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마음산책 |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의 수필집입니다. 홍보가 마음에 들어 구입해 보았습니다. 구입하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여러모로 꽤 유명한 작가인듯 싶네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 "미식"에 대한 "견문록". 즉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와 레시피, 그리고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신변잡기적인 글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다른 미식관련 문헌과 차이점이긴 하지만 큰 중심이 음식과 관련된 일화 소개라는 것은 똑같다고 할 수 있겠죠.
목차별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제1악장 Russian Rhapsody" 는 주로 러시아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극악의 구소련제 통조림 이야기라던가, "할바"라는 궁극의 누가 설탕 과자 이야기가 재미있더군요.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통조림 이야기는 정말 새로왔습니다.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농담의 소재로까지 쓰였을까 싶고, 왠지 먹어보고 싶어절 정도였으니까요. 흡사 악평이 가득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과 같은 것이랄까요?
"할바"라는 설탕 과자 이야기 역시 어렸을때 단 한번 맛본 천상의 맛을 찾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방팔방 찾아다니며 다양한 레시피를 수집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었고요.
그 외의 이야기들도 대부분 저자의 프라하-러시아 생활 경험담이 대부분이긴 한데 다 재미있었습니다. 워낙 새로운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당연하겠죠.
"제2악장 Andante Mangiabile" 는 소설이나 동화, 전설같은 친숙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었고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인도 핫케이크!". 저 역시 어렸을때 읽었던 동화 "꼬마 깜둥이 삼보" 에 등장하는 핫케이크에 대한 고찰(?)입니다.
이 동화의 요지는 삼보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들이 나무 밑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고 전력질주하며 뱅뱅돌다가 녹아내려 버터가 된 것을 삼보의 엄마가 핫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는 것인데 저자는 바로 이 핫케이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벌여 원래 이 동화의 배경은 "인도" 였다는 것. 때문에 버터와 핫케이크는 저자의 의도와 번역이 결합된, 일종의 잘못된 정보이고 원래대로라면 "기이"가 잔뜩 들어간 "난" 이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짝짝짝. 이 정도라면 약간 허무하기도 하지만 집요하면서도 끈기있는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모모타로의 기장경단이나 너구리 죽, 과자집 등 친숙하지만 잘 모르는 음식 이야기가 가득한 부분이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네요. 너구리 죽은 그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제3악장 Largo"는 저자의 신변잡기적인 글이 실려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부분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굉장히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동시통역할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리가초프 - 고르파초프 - 옐친 순으로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잘 먹었는데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잘 먹을 수록 확실히 "개혁파"에 가까왔다... 라는 이야기라던가, 앵글로색슨족, 그러니까 미국과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은 "맛없는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세계 어느곳에 가도 불평없이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등 기발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 외로는 자신이 먹었던, 혹은 접했던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이 실려 있는데 먹성 좋았던 미식가 삼촌이 유언삼아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인상적이더군요. "역 도시락은 팔각 도시락으로 해라..." ^^;; 정말이지 대단한 집안이에요...
어쨌건 수필집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후딱 읽을 수 있었고 재미도 있어서 만족스러운 도서였습니다. 저자의 시각이나 해석이 독특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한국어판의 지저분해 보이고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삽화, 디자인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별점 3점은 충분하죠.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실 책을 찾으신다면 추천합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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