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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피자의 지구사 - 캐럴 헬스토스키 / 김지선 : 별점 2.5점

피자의 지구사 - 6점
캐럴 헬스토스키 지음, 김지선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의 '~의 지구사' 시리즈 중 한권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치즈의 지구사"는 많이 실망스러웠었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이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피자라는 음식의 발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발전하여 세계화가 되었는지를 통사적으로, 시대순으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거든요. 각 시대별 대표 피자와 주요 변곡점도 확실하게 체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제목 그대로 이 책 한권만 읽어도 피자의 역사에 대해서는 대충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피자의 시작과 초기 발전 과정을 다룹니다. 당연히 이탈리아를 중심으로요. 최초의 피자는 단순한 음식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재료를 얹어 구워서 만드는 납작한 빵은 신석기 시대에서도 둥그런 반죽을 구워 먹었다고 할만큼 흔했으니까요. 그러나 누가 먼저 둥글납작한 빵을 그릇으로 만들고 그 위에 소스를 얹거나, 다른 음식을 담는다는 발상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나마 비슷한게 고대 그리스의 빵 '플라쿤토스'입니다. 토핑을 바로 빵 위에 올려 굽는 것이지요. 빵을 접시나 그릇으로 사용하여 요리를 담아낸다는 기본 개념은 피자와 같습니다.
이후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재배되고, 18세기에 드디어 피자에 토마토가 쓰이기 시작합니다! 나폴리에서 19세기에 빈민들을 위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게 되고요. 마침내는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의 아내 마르게리타 여왕이 나폴리에 방문해 '마르게리타' 피자를 대접받은 후 본격적으로 성장해서, 2차대전 후 인구 이동과 함께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나가게 됩니다. 초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보잘것 없는 음식이었지만 이민과 관광이 붐을 이루며 널리 전파된 것이죠.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토핑으로 변주가 일어나자 피자의 기원을 자처한 나폴리의 전통 피자 요리사들이 정통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통나폴리피자협회 (VPM)를 결성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VPN이 인정하는 정통 나폴리 피자는 마르게리타, 마리나라, 마르게리타 엑스트라 피자 뿐이라는데 엄격한 지침을 따라서 만들어야 한다니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2장은 미국으로 이주한 나폴리 이민자들을 통해 피자가 미국에 뿌리내리며 대중화되는 과정 - 2차대전 이후 군인, 이민자들에 이해 미국에서 피자 소비가 대중화되고, 피자헛과 같은 피자 체인점과 냉동 피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거대 산업을 이루게 되는 - 을 담고 있습니다. 이민자 요리들을 자체적으로 재조형하여 미국 음식을 만들어 낸 방식이 피자에도 제대로 발휘되어 더 이상 이탈리아 전통 에스닉 푸드가 아니라 미국이 사랑하는 음식이 된 것이지요. 산업화되며 대량생산, 규격화, 지속성이라는 3대 원칙을 포함해서요.
하지만 1장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고 피자헛, 도미노 등 체인점과 냉동 피자 산업 등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소개됩니다. 그래도 '시카고 피자'의 유래는 기억에 남네요. 텍사스 출신 아이크 슈얼이 오픈한 레스토랑 '우노'에서 선보인 딥디시 피자가 최초라고 하는데, 예전 삼성동 KOEX 우노에서 먹어본 적이 있기 때문으로 덕분에 아주 오래전 옛 추억이 잠시 떠올랐답니다.

3장은 피자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피자헛의 세계 진출, 각 지역별 특별식, 엔터테이먼트 ("닌자 거북이"와 같은)와 결합하여 피자 자체가 유행이 되는 과정 등이 소개되며, 마지막 4장은 피자의 미래라는 제목인데 별 내용은 없습니다. '토핑 재료에 제한이 없는 한 피자는 영원할 것이다, 그 독특한 특성과 함께'가 전부니까요. 페이지도 10페이지가 안 될 만큼 짤막합니다. 딱히 언급해드릴게 없네요.

그리고 주영하씨의 "피자, 한국 정복의 역사"가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처럼 한국에 피자가 진출한 과정을 통사적으로 상세하게 소개한 글입니다. 책 성격에도 부합할 뿐더러 내용도 충실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형적인 주영하씨 음식관련 미시사 글이었어요. 뒤에 실린 진짜 부록인 다양한 피자 레시피도 집에서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있으면서도 식욕까지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3장, 4장 내용이 좀 부실해서 감점하지만 피자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읽고나서 가장 안타까운건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피자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산업화한 미국식 피자라는 것입니다. 저렴하고 빠른, 패스트푸드 측면에서 피자 체인점의 역할은 분명 있겠지만 나폴리 사람들이 사랑한, 여왕에게 마친 마르게리타 피자만큼은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한식 요리점에서 퓨전 한식만 팔고 정작 김치는 내어놓지 않는 것과 다를게 없잖아요?

2017/03/12

치즈의 지구사 - 앤드류 댈비 / 강경이 : 별점 2점

치즈의 지구사 - 4점 앤드류 댈비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에서 간행한 음식들에 대한 미시사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디자인, 제목이 마음에 들어 몇권 구입한지는 좀 되었지만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세계의 유명 치즈를 모아 놓은 치즈 보드를 가지고 각 치즈별 유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챕터부터 시작됩니다. 12개의 치즈가 올라가 있는 치즈 보드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리와 모짜렐라라던가 고르곤졸라, 파르미자노 레자노, 체더 등 친숙한 치즈들이 많아 즐겁게 읽었습니다. 간혹 사먹는 브리가 중세 말 유럽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치즈 중 하나였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심지어 프랑스 사람들의 과장이 아니라 이탈리아와 영국 저자들도 인정했다니, 앞으로 더 열심히 먹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치즈'에 대해 통사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4000년 경 중앙 유럽과 남동부 유럽에서 낙농업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젖 짜기가 이루어진 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젖을 안정적이며 고정적인 식량원인 치즈로 만드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는 치즈의 시작, 그리고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치즈 역사가 소개됩니다.
기원전 3000년 이집트 지역 유물에서 발굴된 유기물 흔적이 치즈였다는 등 사료가 바탕이 된 상세한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당대 치즈 요리 레시피가 소개되는 것도 볼거리에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포싯 - 가루치즈를 와인에 섞어 만든 것 - 이 대표적입니다. "오디세이아"에서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을 환영하며 대접하는, 치즈와 보리죽, 노란 꿀을 프람니아 와인에 섞은 포싯은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변하게 만든 음식이라 더 기억에 남는데, 레시피만 보면 약간 치즈 수프 비슷할 것 같네요.

세 번째 챕터에서는 '지속성과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온갖 다양한 치즈 제조법을 소개해 줍니다. 지역과 시대별, 재료별(양젖, 소젖, 염소젖 및 동물성과 식물성으로 구분되는 레닛 등) 로 구분된 다양한 치즈들이 소개되는데 이 역시 아주 상세합니다. 좋은 치즈의 여섯 가지 특징 등 읽을거리도 많고요.

마지막 챕터에서는 세계가 치즈를 소비하는 방법이 다루어지는데, 당연하겠지만 주로 다양한 음식들과 레시피 소개가 중심입니다. 시칠리아의 미식가 시안 아르케스트라토스의 레시피, 소크라테스의 채식 식단 등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레시피가 가득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약처럼 먹었다는 일화나 치즈가 언어별로 무엇을 상징하는지?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는 것도 좋았고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지는 않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200여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읽기 힘들고 이해도 어려울 정도였어요. 이유는 통사적인 내용보다는 각각의 치즈를 중심으로 파고드는 내용이 많은 탓입니다. 통사적으로 접근한 챕터도 고대 이집트에서 로마까지의 초창기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고요. 이래서야 "~의 지구사"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치즈에 대해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 준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연대순으로 주요 변곡점마다 존재했던 치즈를 보다 상세하게 알려주는게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네요.

2020/04/12

밀크의 지구사 - 해나 벨튼 / 강경이 : 별점 2.5점

밀크의 지구사 - 6점
해나 벨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oo의 지구사"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책이 워낙 예뻐서 눈에 뜨이는 대로 한 권씩 구입해 두기는 했는데, 처음에 읽었던 몇 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카레왕추천으로 읽은 "커리의 지구사"가 아주 좋아서, 나머지도 계속 읽어볼까 하여 집어들게 되었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처럼 밀크, 즉 우유가 우리 식문화에 자리잡은 역사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일 첫 단락은 왜 인류가 동물의 젖을 먹어야 했으며, 언제부터 젖을 먹기 시작했는지입니다. 동물의 젖을 먹게 된 이유는, 가축을 키우면 그 젖을 식량으로 쓰는건 타당한 이치라고 설명됩니다. 쥐와 고양이, 돼지 젖을 먹지 않은 이유는 먹을 만큼 젖을 짜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이고요.
이후 알려주는건 인류가 언제부터, 어디서 우유를 먹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최근 연구결과로는 기원전 7,000년 또는 그 이전에 현재의 터키 지역 쪽에서 먹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 이후 각종 문명, 문화권에서 젖을 어떻게 짜서 먹었는지 등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각 문화권에 있었던 독특한 레시피, 유제품에 대해서도 소개됩니다. 예를 들어 우유를 끓여먹으면 소화하기가 훨씬 숴워져서 고대 인도에서는 뭉근하게 끓인 뒤 강황가루나 후춧가루, 계피 조각, 생강 가루를 넣어서 먹었다는군요. 몽골의 말젖 발효주 아이락 만드는 법, 베두인의 낙타젖은 물과 1대 3의 비율로 희석하면 맛이 좋다는 대 플리니우스의 레시피 등도 수록되어 있고요.
참고로 동물의 젖을 요리의 재료로 쓴 역사도 당연히 오래 되었습니다. 기원전 1750년 경 바빌로니아 설형 문자 기록에 따르면 밀크나 신 밀크를 새끼 염소 스튜 등에 사용했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모세의 율법을 따르는 유대인들은 고기와 밀크를 함께 먹지 않았습니다.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아서는 안된다는 이유라는데, 나름 타당하네요. 이러한 고대 문명에서의 우유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고대 로마까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가 서두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뒤에서부터는 근대 이후부터의 시기가 핵심으로 다루어집니다. 우유 수요가 증가하여 현대적인 우유 산업이 생성된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기 위함이지요. 우선 17세기 이후부터 시골 동네에서 우유를 꾸준히 먹고, 도시에서도 우유 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이는 인구 증가와 시장 활성화 덕분입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우유 시장이 커진 19세기의 우유는 위험한 식품이었다고 하네요. 지저분한 낙농장에서 비위생적인 운송 과정을 거쳐 냉장도 하지 않은 채 저장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유의 양을 늘리고 색깔, 맛, 향을 위해 온갖 첨가물을 넣어 더욱 위험했어요. 이후 19세기 후반 저온 살균법이 보균되면서 겨우 현대적인 우유 보급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우유 시장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듭니다. 탄산음료 시장이 성장했고, 우유가 사실은 해롭다는 이야기도 계속 확산된 탓이지요. 우유의 유해성에 대한 담론은 우유가 여러가지 처리 과정을 거치기에 불거진 이야기로, 처리 전의 생유를 마시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긴 하나 당장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는군요. 여기서 "은수저"에서 하치겐이 생유를 먹고 맛있음에 전율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우유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야쿠르트, 밀크티 등 각종 음료 시장도 성장하고 있지만 낙농업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므로 우유 소비를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흔하게 먹는 우유 한 잔에 얼마나 오래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고민이 담겨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네요. 앞으로의 고민까지 말이죠.

뒤에는 언제나처럼 부록으로 주영하가 쓴 한국에서의 우유 문화사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놀랐던 점은, 한국 우유 산업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11년에 이미 생산과 판매 모두 법령으로 확립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본 열도의 우유업이 한반도에 그대로 투입되었기 때문이죠. 일본에 우유 산업이 발전한건 일찌기 산업화된 유럽과 미국의 우유 기술을 도입하여 홋카이도 개척 당시 낙농 사업을 펼쳤으며, 19세기 후반에 서구화를 위한 서구 추종 분위기에 육식과 함께 편승한 탓이었고요. 심지어 조선총독부에서 젖소를 직접 도입할 정도로 우유 공급을 권장했다고 합니다. 조선 국민들을 전쟁에 써먹기 위한 육체 개조 목적이었지요. 하여튼 이렇게 근대적인 우유 산업은 이미 20세기 초반에 확립되었습니다. 지금의 서울우유협동조합부터가 1937년 경성우유동업조합으로 시작했다고 하니까요. 우유에 대한 식문화 만큼은 다른 서방 선진국에 비해 그다지 뒤지지 않은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유 소비량은 1997년 이후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의 이유와 마찬가지겠죠. 젊은 층 인구 감소를 보면, 앞으로는 더 줄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애초에 근대화, 서구화를 위해 도입되었다는 목적을 돌이켜 보면, 이미 서구 문화권과 다름없는 현재 시점에서 우유 소비량이 더 증가한다는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 뒤 마지막은 우유에 대한 몇 가지 레시피가 실려있는데 수 페이지에 불과하고, 내용도 별다를건 없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우유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대단한 깊이는 없지만, 가볍게 읽기도 좋았고요. 충실한 도판과 함께 해당 음식의 역사에 대해 한 번 훝어준다는 이 시리즈 컨셉에 충실하거든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20/04/24

초콜릿의 지구사 - 사라 모스, 알렉산더 바데녹 / 강수정 : 별점 2.5점

초콜릿의 지구사 - 6점
사라 모스.알렉산더 바데녹 지음, 강수정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휴머니스트의 출판사에서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라는 주제로 간행하고 있는 'oo의 지구사' 시리즈 중 한 권. 모두 열 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어 있습니다. 저도 소장용으로 모으고 있지요. 리뷰를 올리는 건 이 책으로 여섯 권 째네요.

전반적인 시리즈의 컨셉은 비슷합니다. 일단 해당되는 주제의 음식, 또는 재료를 어떻게 먹기 시작하였고, 그 뒤에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통사적으로 훝어봅니다. 그리고 그 음식이나 재료가 우리 식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미칠 것인지를 고찰하며 마무리 됩니다. 그 뒤에는 주영하가 저술한 해당 음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를 서술한 부록, 해당 음식과 재료로 만드는 요리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고요. 음식, 재료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여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를 언제부터 어떻게 먹기 시작하였는지를 마야와 아즈텍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정복 이후 유럽으로 전파되어 세계화 되는 과정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거든요. 마야, 아즈텍 유물이라던가, 각종 문헌과 사료를 바탕으로 충실한 도판과 함께 설명해주기 때문에 설득력도 높고요. 이를 통해 처음에는 의학적 효과와 최음제 등의 용도로 쓰이다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얻게 된 이후 18세기 초에는 이미 현대의 핫 초콜릿과 비슷한 레시피가 등장하였으며, 18세기부터는 프랑스와 잉글랜드 아침 식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으며 온갖 레시피가 쏟아져 나오는 등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 볼만 한 건 사드 후작과 초콜릿의 관계였습니다. 사드 후작이 감옥에서 초콜릿을 원한건 이게 계급을 상징하는 일종의 사치품이었기 때문이었다는 논리이지요.

이후 19세기 들어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으로 비로서 초콜릿이 대중적인 기호품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 때 즈음부터는 과거의 사치품이 아니라 영양가 높고 저렴한 간식이자 음식이 된 거죠. 따뜻한 가정의 이미지와 일체화 되어서요.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온갖 세계의 초콜릿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공정 무역, 서아프리카의 아동 노동과 강제 노동을 통한 카카오 산업의 어두운 부분과 같은 문제와 함께 여성성과 남성성, 쾌락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초콜릿의 상징성, 그 이미지에 대한 고찰을 끝으로 글은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다른 'OO의 지구사'와는 좀 다르게 각 시대별로 초콜릿이 무엇을 상징했는지?라는 '이미지'에 집중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아무래도 단순한 먹거리라기 보다는 기호품에 가깝기에 이렇게 접근했을텐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패션이나 시계, 쥬얼리나 와인과 유사한데, 초콜릿과 잘 어울린다 싶기도 하거든요. 시계도 쿼츠라는 기술이 탄생한 뒤, 일반화되었지만, 고급 명품 초콜릿 '그랑 크뤼' 처럼 기계식 시계 카테고리가 아직 건재한 것과 같은 이치지요. 다양한 마케팅으로 구축된 '이미지'가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통사적인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이미지 측면에 집착한 탓입니다. 그리고 제 컨디션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잘 읽히지 않더라고요. 찬찬히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봐야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 언제나 본 편 이상의 기쁨을 안겨다주었던 주영하의 부록도 이번에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초콜릿 도입과 발전 및 '발렌타인 데이' 등 초콜릿으로 탄생한 문화 현상을 함께 다루기에는 10페이지를 갓 넘는 분량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깊이있는 접근이 아쉽네요. 레시피도 이번에는 눈여겨 볼 만한게 없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초콜릿이라는 음식, 재료보다는 그 상징성과 이미지에 대한 고찰이라는 측면은 좋았지만 재미와 다른 부분의 가치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2018/11/30

위스키의 지구사 - 케빈 R. 코사르 (주영하) / 조은경 : 별점 2.5점

위스키의 지구사 - 6점
케빈 R. 코사르 지음, 조은경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눈에 띌 때마다 한 권씩 사 모으고 있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 지구사"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이번에는 제목 그대로 위스키의 역사를 다루는데, 위스키란 곡물을 발효시킨 후 증류하여 만든 술이라는 정의에서 시작하여 기본적인 제조 방법의 소개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스키의 기원이 무엇이며 "위스키"라는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등 실제 역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위스키'가 '우스키', 즉 '생명의 물'을 뜻으로 '오스케바'라고 발음되는 게일어를 영어화한 것이라는데 재미있네요. 어원부터가 '생명의 물' 이라니!

다음은 맨 처음 위스키를 만들었다는 스코틀랜드, 경쟁자였던 아일랜드, 신대륙 미국에서의 국가별 위스키 역사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싱글 몰트 위스키는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터라 소개가 반가왔습니다. 그다지 잘 알려져있지 않은 아일랜드 위스키의 역사도 흥미로왔고요. 아이리시 위스키는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데 로크스 (locke's)라는 싱글 몰트 위스키는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구해보고 싶네요. 미국 위스키의 역사는 정착민이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는 등 전반적으로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지만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이 위스키 애호가라는 등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괜찮았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 전쟁 당시 군대에 항상 충분한 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데 무척 놀랐네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던걸까요? 이후 알 카포네 등으로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금주법 시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고요. 그리고 "21" 이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위스키 시장과 상황을 설명하며 내용은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지구사' 뒤에 한국의 음식 문화 전문가 주영하 씨의 한국 위스키의 역사가 특집으로 부록처럼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편보다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처음에 위스키를 발음대로 '유사길' 이라는 한자로 표시했다는 내용부터 대한 제국 시절의 유통 과정, 일본 강점기 시기 위스키 시장의 확대와 위스키 원액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유사 위스키'의 등장, 그리고 해방 후 상황으로 이어지는 내용 모두 말이죠. 아무래도 우리 역사에 관련된 내용이라서 그랬던 것 같네요.

이렇게 대충이나마 통사적인 접근도 가능하고, '지구사'라는 말에 걸맞게 각 국가별 현황에 대해서 다루어 주기 때문에 위스키에 대해 대충이나마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서양 중심의 역사만 서술된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지만 주영하 씨의 글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기도 하고요. 위스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으시다면 읽어보실 필요가 없겠지만, 이쪽 분야를 좋아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3/19

조선의 미식가들 - 주영하 : 별점 2.5점

조선의 미식가들 - 6점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조선 시대, 음식과 요리에 대해 글을 남긴 문인과 그들의 글 속 주요 요리를 소개해주는 식문화, 미시사 서적. 당시 음식, 요리에 대해 글을 남긴 사람들을 '미식가'라 칭하고 있는 셈으로, 모두 15인이 소개되고 있는데 상세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 이색의 소주
  •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김창업의 감동젓
  • “관서의 국수가 가장 훌륭하다” 홍석모의 냉면
  • “맛이 매우 좋아서 두텁떡이나 곶감찰떡마저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구나” 허균의 석이병
  • "어해 중에서 으뜸이다” 김려의 감성돔식해
  • “가슴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듯했다” 이옥의 겨자장
  • “동치미 국물에 적시고 소금 조금 찍으면 그 맛이 더없이 좋다” 전순의의 동치미
  • “겨울밤에 모여서 술 마실 때, 아주 좋다” 이시필의 열구자탕
  • “지난번에 처음 올라온 고추장은 맛이 대단히 좋았다” 영조의 고추장
  • “지금 엿집에서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김유의 엿
  • “먹으면서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파했다” 조극선의 두붓국
  • “목구멍에 윤낸다고 기뻐하지 말라” 이덕무의 복국
  • “잠깐 녹두가루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장계향의 어만두
  • “즙이 많이 묻어 엉겨서 맛이 자별하니라” 빙허각 이씨의 강정
  • “갓채는 물을 짤짤 끓여 부으면 맛이 좋으니” 여강 이씨 부인의 갓

주로 선비, 사대부들이 쓴 산문이나 시조, 편지 속에서 음식, 요리를 주제로 쓴 글을 찾아낸 뒤, 음식과 요리에 대해 분석하고 글을 쓴 사람에 대해 소개하는 구성입니다. "도문대작"을 쓴 허균이나 채소에 대한 시조를 남겼다는 목은 이색 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잘 모르는 조선 선비들이 음식에 대해 쓴 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당대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게 좋았습니다. 또 귀양가서 쓴 글이 많다는게 이채롭더군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었습니다. 귀양가서 험한 음식을 먹다보니, 예전에 먹었던 맛난게 생각나 글로 남긴 경우도 있지만, 귀양가서 처음 보는 먹거리와 음식에 대해 글을 남긴 경우요. 전자의 경우는 허균, 후자의 경우는 조선 후기 김려의 글이 대표적입니다.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속 글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김려가 현재 마산 지역인 '우해'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쓴 글로 당시 어떤 생선으로 어떻게 젓갈을 만들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최고의 젓갈이라는 감성돔을 비롯하여 볼락, 삼치에 붕장어까지 젓갈로 만들었다니 신기합니다. 당시 이런 물고기들이 많이 잡혔으며, 어민들도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젓갈을 담궈 시장에서 팔았다는걸 증명하기도 하고요. 꽤 거대했던 산업으로 짐작되는데, 지금은 그 전통이 많이 사라진듯 하여 무척 아쉽습니다. 함께 소개된 홍게로 만든 포는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이렇게 귀양지에서 처음 본 먹거리와 음식은 귀양지 특성 상 해산물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귀양지에서 먹는 음식인데 등장하는건 지금은 쉽게 먹기 힘든 고급 재료들이더라고요. 과거 원나라가 고려를 방문했을 때, 원나라에서는 비싸서 먹지도 못하는 전복 등을 일반 백성들이 쉽게 먹는걸 보고 놀랐다는데, 딱 그 심정입니다. 3면이 바다라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정조 때 성균관 유생이었던 이옥이 남긴 글로는 당시 고추가 널리 전파되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옥이 워낙 고추를 좋아해서 직접 심어 먹었을 뿐 아니라, 고추를 많이 먹으면 풍이 들거나 눈에 좋지 않다는 세간 속설을 반박하는 글까지 썼다니 고추 사랑이 정말 어지간했던것 같습니다. 인조 때 조극선이 남긴 글은 '연포회'라는 행사가 성행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연포회가 왜, 어떻게, 어디서 진행되었는지 상세하게 소개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연포회에서 먹었다는 두붓국 레시피도 꽤 자세합니다. 지금 만든다면 굴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육수에 연두부를 넣어 먹으면 비슷할거 같아요. 조극선은 닭고기를 써서 만든 것으로 설명되고 있지만요.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선비다움을 유지하라는 '잔소리' 가득한 이덕무의 글은 꼬장꼬장했을 당시 선비들의 마음 속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었고요.

잘 몰랐던 당대 요리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내용도 많습니다. 영조가 병을 다스리기 위해 자주 먹었다는 '이중탕'에 대한 소개가 특히 흥미로왔습니다. 재료는 인삼과 백출, 건강포, 감초인데 영조가 조선조 최대 수명을 자랑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니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저도 이제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찍어 먹으면 맛있다는 감동적즙이 무엇인지도 소개해 줍니다. 감동즙은 젓갈의 일종으로 국물이 젓갈보다 넉넉하여 즙이라고 불렀으며, 김창업은 감동이 '자하젓'과 같다고 했다네요. 새우젓에 돼지고기를 찍어 먹는 현재 풍습과도 비슷한데,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비슷한 법이겠지요?

현재도 재현 가능할 정도로 레시피 소개도 충실합니다. 목은 이색이 남긴 한시 "새벽에 한 수를 읊다" 를 볼까요? “기름에 두부를 튀겨 잘게 썰어서 국을 끓이고, 여기에 파를 넣어서 향기를보태네, 잘된 멥쌀밥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깨끗이 닦은 그릇들은 눈에 환히 빛나누나"로, 두부 요리 레시피가 아예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움과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허균과 "도문대작"은 이쪽 분야에서는 너무 많이 접한 소재였습니다. 당연히 조선의 미식가를 꼽을 때 허균을 꼽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만 신선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몇 년 전에 읽었던 "조선의 탐식가"들과 내용면에서도 많이 겹칩니다. 세조 때 어의 전순의가 편찬한 요리책 "산가요록"이라던가, 사대부 가문 부인들이 가문의 레시피를 기록했던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는 취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선정이라 생각되고요. 도판도 그냥저냥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담고있는 내용은 가치있지만 단점도 있어서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여기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글들은 현재 네이버에서 공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책에 관심이 가시더라도 네이버를 통해 먼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0/02/14

커리의 지구사 - 콜린 테일러 센 / 강경이 (주영하) : 별점 4점

커리의 지구사 - 8점
콜린 테일러 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지구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는 식문화 역사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이 전에 시리즈 중 세 권을 읽고 리뷰를 남겼었죠(위스키, 치즈, 피자). 그런데 예쁘게 잘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리즈는 구입했지만 그동안 손대지 않고 있던 차에, 얼마전 읽었던 "카레라이스의 모험"을 읽고 급작스럽게 땡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커리에 대한 역사는 물론, 세계화된 과정과 세계속 커리 요리들, 그리고 커리의 현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동안 항상 궁금했었던, '커리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채소와 고기를 기름에 볶은 매콤한 카릴 혹은 카리라는 남부 인도 요리가 영어로 '커리'로 변형되고, 이 말이 일반적인 인도 요리를 가르키는 말로 굳어지게 된 것이라고요. 중국 요리를 서양에서 '찹 수이'라고 퉁쳐 말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인 셈이죠.
그리고 원래 인도 아대륙에는 강황, 생강, 카마린드, 인도산 후추라는 자생 향신료가 있었는데, 인도 상인들이 다양한 국가와 교역을 하면서 온갖 외국 요리들이 인도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그 뒤 포르투칼과 영국 등의 침략, 식민지 운영을 통해 서양 요리가 인도 요리, 재료와 결합되며 18세기 말에는 영국인들에게 '커리'라는 말과 요리가 일반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커리의 오랜 세월을 거친 발전 과정도 상세하게 소개해 줍니다. 

인도 뿐 아니라 인도인들이나 다른 교역을 통해 커리가 전파된 이웃 국가들의 커리 요리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습니다. 영국은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식민지 운영 국가는 물론 카리브 해, 모리셔스, 스리랑카, 피지 및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커리가 어떻게 전파되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가지 요리들의 명칭과 상세한 소개는 물론, 유명 요리의 경우 간략한 레시피까지 수록되어 이해를 도와주는데 미국 남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리 중 하나라는 영국식 인도 음식 컨트리 캡틴 치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록된 '리델 박사의 컨티리 캡틴 치킨' 레시피는 1849년 출간된 서적에서 인용된 것인데 현대 커리 레시피와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양파를 채 썰어 버터에 갈색이 될 때 까지 볶다가 잘게 썬 닭고기와 소금, 커리 가루를 뿌리고 볶은 후 수프를 부어 끓이면 됩니다.

상세한 설명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아요. '탄두리 치킨'이 파키스탄 난민 쿤단 랄 구즈랄에 의해 만들어진지 고작 70여년 밖에 되지 않은 레시피라는 것입니다! 버터 치킨 역시 쿤단 랄 구즈랄이 만들었다니 그리 오래 된 요리가 아닌건 마찬가지고요. 탄두리 화덕의 역사와 함께 하는 오래된 레시피라 생각했는데 의외였어요.

마지막에 수록된, 주영하 님이 쓴 한국 커리의 역사도 자료적 가치가 무척 높습니다. 일본인들에 의해 20세기 초반 전파된 후, 1930년대 이후는 일반화되었고 해방 이후 1960~70년대에는 이미 직장인들의 주된 점심 메뉴로 자리잡았으며, 같은 시기에 인스턴트 카레가 발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과정이 도판과 함께 충실히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지구사" 시리즈다운 판형과 디자인도 마음에 들며, 풀 컬러로 수록된 도판과 각종 자료도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과연, 카레왕이 추천할 만 합니다. 카레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카레라이스의 모험 - 모리에다 다카시 / 박성민 : 별점 3점

2016/10/22

소년 생활 대백과 - 현태준 : 별점 2점

소년 생활 대백과 - 4점
현태준 지음/휴머니스트

그간 격조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바쁜 요즈음이네요. 주말만 글을 올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책은 "뽈랄라 대행진"으로 유명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콜렉터인 현태준 씨가 쓴, 한국 프라모델과 완구를 시대별로 망라한 책입니다. 제품 명칭, 스케일, 가격, 출시년도, 주요 특징과 주로 어떤 제품을 베꼈는지가 중심인 간략한 제품 소개가 곁들여진 구성으로, 특히 한국 프라모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보집을 보는 듯한 재미가 큽니다. 시대를 연상케 하는 패키지와 광고 문구들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덕분입니다. 일본식 발음, 오타, 그리고 반공 분위기가 팽배하던 70년대에 소련기를 출시하면서 "적기를 식별하자"라는 슬로건으로 반공 분위기 속에서도 제품 출시에 문제가 없도록 했던 마케팅 정책 등이 그러합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조립식'이라는 단어도 반가웠고요. 

70년대 생으로 80년대 모형 라이프를 보냈던 세대라서, 직접 만들어보았던 여러 제품들이 소개되는 것도 무척 반가웠던 점입니다. 몇몇 제품만 꼽아보자면, 우선 아카데미의 연발 루가총은 확실히 만든 기억이 납니다. 정교하고 재미있어서 두어 번 만들었던 것 같아요. "내 맘대로 인디언" 시리즈는 너무 좋아했던 시리즈입니다. 쉽게 만들 수 있고, 결과물도 예쁘고 완성도도 높아서 자주 만들었었습니다. 정말 추억 돋습니다. 건담 시리즈는 그냥 그랬지만,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어딘가 샵에서 전시된 건담 마크 2 조립 완성품을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손가락이 움직이다니! "변신 혹성 전자 로보트 (다이덴진)", "발디오스", 그리고 "가리안 시리즈" 모두 기억에 생생하고요. 보물섬 시리즈는 어린 마음에도 큰 녀석은 너무 비싸서 그림의 떡이었지만, "보물섬 3호 감시전망대"는 확실히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품 소개 외에도 제일과학의 창시자 김병휘 사장 관련 기사처럼 흥미로운 토막 기사도 꽤 괜찮습니다. 중앙매스컴에 근무하던 평범한 광고인이 소년중앙에 실릴 아카데미 광고를 계기로 모형에 흥미를 느껴, 모형점 개업 → 모형 개발 및 판매 → 법적 고초(일본 모형 수입 문제) → 사업 철수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담겨 있습니다. 취미를 살려 일가를 이뤘다는 점은 부럽지만, 동시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차라리 "라면 요리왕"의 후지모토처럼 부업으로 계속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네요.

하지만 이런 추억을 되새기기 위한 용도 외의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좀 부족합니다. 모든 프라모델을 총망라하고 있지는 않으며, 당대 유행과 실제 역사와의 연결 같은 미시사적 시각도 많이 부족합니다.
소련기 출시 시기의 광고 카피, 인기 만화·영화와의 연계 흐름도 짤막하게 언급되긴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어요.

그나마 비중 있게 다루는 저작권 무시, 복제 행태는 이미 다른 컨텐츠를 통해 수없이 접해본 것들이라 신선하지 않았으며, 국내 프라모델 역사 측면에서도 제일과학 외에는 주요 메이커들에 대한 소개가 부족합니다. 아카데미, 아이디어 과학, 에이스 과학, 뽀빠이 과학 등 업체들의 흥망성쇠나 관계자 인터뷰가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특히 명가 아카데미 과학에 대한 소개가 단 한 페이지라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국내 최초 모형 동호회였던 걸리버모형회, 애독했던 "취미가" 기사도 구색 맞추기 수준이어서 아쉬웠고요.

역사적 흐름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모델" 자체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부족했습니다. 대부분 패키지만 보여주고 러너나 실제 작례 소개는 드문 탓입니다.

한마디로 국산 프라모델 카탈로그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물론 그 자체로 나쁘진 않고 저 역시 충분히 즐겼지만, 미시사적 시각이나 모델 중심 구성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35,0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고요. 오래전 읽었던 "클로버 문고의 향수"처럼 오래된 컨텐츠를 시대순으로 조망하려는 의도는 비슷하지만, 깊이와 디테일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1/01/17

향신료의 지구사 - 프레드 차라, 강경이 : 별점 2.5점

향신료의 지구사 - 6점
프레드 차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기대가 컸던 "스파이스"에 큰 실망을 한 뒤 집어들게 된, 향신료를 주제로 한 식문화사, 미시사 서적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스파이스" 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주요 향신료 5개 - 시나몬cinnamon(석란육계), 클로브clove(정향), 블랙페퍼 blackpepper(흑후추), 넛메그 nutmeg(육두구), 칠리페퍼chilli pepper(고추)- 에 대한 상세한 설명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마음에 듭니다. 어떤 물건에 대해 설명하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려주는게 먼저인게 당연하니까요.
또 큰 세계사 흐름과의 연결도 잘 정리되어 있는 편입니다. 동서간의 만남, 신대륙의 발견에는 향신료가 주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라는걸 잘 알 수 있었거든요. 이러한 노력에 의해 대항해 시대와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로 진행되는 과정과 향신료 교역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요.

뒤이어 고대와 로마, 중세, 대항해시대, 산업혁명기, 현재에 걸쳐 각 시대별로 향신료가 어떤 향신료가 어떤 경로로, 무엇을 위해 누구에 의해서 유통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핵심만 잘 짚고 있어서 깔끔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스파이스"에서는 설명되지 않았던 여러가지 사항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단순한 '선물' 정도만 전해주고 페퍼를 싣고 올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다 가마 일행부터가 캘리컷 힌두 지배자 사마린에게 보잘것없는 선물을 바쳤다고 하니까요. 선물이 통하지 않는다는걸 알고 난 뒤, 대포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요. 덕분에 포르투갈은 16세기 초반, 유럽에서 소비되는 페퍼 대부분의 공급을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홍해로 들어가는 길목의 이슬람 항구를 함락할 수는 없어서, 주도권을 결국 네덜란드에게 내어 주고 맙니다. 이유는 설명되지 않지만, 홍해 길목의 항구는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관할하에 있었을테니, 엄청나게 먼 항로를 거쳐 와야 하는 포르투갈 함대가 공략해서 정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겁니다. 아울러 이 책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성공은 아시아 세력이 해상 무역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도 하고요. 당연히 홍해를 거친 육로를 통한 향신료 거래가 유통의 중심이었고, 포르투갈이 차지한건 전체 향신료 거래의 약 5퍼센트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궁금했었는데 속이 다 시원하네요.

포르투갈 이후 네덜란드가 포르투칼의 동방 교역로를 차지할 수 있었던건 향신료 거래 시 현지 세력과 은화로 거래했기 때문이라는건 새로 알게 된 사실입니다. 물론 네덜란드도 동인도 제도의 세 가지 주요 향신료는 반다 제도는 정복 후 노예화 과정을 통해 장악했지만요. 2006년 세계적인 사학자 펠리페 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가 유럽인의 열대지방 진출에 대해 요약한 말 그대로, “그들은 포옹으로 시작해서 학대로 태도를 바꾸더니 유혈 사태로 마무리했다." 인 셈이지요.
또 포르투갈처럼 네덜란드도 향신료 교역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는데, 이유는 중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이 해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향신료 생산지역의 내륙으로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토착 세력이 공백 상태에 있었던 덕분이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중국인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약간이지만 설명되어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유럽이 아시아에 진출하기 몇 세기 전부터 중국인은 향신료 교역망에 뛰어들어 페퍼, 클로브, 넛메그, 시나몬을 구해갔고, 아시아 내 교역은 서로간에 쉽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로 이루어져서 중국인은 원하는 향신료를 얻기 위해 그다지 많은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페퍼는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재배되었으니 중국은 굉장히 가까왔고, 시나몬과 넛메그는 중국에서 재배되었기 때문이지요. 만약 중국이 항로를 장악할 생각이었다면, 유럽과의 동서 대전이 훨씬 이른 시기에 일어났을지도 모르겠어요.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사뭇 궁금합니다.

이후 향신료가 쇠퇴하는 과정은 "스파이스" 설명과 거의 같지만, 훨씬 깔끔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향신료 산업의 현재도 알려주면서 마침표를 찍는 구성도 마음에 들고요. 도판도 최고 수준인 등 책 자체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번역이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고, 주요 부록이라 할 수 있는 조선 시대 향신료에 대한 설명은 단순히 문헌 번역 인용에 그칠 뿐이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이 정도면 기본은 된다고 생각되네요. '지구사' 시리즈는 항상 기본은 해 주는 것 같아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1/29

빵의 지구사 - 윌리엄 루벨 / 이인선 : 별점 2.5점

빵의 지구사 - 6점
윌리엄 루벨 지음, 이인선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얼마 전 "향신료의 지구사"를 읽고 탄력받아 한권 더 집어든 '지구사'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도 이제 여덟 번째 리뷰군요. 시리즈 완독까지는 두 권 남았네요.

그 동안 읽었던 '지구사'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커리의 지구사" 였습니다. '커리'가 무엇인지에서 시작해서, 커리의 역사와 세계화된 과정, 대표적인 커리 요리까지 화려한 도판과 함께 짤막하면서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리즈 다른 책들은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고요.

물론 아주 건질게 없는건 아니에요. 특히 이 언제, 어디서 생겨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마음에 듭니다. 어떤 빵을 어떻게 만들었을지에 대해 관련 사료를 통해 잘 알려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농경 생활을 택한 뒤 빵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수렵과 채집 생활에 비해 부정적이었다는 시각이 독특했습니다. 예를 들어, 장 자크 루소는 농경 도입으로 노예 제도가 생겨났다고 주장했고, 창세기를 다룬 구약 성경과 유대 신화에서도 농업은 부정적이었다고 하네요. 최초의 농부였던 카인은 가장 처음 살인을 저지르고, 하느님에게 거짓말을 하며, 비자발적 노역으로 도시를 세운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이랍니다. 유대 신화에서는 불신의 상징인 저울과 자를 끌어들였고요. 그럴듯하죠? 

하지만 농경 생활은 필연적이었고, 결국 이 덕분에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이를 '빵'과 연결하여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우르크 발굴 결과를 토대로 한 설명입니다. 기원전 3200년경, 이라크 남부 지방에서 농경지에 효과적으로 물을 대는 중앙관개농법이 발달하면서 '잉여 생산물'이 쌓이게 되었고, 그 덕분에 전 인구가 농사에 매달리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으며, 결국 분업과 전문화가 진행되어 인구가 3만명에 달하는 대도시로 진화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고대 빵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서술에도 불구하고,밀의 종류, 배합, 이스트의 종류 등을 모두 정확하게 알아낼 수 없어서 현재 어떤 빵인지 재현하는건 어렵다고 하는 주장도 신기했습니다. 고대 이집트, 로마 시대 등 빵에 대해 많은 자료가 남아 있는 시대 모두 마찬가지라고 하니까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재현이 가능한 빵은 근세시대 (1500년 이후)에 처음 등장한다는군요.

이러한 빵의 탄생 이후는 부자와 빈자가 빵으로도 구분되는 시기에 대한 설명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버스 마컴의 "영국 주부" (1615) 속 하류층 농장 노동자를 위한 갈색 빵 레시피가 아주 충격적이기 때문이에요. 특징은 완두콩 가루를 섞은 것인데, 놀랍게도 저자 마컴이 경주마에게 먹이는 빵보다도 못한 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뒤 재료, 맛 모두가 별로였던 하위 계층의 빵은 당연히 상위 계층은 거부해 왔는데. 이 현상이 빵의 역사를 이끌었다고 보는 저자의 주장은 잘 와 닿지는 않습니다. 16세기 ~ 18세기 흰 빵은 부의 상징이며 갈색 빵은 가난의 상징으로, 이런 상징은 저도 당시를 다룬 소설 등에서 많이 접해보았었습니다. "하이디"에서도 '하얀 롤빵'이 선망의 대상이었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호밀빵을 멀리하는건 현대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이건 모든 식품, 사치품, 기호품에 해당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어요. 구태여 '빵'에 한정지을 이유는 없습니다.

또 맛있는 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도 별로에요. 밀가루의 종류, 발효 방법, 설탕을 넣는지 소금을 넣는지 등 다양한 빵 제조법을 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설명은 깔끔하지만 기대했던 지구사적인 설명은 아니었거든요. 좀 더 빵의 역사에 대해 파고들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어지는 세계의 빵 소개는 더욱 실망스럽습니다. 그냥 국가별 빵 몇 가지가 등장할 뿐이며, 미래의 빵도 자가 제조 기계가 발전하고 공장제 빵도 진화할거라는 일반적인 이야기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제 특성상 유럽 중심의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약점이에요.

다행히 부록처럼 수록된 주영하의 한국 빵 역사가 실망을 조금은 만회해 줍니다.조선 시대 이기지가 청나라 연행길에 먹었던 카스테라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일제 시대 널리 퍼졌던 빵 문화가 해방과 6.25 후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잘 요약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제과제빵의 거목인 삼립 식품과 크라운 제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주 나쁘지는 않고, 얻을게 없지도 않지만 제목처럼 빵의 범지구적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2016/07/01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 강명관 : 별점 2점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 4점
강명관 지음/휴머니스트

안경, 망원경, 우리거울, 자명종, 양금의 다섯 가지 물건에 대한 미시사 서적입니다. 언론을 통한 책 소개도 마음에 들었고, 조선 미시사 서적 분야에서는 유명하신 강명관 교수의 책이기도 해서 집어들었습니다. 

책은 저 다섯 가지 물건이 조선에 어떻게 유래되었으며, 당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사료 중심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다섯 가지 물건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안경은 임진왜란 전후로 처음 수입되었으며, 조선시대 최초로 안경을 쓴 왕은 숙종이다("승정원일기"기준), 안경을 쓰고는 어른 앞에 나설 수 없는 법도가 생겼다는 등의 정보들이 빼곡하게 실려 있는 덕분입니다. 이익이 안경을 만들어 자신에게 시력을 되찾아준 '구라파' 사람들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조선의 천재라 할 수 있는 홍대용의 여러 활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망원경, 거울, 자명종, 양금 항목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이며, 그 중에서 북경 천주교당을 방문해서 처음 본 파이프 오르간의 동작 원리를 곧바로 이해하고, 바로 조선의 음악을 연주해서 들려주었다는 에피소드는 통쾌함마저 느껴졌습니다(보아라! 이것이 조선 남아다!). 1640년 이민철(백강 이경여의 서자)이 10세 (혹은 9세)에 자명종의 이치를 깨우치고 대나무못과 기름종이로 자명종의 모형을 제작했다는 일화에서는 입이 떡 벌어졌고요. 지금으로 따지면 이쑤시개와 마분지로 자명종 모형을 만든 셈인데 참으로 대단합니다.

조선에서 이러한 문물에 대해 어떻게 분석했고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이후 어떤 조선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실생활에 도움이 된 안경 외에 실용화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어요.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이런 고가의 사치품을 향유할 수 있는 경화세족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것,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질 뿐더러 유학에서 이야기하는 완물상지의 도덕적 경계에 걸려 진지한 탐구를 하지 않은 것, 농업 외 생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현실, 중국에 의해 재정립된 서양 과학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해할 필요도 없었던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망원경은 천문 관측과 전쟁에 도움이 되지만, 조선에서는 천문 관측, 전쟁에 따른 수요가 없었기에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이지요. 시계 역시도 농사가 주 산업인 조선에서 시간을 분초단위로 알 필요가 없었던 탓이 컸습니다. 농사 지으려면 절기만 알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흥미로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사료 중심의 나열이라 읽기 힘들고,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거든요. 예를 들면 '누구누구의 글을 보면 이 물건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런데 이 글은 누구누구의 무슨 글을 이렇게 인용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꼬리를 물고 글의 유래를 찾아 나가는 식의 내용이 많습니다. 좀 더 요약해서 읽기 쉽게 정리했어야 했는데 나열 형식으로 이어 쓰고 있어서 분량도 많고 지루했습니다. 실생활과 관련된 에피소드라도 많았더라면 조금 재미있었겠지만, 실생활에 영향을 준 물건이 거의 없다보니 그렇게 쓰기도 힘들었을 테고요.

또 앞에 290여페이지에 걸쳐 다섯 물건에 대한 상세한 유래를 풀어내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은 20여 페이지 남짓한 맺음말에 전부 요약되어 있다는 단점도 큽니다. 보고자료로 따지면 별첨이 앞에 있고 보고 핵심이 맨 뒤에 있는 느낌이에요. 앞부분의 사료적 가치가 빼어난건 분명하지만, 웬만한 일반 독자는 맺음말만 읽어도 내용 이해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저자의 방대한 자료 조사에 따른 결과물은 분명 경이롭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책은 아닙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서 말씀드린대로 맺음말 정도만 읽어보셔도 충분할 것입니다.

2014/03/31

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 별점 3.5점

식탁 위의 한국사 - 8점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다양한 음식을 통해 그 음식 및 관련된 역사를 알려주는 미시사, 식문화사 서적입니다. 음식과 문화사 관련 서적을 많이 집필한 주영하 씨의 저서입니다. 무려 5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역작이지요.

목차는 크게 다음의 5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개항기" – 다양한 외래음식이 전래된 시기와 그 메뉴들을 다룸
  2. "국밥집" – 설렁탕, 추어탕 등 국밥에서 시작해 비빔밥, 냉면, 만두, 배추 등을 소개
  3. "조선 요리옥" – 유명 요릿집과 고급 요리인 신선로, 탕평채, 전복 등을 다룸
  4. "대폿집" –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대폿집, 선술집에서 먹었던 술과 안주 이야기
  5. "해방 이후, 음식의 혼정과 음식접의 글로벌화" – 해방 이후 변화된 음식 문화를 다룸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없을 수 없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소개된 요리들에 대해서는 기원과 역사, 당대의 레시피, 시조나 소설·영화 속 인용까지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동안 몰랐던 에피소드들도 풍부하게 담겨 있고요.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까지 전복이 굉장히 많이 잡혔다는 것, 편육이 원래 소고기 편육을 의미했다는 것, 전주의 명물인 탁백이국이 콩나물로만 만든 음식이었다는 것, 갈비구이가 원래는 대폿집의 저렴한 메뉴였다는 것, 빈대떡의 어원, 청어 과메기와 꽁치 과메기의 관계 등입니다. 간략하게라도 소개하고 싶지만,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자세하여 요약해서 인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실제 역사와의 직접적 연계 구성이 아니라는 점, 도판의 부실함, 몇몇 정보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예: "탁백이국", "빈대떡") 때문에 조금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고 자료적인 가치도 최상급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한국 음식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참고서 같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2019/04/27

소비의 역사 - 설혜심 : 별점 4점

소비의 역사 - 8점
설혜심 지음/휴머니스트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라는 거창한 타이틀의 미시사 서적입니다. 제목 그대로 '소비' 라는 행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소비를 통해 파생된 다양한 산업과 문화를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냥 단락별로 읽으면 당대 특정 상품과 문화, 유행 등의 역사에 불과해 보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남성보다 뒤떨어지며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여성성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와 유색인종과 제 3세계를 비하하면서 서구 중심의 사고 방식이 확립되는 과정이 여러가지 상품과 유행을 통해 비롯되었다는 걸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양복의 탄생 편에서는 '맞춤복'이 '기성복' 으로 전환한 산업 행태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이 중심입니다. 이를 통해 명품을 저렴하게 모방한 복제품이 대거 유통되어 평범한 사람들도 쇼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18~19세기 이후 영국 남성복이 수수하고 검소한 형태로 발전한 덕분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반동으로 여성복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여성을 성공한 남성의 트로피화 하는 '수수한 남성과 하려한 여성' 개념입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흐름인데, 문제는 일과는 무관해 보이는 갖가지 화려함을 추구하게 된 여성성을 '사치' 개념과 결합하여 여성들을 정치나 경제 영역에서 배제하는 일종의 사고가 굳혀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여자들이 '생리 증후군' 등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난 범죄라고 주장했다는 것도 일종의 차별입니다. 단지 백화점의 탄생으로 도둑이 늘어난 것에 불과한데 말이죠. 그런데 이 개념도 극히 최근까지, 아무런 의심없이 언급 및 인용되어 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고 받아들여 왔었는데 반성해야겠네요.

서구 중심의 사고방식은 '백색성'을 강조하는 비누, 제 3세계를 희화화하고 왜곡하여 정보를 전달한 당대 유행했던 각종 트레이딩 카드들 등을 통해 소개됩니다. 그러나 여성성을 폄하하는 흐름과는 다르게 이 쪽 영역은 책 후반부에서 노예제를 통해 생산된 설탕 불매 운동이라던가, '미시시피 버닝' 등으로 촉발된 흑인의 불매 운동이 함께 소개되고 있어서 답답함이 조금은 덜합니다. 미시시피에 모든 소비자들을 공평하게 대하는 월마트가 들어선게 긍정적인 변화의 증거로 받아들여진다는 결말은 너무 소박해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요.

지금도 통용되는 문제가 발생된 이유를 역사적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들도 인상적입니다. '과시적 소비' 가 등장한 배경이 그러합니다. 산업화된 공동체에서 명성은 재력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어디에 사는가' 라고 합니다. 18세기부터 영국에서는 어디에 사는지로 사람을 구별했다는데, 셜록 홈즈 이야기에도 슬럼가, 가난한 동네 이야기는 항상 등장하곤 했었죠. 우리나라에서 휴거 (휴먼시아 거지) 어쩌구하는 행태의 기원이 이렇게나 오래되었다니 여러모로 속상합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교회에 가는 행위를 통해 재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좋은 옷 한 벌은 필요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번듯한 옷 한 벌과 부츠는 빚을 내서라도 사야 했다는데 이는 1938년 조사에서 노동계급이 가장 큰 돈을 쓰는 항목이 남성복 - 부츠 - 석탄 - 조합 가입비 순이었다는 사실로 증명됩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이미 18세기부터 이어져왔다니 이쯤되면 벗어날 수 없는게 아닌가 싶어 무섭기까지 하네요.

그 외에도 그냥 소재 자체가 흥미로와서 재미있게 읽히는 이야기들도 많아요. 돌팔이 매약에서 시작된 다양한 특허약들 이야기가 좋은 예겠죠. 당대 (18~19세기) 영국에서 이런저런 특허약 소비가 유행했다며 여러가지 특허약들과 관련 에피소드에 대해 소개해주는 덕분입니다. 가장 유명한 특허약이었던 토머스 비첨의 '비첨스 필'은 어떤 약인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아울러 영국인에서의 이런저런 약이 유행했다는 말에서는 각종 추리 소설 등에서 이런저런 약을 잔뜩 챙겨먹는 등장인물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주로 괴퍅한 노처녀, 노파들이 많았는데 이 역시 여성성을 폄하하는 흐름의 하나였을까요?
재봉틀이 세계 최초로 대량판매되었던 표준화된 기계이자 복잡한 내구재라는 개념도 인상적입니다. 오늘날로 따지면 '가전기기'의 효시라는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실로 그럴듯하네요. 지금도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싱어'가 가장 뛰어난 제품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할부제와 방문 판매제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는건 지금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인터넷 셀럽을 통한 PPL같은게 좋은 예겠지요, 재봉틀에 대한 반대가 고용 문제와 의학 담론 두가지 영역에 나타났는데 이는 지금과 같다는 말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요.
그 외에도 튀르크 옷의 유행이라던가, 저도 궁금했었던 온천의 유행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현대 쇼핑몰의 역사에 대한 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편 주문 카탈로그가 이미 19세기 중반에 시작되어 대성공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이런 글들이 400페이지 넘는 분량에 빼곡하게 실려있는데 편집도 최고 수준이고 뒷받침하는 도판들도 최고 수준이라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저자인 설혜심 교수님의 글 솜씨도 좋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그랜드 투어" 처럼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거든요. 백화점의 탄생으로 소비 행태가 변화했다는 이야기는 "취미의 탄생" 이라는 책에서 이미 접해본 바 있으며, 영국의 대박람회와 '수정궁'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이미 많이 소개된 등 다른 책, 컨텐츠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책의 가치를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이런 류의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1/09/17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설혜심 : 별점 3점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6점
설혜심 지음/휴머니스트

지적인 흥분과 읽는 재미를 동시에 전해주는 여러 미시사 저작물을 발표했던 설혜심 교수의 신작입니다.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하는 서두를 보니, 코로나로 인해 여러모로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 차 썼다고 합니다. 본업과 별개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이만한 책을 쓸 수 있다니, 그 내공이 정말 놀랍네요.

하여튼, 저자 스스로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시 읽기'로 요약할 수 있다는데 독자가 보기에는 'B급 문학을 역사 연구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통해 당시 '영국의 세계관'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니까요. 그만큼 여사님 작품이 당시의 실재를 잘 반영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사님 작품에 온갖 저택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이유가 대표적입니다. 여사님 본인이 집 보러 다는게 취미일 정도로 열성적인 부동산 투자자이기도 했습니다만, 당시 영국인들이 대체로 집에 대한 집착이 어머어마했다는걸 설명해 주거든요. 이 집착이 '대영제국'을 만들었다는 해석도 그럴 듯 했습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인들은 새로운 땅을 발견하면 거창하고 복잡한 소유권 선언 의식부터 했는데, 영국인들은 사는 집부터 짓고 자기 영역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랍니다. 점유를 통해 해당 땅을 지배한다는 현대적인 부동산 논리인 거지요. "아무리 낡아 빠진 집이라도 그것이 살인의 동기가 될 수 있다."푸아로가 말하는 작품도 있는데, 이제야 그 좀 납득이 되네요.

1차, 2차 세계 대전 중 '병역 면제'에 대한 사실과 사회적 인식도 여사님 작품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머랭 살인 사건"의 주인공 보비 존스가 입대 직후 시력 문제로 제대했던 이유부터 볼까요? 1차 대전 때 입대 전 신체 검사를 민간 의사들이 시행했는데, 이들의 수당을 적합 판정을 내린 신병 수만큼 지급했던 탓이랍니다. 그래서 '적합' 판정이 남발되어서 군대에 가면 안되면 보비 존스조차 입대하게 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건 1차 대전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2차 대전 때는 징집 대상이 여성까지 확대되었지만,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직업군은 오히려 병역이 배제되었으며, 여기 농부가 포함되어 있어서 당시 농과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했다는 등의 사실을 "파도를 타고"의 롤리와 린을 통해 알려줍니다. 전쟁 당시 롤리는 일하던 농장에 묶였지만, 약혼녀 린은 징집되어 참전했었다는 설정이거든요. 더불어 롤리가 지옥같다고 묘사한 이 상황으로 당시의 사회적 인식도 쉽게 알 수 있고요. 

또 "쥐덫" 등 여사님 작품들은 대체로 군대에서 복무했던 여성들은 똑똑하고 유능했던 반면, 남성들에게는 군대가 지능이 별로 필요없는 집단이라는걸 드러내는 묘사가 많았다는 걸로 당시 군인에 대한 여사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패했던 첫 결혼의 상대방이 장교 출신인 탓도 어느정도 있었겠지요? 당시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접받고 경쟁할만한 곳은 전시 군대가 유일했다는 점도 한 몫 했겠지요.

이른바 '영국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다양한 작품에서의 등장인물들 대사로 제국주의, 인종 및 타 국가에 대한 편견과 같은 당시 영국 국민들 의식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여사님 스스로가 이를 '섬나라 근성'이라며 비꼬는 묘사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유보다 현상만 채집하여 선보이고 있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런게 실재하는 역사이자 진정한 사람들 관점의 미시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돈" 항목은 이런 관점의 미시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펜스가 "비밀 결사"에서 이야기했던, 오직 세 가지 뿐인 돈 버는 방법에서 시작됩니다. "물려받거나, 결혼하거나, 직접 벌거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사님 작품에 많이 나오는 몰락한 귀족과 미국 부자의 결혼이라는 상황과 실제로 20세기 초반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미국 대부호 딸과 결혼했던 사례를 연이어 소개해 줍니다. 대표적인 "달러 프린세스"로 소개된건 처칠의 어머니 레이디 랜돌프 처칠이었고요. 실제로 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사람들 이야기가 없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여사님 작품 속 이야기를 실재 역사적 상황과 맞추어 설명한 아주 좋은 사례라 생각되네요.

하녀, 하인들 이야기가 주로 소개된 "계급"도 미시사적인 측면에서 볼 만 합니다. "돈"과 마찬가지로 하녀에 대한 당시 시각과 인식을 여사님 작품은 물론, 여러가지 실제 자료를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식과는 다르게 20세기 초만 해도, 어머니들이 딸들에게 하녀 일을 추천했었다는게 기억에 남네요. 도시의 악덕으로부터 젊은 처녀를 보호하고, 상층 계급의 사회적 규범을 익힐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나요? 운만 좋으면 좋은 혼처를 찾을 수도 있었고, 여사님 작품에서처럼 거액의 돈을 상속받을 수도 있었으니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상류층들도 하인에게 예의를 갖추는게 제 1원칙이었다니 지금보다도 고용살이하기는 더 나은 시대였을걸로 생각도 되고요. 물론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주머니 속의 호밀" 등 하녀가 불쌍한 희생자가 되는 작품도 제법 많습니다만....

그 외에도 심령 현상, 강신술과 관상 등으로 대표되는 '미신'에 대한 당시 인식, 미스 마플 이야기와 미시사라는 학문의 핵심이 일치한다는 주장 등도 모두 미시사적으로 볼만 했었습니다. 미시사에 대한 이론은 특히 와 닿았습니다. 저는 그냥 쉽게 특정한 분야, 특정 시기만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게 미시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미스 마플이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처럼, 일반적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일반 사람들과 개인의 삶을 집중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지요. 앞으로 이런 부분을 좀 더 유념해서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순수하게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팬으로서 즐길 요소도 많았습니다. 탐정 에르큘 푸아로 캐릭터 유래처럼요. 그가 벨기에인이었던건 여사님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을 쓸 무렵, 근처에 살고 있었던 벨기에 난민을 떠올렸던게 계기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영국인들 도움에도 별로 고마와하지 않고 불평을 늘어 놓았는데, 거기서 푸아로의 까탈스러운 성격이 빚어졌다고 하네요. 푸아로는 벨기에라는 나라가 당시 영국인들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나라라서 쉽게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프랑스 인이었다면 지금의 푸아로와 같은 인기는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탈 것'을 통해 여사님 작품 속 자동차, 기차, 비행기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오리엔트 특급이 대표적이에요. 밀실처럼 폐쇄된 공간이고, 승객들은 모두 우연히 모엿으며, 갇혔지만 창 밖을 볼 수 있고 중간중간 정차해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차는 추리 소설 무대로 적합하다는 이론도 기억에 남습니다. "부산행"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와 일치했던 덕분입니다.
그런데 탈 것에 '배'가 등장하지 않는건 좀 의외네요. "나일강의 죽음"의 주 무대가 유람선이었는데 말이지요. 외국 여행을 위해 유람선에 모인 영국인들은 미시사 적으로 해석하기 아주 적합한 소재인데 왜 빠졌을까요?

하지만 모든 주제가 여사님 작품으로 당시 영국 세계관,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는 목적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예컨데 "독약"은 당시 영국 상황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 개인에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교육"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상황들도 마찬가지에요. 여사님이 사립학교 출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건, 해로 출신이자 난봉꾼이었던 오빠 몬티 탓, 그리고 여사님이 제대로 된 학교 생활 경험이 없다는 탓이 컸으니까요. 

그리고 "섹슈얼리티", "신분 도용"은 여사님 작품 속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잘 분석되어 있는 결과물로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여사님 작품 속 동성애, 포와로와 헤이스팅스의 관계 분석은 팬으로서는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고요. 그러나 이를 당시 시대상과 잘 엮어서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호텔" 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보이 호텔과 리츠 호텔의 간략한 역사와 함께 "버트램 호텔에서"의 버트램 호텔 모델이 어디인지에 대한 해석이 거의 전부로, 일종의 미시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호텔에 국한된 내용이었을 뿐입니다. 

반대로 "배급제"는 전쟁 때 시작되어 1950년대까지 이어진 배급제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만, 정작 여사님 작품은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여사님 관련 이야기도 작품보다는 자서전 내용이 중심이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던 미시사적인 부분들도 재미는 있지만, 뒷받침하는 사료와 근거가 많지 않고, 분량도 적어서 깊이있는 내용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유명 작품, 여사님이 직접 뽑은 베스트 10 과 같은 작품보다 "파도를 타고"와 같은, 특정 작품에 등장했던 상황과 대사 소개가 많은 것도 아쉬웠어요. 여사님의 전작을 둘러본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으니까요. 저자가 소개한 소재도 미시사적으로 좀 더 의미있게 선보였다면 좋았을 겁니다. 예를 들어 "탈 것"에서 다양한 차들을 열거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 차들의 연대 순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식으로 말이지요. 아울러 저자의 책 치고는 도판도 딱히 볼만한게 없었습니다. 여사님 소싯적(?) 사진들 정도가 눈에 뜨이는 정도입니다. "탈 것"에서 열거된 차들 사진과 같은 도판은 수록해주는게 좋았을 거에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역사적인 깊이 측면, 그리고 여사님 작품의 깊이 있는 분석 양쪽 모두에서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래도 여사님 팬이라면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주제인데다가, 여사님 작품을 미시사적으로 접근한다는 아이디어 만큼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글도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고요. 추리 소설, 역사 관련 저서를 모두 좋아하는 저에게는 불만없는 독서였어요.

2017/11/04

고양이는 알고 있다 - 이상우 : 별점 1.5점

국내 대표적 추리 작가 중 한 분이신 이상우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하여 일곱 편의 꽁트 및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연찮게 읽어보았는데, 수준은 낮은 편입니다. 평균 별점은 1.5점 정도? 때문에 권해드리기는 무리지만 그래도 딱 한편, "황매실의 하룻밤"은 괜찮았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이 작품 하나만큼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세요.

"낭랑 18세" 

수위와 짜고 빈 사무실을 터는 보일러실 직원의 실패담입니다. 굉장히 짤막한 꽁트인데, 나름 재미있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지하에서 일하는 직원이 어떻게 빈 사무실을 알아냈나?는 것으로 답은 공범자인 수위가 휴게실에 틀어놓은 음악 테이프였습니다. 음악을 듣고, 보일러실 직원이 레코드 가게에서 그 노래의 길이로 몇 호인지를 알아낸 겁니다. 4분 12초 짜리면 412호라는 식으로요. 그러나 결국 덜미가 잡히는데, 그 이유는 가게 점원에게 부탁하여 낭랑 18세를 찾은 탓이었습니다. 점원이 찾아준게 오리지널이 아니라 최근에 유행한 리메이크 버젼이었기 때문이지요.

발상은 재미있지만, 문을 따기 전에 최소한 안이 비었는지 아닌지 정도는 최소한 확인하고 문을 땄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리 현실적인 아이디어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백사도"

김내성스러운 제목에, 주인공인 그로테스크한 화풍으로 유명하다는 화가 김몽산도 김내성스러운 설정이라서 혹시나 했는데, 내용을 보니 정말로 김내성의 백사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더군요. 김몽산의 최신 대표작 제목이 "백사도" 거든요.

그러나 내용 자체는 김내성 작품과는 무관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는 평론가 곽충빈에게 살의를 품고 독이 든 얼음을 만든 김몽산의 계획이 실패하고 허무한 결말에 이르는 내용으로, 독이 든 얼음을 직접 챙기지 않고 딸에게 운반시킨 잔꾀 때문에 망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김몽산의 계획이 성공하여 곽충빈이 죽었어도 김몽산이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도 지극히 회의적이고요.

거장의 명성에 기대기만 한 수준 이하의 내용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예고 살인"

유전공학을 이용한 제품으로 유명한 주식회사 무진에서 일하는 천재 학자 김묘숙 박사와 그녀와 함께 기술팀을 이끌던 장주석 기술 이사가 차례로 살해당하는데...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인 추경감과 강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이 단편집 속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추리적으로는 완성된 편입니다. 김묘숙 박사에게 1시간 이상 지나야 녹는 독약 캡슐을 전해주고, 100kg이 넘는 장이사의 체중을 이용하여 일정 무게 이상의 사람이 밟아야 독이 주입되는 독 주사기를 장치하는 식으로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범인인 변사장이 범인으로 삼을 희생양(이이사)을 준비하여 사건을 꾸미고 이이사가 범인이라고 몰고 간다는 점, 마지막으로 변사장의 동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이 모든 점들이 잘 연결되어 완성되어 있지는 않아서 아쉽습니다. 일단 김묘숙 박사에게 준 캡슐이 1시간이 지나야 녹는다는 것은 마지막 추경감의 추리 외에는 그 어떤 단서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요. 장이사 체중을 이용한 트릭은 조금 낫기는 하지만 너무 뻔할 뿐더러,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과체중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건 문제입니다. 또 이이사라던가, 비서 미스 구 등을 엮어서 범인으로 꾸미려는 변사장의 계획도 그닥 치밀하게 전개되지 않고요.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증거인 "괴문서"를 만든 신문이 변사장 집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좋은 추리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증거 앞에서 또 다른 추리들은 전부 불필요해져 버리니까요. 그 외에도 변사장의 계획은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추경감과 강형사의 툭탁거리는 캐미는 좋고, 앞서 말씀드렸듯 추리물로서의 기본 조건은 갖추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내의 남자들"

우연찮게 추경감은 한 주부의 불륜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 주부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전해듣고 사건 수사를 돕기 위해 나섰다.

지극히 평범한 불륜 치정극입니다. 약간의 수사가 진행된 후 현장에 남겨진 증거 - 현장 도어 손잡이 지문과 체모 - 로 범인이 체포되기에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무리입니다. 정숙해 보였지만 사실은 문란했던 한 주부에 대한 묘사를 선보이는게 목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쪽으로도 많이 부족했고요.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황매실의 하룻밤"

두 쌍의 젊은 부부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이동 중에 별장 옆 황매실이라는 작은 촌락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곳에 거주하던 사람들 모두 부부를 보고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급한 일로 밤에 전화를 쓰려 별장에서 황매실로 이동한 부부는 황매실 마을이 텅 빈 것을 보고, 황매실 마을이 전설처럼 구미호들이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하며 두려움에 떠는데...

몇 페이지 되지 않는 꽁트인데 이 단편집 최고의 작품입니다. 공포스러운 상황도 설득력이 넘칠 뿐더러, 결말 역시 와 닿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진상은 바로 '황매실 주민들은 할아버지 제사로 밤에는 모두 아랫 마을에 다녀온 것이며, 제사드리는 날은 목욕 제계하고 외간 사람들과 말도 나누지 않는 법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정말 그럴듯 했어요.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공포스러운 하룻밤에 대한 묘사가 조금만 더 생생했더라면 5점도 충분했겠지만, 이대로도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 

최건일이 청산 중독으로 사망했다. 원인은 팔에 난 상처로, 경찰 수사를 통해 상처의 원인이 된 고양이 발톱에 청산이 발라져 있었다는게 밝혀졌다. 추경감과 강형사는 수사를 통해 최건일의 복잡한 가정사에 주목하는데...

니키 에쓰코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표제작으로, 전형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콩가루 집안이 등장합니다. 빚에 쪼들리는 동생(최건식), 방탕한 아들(최호정), 아버지가 반대하는 남자와 교제하는 딸(최현아), 최건일의 오랜 불륜 대상인 가정부(석이네) 등 등장인물 모두 전형적이니까요.

그러나 콩가루 집안에 대한 묘사 외에는 추리물로 볼 만한 여지가 전무합니다. 강형사의 현란한 헛다리짚는 추리가 펼쳐지는 것 정도는 볼거리이지만, 실상 진상은 별 볼일 없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고양이 발톱에 바른 청산이 흉기였다는게 더 재미는 있었을텐데, 실상은 건식이 소독약을 바꿔치기한게 진상이라니 허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것이 밝혀지는 것도 최호정의 자백에 불과하고요. 도대체 고양이가 뭘 알고 있었던건지 당쵀 알 수가 없네요. 

무엇보다도 방탕하고 철없던 최호정이 마지막 순간에 휴머니스트로 돌변하여 눈물까지 쏟는다는 결말은 최악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고로 별점은 1점입니다.

"아내는 탐정"

술을 끊은 김말구는 아내 박순임, 딸 김민희와 무인도로 캠핑을 떠났다. 그런데 텐트에서 소주병이 발견되고, 김말구는 새벽에 몰래 술을 마시러 나오는데...

남편이 술을 사다가 텐트에 숨겨놓은 후, 오래전 술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위장하여 다시 술을 입에 대려고 한 것을 알아챈 아내가 술을 물로 바꿔치기했다는 내용의 꽁트입니다. 아내가 이를 알아챈 이유는 술병을 쌌던 신문지가 올해 것이었다는 겁니다. 여러모로 딱히 점수를 주기 애매한 수준의 작품이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