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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7

Q.E.D Season 1 정주행, 내맘대로 Best - part 2

거의 10년 전, Q.E.D 1권부터 30권 까지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정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즌 1이 50권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이어서 나머지 31~50권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꼽아봅니다. 시즌 2라고 할 수 있는 iff도 넘버링이 10을 훌쩍 넘어간 지금 시점에서는 다소 뒤 늦은 감이 있지만요.

"베스트 5" 

32권 "매직 & 매직" 

추리마술, '트릭' 이라는 요소가 핵심이라는건 동일하지만, 추리는 트릭을 밝혀야 하는 반면 마술은 트릭을 밝히면 그 가치가 없어져 버린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잘 드러내는 내용으로, 토마마저 놀라게 만드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4권 "모야당" 

두 개의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물. 특히 기발하면서도 독자의 허를 찌르는 첫번째 밀실 트릭이 좋았습니다. 풀장에서 심장 마비를 일으키게 만든 두 번째 트릭도 주요 단서가 명확하게 남아있을 뿐 아니라 다이빙하는 시간을 특정할 수가 없는 등 문제는 있지만 나쁘지 않았고요. 무엇보다도 제목인 '모야당'이라는 전설과 사건 내용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전개가 일품이었던 작품입니다. 

35권 "크리스마스 선물" 

언제나 기본 이상 재미를 보장해 주는 에나리 회장과 추리 동호회가 등장하는 일상계 작품. 토마가 쓴 각본으로 공연되는 연극 "오각관 살인사건"에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다른 추리적인 요소 모두 좋았지만 특히 연극이라는 상황에 최적화되어 있는 "오각관 살인사건" 속 밀실 트릭이 귀엽고 유쾌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42권 "에셔호텔" 

제목 그대로 에셔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기이한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사용된, 에셔의 작품을 응용한 트릭이 좋았습니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눈물나는 동기를 듣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옭아매는 토마의 냉정함도 인상적이었고요. Q.E.D만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46권 "순례" 

여러가지 증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다는 Q.E.D에 자주 등장하는 전개의 작품. 하지만 일본군과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전투를 벌이던 당시를 무대로 해서 시대 상황을 이야기에 잘 녹여낸, 완성도 높은 역사 추리물이었습니다. 결말도 깔끔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이렇게 5편이 제가 선정한 후반부 베스트 5입니다. 이전 선정작과 합쳐 저만의 'Q.E.D season 1 (1~50권)의 베스트 에피소드 10'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덧붙여, 아깝게 베스트로 선정되지 못한 가작들도 소개해드립니다.

33권 "추리소설가 살인사건" 

추리 소설가가 트릭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는건 "Nervous Breakdown"에서도 등장했었던 설정이지요. 거기에서도 '미키가 노래하는 미버'라는 초월 번역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도 만만치 않아요. 괜찮은 밀실 트릭과 추리 소설가들의 심리를 잘 그려낸 덕분입니다. 아쉽게도 용의자가 너무 적고, 트릭이 만화적이라는 단점 때문에 살짝 감점하나 가작으로는 충분합니다.

35권 "두 용의자" 

강도 사건에 대한 추리물로 이야기 자체는 뻔합니다. 하지만 본 사건과 관계없는 과거의 사건을 들먹여 독자를 속이려고 시도하는, 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전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가작으로 선정합니다.

38권 "17" 

일본 수학인 "화산"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가상 역사 수학물로, 추리적인 요소보다 현학적인 측면에서 큰 만족감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이런 점도 Q.E.D의 핵심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40권 "밀실 No.4" 

금고 속 돈을 훔치는 방법에 대한 트릭이 돋보였던 일상계 소품이었던 "4각관계"도 좋았지만, 추리 동호회의 에나리가 등장하는 본격물인 "밀실 No.4"야 말로 진정한 가작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 해결을 테마로 한 여행 상품 체험 중 벌어진 진짜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지요. 여행 상품 속 밀실 트릭은 억지스럽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 실제 살인 사건에 사용된, 촛불을 이용한 시간 착오 트릭도 괜찮은 착상이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은 토마가 용의자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덕분에 가작으로 꼽습니다. 상세 내용은 링크 속 리뷰를 참조하시길.

41권 "카프의 탑" 

추리적으로는 별 볼일 없어요. 그러나 논리 퍼즐에 대한 학습 만화로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학습 만화적인 부분도 Q.E.D만의 볼거리이자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기에, 가작으로 꼽습니다.

2021/02/06

숙명 - 히가시노 게이고 / 권남희 : 별점 2점

숙명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소미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 최고 회사인 UR 전산 대표였던 우류 나오아키가 병사한 뒤, 회사 사장이 된 스가이 마사히코가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흉기는 우류 나오아키가 생전에 수집했던 무기 중 하나인 독이 든 석궁이었기 때문에, 범인은 우류 가문 관계자로 압축되었다.

그러나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 중 한명인 와쿠이 유사쿠는 살인 사건이 아니라 우류 가문이 숨기고 있던 비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 우류 가문 아들 우류 아키히코와 엮였던 여러가지 인연과 추억 때문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0년에 발표한 비교적 초기 장편입니다.

UR 전산 사장 스가이 마사키요 살인 사건은 후더닛보다는 와이더닛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흉기를 통해 범인은 우류 가 근처에 있는 사람들로 특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기만 알아내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요. 당연히 이야기도 '왜 살인 사건을 저질렀는지' 에 대한 탐구가 핵심이고요.

탐구 결과, 스가이가 우류 나오아키가 사망한 뒤 그의 유품 중에서 강탈한 '전뇌' 어쩌구가 써 있었다는 오래된 파일, 스가이가 뇌 의학 전문가에게 접촉했다는 증언, 관계자인 우에하라 박사와 우류 아키히코 모두 뇌의학자이며 오래전 죽은 사나에의 지능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 중요 단서들이 모두 초반에 드러납니다. 독자는 이를 통해 과거 사나에에게 불법으로 뇌에 관련된 실험이 자행되었고 비밀 파일은 그 실험을 다룬 것이며, 스가이는 이 실험을 묻어두려는 관계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걸 쉽게 눈치챌 수 있고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뻔한 소재인 탓입니다.

하지만 그냥 뻔하지만은 않습니다. 형사 와쿠라 유사쿠의 수사로 30여년에 걸친 장대한 비밀이 한꺼풀 씩 드러나는 전개가 굉장히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쟁 직후 우에하라 마사나리는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획기적인 발견을 하게 됩니다.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하여 사람의 감정 조작이 가능하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연구 성과 발표는 묻혀버렸지만, 대기업 우류공업 대표이사 우류 가즈아키가 우에하라 박사를 지원하며 연구가 은밀하게 재개됩니다. 그들은 7명의 남녀 피실험자를 모아 '전뇌식 심동 조작 방법' 이라고 이름붙인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뇌수술을 받고 실험 중이던 피실험자들 중 4명은 탈주하고, 남은 3명은 원상 복구 수술을 받은 뒤 2명은 죽어버립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여성 사나에도 심각할 정도로 지능이 퇴화해 버리고요. 이런 비참한 결과를 본 우류 가즈아키와 우에하라 박사는 연구를 영원히 묻어 버리기로 결심했던 겁니다.

여기에 더해 의외성 있는 설정과 전개가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백미는 우류 아키히코가 범인이 아닐까 하는 단서가 작품 곳곳에 드러나지만, 진범은 우류 나오아키의 충신 중 유일하게 회사에 남았던 마쓰무라 겐조 상무였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억지스럽과 과장된 부분이 많다는 문제는 큽니다. 어린 시절부터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와쿠라 유사쿠와 우류 아키히코가 사실은 사나에가 낳은 쌍둥이 형제였다는건 눈에 거슬릴 정도였어요. 우류 아키히코야 그렇다쳐도, 와쿠라 유사쿠까지 사나에 아들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사나에가 쌍둥이를 낳았다면, 우류가문에서 두 명 다 입양하는게 맞지, 한 명만 전혀 관계없는 다른 곳에 입양보낸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또 이란성 쌍둥이라면 아무리 외모가 다르더라도 성격이나 취향은 닮은 점이 많았을텐데, 마지막에 비밀이 드러난 뒤에서야 이를 언급하는건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7인의 실험체 중 한명이었던 에지마 소스케의 딸 미사코와 유사쿠가 고등학생 때 교제했다가 헤어진 뒤, 미사코가 우류 아키히코와 결혼했다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왜 아키히코가 미사코와 결혼했는지도 설명이 부족했고요. 형제라서 이성에 대한 취향도 비슷했다는 것일까요?

그 외에도 우류 아키히코의 배다른 동생들인 히로마사와 소노코가 의기 투합해서 스가이를 죽이려고 한게, 마침 살인 사건이 저지른 딱 그 날 그 시간이라던가, 우류 아키히코가 석궁 화살촉을 수리했던 순간접착제를 떨어트린걸 마침 아내 미사코가 발견한다던가 하는 등 우연이 너무 많이 반복됩니다. 작품이 그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래서야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추리적인 부분도 별로에요. 딱히 건질게 없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범인과 석궁을 현장에 가져다 둔 사람이 다르다는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투서를 보내서 경찰에게 이 트릭이 간파된 뒤에는, 사건은 해결된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관계자 중에서 오전 시간에 석궁을 가져다 놓을 수 있던건 가사 도우미 스미에 씨 밖에 없었으니까요. 지나가던 여중생들 증언이 아니었더라도, 마쓰무라 겐조의 운명은 정해진거나 다름이 없었던거지요. 석궁 화살깃 수리와 같은 디테일은 솔직히 불필요한 사족으로 느껴졌고요. 

유사쿠가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였던 사나에 죽음에 대한 진상도 어색했습니다. 실험 재개를 노렸던 스가이 가문이 납치하려 할 때 병실에서 떨어져 죽었다는데, 누가봐도 분명한 살인 사건을 경찰이 이렇게 쉽게 덮는게 가능했을까요? 가능했다 치더라도, 유사쿠의 아버지가 사나에가 유사쿠 모친이라는걸 알았다는게 사건을 덮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저라면 아이 어머니 복수를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섰을거 같은데 말이죠. 최소한 사건을 덮었다면, 죽을 때 유사쿠에게 남긴 비밀 수사 노트에 그 진상은 써 놓았을 겁니다.

우류 가문이 지켜왔던 비밀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는 있지만 석연치는 않습니다. 우류 가즈아키와 우에하라 박사부터가 좀 웃겨요. 연구를 묻어버리기로 했다면 파일도 바로 없애버렸어야죠. 왜 화근을 남겼는지 모르겠어요.

스토리텔러로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 솜씨가 잘 드러나는 흥미로운 작품이기는 하나, 단점이 너무 많아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았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오래전 숨겨왔던 가문의 비밀이 도화선이 된 사건이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건 오다 경부보이고, 주인공 유사쿠는 순전히 과거의 비밀에 집중한다는 구조 등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몽환화"가 살짝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밝은 미래를 향해 젊고 열정적인 커플이 발을 내딛는다는 "몽환화"하고는 반대로, 이 작품의 유사쿠는 숙적이자 형제인 아키히코에게 완패하고 쓸쓸히 물러선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시대가 느껴지네요. 버블이 막 끝날 1990년의 일본과, 아베노믹스로 막 부활하기 시작한 2013년 일본의 시대상이 그렇게 달랐으리라 짐작됩니다.

2021/02/05

Q.E.D Iff 증명종료 13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5점

Q.E.D Iff 증명종료 13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이번 권은 일상계에 가까운 이야기 한 편에, 국제적인 거대 강력 사건 한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밖에는 못 주겠네요. 이전 권이 워낙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많이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다음 권에서 만회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소개는 아래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인 풍경" 

거액의 빚을 진 가이바시라 사장은 채권자 3명을 카루이자와에 있는 별장으로 초대했다. 상환 계획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에비사와 유리는 가이바시라 사장이 채권자들을 거실에 모아 놓은 뒤, 천장을 무너뜨려 죽이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하는 상황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 때 비서 이카다가 못견디겠다며 직접 천장을 무너트리고 사장은 천장에 깔리고 말았다. 

그녀는 곧바로 경찰을 불렀지만 천장에 깔려있을 사장 사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뒤이어 사채업자 다코는 사장을 비서 이카다가 차로 들이받았고, S은행 채권회수 담당자 카니에도 이카다가 사장을 칼로 찌른 뒤 우물에 던져 넣는걸 목격했다는게 밝혀진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경찰이 시체를 발견 못한 탓에, 유력한 용의자였던 비서 이카다는 풀려나게 된다. 에비사와 유리의 부탁으로 토마는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Q.E.D에 많이 등장했던, '서로 다른 증언 속 진실 찾기', 즉 증인 중 한 명이 범인이나 중요 관계자였고, 증언 중 거짓말이나 미묘하게 숨긴 부분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부러 증인들을 속이기 위해 연출한 연극이라는게 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극에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은행 직원 카니에 앞에서 벌인 살인 연극이 그러했어요. 카니에가 현장에서 도망쳐서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카다가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던가,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면? 연극이라는건 바로 밝혀졌을겁니다. 다코가 목격했던 자동차 사고 역시 가이바시라 사장 대신으로 인형을 써서 자동차 사고를 위장했다는데 그렇게 잘 되었을 것 같지 않고요.
무엇보다도 각자 개인 행동으로 산책을 나선 채권자들이 연극을 그렇게나 딱 맞게 목격했다는 상황이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연극을 벌인 동기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카다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가이바시라 사장이 가입했던 생명보험으로 빚을 값으려면, 시체가 필요했습니다. 반대로 채권자에게 "더이상 빚은 절대로 값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기 위함이었다면 연극은 불필요했어요. 개인 사업자인 사채업자는 손을 뗄 수 있었다 치더라도, 은행 직원이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한다고 해서 은행 빚이 탕감된다는건 불가능하니까요. 현재와 같이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 상태'를 의도했다면, 그냥 숨어버리면 되잖아요?

그나마 무너진 천정에서 가이바시라 사장이 탈출한 트릭, 가이바시라 사장이 어디에 숨었는지? 에 대한 추리는 볼 만 했습니다. 트릭은 집 구조를 잘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가이바시라 사장이 숨은(?) 오래된 별장 굴뚝 속이라는 장소는 앞서 여러가지 복선으로 설명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은, 불필요하고 작위적이며 무모한 연극에 불과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특이점의 여인" 

토마와 가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심장병 약 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약 25억엔에 달하는 약이 강탈당한 사건이었다. 유로폴 수사 담당자 브루스트는 신라의 친구로, 신분 조회 중 신라에게서 토마와 가나를 (특히 가나) 잘 대접하면 사건이 빨리 해결될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범인 중 한명인 해들리가 자수했다. 그는 르쥬라는 여인이 모근 계획을 꾸몄으며, 그녀 말대로 행동해서 약을 훔첬지만, 훔친 듀랄루민 케이스 안에는 약 대신 잡지 몇 권만 들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그의 증언에 따라 다른 일당도 한 명씩 체포했다. 그러나 르쥬와 약의 행방은 밝혀내지 못하는데....

이야기 전체가 문제 투성이입니다. 제일 앞단에 있는 사건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르쥬가 운송업자를 변장하고 만나서 진짜 서류를 손에 넣은 뒤, 다시 자기가 운송업자로 변장하고 약을 손에 넣었다는건데, 변장 만능 주의도 지겹지만 방금 전 건네준 서류를 동일하게 위조해서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설명이 안 될 뿐더러, 가방을 운송업자 앞에서 바꿔치기하는게 별로 쉬워 보이지 않은 탓입니다.

게다가 르쥬는 자신이 직접 약을 빼돌리는걸 계획했던게 분명합니다. 이 계획이 실패했더라면, 뒤의 습격 계획은 불필요했습니다. 변장이나 위조 서류가 들통난 순간, 도주하거나 체포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약을 빼돌리는게 성공했다는 전제로, 단지 서류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악당 3명을 끌어들여 운송 차량 습격을 계획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아예 말이 안되지요. 왜 화근을 남긴답니까? 말이 되려면 서류가 얼마나 큰 증거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또 강력한 팜므 파탈로 보였던 르쥬가 단순한 방심으로 쉽게 목숨을 잃었다는 결말도 허무했으며, 제목도 그냥 수학 이론을 등장시키기 위한 무리수에 불과해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르쥬가 물리학, 수학 이론인 특이점과 같기 때문에 특이점을 복소적분으로 나누어 해석하듯, 잘 모르는 부분만을 떼어내 생각해야 한다는 토마의 제안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수사는 평범하게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되짚어 나갈 뿐이니까요.

그나마 해들리가 르쥬를 죽였고, 사체를 토막내어 3명이 운송 차량 습격에 이용했던 증거품을 숨길 때 각각 나누어 넣어두었다는 진상만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은닉 장소, 그리고 이를 밝혀낸 토마의 추리 역시 꽤 그럴싸 했고요. 토마의 추리는 돈이 필요했던 해들리가 왜 자수해서 수사에 협조했는지? 부터 시작됩니다. 돈이 필요했다면, 약을 가지고 있을 르쥬를 추적하는게 당연하니까요. 결국 르쥬에게서 약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했고, 그 이유는 그녀를 이미 살해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되면 이야기가 성립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인에 대한 모든 증거도 숨긴 마당에, 살인을 감추기 위해 자수를 한다? 그럴리가 없지요. 해들리가 자수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졌을겁니다. 즉, 이 모든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한거지요.

나름 의외성있는 결말은 인상적이긴 하나 이렇게 단점과 약점, 무리수가 많은 탓에 그다지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