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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술 한잔 인생 한입 - 酒のほそ道 1~27 (미완) - ラズウェル細木 : 별점 2.5점

제목을 번역하자면 "술의 좁은 길"!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 岩間宗達 (이하 종달이)를 중심으로 술과 안주, 술집과 기타 술을 먹는데 관련된 모든 상황에 집중하여 한편당 4 ~6 페이지 정도로 짤막하게 전개되는 본격 "음주 만화" 입니다.

다른 음식 - 미식 만화와 다른 점은 종달이가 하이쿠를 좋아하고 에도 문화를 좋아하는 긍지있는 呑兵衛(술꾼)을 자처하는 덕에, 술과 안주, 요리 이외의 다른 음주 문화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긴 술과 안주, 제철음식은 다른 만화에서 워낙 많이 다루기도 했으니 특별한게 없기도 할 테고요. 

음주문화에 대한 에피소드는 정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술잔이나 술을 데우는 방법, 안주를 먹는 방법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술집 의자를 6종으로 분류하여 논한다던가, 술집 간판(노렌)의 소재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던가, 술집 안의 화장실의 위치, 비어홀과 비어가든의 차이, 술을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등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술먹는데 있어 운치를 다루는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도심 건물 속에 위치한 술집에서의 "달구경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고층 건물들 사이라 보름달을 볼 수 있는건 술집 앞마당에서 고층 건물 - 건물 사이의 작은 공간을 보름달이 스쳐지나가는 몇 분 동안 뿐이라는 이야기인데, 도심 속 술꾼들의 운치가 정말 제대로 느껴졌거든요. 

또 종달이가 워낙 평범하고 가난한 샐러리맨인지라 그닥 비싸거나 특별한 요리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직접 해 먹는 요리들도 정말 간단해서 설득력있었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종달이가 술꾼으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잘난척 좋아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그 철학과 잘난척이 딱히 성공하거나 우월하게 묘사되지 않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미식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자신의 미각이나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눌러버리는 괴물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인 셈이지요. 그래서 굉장히 친근했어요.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동어반복적인 에피소드가 많아진다는건 감점요소이고, 제법 많은 지방과 해외 별미 음식을 다루는 에피소드들은 다른 뻔한 요리 만화스러워서 별로였습니다. 한편당 분량이 워낙 짧아서 단행본에는 다양하게 취재한 자료들, 각종 정보들을 함께 실어놓았는데, 그 탓에 온전한 만화책이라기 보다는 약간은 정보지같은 성격을 띄는 것도 만화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내용이 많은 만큼 정식 출판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라즈웰 호소키의 작화 역시 구성적으로 완벽한 편안하고 따뜻한 그림체로 음식과 안주의 묘사도 뛰어나거든요. 음식 - 요리 - 술 만화에 관심 있으시다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더 크레이터 1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1.5점

더 크레이터 The Crater 1 - 4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호러, SF, 스릴러 등 다양한 작풍이 시도된 테즈카 오사무의 단편집. 모두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아왔던 테즈카 오사무 만화 중 최악이었습니다. 기승전결 자체에 문제가 있는 함량 미달의 작품 "종이 울렸다", 설득력이 전혀 없는 "설야랑", 주제의식은 좋지만 전개가 거칠고 결말이 허무한 "산 제물", "녹아버린 남자", "쌍두의 뱀", 그리고 아동 취향이라 책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보라색의 벰들"까지,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테즈카 오사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와 설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초반 설정이 다소 어설펐지만 마지막 반전이 괜찮았던 "종이 울렸다"나, 뻔한 설정을 나름의 아이디어로 잘 포장한 "보라색의 벰들"은 비판만 하기는 어려운 작품이긴 합니다. "산 제물""녹아버린 남자" 역시 담고 있는 주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별점은 낙제점이라 할 수 있는 1.5점입니다.

2011/05/23

고백 (2010) - 나카시마 테츠야 : 별점 2점

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사고로 딸을 잃은 교사가 봄방학을 맞아 마지막 조회에서 학생들 앞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2008~2009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연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자를 바꾸어가며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되는 원작을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했을까?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썩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이야기들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시점과 시간을 뒤섞은 연출은 혼란스럽기만 했거든요. 과도한 음악 사용 역시 효과적이지 않았고요.

또한, 원작과 동일한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후반부 각색은 오히려 더 황당하게 변해버린 점도 아쉬웠습니다. 기껏해야 중학생인 슈야가 외부에서 핸드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폭탄을 제조한다? 여전히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원작 수준의 깔끔함은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이어지는 결말 — 모든 것을 잃은 슈야 앞에 모리구치 유코가 등장하는 장면 — 은 불필요한 사족에 불과했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더군요. 이런 점에서는 상상력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소설이라는 매체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원작을 뛰어넘는 영상미를 선보인 장면도 있기는 합니다. 학급 붕괴 분위기를 보여주는 슈야 반의 모습이나, 학급 친구들의 편지에서 "히토고로시 - 시네"를 끄집어 내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원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부분이었던, 그리고 연작의 시작이기도 한 여교사 유코의 이야기 "성직자"를 영화화한 초반 30분은 정말 최고였어요. 마츠 다카코의 보기 드문 쿨한 악녀(?) 연기 덕분에 굉장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마츠 다카코가 이렇게 좋은 배우로 성장했다는건, "롱 바케이션" 때부터의 팬으로서 무척 감격스럽네요. 후반부에서도 마츠 다카코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상당한 무게감을 전해주었고요. 다만,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슈야에게 비중이 지나치게 쏠린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습니다. 원작만큼의 몰입감을 주지 못하는데, 차라리 연작 단편 하나하나를 30분 분량으로 보다 원작에 충실하게 영상화했더라면, 아니면 마츠 다카코 중심으로 완전히 각색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겁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원작을 읽지 않으셨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원작을 접하셨다면 굳이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1/05/21

제로 포커스 (2009) - 이누도 잇신 : 별점 2.5점

 

주의!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쇼와 32년(1957년),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한 양갓집 규수 데이코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과묵한 샐러리맨 우하라와 중매를 통해 결혼했다. 그러나 신병 정리를 위해 가나자와로 떠난 우하라는 1주일 만에 실종되었고, 걱정하던 데이코는 그의 행방을 쫓아 가나자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하라의 형이 독살당하며 사건은 연쇄 살인으로 확대되는데...

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는데, 그중 한 편이 바로 이 "제로의 초점"입니다. 이전 영화가 1961년 작품이니 무려 48년 만에 다시 제작된 것이네요.

현대의 감성과 사고방식으로 접하기에는 조금 낡은 원작이라 과연 어떻게 만들었을까 기대가 컸는데, 완성도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전형적인 일본풍의 미학이랄까,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이 꽤 잘 어우러졌어요. 쇼와 30년대 가나자와를 재현한 세트도 훌륭했고, 일부는 한국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원작에서 묘사된 황량한 겨울 풍경도 효과적으로 선보입니다.

추리적인 구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필요한 단서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장면들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자면, 히사코의 집 안에 들어선 데이코의 발치로 빈 캐러멜 박스가 바람에 날려오는 장면 같은 것들이죠. 또,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산모수첩 이미지 등, 컷 하나하나의 배치가 정교하게 짜여 있어 시각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데이코가 영문학과를 나왔다는 설정이 사건 해결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것도 좋았고요.

그러나 두 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데에는 확실히 실패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초반 한 시간 동안 사건을 펼쳐놓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남은 한 시간이 너무 길고 늘어졌어요. 원작 그대로 전개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불필요한 각색이 더해져 오히려 몰입감을 떨어뜨린 게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사치코의 남편이 갑자기 마초적인 모습을 보이며 아내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전개는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마치 갑작스럽게 애정이 싹텄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또한, 여성의 지위나 새로운 시대 운운하는 메시지 전달이 너무 노골적이었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그러했음을 강조하는 것 정도라면 모를까, 단순히 불행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면 굳이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나카타니 미키의 오버스러운 연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악녀 표정을 짓는 모습이 어색했고, 후반부에서 대비되는 흑과 백의 의상 설정 역시 캐릭터를 너무 작위적으로 표현하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전개하며 후반부를 좀 더 압축했더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괜한 각색이 오히려 독이 된 듯 합니다. 원작이 각색을 필요로 할 만큼 부족한 작품도 아니었고, 마츠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면 원작의 본래 의도를 살렸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1/05/15

세상에 이런 만화가?! (1) - 패미코만도 류 (ファミコマンドー竜)

웹 서핑 중에 발견한 황당 만화가 있어 소개합니다. 제목하여 최강권사전설 패미코만도 류! (最強挙士伝説 ファミコマンドー竜) 1989년 패미코믹 (ファミコミック)에 연재되었던 만화입니다.

-줄거리-
199X년 핵전쟁에 의해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 직면했고 지하 대피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아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한 그들에게 단 하나의 오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패미콤 게임이었다!
그리고 결국 패미콤 게임으로 우열을 가르는 엄격한 신분제도와 모두를 지배하는 독재자 매드 크로스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공포의 시대의 구세주. 그것이 류!
류는 패미콘살법 콘트롤러 쌍절곤으로 전투원들을 제압하고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운다!
마침내 마을의 독재자 매드 크로스와의 최종 대결!
"받아라 폭렬패미콤!"
"패미혼살법 아룡란격타!"

폭발하는 매드 크로스. 그는 로봇이었던 것이다. 해방된 사람들.
"어쩐지 게임을 잘 하더라..."

그리고 석양과 함께 엔딩.
"류 상은 이제부터 어디에?"
"어딜까나. 패미콤 게임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마지막으로 류의 명언 소개
"패미콤은 사람을 지배하는 도구가 아니야! 즐기기 위한 것이다!"

2011/05/10

그것이 알고싶다 - '사라진 악마를 찾아서-화성연쇄살인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800회 특집으로 재조명한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의 첫 번째 편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이었습니다.

일단, 미국까지 찾아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등 심도 깊은 사건 재구성과 취재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특히 사체 훼손이 급작스러워진 네 번째 사건 직전에 범행에 실패한 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중한 것 등, 프로파일러의 역량을 보여준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범인이 독재적인 어머니(또는 할머니) 밑에서 기가 죽으며 성장해 여자에 대한 증오심이 생겼을 것이라는 가설도 다소 뻔하긴 하지만 나름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이런 걸 왜 놓쳤었을까?' 싶은 내용도 많았습니다. 범행 현장이 집중된 지방도로가 수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범인의 거주지를 수원까지 넓혀 생각하는 것은 누구라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을 텐데, 이를 당시 수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미국 프로파일러가 "첫 번째 살인사건 전에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성폭행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정작 당시 경찰도 이미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신선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재확인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결국, 당시 낙후된 수사 기법 탓인지, 수집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 컸던 것 같습니다. 범인의 몽타주 역시 앞선 성폭행 사건과 연결 짓지 못했지만, 결국 최종 결과물은 동일하다는 점도 그렇고요.

그리고 이왕 미국까지 가서 전문가 의견을 물을 것이었다면, "왜 화성에서 계속 범행을 저질렀는가?"와 "왜 90년대 초반에 갑자기 범행을 멈췄는가?"를 더 심도 깊게 파고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범인을 압박하던 여성이 화성 출신이었다든가, 범행을 멈춘 계기가 그 여성이 사망했거나, 범인이 결혼 또는 분가를 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가설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지 않았을까요?

미제사건을 재조명하는 기획 의도도 좋고, 프로그램 자체도 잘 만들어졌지만, 결국 경찰도 할 만큼 했고, 딱히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몽타주를 3D화하여 재공개한 것 하나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방영 의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 중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이 포스트 최상단에 있는 사진이 범인의 현재 모습 예상 몽타주입니다. 키는 165~170cm 정도이며,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기간 중 수원~화성 인근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주위에 이러한 인물과 유사한 사람이 있다면 꼭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공소시효라는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흉악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제발 범인에 대한 제보가 이어져 꼭 검거에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1/05/08

올댓편의점 / 올댓오타쿠 / 올댓 영화 속 무기도감

SKT가 테더앤미디어와 손잡고 흥미로운 앱 기획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이름하여 올댓(All That)! 인기 블로거들과 협업해 블로거들의 가치 있는 콘텐츠를 앱으로 만든다는 발상은 꽤 괜찮아 보입니다. 블로거들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해 준다는 점에서 블로거들도 반길 만한 전략으로 보이고요. 제가 받아본 것은 이글루스 블로거이기도 한 채다인님의 "올댓 편의점", 만화 리뷰로 잘 알려진 아까짱님의 "올댓 오타쿠", 그리고 고어핀드님의 "올댓 영화 속 무기도감"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하지만 사용해 보니 앱 자체는 딱히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각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그대로 앱으로 옮겨 놓았을 뿐, 앱만의 새로운 콘텐츠나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블로그 내용을 앱으로 포장한 것이라면, 그냥 블로그를 방문해서 보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웹 연동이 필수인 사용 환경 역시 이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Standalone으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굳이 다운로드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올댓 오타쿠"의 경우 실행할 때 세 번에 한 번꼴로 비정상적으로 종료되는 문제가 있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제목도 다소 의아하더군요. "올댓 오타쿠"라니? 단지 일본 만화에 대한 상세한 리뷰를 다루고 있을 뿐인데, '오타쿠'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또한, 세 개의 앱 모두 UI 구성이 제각각입니다.

  • "올댓 오타쿠" - 카테고리 게이트웨이 방식
  • "올댓 영화 속 무기도감" - 게이트웨이 방식이지만 내부 콘텐츠는 스크롤 없이 좌우 페이지 전환
  • "올댓 편의점" - 최상단에 카테고리 메뉴 배치

차라리 UI를 통일해 하나의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했더라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제작 과정도 더 수월했을 테고, 사용자 경험도 일관되었을 텐데 말이죠.

이 프로젝트 자체는 블로거들에게도 흥미로운 시도이고, 저 역시 블로거로서 관심이 가는 기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잘 만든 RSS 리더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다른 "올댓" 시리즈를 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독립적인 하나의 앱으로서 Standalone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면, 아직까지는 개별 블로그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각 2.5점입니다.

참고로 이 별점은 제가 다운로드한 앱의 콘텐츠를 이미 대부분 접해본 이유가 크며, 상기 블로거들의 재미있고 뛰어난 콘텐츠를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4점 이상의 가치가 있으리라 보장합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한 번 설치해서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블로그에 들어와 이 글을 읽으실 정도의 분들이라면 상기 블로거들을 모르실 리 없겠지만요...

그린살인사건 - S.S 반 다인 / 안동림 : 별점 2점

그린살인사건 - 4점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린 저택에 살고 있는 그린 미망인과 다섯 자녀는 서로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의 유언 —"25년 동안 그린 저택에 살아야 상속권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거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큰 딸 줄리아와 막내이자 양녀인 에이더가 저격당해 줄리아가 죽고 말았다. 단순 강도 사건인줄 알았는데, 큰아들 체스터가 지방검사 매컴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하면서 파일로 번스까지 개입한 수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체스터마저 저격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저는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고전 황금기(Golden Age)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뛰어난 캐릭터성을 지닌 탐정들과 격조 높은 트릭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유럽 작품 한정입니다. 동시기 미국 장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당대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 반 다인과, 연도는 조금 늦지만 엘러리 퀸의 작품들은 대체로 장황한 대사와 잘난 척이 넘치고, 불필요하게 이야기가 길어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도 이런 제 취향 탓에 한동안 손에 잡지 않았는데,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탐정계에서도 손꼽히는 잘난 척 대마왕인 파일로 번스의 장황한 인용문과 허영은 짜증날 정도로 넘쳐납니다. 번스의 대사들에 나오는 인용문의 주석들만 따로 페이지가 할애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묘사는 번스가 박식하다는 것 외에는 독자에게 전하는 정보가 전무합니다. 예를 들자면, 세 번째 사건 직후 번스는 모두 앞에서 이렇게 떠벌입니다.

"이 일련의 살인의 배후에 있는 것, 그것은 가차 없는 아집이며 끝장 모를 타산입니다. 우리가 겨누고 있는 상대는 지칠 줄 모르는 '고정관념 (idee fixe)'입니다. 광기 어린 악마주의의 논리입니다. 또한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기상천외의 로맨틱한 정신 때문에 도착된 상상력, 이것이 지금 우리가 대결하고 있는 상대인 것입니다. 작열하는 불을 태우는 자아 중심주의, 환각 속에서 인식되는 낙관주의,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대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대사만 좀 쳐냈더라도 보다 짧고 임팩트 있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나마 마지막에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논하면서, 세세한 사건의 전체 구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꽤 그럴싸하긴 한데.... 이 역시도 장황한 대사에 질린 매컴이 단 세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회화와 사진은 서로 다르네. 그림에 있는 대상에는 디자인이 있고, 사진에 있는 대상에는 디자인이 없네. 그 디자인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많이 연구해야 한다는 거지."

추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동기가 너무나 확실해서 범인을 특정하기 쉬운 반면, 사건의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탓입니다. 결국 범행 현장을 덮치지 못했더라면 범인을 검거할 방법 자체가 없었습니다. 물증이 하나도 없는 완전범죄! 그래서 마지막 번스의 행동은 오히려 범인의 예술을 망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차라리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에이더의 승리로 작품을 끝맺었더라면, 이 작품은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한, 고전 황금기 본격 추리소설답지 않게 트릭이 별로 없다는 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줄리아·에이더 저격 사건, 체스터 살인 사건, 렉스 살인 사건, 에이더 독살 미수, 그린 부인 독살 사건의 총 다섯 건의 범죄 중에서 트릭이 사용된 것은 렉스 살인 사건 단 한 건 뿐이거든요. 트릭 자체의 수준은 나쁘지 않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작 장편에서 활용하기에는 밀도가 부족합니다.

그린 부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의학적 이론과 결합된 작전은 흥미로웠지만, 이후의 전개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시체만 없었어도 가능한 작전이었기에, 차라리 방화를 일으킬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만약 앞서 말한 완전범죄 결말이었다면 3.5점 정도는 줬을 텐데,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부실하니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네요. 제게 반 다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더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의 큰 특징은 엘러리 퀸의 "Y의 비극"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겁니다. 비정상적인 그린 가문의 어머니와 형제·자매에 대한 설정과 묘사는 "Y의 비극"의 해터 가문과 별반 다를 게 없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 역시 판박이니까요. 이 작품이 1928년, "Y의 비극"이 1932년에 발표되었으니 원전으로서의 가치는 이 작품이 더 높겠지만, 앞서 말한 추리적인 문제와 트릭의 빈약함 때문에 정작 원전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듯합니다.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네요.

2011/05/05

공포의 보수 - H.P 러브크래프트 / 정광섭 : 별점 2점

공포의 보수 - 4점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광섭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광기의 산맥"으로 유명한 H.P. 러브크래프트의 중단편집입니다. 러브크래프트 하면 보통 "크툴루 신화"가 연상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체 그게 뭔지 그동안은 접해보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작품들 모두 유사한 설정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가 바로 크툴루 신화 그 자체인 "크툴루가 부르는 소리"거든요.

읽고 나니 대체 왜 "크툴루 신화"가 세대를 초월한 전설이 되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상상력과 묘사는 정말 발군이었어요. 20세기 초엽에 쓰인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또 모든 점에서 현대 그로테스크 호러 장르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이야기가 새로울 게 없고, 플롯이 원패턴일 뿐만 아니라 전개가 진부하기 짝이 없어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또 "크투루프"라는 일본어 중역 발음이나 "견신론자" 등의 낯선 용어는 번역에서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생각만큼 번역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용어 정도는 현대적으로 통일해 줬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마지막 작품 "크툴루가 부르는 소리"만큼은 3.5점을 줄 만큼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진부하고 낡은 느낌을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21세기에 읽은 제 탓이 크지만, 과연 제가 이 작품을 당대에 읽었다면 어땠을까요? 대단한 컬처 쇼크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호평을 했을지 혹평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인스마우스의 그림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을에 우연히 방문한 외지인이 뜻밖의 위험에 빠진다는 호러 장르물은 그야말로 수도 없이 많습니다. 보통 마을의 비밀이 무엇인지에 재미의 초점이 맞춰지곤 하죠. 이 작품도 역시 마을의 비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건 마찬가지에요. 그야말로 한가운데 직구 승부지요. 

그런데 직구의 구위가 정말 엄청납니다. 비밀이 일종의 고대 괴물에 대한 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설정에 "혼혈"이라는 요소를 추가해 변화를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한밤중에 인스마우스를 탈출하는 과정의 묘사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대단합니다.

다만 후반부는 아쉽습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리거든요. 마지막에 어설픈 변화구 하나 섞다가 역전 홈런을 허용한 기분이에요. 그만큼 작위적일 뿐 아니라 설득력도 전무한 반전이었습니다. 차라리 자살했다는 큰아버지 이야기를 앞부분에 복선으로라도 살짝 넣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정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과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 이름에 값하지만, 어설픈 마무리는 실망스럽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벽속의 쥐"

저주받은 혈통과 그 비밀을 파헤치는 고딕 호러물로 이 바닥의 거장인 포만큼의 현란한 묘사는 아니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함 묘사는 더 뛰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발군이었습니다. 고대에서 시작된 저주받은 의식의 스케일도 엄청나고요.

그러나 후반부의 각성과 뒤이은 결말은 너무 갑작스러웠습니다. 가문이고 뭐고 다 잊은 채 미국에서 한 재산 모은 후손이 저주의 현장을 보자마자 각성한다? 너무 설득력이 없잖아요. 이럴 거였다면 전문가로 이루어진 발굴팀은 대체 왜 등장시켰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초·중반부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용두사미 결말인데, 차라리 앰브로즈 비어스처럼 짧게 마무리하는 게 좋았을겁니다.

"어둠 속의 속삭임"

시골 지주 에이크리가 신비학자 월모트에게 보낸 편지와, 홍수 때 발견된 기묘한 생물체의 사체 목격담에서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이 생물체들이 명왕성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진상과 함께, 에이크리의 비참한 종말 또는 상상으로 끝맺는 SF - 호러입니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묘사는 역시 발군입니다. 정말 이 작가의 괴기스러운 묘사는 타고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그러나 후반부 급작스러운 에이크리의 편지에서부터 이어지는 결말은 너무 뻔하고, 상상력의 범주 안에 있어서 아쉬웠어요. 극적 반전이 대단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예상대로 전개되는 것도 문제지요. 덧붙여 밝혀지는 외계인들의 정체도 식상했고요.

뇌를 담는 원통과 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그려낸 상상력은 현대 SF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결말은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월모트의 탈출이 별로 긴박하게 그려지지 못한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크툴루가 부르는 소리"

앞선 이야기들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크툴루 신화를 전면에 드러낸 정통 그로테스크 호러 작품으로 단편집의 메인 수록작입니다. 

주인공의 학술적 탐구를 통한 수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설득력을 보입니다. 물론 몇몇 인물의 증언에만 기대고 있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나, 천재 조각가, 경찰, 선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전개는 지금 읽어도 압도적이에요.

무엇보다도 태고의 신이 별자리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 다시 지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이만큼이나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는 점이 러브크래프트의 진정한 능력 아닐까요? 노르웨이 뱃사람의 기록을 통해 밝혀지는 신화적인 유적지와 크툴루에 대한 묘사는 너무 대단해서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학술적 탐구에 이어 일종의 유언으로 끝나기 때문에 급작스럽기도 하고, 완결된 이야기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는 게 단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생명력을 가진 채 수없이 모방되고 인용되는 거대 서사의 기원이라는 점에서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