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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요리 본능 - 리처드 랭엄 / 조현욱 : 별점 3점

요리 본능 - 6점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사이언스북스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진화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요리"였다는 것을 다양한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책으로 진화, 인류학, 생물학 모두를 아우릅니다.

최근 유행한다는 "생식"을 주로 하는 생식주의자를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생식주의자의 체중이 감소하고 여성의 생리불순에 성욕마저 떨어진다는걸 알려주지요. 그 뒤 인간은 화식, 즉 불로 조리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걸 차근차근 설명해 줍니다. 소화는 에너지 소비가 큰 고비용의 처리 과정인데 익힌 음식을 먹게 된 덕에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소화를 잘 시킬 수 있었고, 덕분에 더욱 건강해지고 번식도 잘 하게 되었으며 궁극적으로 생태계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는 겁니다. 내용 중에 찰스 다윈은 불로 하는 요리를 "언어를 제외하면 아마도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했다는데 정말 그 말 그대로에요.

이러한 내용이 상세하고 다양한 근거들을 통해 뒷받침됩니다. 익힌 음식을 섭취할 때의 효율이 더 좋다는 여러 조사 결과라던가, 다양한 원주민들의 식문화를 조사하여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익히 알려진 것과 다르게 생식 대신 열을 가하여 조리해 먹는다는 문화사적 연구 결과 등이 그러합니다.

"요리가 언제 처음 시작되었을까?"에 대해서도 80여만 년 전의 유적지 발굴을 통한 근거 제시는 물론, 인류가 하빌리스에서 직립원인으로 진화한 변화를 가지고 시점을 추측하여 설명하는데 상당히 논리적이라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요리가 도입되었기에 인간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는데, 일종의 '사회'가 구성된 후 남녀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진 이유에 대한 설명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자신 몫의 음식, 요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암묵적으로 발생했고, 여성이 남성이 수렵해 온 고기를 요리하는 것이 당연해졌다는데 아주 그럴싸했어요.

저도 평상시 식사 칼로리는 신경을 쓰는 편인데, 단순히 칼로리가 아니라 "얼마나 소화에 에너지를 소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이렇게 독특한 주제를 쑥쑥 읽힐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도판이 굉장히 부실하다는 점, 그리고 주석이 방대한데 비해 보기가 힘들다는 점 정도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인류학, 진화, 그리고 요리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6/03/02

청춘 FC (2015~2016) : 별점 3점

"그것이 알고 싶다"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TV를 잘 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본방 사수했던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이 "청춘 FC"입니다. 본방이 종료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설 연휴에 특집으로 그들의 현재를 다룬 에필로그를 시청한 기념으로 포스팅합니다. 많이 늦긴 했네요.

축구보다는 야구를 좋아해서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축구 미생들의 완생을 돕는다"는 취지에 걸맞는 나름의 인간 승리 드라마가 적절한 유머, 감동과 함께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또 뭔가 부족했던 선수들이 선수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확실하게 그려져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면 된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 주니까요. 제가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는지 반성도 되었고요.

아울러 캐릭터들도 걸출합니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충분히 드라마가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안정환의 재발견이 아주 놀라웠어요. 독설, 조크를 적절히 조합하여 구사하는 예능감은 물론, 실력과 리더십 모두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를 주고, 팀원들을 독려한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그렇게 쉬운건 아닌데, 방송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준다는게 대단했습니다. 그가 축구계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 덕도 컸겠지만 그래도 실력을 보여준 건 확실합니다.

물론 예능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기는 합니다. 사연 있는 선수들에 대한 드라마가 강조되고, 제석이나 용섭이 같은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선수들의 비중이 크며, 억지로 유명인과 유명 선수를 끼워 맞춘다든가 하는 부분이 그러하지요. 프로 구단과의 시합도 지나친데, 이 부분은 축구 팬 분들이 많이 지적하신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에필로그를 보니 결국 잘 안 된 선수들이 많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그만큼 미생이 완생이 되기 어렵다는 뜻인데, 참 씁쓸하네요. 대부분 각자의 길을 명확히 찾았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시간은 아닌 듯해 다행이긴 하지만요.

하여튼 별점은 3점입니다. 재미와 감동, 드라마, 거기에 "현실"까지 모두 있는 괜찮은 예능이었습니다. 앞으로 뭘 하든 청춘 FC 팀원들이 더 높이 비상하기를 팬으로서 응원합니다. 퐈이팅!

아울러 방송만 보면 정말 사력을 다해 노력하던데 2부 리그 입단도 힘들다니 정말 프로의 벽이 얼마나 높고 두터운지 새삼 느껴지더군요. 정말이지 공부가 제일 쉬운 게 확실한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제 딸아이가 좀 크면 같이 감상하고 싶어지네요.

2016/03/01

주토피아 (2016) -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 별점 3점

"굿 다이노"가 망하기는 했지만 최근 분위기 좋은 디즈니의 최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주말에 딸아이와 함께 감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른들이 보아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괜찮은 작품입니다. 우선 전형적인 버디 액션 수사물의 형태로 시간 제한 있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제법입니다. 음모도 적절하게 구성되어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요. '공포'를 통해 특정 집단을 자신의 추종 세력으로 만든다는 정치적인 행동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설득력이 높지요.

동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그리고 이쪽 바닥의 전설적인 명가 디즈니의 작품다운 깨알같은 개그들도 마음에 듭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씬 스틸러는 엄청 빠른 나무늘보 반짝반짝 플래시겠지만, 그 외 다른 동물들 모두 원래 동물 특성이 잘 보이도록 구현되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토끼와 여우의 빠른 몸놀림을 적극 활용한 속도감 넘치는 액션씬도 아주 볼 만하고요. 주토피아의 디테일과 아트웍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무엇보다도 동물을 소재로 민감한 부분인 "인종 차별"과 "선입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작중 편견의 희생양이 되는 동물은 토끼와 여우인데 토끼 쥬디는 작고 약하다는 편견으로 평생 소원인 경찰이 되지만 경찰 내부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여우 닉은 포식자에다가 약삭빠르고 교활하다는 편견으로 모든 집단에게서 신뢰할 수 없는 동물로 낙인이 찍혀 있고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흑인은 무조건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고, 중동 이슬람 교도는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편겸과 선입견 가득한 작금의 행태와 엮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중반부에 사라진 동물들이 야수화된 것에 대해 쥬디가 설명하는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폭발합니다. 사실 작중의 포식자보다는 현실을 빗대어 생각하면 훨씬 와 닿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소녀 백인 경찰이 거리의 사기꾼인 흑인과 친해졌는데, 사건을 해결하고 인터뷰에서 흑인을 싸잡아 잠재적인 범죄자라고 말하는 꼴이니까요.

그러나 허술하게, 조금 쉽게 넘어간 부분이 눈에 띄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 보좌관의 음모로, 포식자를 야수로 만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를 어떻게 드러낼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어 보였습니다. 무려 12마리나 야수가 되었는데 그 시점까지는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며, 드러나게 된 것은 쥬디가 운 좋게 활약했을 뿐이잖아요? 공공장소에서 시장을 중독시키면 한방에 끝났을 텐데 왜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요.

또 마지막에 닉이 경찰이 되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사기꾼이 경찰이 될 정도로 경찰이 만만한 조직은 아니죠. 이게 무슨 "폴리스 아카데미"도 아니고... 차라리 닉이 어렸을 적 레인저가 되려다 왕따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대신, 경찰학교에 입학했었는데 주위의 편견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설득력 높지 않았을까 싶네요.

허나 이런 부분들은 아이 시각으로 보면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나치게 편견에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서 느낀 문제점들이죠. 작품에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냥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준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후속편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