 연기하게 했다는 것이지요. 중간중간 단서가 있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aXe가 차를 몰던 장면에서 반도젠과 두광인이 동시에 없었다든가, 가끔 캐릭터들이 다른 말투를 보였다든가 하는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성 부족한 억지 반전이라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 목적도 불분명하고, 동기도 별다른게 없는 탓입니다. 유명해진 밀실살인게임을 따라했다는게 전부거든요. 뭔가 의미가 있음직한 마지막 글을 남기긴 했지만 뻘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트릭 퍼즐 게임만 남기고 추리 소설의 다른 재미는 거의 내다버린 수준이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그나마의 트릭도 완전치가 않고요.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25/10/03

예스터데이 (2019) - 대니 보일 : 별점 2.5점

전 세계적인 정전이 12초 동안 벌어진 뒤, 무명 가수 잭 말릭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비틀즈를 알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 당황도 잠시, 잭은 자신이 기억하는 비틀즈의 곡들을 선보이며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세계적인 팝 스타 에드 시런의 눈에도 띄어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쌓게 되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수록 양심, 그리고 엘리와의 사랑을 고민하던 잭은 모든 곡들은 '비틀즈'가 썼다는 진실을 고백한 뒤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한 때의 귀재 대니 보일이 2019년 발표했던 청춘 로맨틱 음악 코미디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비틀즈 음악을 스크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스터데이", "Let it Be",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I Saw Her Standing There", "Back in the USSR", "Help!" 등의 명곡들이 이어지거든요. 몇몇 곡들은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뮤지컬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엘리가 잭에게 이별, 그리고 개빈과 만나고 있다는걸 고백한 직후 잭이 "Help!"를 열창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Help! I need somebody).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사라졌는데 나만 알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따지면 이세계 회귀물이나 전생물, 시간 여행물과 다를바 없지만 '음악'이라는 소재 선택이 아주 탁월한 덕분입니다. 만약 피카소의 그림을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발표했다면? 솔직히 성공하기 힘들겠지요. 셜록 홈즈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즈 시리즈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하지만 명곡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틀즈'의 곡이라는 점에서 다시 성공한다는건 굉장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음악은 유튜브 등 현재의 플랫폼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영화'라는 매체와도 잘 어울리고요.

전반적으로 띠고 있는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도 웃음을 주는 순간과 애틋한 감정을 담은 장면의 균형도 좋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건 캐스팅입니다. 어딘가 찌질하면서도 순수한 주인공 잭과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엘리 등 모든 인물들 캐스팅이 적절해서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전체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에드 시런의 출연의 경우,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삭제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에드 시런의 도움이 없었어도 비틀즈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을테고, 에드 시런이 비틀즈에 대항해 '살리에리'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역부족이니까요.
주인공 외에도 비틀즈를 기억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하는 장면, 존 레논과의 만남 장면은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두 장면은 실제로 '비틀즈'가 존재했다는 의미라서 설정과 모순되는 탓입니다.

또 많은 비틀즈의 명곡이 등장하지만, 일부 곡은 선곡이 아쉽습니다. 에드 시런과의 작곡 대결에서 잭이 선보이는 "The Long and Winding Road"이 대표적입니다. 명곡이지만 일반 관객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엔딩에 사용된 "Ob-La-Di, Ob-La-Da" 같은 친숙한 곡을 앞세우는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위대한 비틀즈 음악을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 속에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음악적 즐거움과 상큼한 러브스토리도 장점이고요.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비틀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용필 노래를 모티프로 삼아 리메이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