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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요괴 대도감 - 미즈키 시게루 / 김건 : 별점 2점

요괴 대도감 - 4점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건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아주 오래전, 거의 40년도 더 전에 소년 잡지 부록으로 세계 각지의 몬스터들, 유명한 악마들을 상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해주는 도감을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불법 복제된 해적판이고, 작가가 일본 사람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못했었지만, 엄청나게 세밀하면서도 독특한 그림만큼은 기억에 깊이 남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미즈키 시게루라는건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책을 다시 구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즈키 시게루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귀타로>> 만화책과 함께 <<요괴 대도감>>이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된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오래전 추억 속 그 책과 다른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추억 속 책은 <<세계 요괴 대백과>>였더라고요. 이 책에는 잘 알지 못하는 일본 요괴만 실려 있는데다가, 요괴들도 출처가 불분명한게 많고, 갓파나 너구리는 각각 수십여종 소개되는 등 다소 지루해서 내용면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작화만큼은 대단하기는 했습니다. 그야말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업의 폭도 넓습니다. 아래와 같이 사실적인 그림체도 있고, 일본 우키요에 느낌이 드는 일본화풍 그림도 있고, 전형적인 만화체도 있거든요. 덕분에 여러모로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그림들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세계 요괴 대백과>나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2023/05/25

에도가와 란포상 베스트 10 :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미스터리로의 초대장 - 柳町正蔵

일본의 주간지 MONO에서 연재되는 柳町正蔵의 미스터리 관련 칼럼인 '미스터리 캐스킷 (ミステリー・キャスケット)' 지난 과월호를 읽다보니 재미있는 주제가 있어 번역해 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엉망인 번역이지만, 모쪼록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매년 여름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9월 중순, 「에도가와 란포상」수상작이 서점에 진열된다 (올해는 제반 사정으로 9월 말이었다). 내 생일 가까운 날짜인 탓에, 발표와 동시에 일찌감치 수상작을 사서 읽는건 매년 개인적인 행사로 삼고 있다. 만약 그 해 작품이 별로라면 그 해 전체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올해로 제66회를 헤아리는 이 상은 1954년 에도가와 란포가 창설했으며, 3회부터 신작 장편소설을 모집해서 최종 후보 4, 5편 중 베테랑 작가 5명이 선정한 최고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는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일반 모집 형태라 이미 작가로서 데뷔한 사람도 응모할 수 있으므로, 특정 해에는 고급스러운 작품이 많이 응모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신인 추리작가의 등용문적 성격이 강하다. 주요 수상작가로는 니시무라 쿄타로, 모리무라 세이이치, 쿠리모토 카오루, 히가시노 게이고, 이케이도 준 등 당대의 빅네임이 줄을 잇는다. 야마무라 미사나츠키 시즈코는 몇 번이나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고, 나카이 히데오의 대표작 「허무에의 제물」도 수상을 놓쳤을 정도이다. 지금은 예전만큼 주목도가 높지는 않지만 수상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건 분명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미스터리계 최고의 어워드 중 하나이다.
그럼 여기서 2020년까지의 수상작 총 71편 중 (1957년~2020년. 수상작 없음이 4회. 2편 수상이 11회)  완전히 개인적인 「란포상 수상작 베스트 10」을 선정해본다.

「란포상 수상작 베스트 10」
  • 제10위 「고양이는 알고 있다니키 에츠코 (제3회/1957년). 쇼와 30년 당시, 추리 소설 팬을 10배로 불렸다는 일본의 크리스티의 라이트 미스터리.
  • 제9위 「천사의 나이프야쿠마루 가쿠 (제51회/2005년). 예선부터 최종 심사까지 거의 일사천리로 수상한, 소년법 본연의 자세를 묻는 사회파 문제작.
  • 제8위 「어둠 속에 풍기는 거짓말」시모무라 아츠시 (제60회 / 2014년). 시력을 잃은 남자가 친형 출생의 비밀을 쫓는 서스펜스. 10년에 한 번 있는 걸작이라는 평판.
  • 제7위「암갈색 파스텔」오카지마 후타리 (제28회/1982년). 2인조 작가의 경마 미스터리. 아마추어 여성 탐정 콤비의 활약이 신선!
  • 제6위 「샤라쿠 살인 사건」타카하시 카쓰히코 (제29회/1983년). 수수께끼에 싸인 전설의 우키요에 화가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는 와중에, 학계에 소용돌이치는 권력과 욕망을 그리다.
  • 제5위 「거대한 환영」 도가와 마사코(제8회/1962년). 남자 엄금의 아파트에서 전개되는 인간군상. 란포상 사상 최고 걸작으로 불리는 스릴러.
  • 제4위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19회/1973년).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작가를 지향하는 계기가 된, 어두우면서도 경쾌한 청춘 추리물의 금자탑.
  • 제3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회/1995년). 일본인 감성의 하드보일드. 주인공 바텐더가 만드는 핫도그가 맛있을 것 같다.
  • 제2위「13계단」타카노 카즈아키 (제44회 / 2001년).  가석방중인 청년과 고독한 교도관이 사형수의 누명 벗기기에 도전하다. 긴박한 타임 리미트가 존재.
  • 제1위「사루마루 환시행」이자와 모토히코 (제26회/1980년) 현대의 대학생이 젊은 날의 오리구치 노부오와 함께 펼쳐나가는 SF+역사+암호가 뒤섞인 전기 미스테리.
'사루마루 환시행'은 그 시마다 쇼지의 명작 '점성술 살인사건'을 이긴 수상이라는 훈장도 받았다.
일본 추리 작가 협회의 사이트에는 심사위원의 선정평이 실려 있어, 선택된 포인트를 잘 알 수 있다 (단 스포 주의). 선정평이 매서운 것은 매번 있는 일로, 특히 낙선작에는 "추리소설로 통하지 않는다.", "설명이 너무 서툴다." "응모자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것 같다." 등 재기불능이 될 것 같은 신랄한 코멘트가 많다. 수상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은 물론이고 심사위원과의 궁합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6/03/14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이연식 : 별점 3점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6점
이연식 지음/아트북스

"우키요에"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일본 풍속화의 시작과 끝을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우키요에는 "갤러리 페이크"에도 몇 번 등장했던 소재이지요. 후지타가 속아 넘어갔던 "우키요에 육필화" 에피소드가 떠오르는데, 이 책을 읽으니 왜 후지타가 속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우키요에 육필화가 귀했기 때문이라네요.

여튼, 책은 삽화 용도의 목판화에서 독자적인 상품으로 발전하여 다색 판화 상품으로 거듭나는 과정, 그리고 우키요에가 상품화하면서 다루었던 다양한 소재들, 우키요에 역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거장들과 그들의 특징, 우키요에 제작에 도입된 여러 가지 기술들을 차례대로 짚어주고 있습니다.

우선은 우키요에의 주요 소재였던 미인도부터 설명이 시작됩니다. 이어 스즈키 하루노부 – 도리이 기요나가 – 기타가와 우타마로와 도슈사이 샤라쿠라는 거장의 작풍과 대표작이 소개되고, 풍경화가 대세가 되면서 등장한 호쿠사이와 히로시게라는 양대 거장을 상세히 다룬 뒤, 마지막 우키요에 거장인 고바야시 기요치카의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잘 설명되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설명을 도와주는 도판도 충실하고요. 또 춘화, 요괴 우키요에에 대한 이야기들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춘화에 관심 없는 남자는 없겠지요? 저 역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키요에 춘화 관련 에피소드도 "갤러리 페이크"에 등장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에 더해 유럽에 우키요에가 알려지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우키요에는 유럽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설명되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키요에가 매혹적인 이유는 서구 미술로부터 영향받은 요소들인 원근법과 서구 수입 안료 때문이며, 이러한 점에서 서구인을 사로잡은 우키요에의 실체를 파헤치면 실제로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라는 분석입니다. 일본적인게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뭔가 허무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미시사 서적 대부분이 재미있지만 이 책은 제 취향과 잘 맞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은 화집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현학적인 가치로만 따지면 이번 책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키요에에 관심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2013/08/14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2 - 구마 겐고 외 / 권은희 : 별점 2.5점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 2 - 6점
구마 겐고 외 지음, 권은희 옮김/까치

건물 하나당 한 장 분량의 짤막한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 전편에 이어지는 건축물 관련 서적. 몰랐는데 아사히 신문 연재 컬럼이라고 하네요.

이 책의 장점은 아주 확실합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진이 굉장히 멋지다는 점이죠. 글들은 4명의 작가가 나누어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움이나 기묘함만을 설명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그 건축물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보는 후지모리 데루노부의 글이 가장 좋았습니다. 일본에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들의 건물이 제법 있다는 정보는 솔깃했고요. 여행 갔을 때 좀 알고 돌아볼걸...

그러나 건축물에 대한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점, 전편보다 참신함과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정보 부족의 경우, 이 책을 사진과 함께 하는 일종의 건축물에 대한 감상 중심의 에세이로 규정한다면 단점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두 번째 단점은 심각합니다. 에펠탑이나 런던의 유리 달걀 같은 관광지화된 유명 유적에다가 가우디, 르 코르뷔지에, 반 데어 로에,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의 대표작들은 이런저런 다른 매체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던 것들로, 이 책의 제목인 "불가사의한"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아트북 같은 책의 성격은 마음에 들지만 전편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마음에 든 건축물들을 몇 개 꼽아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카이딘 황릉

베트남 최후의 황제 바오다이 바로 직전의 황제인 카이딘 황제의 능. 철근 콘크리트와 가우디 취향의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지만 슬프고 품위가 없는 분위기라는 기묘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긴타이쿄

그야말로 우키요에의 풍경 그림 같은 독특한 다리.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마구치현, 이와쿠니번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르세 미술관

1970년대 초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1968년 5월 혁명 후 이의가 제기되어 보존이 결정되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건물.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내용은 잘 알고 있었지만, 20세기에 대한 이의제기가 관광 명소 만들기에 불과했다는 씁쓸한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이탈리아의 몬테마르티니 박물관

히틀러의 전체주의와는 다르게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는 미래파를 후원하는 등 디자인 선진국다운 미의식의 소산이 보였다죠. 그래서인지 다른 국가의 오래된 건물을 박물관화하는 프로젝트는 모두 오르세 미술관처럼 역사적 건물 안에 근현대 미술품을 전시한 의외성이 특징이나, 이 미술관은 고대 조각을 수용했다는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것이 영원한 디자인 대국다운 면모라고 하네요.

스트로베리힐 빌라

고딕 호러 오트란트 성의 작가 호레이스 월폴이 자신의 고딕 취미를 반영하여 건축한 자택. 당시 기준의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잔뜩 집어넣으려 노력한 것 같은데 사진만 보면 괴기스럽다기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다 느껴집니다. 시대가 많이 변한 탓이겠죠.

긴자 라이온

1934년에 개업한 맥주 마니아의 성지. 건축적인 의미보다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보고 싶더군요. 사진만 보면 뭐... 그냥 강남 지하에 있는 맥주집 같긴 하지만요. 참고로 이 "긴자 라이온"은 대일본맥주의 직영 맥주홀로 1934년 개장하였으며, 연중무휴로 생맥주 한 잔은 25전이었다고 합니다.

2008/10/02

샤라쿠 살인사건 - 다카하시 가츠히코 / 안소현 : 별점 4점

샤라쿠 살인사건 - 8점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두드림

우키요에 연구의 일본 최고 권위자인 니시지마 교수의 제자 츠다 료헤이는 우연히 구입한 한 화집에서 수수께끼의 화가 샤라쿠의 정체가 드러난 결정적 단서를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한편 니시지마 교수의 제자였다가 파문당한 뒤, 교수의 라이벌 사가 아츠시를 돕는 옛 선배 고쿠후 역시 사가 아츠시의 죽음 이후 조우한 츠다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츠다는 샤라쿠가 아키타 난화의 화가 치카마츠 쇼헤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내게 된다. 그러나 이후 니시지마 교수가 살해된 채 발견되며,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던 고쿠후 역시 뺑소니 차에 치여 숨을 거두는 등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고, 츠다는 이 모든 것의 뒤에 존재한 음모를 깨닫게 된다.


책 커버에서 "주간문춘 선정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8위"라고도 선전하고 있고,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에도 선정되기도 한 유명한 작품입니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기도 하죠. 원채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라 번역 자체가 무척 반가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미술적인 취향만 놓고 본다면 샤라쿠의 인물화보다는 호쿠사이의 풍경화를 훨~씬 좋아하긴 하지만 이전에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 " 이라는 책을 살 정도로 우키요에에 대해서도 나름 관심이 있었기에, 진작에 사서 읽었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응모해 놓은 상태라 뒤늦게 구입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벤트는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죠...) 

읽기 전에는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중심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두가지의 큰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치밀하게 전개되는 역사추리물적인 부분이고 또 하나는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것에 대한 해결 과정을 그린 부분입니다.

이 중 이 작품이 유명해진 결정적 요소이기도 한 수수께끼의 우키요에 화가 샤라쿠가 누구인가? 에 대한 의문, 그리고 주인공이 찾은 작은 단서에서 시작하여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은 초중반부까지 전개되는데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샤라쿠가 아키타 난화의 화가였을 것이다라는 가설은 상당한 수준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고요. 우키요에를 다년간 연구한 저자의 경력이 말해주듯 작품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우키요에에 대한 엄청난 내공과 상세한 해설 역시 인상적입니다. 우키요에와 샤라쿠 관련해서는 참고서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동봉된 칼라 엽서 형태의 많은 도판 역시 충실해서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요.

또한 중반부 이후부터의 살인사건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 정통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건의 인과관계가 확실하고 동기도 잘 부여되어 있으며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도 합리적입니다. 때문에 추리적인 면만 놓고 본다면 합격점을 충분히 주고도 남음이 있네요. 정말 모든 것이 치밀하게 잘 짜여졌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때문에 400페이지가 넘는 대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당대 우키요에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긴 합니다. 샤라쿠가 활동했던 시기를 중심으로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머리가 휙휙 돌아갈 지경인데 이 모든 인물들이 우리나라에는 친숙하지 않은 인물들이라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도 국내 정서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키요에에 대한 자세하고 디테일한 설명은 샤라쿠의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의 이야기인 초중반부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후의 살인사건 이야기가 밀결합되어 있다기 보다는 전혀 다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욕심을 버리고 좀 들어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제대로 된 수준의 추리소설을 썼을 때의 내공의 깊이를 짐작케 하는 역작으로 평점은 별 4점입니다. 몰랐는데 오래전에 읽었던 단편집 "붉은 기억" 의 작가라 왠지 모를 친숙함도 느껴졌고 그때도 글 하나는 잘 쓴다.. 라고 생각되었던 만큼 역시 기대에 값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정서에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한번 읽어서는 제대로 된 이해가 어려운 만큼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줍니다.

2008/03/30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 - 마쓰오 바쇼 외 / 김향 : 별점 3점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6점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다빈치

하이쿠 명작들과 우키요에 작품들을 매치시켜 만든 책으로 앞부분에서 하이쿠와 우키요에의 역사를 간략하게 훝어주며 당대 에도시대의 문화까지 살짝쿵 전해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시화집이라 생각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같기도 하고요.

하이쿠를 쓰는 방법 같은 실용서적인 측면도 약간 있어서 하이쿠에 관심있으신 분들, 그리고 굉징히 다양한 우키요에 작품들이 괜찮은 인쇄질로 소개되어 있어 우키요에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일 겁니다. 각 작가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실려 있는 등 정보적인 측면에서도 괜찮은 수준이에요.

그러나 가격이 원래는 18000원인데 지금 알라딘에서 거의 도매수준으로 팔고 있는 것을 볼 때, 하이쿠와 우키요에 팬들이 많이 없나봅니다. 물론 저는 정가에 샀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