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3/06/04

아유카와 테츠야 상과 국내 출간된 작품들 소개 (2023년 6월 기준)


아유카와 테츠야 상 국내 출간작 완독 기념 포스팅입니다.

아유카와 테츠야 상(鮎川哲也賞)은 도쿄 소겐샤(東京創元社)가 주최하는, 신인 대상으로 공모하여 뽑는 문학상입니다. '독창성과 열정이 넘치는 강렬한 추리 장편'을 모집한다고 하지요. 1988년 도쿄 소겐샤가 총 13권으로 구성된 추리소설 시리즈 '아유카와 테츠야와 열세 개의 수수께끼'를 출간할 당시 마지막 권을 '열세 번째 의자'라는 제목으로 일반 공모했었는데, 그 다음 해 기획을 발전시킨 형태로 창설된게 아유카와 테츠야상입니다. 상은 코난 도일의 동상을 수여하며, 상금으로 인세 전액을 주고 있습니다. 수상작은 매년 10월 전후에 도쿄 소겐샤에서 출판되고요.
다른 미스터리 문학상과의 차이점이라면 본격적인 추리물을 지향하는 작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2022년까지의 수상작 27편 중 국내 출간된 작품은 모두 6편으로, 일상계 추리물 (<<일곱 가지 이야기>>,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두 편을 제외하고 나머지 4편은 모두 밀실 중심의 불가능 범죄와 트릭이 등장하며, 이를 풀어내는 정통 본격 추리물이거든요. 일상계 두 편도 일정 수준 이상의 추리를 보여주고요.

이렇게 요새 보기드문 본격 추리물을 지향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신인의 데뷰작인 탓인지 소설적인 완성도가 떨어지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등의 단점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목록을 보면 수상 이후 철저하게 잊혀진 작가가 많다는걸 알 수 있는데, 일생일대의 트릭을 사용한 첫 작품 발표 뒤 바로 벽에 부딪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역시 본격물은 어려운 법이지요. 덕분에 국내 출간도 요원해 보입니다. 작가가 계속 작품을 발표하면서 지명도를 얻어나가야 그 유명세가 조금이나마 전해져야 판매에 도움이 될 텐데, 데뷰작 수상 후 잊혀진다면 소개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그나마 <<체육관의 살인>> 처럼 나름의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면 모르겠지만.... 작가도 잊혀지고 작품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가 국내 출간된건 기적에 가깝습니다. 잘 팔리지는 않았을테지만요.

그동안의 수상작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옆에 표기하였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국내 출간작만 놓고 보면 <<얼어붙은 섬>>이 최고였고,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는 평균 이하 수준의 최악으로 꼽습니다.

  • 1회 (1990년) : 이시베 타쿠, <<살인 희극의 13인>>
  • 2회 (1991년) : 石川真介, <<不連続線>>
  • 3회 (1992년) : 가노 도모코, <<일곱 가지 이야기>> (국내출간)
  • 4회 (1993년) : 곤도 후미에, <<얼어붙은 섬>> (국내출간)
  • 5회 (1994년) : 愛川晶, <<化身>>
  • 6회 (1995년) : 기타모리 고, <<광란사계절>>
  • 7회 (1996년) : 満坂太郎, <<海賊丸漂着異聞>>
  • 8회 (1997년) : 谺健二, <<未明の悪夢>>
  • 9회 (1998년) : 飛鳥部勝則, <<殉教カテリナ車輪>>
  • 10회 (1999년) : 수상작 없음
  • 11회 (2001년) : 門前典之, <<人を喰らう建物>>
  • 12회 (2002년) : 後藤均, <<スクリプトリウムの迷宮>>
  • 13회 (2003년) : 森谷明子, <<異本・源氏藤式部の書き侍りける物語>>
  • 14회 (2004년) : 神津慶次朗, <<月夜が丘>>
  • 15회 (2005년) : 수상작 없음
  • 16회 (2006년) : 麻見和史, <<ヴェサリウスの柩>>
  • 17회 (2007년) : 山口芳宏, <<雲上都市の怪事件>>
  • 18회 (2008년) : 나나카와 카난, <<일곱 바다를 비추는 별>> (국내출간)
  • 19회 (2009년) : 아이자와 사코, <<오전 0시의 상드리용>> (국내출간)
  • 20회 (2010년) : 安萬純一, <<ボディ・メタ>>
  • 21회 (2011년) : 山田彩人, <<眼鏡屋は消えた>>
  • 22회 (2012년) : 아오사키 유고, <<체육관의 살인>> (국내출간)
  • 23회 (2013년) : 市川哲也, <<名探偵 The Detective>>
  • 24회 (2014년) : 内山純, Bハナブサへようこそ>>
  • 25회 (2015년) : 수상작 없음
  • 26회 (2016년) : 이치카와 유토, <<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 (국내출간)
  • 27회 (2017년) : 이마무라 마사히로, <<시인장의 살인>> (국내출간)
  • 28회 (2018년) : 川澄浩平, <<学校に行かない探偵>>
  • 29회 (2019년) : 方丈貴恵, <<時空旅行者の砂時計>>
  • 30회 (2020년) : 千田理緒, <<誤認五色>>
  • 31회 (2021년) : 수상작 없음
  • 32회 (2022년) : 수상작 없음

2023/06/03

요괴 대도감 - 미즈키 시게루 / 김건 : 별점 2점

요괴 대도감 - 4점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건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아주 오래전, 거의 40년도 더 전에 소년 잡지 부록으로 세계 각지의 몬스터들, 유명한 악마들을 상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해주는 도감을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불법 복제된 해적판이고, 작가가 일본 사람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못했었지만, 엄청나게 세밀하면서도 독특한 그림만큼은 기억에 깊이 남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미즈키 시게루라는건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을 다시 구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즈키 시게루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귀타로>> 만화책과 함께 <<요괴 대도감>>이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오래전 추억 속 그 책과 다른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추억 속 책은 <<세계 요괴 대백과>>였더라고요. 이 책에는 잘 알지 못하는 일본 요괴만 실려 있는데다가, 요괴들도 출처가 불분명한게 많고, 갓파나 너구리는 각각 수십여종 소개되는 등 다소 지루해서 내용면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작화만큼은 대단하기는 했습니다. 그야말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업의 폭도 넓습니다. 아래와 같이 사실적인 그림체도 있고, 일본 우키요에 느낌이 드는 일본화풍 그림도 있고, 전형적인 만화체도 있거든요. 덕분에 여러모로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그림들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세계 요괴 대백과>나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2023/06/02

산척, 조선의 사냥꾼 - 이희근 : 별점 1.5점

산척, 조선의 사냥꾼 - 4점
이희근 지음/따비

조선 시대 사냥꾼들에 대해 알려주는 미시사 서적.

조선 시대 직업 사냥꾼들을 산척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의 백정은 사냥 실력도 뛰어났는데, 북방 유목민의 후예였기 때문이랍니다. 백정 중 사냥만 하던 사람들이 직업 사냥꾼 산척이 되었고요. 임진왜란 이후 사냥도구로 조총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추노>>나 <<미스터 선샤인>> 등으로 익숙한 산행포수가 탄생합니다. 그 전에는 주로 목궁이나 쇠뇌 등을 사용했지만, 그 성능 면에서 조총을 따라갈 수는 없었겠지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수도 무척 많았답니다. 선조실록에는 고을마다 수백 명을 웃돌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국 330개 군현 모두를 의미하는건 아니겠지만, 한반도의 70%가 산악 지형이고, 고종 시기 강계 한 고을에만 산행포수가 200~300명 이었다고 하니 대충 어림잡아도 수만명 (330*0.7*250 = 57,750!)은 넘었을 듯 합니다. .
실력도 출중했습니다. 산행포수는 호랑이도 6미터 거리에서 단 한 발로 잡을 수 있었답니다. 조총의 성능에 담력과 실력이 합쳐진 덕분이지요. 구한말 이들의 솜씨를 목격했던 서양인 샌즈의 기록 (조선비망록)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호환을 막기 위한 호랑이 사냥 전문 부대에 소속되어 활약하기도 했고, 전시에는 군인으로 나섰습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으로 빼어난 활약을 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거창 산척 서인손입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왜장을 포함해 적병 24명을 죽이거나 중상을 입혔다는게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공을 세워 벼슬길에 오른 사례도 존재합니다. 황해도 서흥 출신 재인 한복련은 호랑이를 무려 40여 마리를 잡아 겸사복 (정3품 ~ 종9품)으로 특채되었고, 임진왜란 때는 전공을 세운 많은 백정이나 산척이 출세했다고 하네요. 무능하고 자존심만 셌던 사대부들이 반발했지만, 전시에 무공을 세운 이들에게 관직을 내리는건 막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조선 시대 사냥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전체적인 책의 구성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조선 시대 사냥꾼 '생활'에 대한 소개가 전무한 탓입니다. 사냥을 나서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사냥 장비 - 조총, 화약, 탄알 - 는 어떻게 구입했고, 사냥한 짐승은 어떻게 처리했고, 평상시에는 어떤 생활을 했는지 등은 아예 소개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유명한 산척에 대한 일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도판도 부실합니다.
오로지 수록된건 실록 등 이런저런 기록 속에 '산척'이 관련되어 있는 내용 뿐입니다. 그래서 호랑이를 사냥한 무용담과 산척들이 군인으로 참가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전투에 대한 소개만 이루어지고요. 물론 특정 전투에 대한 기록이 나쁜건 아닙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에 대해서는 특별히 상세하기도 하고요. 뛰어난 명사수들이었던 산행포수 부대가 미군에게 대패한건 지휘관의 잘못이었다는 설명도 좋았고 (큰 차이는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해당 지역 지도까지 수록하여 이해를 도와주거든요.
그러나 이런걸 기대하고 구입한게 아니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전쟁사가 궁금했다면 다른 책 - <<조선 전쟁 생중계>> 등 - 을 구입했겠지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생각과 너무 달라 감점합니다. 산척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