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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8

서술트릭의 모든 것 - 니타도리 케이 / 김은모 : 별점 1.5점

서술트릭의 모든 것 - 4점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서점의 명탐정"의 작가 니타도리 케이단편집입니다. 원제는 간단하게 "서술트릭 단편집"이네요.

처음에는 서술트릭을 쓴 작품들을 모아놓고, 트릭들을 분석해 놓은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단편집이라서 의외였습니다. 서술트릭은 작가가 독자를 속이는게 핵심인데, 이 책에 수록된 단편은 모두 서술트릭물이다! 라고 서두에서 알려주는 것도 독특했고요. 한 마디로 "속일테니 맞춰봐라!"라는 마술사의 마술 공연같은 발상이었달까요? 독특하면서도 신선했고, 그 패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작품들 수준은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서술 트릭을 사용하려고 무리수를 둔 작품들이 많은 탓도 크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만화적이고 과장된 탐정 캐릭터 벳시의 존재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1.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뻥 뚫어주는 신" 

주식회사 세븐티즈의 2층 화장실 변기가 막혀 물이 넘쳤었는데, 업자를 부르기 전에 뚫렸고 바닥도 깨끗하게 청소된 채 발견되었다. 누가 몰래 이런 기특한 짓을 하였을까? 궁금해하던 직원들에게, 지나가던 프리랜서 기자 벳시가 난입해 사건을 해결한다.

한 명을 제외한 등장인물들 모두가 70세가 넘은 노인들이라는게 서술트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내용에서 설득력이 거의 전무한 탓입니다. 막힌 변기를 뚫고 바닥 청소를 하는걸 몰래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것도 1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2층 화장실 창문으로 몰래 기어 올라가면서까지 말이죠. 때문에 이런 무리한 활약은 노인인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리였고, 그래서 유일한 여고생인 아르바이트 우미짱이 범인이었다! 는 추리도 억지스러웠어요. 서술 트릭은 중요하게 사용되지도 못한 셈이지요. 화장실 매니아 벳시는 억지를 넘어선, 만화같은 존재라 더 와닿지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등을 맞댄 연인" 

호리키 히카루는 히라마쓰 시오리가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을 본 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시오리도 히카루의 다정한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똑같은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명 다 서로에게 다가갈 기회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와중에, 시오리가 속해 있던 사진부에서, 암실 사진 확대기 필터가 0호로 바꿔치기된 사건이 일어났다. 유력한 용의자는 사진부 부장의 연인으로 부장과 싸운 뒤, 부장에게 복수심을 품었을 마쓰모토였다. 그러나 그녀는 범행 시각에 사진부와는 반대쪽에 있는 도서관 앞에서 호리키 히카루에 의해 목격되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호리키 히카루와 히라마쓰 시오리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각자 계획을 세우는 이야기를 시점을 바꿔가며 전개하는 청춘 연애물에서 급작스럽게 일상계 추리물로 전환되는 작품입니다. 

청춘 연애물로는 좋습니다. 두 청춘의 감정이 풋풋하면서도 귀엽게 묘사되고 있으니까요. 트릭도 깔끔합니다. 서술 트릭의 핵심은, 호리키 히카루가 마쓰모토라고 생각했단건, 사실은 히라마쓰 시오리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쓰모토의 알리바이는 없어지고, 그녀가 범인이라는게 밝혀지게 되지요. 호리키 히카루가 시오리를 마쓰모토로 오해하게 된 계기도 잘 설명되고 있으며, 서술 트릭을 위한 억지도 눈에 뜨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벳시'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인물을 끼워넣은게 문제입니다. 자연스러운 일상계 추리물에 갑자기 만화 주인공이 등장한 느낌이거든요.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묘사와 행동은 유치할 정도였습니다. 벳시를 등장시켜 전체을 연작 단편 시리즈로 묶으려는 어리석은 노력을 하느니, 차라리 독립된 단편 작품으로 만드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상태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람을 잘못 알았다는건 바로 드러났을테 어차피 탐정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요. 오해의 원인은 호리키 히카루의 여동생 소라나가 등장해서 설명해주면 되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서술트릭이 사용된 완벽한 청춘 연애 일상계 추리물이 될 수 있었는데, 벳시의 존재가 오점을 남겨 아쉽습니다.

"갇힌 세 사람과 두 사람"

강도단의 일원 아담, 해밀턴, 윌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세 명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샘슨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산장에 있던 일본인 두 명은 꽁꽁 묶어 놓아서 움직일 수 없었다....

서술 트릭은 강도단이 묶어 놓은 일본인 2명이 벳시와 조수 우미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둘은 강도단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왔던 거지요. 처음부터 미국을 무대로, 미국인 강도단이 나와서 뭔가 싶더라고요. 너무 비현실적이었으니까요. 진상도 역시나였고요. 왜 일본을 무대로, 일본인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었을지 의문입니다. 독자를 속이는게 목적이 아니라, 이렇게 속일 수도 있다는걸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을까요?

서술트릭을 사용한 단편이라는 목적에는 충실했고, 강도단이 서로를 범인이라고 단정지으며 죽이는 과정의 추리는 제법 볼만했지만 작위적이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별 생각없이 산 책의 결말"

벳시가 바텐더로 일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는 잡담을 나누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 속 트릭을 풀어내는 퀴즈를 내었다. 형사 사에지마 시리즈로, 산에서 낚시를 하던 네기시 기요시가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나'와 벳시의 잡담 이후, 곧바로 '형사 사에지마 시리즈' 이야기가 이어지는, 일종의 액자 소설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성실했던 네기시 기요시가 살해당했던 이유는, 단골 스낵바에서 다른 단골 아라이에게 억지로 술을 권해서 먹였기 때문입니다. 아라이는 술만 먹으면 사람이 변해 폭력적이 되는 탓에, 오래 금주를 해 왔지만 네기시의 권유로 실패하고 말았던 거지요. 아라이의 음주 폭력으로 가족은 지옥같은 상황에 처했고, 그래서 둘째 아들 데쓰야가 복수를 하게 된 겁니다. 사용된 서술 트릭은 시점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고요. 소설은 오래 전, 80년대에 발표되었던 작품이거든요. 

그러나 문제는, 이 서술 트릭은 사에지마 사건의 트릭을 풀어내는 것과는 무관했다는 겁니다. 데쓰야의 알리바이 - 범행 시각에 친구 누마타가 전화를 받았다 - 는 그 시간에 집 근처에서 있었던 선거 연설 방송을 다른 동네에서 미리 녹음해 두고, 친구에게 전화할 때 그 녹음을 틀었다는 간단한 조작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휴대용 플레이어만 있다면 어느 시대에나 가능했을 이야기입니다.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는 묘사로 1985년 단기간에 생산되었던 NTT의 숄더백 핸드폰 '숄더폰'을 썼다고 추리하는건 완전 억지스러웠어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도 녹음했다가 틀면 되잖아요? 사에지마 소설 속 이런저런 디테일로 그 작품이 80년대 작품이라는걸 밝히는건 재미있었지만, 서술 트릭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 외에는 작품의 시점이 다를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또 벳시 씨는 책이 오래 전 발표되었을 수도 있다는걸, 그동안 있었던 동네 서점 이벤트로 잘 알고 있었으리라는 점에서 공정함도 부족한 편이고요.

그냥 사에지마 시리즈 단독으로만 보아도, 녹음기 트릭이 잘 사용되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이 트릭이 없었어도 범인 체포는 어렵지 않았을 거에요. 매주 일요일 네기시를 감시했던 데쓰야의 행동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면 바로 체포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아라이 가족에 대해 수사하고, 아라이 이사무의 주폭 행위를 추리해 내는 등의 디테일은 괜찮았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보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은 많이 사용된 편이지만, 핵심 서술 트릭은 무의미했고, 이야기의 설득력도 약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빈궁장의 괴사건" 

너무나도 저렴한 방세 덕분에 외국인 유학생과 고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유명장'은 흡사 교도소나 폐가같은 상태로 '유령장' 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다. 어느날, 세입자 중 한 명인 중국인 리의 귀중한 '하이셴'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사건 발생 시간에 있었던 유령장 세입자가 분명했다. 일본인 유아사, 세네갈인 응가보, 태국인 마시, 한국인 최선배였다...

태국인이 두 명이었다는게 서술 트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마시 오카를 닮은 라챠시챠나논미챠시브와실라, 잘생기고 양복을 입는 '챵' 라챠시챠논이챠시브와실라 두명이었던 거지요. 챵은 왼손잡이인데, 범인은 오른손잡이라는게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둘이 '마시 오카' 한 명으로 오인된 탓에 그가 범인이 아닌 것 처럼 착각하게 만든 겁니다. 하지만 실제 소설 속 사람들에게는 명백히 두 명이라서, 이 서술 트릭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긴 태국인 이름의 글자 한 자를 바꿔쳐서 독자를 속이려고 했던건 너무 조잡해 보였어요.

마시 오카가 벽 시계 위에 가짜 시계를 붙여서 응가보가 시간을 착각하게 만든 장치 트릭이 더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 장치 트릭은 나쁘지 않고, 나름 설득력은 있었던 만큼, 억지로 서술 트릭을 넣으려고 몸부림 치는 것 보다는, 이 장치 트릭 중심으로 풀어나갔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벳시의 등장도 유치하고 만화적이었던건 마찬가지라, 당연히 빼는게 더 나았을 테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서술트릭 연작을 만들기 위해 잃은게 더 많았던 작품입니다. '하이셴'이 결국 무엇이었는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등 유쾌한 분위기만큼은 나쁘지 않았기에, 여러모로 아쉽네요.

"일본을 짊어진 고케시 인형" 

벳시 탐정 사무소에 정계 여당의 거물 다와라다 고사부로가 찾아왔다. 그는 일본의 미래를 걸고, 일본 내 유명 동상에 장난을 치는 걸로 유명해진 헤드헌터를 붙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벳시는 헤드헌터의 다음 목표물이 미야기현 센다이에 있는 세계 최대 고케시 오타네 짱이라는걸 알아냈고, 우미와 함께 현장으로 향해 잠복했다. 그러나 잠복에도 불구하고 오타네 짱도 헤드헌터의 장난 대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단편집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입니다. 그런데 결과물은 수록작 중 최악이었어요. 헤드헌터의 장난은 정부에 비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정치단체 모션을 몰락시키기 위한 음모 - 모션의 리더가 연설하는 장소에서 헤드헌터가 장난을 친 뒤, 모션의 리더가 헤드헌터라고 음해할 목적 - 였다는 발상부터가 유치했고, 등장하는 벳시 씨가 전부 5명이었다는 서술 트릭도 한 번 속여보겠다!는 의도가 지나쳤어요.

뭐 이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쳐도, 코케스 오타네 짱 얼굴에 낙서를 한 핵심 트릭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벳시 씨 5명이 잽싸게 인간 사다리를 만들어서, 도장을 찍듯 낙서를 완성했다는건데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이게 가능할거라고, 그것도 짧은 시간에 가능할거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습니다. 3명 정도였다면 모르겠지만요. 오타네 짱이 있는 곳이 아니라, 오타네 짱으로 향하는 입구에만 카메라를 설치한 비상식적인 행동도 나중에나 트릭 때문이었다고 설명되지, 실제 잠복할 때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이전 이야기에 등장했던 벳시 씨는 모두 다른 사람이었고, 등장했던 우미 짱도 이전 이야기에 전부 등장했다는 등의 소소한 디테일도, 작품 내용이나 추리하고는 무관했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이라, 별점은 1점입니다.

"작가 후기" 

간단한 소설과 함께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설은 딱히 언급할 수준이 아니었고, 앞서의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에 모든 작품을 풀기 위한 열쇠가 숨겨져 있다며 공개하는데,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빈궁장의 괴사건"에서 등장인물 이름을 메모해보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열쇠는 없더군요. 앞서 말씀드렸듯 이름을 가지고 장난친 조잡한 트릭에 지나지 않는 탓입니다.

2016/03/22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다니 미즈에 / 김해용 : 별점 1점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2점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예담

헤어 디자이너 니시나 아카리는 연인과 헤어진 뒤, 어렸을 때 잠시 머물던 "헤어살롱 유이" 건물을 임대하여 살기 시작했다.
쇠락해가는 상점가지만 상점가 회장이자 시계방 주인인 슈, 근처 쓰쿠모 신사 식구인 다이치와 친해지며 아카리는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데....

"추억이 필요한 건 살아 있는 인간뿐이잖아?" - 다이치. 젊은 아가씨가 유령이 아닐까 의심한 아카리의 말을 반박하며 하는 말.

좋은 리뷰로 존경해 마지않는 LionHeart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작품입니다. LionHeart님의 평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서 읽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실망스러웠습니다.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책 뒷표지에 "청춘 연애 미스터리"라고 소개되고 있으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도서 분류도 추리/미스터리 장르로 되어 있는데 절대로! 아닙니다. 이건 그냥 청춘 연애물이에요! 수록된 5편의 단편 중 추리물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사건 1 낡은 오르골의 주인"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완전치 않고요.

게다가 수록작 대부분이 약간의 판타지스러운 설정과 묘사를 통해 일상 속의 소박한 기적을 그리는데 이 역시 너무나 제 취향이 아니었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별점이 쓰레기급인 이유는 추리물이라고 홍보한 괘씸한 마케팅 탓이 더 큽니다. 그냥 연애물로 포장했더라면 이보다는 좋은 점수였을 거에요. 추리물이라고 해서 저에게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든건 용서가 안되네요. 추리물 애호가라면 쳐다보시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LionHeart님 말대로 1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도 불구하고 후속권이 계속 나온 이유도 잘 모르겠군요. 당연히 저는 더 알고 싶지도 않고, 더 읽어볼 생각 역시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건 1 낡은 오르골의 주인"

다이치가 신사에서 주워온 오르골 속 사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낸다는 내용입니다. 

사진을 찍어 준 사진사와 사진을 찍은 장소 (옆 동네 사진관)를 연결시켜 숨겨진 진상을 추리하는 것 자체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진상의 진위 여부는 결국 밝혀지지 않는 슈의 추리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건 물론 일상계 작품 대부분이 지닌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오래된 "고양이"에 대한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현실적이지도 않았고요.

그나마 수록작 중 가장 추리물에 가깝긴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사건 2 못 다한 고백, 오렌지색 원피스의 비밀"

상점가를 떠나게 된 양잠점 주인 하루에 씨의 부탁으로 아카리가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엔니치날 (신사 제사) 슈와 데이트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십 년 전 하루에 씨가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와 엔니치날 시간을 함께 하다가 사소한 이유로 틀어진 뒤,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지요.

아카리와 슈 커플이 당시 남자의 마음을 알아내어 하루에 씨에게 전해주게 된다는 훈훈한 결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받지 못한 남자의 마음을 받는다는 애틋함이 잘 전해졌거든요.

하지만 언제든 드레스 주머니만 뒤져보았어도 쉽게 끝났을 내용이라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카리와 슈와의 인연을 만들기 위한 이벤트용 이야기로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사건 3 행방불명 모녀와 아기 돼지 인형"

15년 전 딸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중년 부인, 그리고 기묘한 복장의 20대 여성이 오래 전 유행했던 아기 돼지 인형을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년 부인과 20대 여성이 모녀 지간이라는 것 정도만이 수수께끼랄까요? 하지만 중년 부인이 유령인지 아닌지를 애매하게 처리한 이유는 이해 불가입니다. 아울러 아카리는 인형만 찾아서 주면 되었습니다. 나머지 사정은 둘이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맞고요. 즉, 이야기 자체가 쓸데없는 오지랖의 발로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사건 4 슈지 이야기 : 빛을 잃은 시계사"

슈의 옛 연인이라는 마유코가 찾아오고, 그녀를 통해 아카리는 슈와 형, 그리고 마유코에 얽힌 오래전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마침내 슈가 고백을 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슈가 헤어살롱 유이의 손녀 시계를 고쳐준 것을 계기로 시계사를 꿈꾸게 되었다는 과거사와 함께요. 

약간 드라마틱한 과거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추리물이 아니기에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사건 5 아카리 이야기 : 그해 봄의 비밀"

전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아카리가 자신이 헤어살롱 유이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슈를 밀쳐내지만, 마지막에 유이 할머니의 등장으로 진상을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두 연인이 사귀게 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지만 이렇게까지 과거를 잊어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드라마를 부여하려 무리수를 둔 느낌이에요. 죽은 줄 알았던 유이 할머니의 깜짝 등장 역시 공정하지 못한 깜짝쇼로 보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2020/06/21

연애의 행방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연애의 행방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히가시노 게이고설산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단편집입니다. 시리즈 2편 부터의 무대였던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이 주요 무대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편집이라는 점 외에 다른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추리, 모험, 범죄물이 아니라 일상 연애물이라는 점입니다! 모두 일곱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호텔리어 히다를 큰 축으로, 그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미즈키와 아키나 커플, 쓰키무라와 마호 커플, 그리고 히다가 프로포즈를 하려 했으나 실패한 미유키와 고타 커플, 마지막으로 히다와 모모미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설산 시리즈답게 이들의 연애가 대부분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에서 이루어지고요. 전작이었던 "눈보라 체이스"가 대학생의 청춘 연애 활극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연애물에 집중한 건데 그 결과물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추리 소설 작가답게 연애물이지만 약간이나마 미스터리 요소를 더하고 있다는게 마음에 듭니다. 고타가 모모미와 불륜을 꿈꾸다가 리프트에서 약혼녀 미유키를 마주한다는 첫 에피소드부터 그러합니다. 고글과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스키장의 특수 상항을 잘 이용하여 불륜남의 긴장감을 코믹하게 잘 그려내고 있거든요. 이 상황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고타의 얄팍함이 드러나는 반전으로 연결되는 결말로도 이어지는데 역시 괜찮았습니다. 수미쌍관식 구조인 셈인데 이야기아 아주 잘 어울렸어요.
또 히다의 프로포즈 대작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미즈키의 프로포즈를 위한 작전이었다는 에피소드도 반전의 묘미가 느껴졌으며, 히다의 진심을 알아내기 위해 모모미가 일부러 슈퍼볼 경기가 있는 날, 사찰 순례 여행을 제안하는 장면 역시 공정한 단서 제공을 통해 쌓아 올린 복선이 설득력있게 쓰여지는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즈키, 고타의 한 없는 가벼움은 영 별로였습니다. 30대의 진중한 연애를 그려주는게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모모미가 고타의 얄팍함을 폭로하는 에피소드가 마지막이라는건 많이 아쉬웠습니다. 히다와 모모미 커플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히기는 합니다. 가볍게 읽기에 적당했던 소품들이에요. 누가 죽거나, 부서지거나 하는 것 보다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더 설산에 어울리는 법이지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며 유쾌하며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6/12/31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5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3차, 열 세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6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3 (53)권, 기타 장르문학 8 (10)권, 역사서 18 (12)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4 (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7)권, 기타 도서 15 (21)권으로 모두 107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거의 비슷하군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6년 베스트 추리소설 :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단평 : 세상은 넓고, 모르는 작가도 많고, 재미있는 작품도 아직 이렇게나 많다!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그런데 별점 3점짜리는 "별도 없는 한밤에", "천사들의 탐정", "미스테리아 8호", "사냥개 탐정", "검은 수도사", "가면 무도회 1,2",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엠브리오 기담"의 여덟 편이나 됩니다.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한편을 꼽기 위해서 우선 잡지인 "미스테리아 8호"를 뺐습니다. 호러 성향이 강한 "별도 없는 한밤에", "엠브리오 기담"과 역사 모험물 성격이 강한 "검은 수도사"도 빼면 네 편이 남네요.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이 중 추리적으로도 괜찮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선사한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워스트 추리소설 :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단평 :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2016년에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무려 16편이라고 한탄했는데 올해는 26편입니다! 읽은 작품 중 반 가까이가 수준 이하였다는 이야기지요. 참으로 너무합니다. 최악인 별점 1.5점 이하도 무려 열 편이나 되고요.

하지만 최악 중의 최악인 별점 1점을 획득한 작품은 이 작품 뿐입니다. 최악인 이유는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닌 탓이에요. 그냥 청춘 연애물일 뿐이거든요. 작품의 수준을 떠나 구태여 추리물이라고 소개하여 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괘씸한 마케팅 때문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제라르 준장의 회상" 

단평 : 시대를 뛰어넘다. 

올해의 기타 장르문학에서는 별점 3.5점의 이 작품이 베스트입니다. 모두 10권도 읽지 않아 한권의 베스트를 꼽기는 좀 애매하지만요. 여튼 코난 도일 경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고전 명작 모험물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양심의 문제" 

단평 : 바탕에 깔린 사상 문제. 

도서출판 불새의 용기있는 행보에는 항상 박수를 보내는 바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역겨운 식민지 시대의 유산인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은연 중에 포장하여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신들의 연기, 담배" 

단평 : 교양과 재미의 절묘한 결합. 

이 책은 올해의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교양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놀라운 결과물이죠. 제가 꼭 흡연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2016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조선의 武와 전쟁" 

단평 :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는 편인데 올해는 이 책이 뽑혔습니다. 단평대로 기대한 내용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었어요.

2016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올해 이 분야는 달랑 4권만 읽었기에 별도로 평하지는 않겠습니다. 내년에는 이 쪽 분야도 좀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2016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백미진수" 

단평 : 실력자가 애정을 담아 쓴 미식 에세이의 진수.

이 책은 올해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유용한 좋은 에세이였어요.

2016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단평 : 발췌에 이은 레시피 소개에 그친, 날로 먹은 책 

제목 그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음식, 요리를 발췌한 후 해당 레시피 소개가 전부인 책. 저자의 아이디어는 눈꼽만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서프라이즈 : 인물편" 

단평 : 이 책이 존재할 이유를 모르겠다. 

올해 기타 도서는 전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를 꼽기는 쉽지 않네요. 별점 3점짜리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장서의 괴로움")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워스트는 확실합니다. 총 4편의 별점 1.5점짜리 망작들 중에서도 이 책이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입니다. 왜 책이 나왔는지 이유 자체를 모를 무의미한 결과물입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Comic :

"피너츠 완전판" 

단평 : 발간만으로도 감사한 완전판! 

올해 별점 3점을 넘는 만화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점수가 좋은 작품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총 4권을 읽었고, 대체로 별점이 우수했던 "피너츠 완전판"을 올해의 작품으로 꼽아봅니다. 단평 그대로 발간된 것 만으로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Comic : 

"역시 빵이 좋아!" 

단평 : 만화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했다. 

올해 별점 1점짜리 망작은 본 작 외에 "스파이 vs 스파이", "산적 다이어리 2"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은 최소한 '만화' 이기는 한데 이 작품은 아무리 봐도 만화가 아닙니다. 빵 소개서를 만화처럼 만든 것에 불과하니까요. 최소한의 이야기와 재미도 없기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그외 영화, 만화 등은 대체로 부분별로 5편 이상 감상한 것이 없기에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결산평 : 

총 독서 권수가 작년과 똑같다는게 놀라운데 여튼 올해도 100권을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나이가 든 탓인지, 아니면 출간작들의 수준이 갈 수록 떨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균 이하의 작품들 수가 급증했다는 겁니다. "장서의 괴로움"에 나온 유명한 장서가 다니자와의 명서 감정술처럼 - "명저라는 홍보에 넘어가 샀던 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류 이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지 않았다면 초일류를 초일류라고 인정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는 있겠지만, 몇몇 망작들은 그야말로 읽는 시간조차 아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뭐 좋게 생각하면 이런 작품들을 소개하는게 제 미미한 블로그의 존재 의미겠죠. 찾아주시는 분들의 시간이라도 아껴야 할 테니까요.

하여튼,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25/04/12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1 - 미카게 에이지 / 제이노블 : 별점 2점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1권 - 4점
EIJI MIKAGE/테츠오/제이노블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호시노 카즈키)는 엄청난 미모를 갖춘 전학생 오토나시 아야를 보자마자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아야는 '오늘 모기 카스미의 팬티 색깔은 하늘색이야'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종례를 앞두고, 아야는 반 친구들에게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어디서 나온지도 모를 '마리아'라는 이름을 써 주었고, 아야는 그런 나를 붙잡고 자신이 끝없이 3월 2일을 반복하고 있다는걸 알려주는데...

라이트 노벨로, 원제는 『空ろの箱と零のマリア』입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전격문고를 통해 발매되었으며, 국내에는 대원씨아이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7권으로 완간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절판 상태였는데 최근 e-book으로 재출간되었더군요. 라이트 노벨은 평소 전혀 읽지 않지만, '걸작 시간 미스터리'물로 선정된 적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시간 미스터리'답게, 의도하지 않게 특정 시간을 반복한다는 타임 루프물입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로 대표되는 설정이지요. 소설로도 "일곱 번 죽은 남자" 등에서 활용되었고요. 다른 작품들처럼 무한 시간 반복을 없애려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특징도 분명합니다. 우선, 시간을 반복하는건 화자이자 주인공 호시노가 아닙니다. 호시노는 이 사실을 전학생 오토나시 아야에 의해서 나중에야 깨닫게 되거든요. 

그리고 작 중 '거절하는 교실'의 시간 반복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 소원을 빈 '상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는게 조건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일종의 '후더닛' 류의 추리물적인 성격을 띠게 됩니다. 이를 밝히는 추리도 합리적이에요. 상자의 주인인 모기 카스미는 시간을 수없이 반복한 탓에, 자기 자신을 꾸밀 이유가 없어져서 화장품을 가지고 다니지만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걸 통해 알아채거든요. 호시노 카즈키의 친구 하루아키가 상자의 주인 제로였다는 걸 알아채는 추리도 괜찮았습니다. 모기 카스미가 상자에 갇힌 뒤, 다시 시간 반복이 일어났는데 모기를 아이가 대체했다는 상황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아키는 '모기가 굉장히 예뻐졌다'는 식으로 이걸 알아챈 말을 했기 때문에 정체가 발각되고 말지요. 독자에게 주는 단서로도 공정한 수준입니다.

무엇보다도 모기가 상자의 주인이 되어 빈 소원이 지극히 청춘 연애물스러운 동기였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모기는 카즈키를 좋아해서, 고백이 거절당한 뒤 고백한 날을 반복했습니다. 수만번의 반복 끝에 카즈키가 고백을 받아주는건 물론, 카즈키가 되려 고백을 하게끔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매 번 새로운 날이 또 시작되었고 카즈키는 고백했다는걸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거지요. 사춘기 소녀라면 할 법한 귀여운 생각이었는데, 그 단순한 소망을 상자가 뒤틀린 형태로 이루어주었다는게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소원을 이루어 주지만 그걸 치명적인 방식으로 왜곡한다는건 고전 걸작 "원숭이 손"을 비롯해서, "펫샵 오브 호러즈" 등에서 자주 보아온 장치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본작에서는 소망 자체가 귀여운 만큼, 반전의 잔혹성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유치한 인물 설정과 대사, 그리고 라이트 노벨 특유의 감정 과잉 묘사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대사로 모든걸 표현하려고 해서, 소설보다는 만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설정 면에서도 몇몇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모기가 상자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수수께끼가 아닙니다. 시간이 반복될수록 상자에서 거절당한(모기가 죽인)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모기만 남게 되니까요. 즉, 대단한 추리 없이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오토나시 아야는 이미 이전에 상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어 모기와 대결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됩니다. 그러나 다시 시간이 반복되자 이를 잊어버렸다는건, 설정 붕괴처럼 느껴집니다. 카즈키에 대해서는 기억이 남아있었으니까요. 물론 상자의 주인 제로나 상자의 능력이 개입하여  아야의 기억을 조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상자의 주인은 결국 반복 속에서 당연히 드러날 터라 구태여 조작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또, 모기가 죽어서 상자에 갇힌 상황에서도 시간의 반복이 깨지지 않았다는 설정 역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조금 답답했고요.

물론 이런 설정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제가 읽은 1권 외, 전 7권에 이르는 나머지 분량에서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읽을 의욕이 생기지 않는군요. 재미가 없는건 아니고, 설정도 매력적인 부분이 있지만, 캐릭터성과 연출 방식이 라이트 노벨 특유의 유치함에 갇혀 있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앞으로는 무슨무슨 리스트에서 추천하는 작품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읽는건 지양해야 겠습니다.

2018/07/22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점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4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의 일본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단편집입니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트릭과 추리의 과정만큼은 괜찮았던 정통 본격물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별명이 허언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동기, 전개 등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아서 이야기를 충실하게 쌓아올리고 만들어가야 하는 장편보다는 트릭 중심의 단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단편집이 발표되었네요. 작품 해설을 보니 이 단편집으로 가제가오카의 우라조메 탐정 시리즈 1기가 마무리된다는군요.

이전 장편들이 "~관" 시리즈였던 것에 반해 단편들 제목이 상당히 소박한게 눈에 띕니다. 표제작은 엘러리 퀸의 패러디이지만요.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추리들 모두가 비약이 심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장편에서 긴 호흡으로 쌓아올릴 수 있었던 논리가 단편 분량에서는 효과적으로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형적인 학원 무대 일상계 청춘물인데,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소시민" 시리즈나 "빙과"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나 캐릭터 측면으로나 모두 미치지 못하는 범작입니다. 시리즈의 팬이시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차라리 빠른 호흡으로,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해가며 전개하는게 용이한 만화였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원플러스원 덮밥"

학교 식당에서 금지된 식기 반출을 한 범인이 누군지 찾아낸다는 설정만큼은 학교를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의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있음직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니까요. 우라조메 추리의 댓가가 식권 20장이라는 점도 역시나 일상계스럽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추리보다는 비약에 가까운 탓입니다. 남겨진 트레이에 머리카락이 묻었다? 식판과 식기에 머리카락이 묻을 이유가 있을까요? 머리를 처박고 먹는 것도 아니고... 소스 개봉부를 얌전히 자주 쓰는 손 방향으로 놓아 둘테니 왼손잡이라는 추리도 비약입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거나 옮겨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식욕 때문에 운동계 동아리일 것이다 역시 지나친 비약입니다. 작은 체구의 사나에도 한그릇 뚝딱하는 덮밥이라고 묘사되기도 했고요. 점심 시간에 중요한 회의를 한 동아리를 찾는다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약속일 수도 있고, 정말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만 했을 수도 있어서 이 역시 비약인건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의 진상 - 여자친구가 돈가스 도시락을 주었는데 먹지 못하고 버린 후, 원플러스원으로 좋아하는 것 반, 돈가스 반을 시켜 젓가락만 지저분하게 해서 주었다 - 도 비약입니다. 제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먹던가 아니면 돈가스는 빼고 다 먹었을 겁니다. 왜 도시락을 버리고 구태여 식사를 또 시켰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아울러 키에 대한 추리는 추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180cm 이상, 아니면 160cm 이하 등 용의자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숫자면 모를까, 180 m이하의 학생이라는 건 가제가오카. 재학생의 90% 이상을 차지할 거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평범한 일상계지만 소설보다는 만화에 더욱 적합한 이야기입니다. 비약이 심한 내용으로 빠르게 전개하기 보다는, 단서가 조금 더 적더라도 정교하게 이야기를 쌓아나갔어야 했습니다.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표제작으로 왜 신사 축제 노점에서 거스름돈을 50엔 짜리로만 주는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내용이 이야기의 2/3 이상을 차지하며, 추리적인 부분은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잔돈 숫자를 증가시켜 사람들이 분실을 더 많이 하게 만드려는 의도였다는 진상 역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고요. 일본식 유타카 차림으로는 잔돈을 보관하기 어렵다는, 일본식 사고방식이 깔려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 역시나 정보의 제공이 시각적이며 전개와 호흡이 빠른 만화가 더 어울렸을 이야기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여름 축제가 무대라 더 그런 느낌이 드네요.

"하리미야 리에코의 서드 임팩트"

전작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하리미야 리에코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상계 청춘 미스터리입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귀여운 후배 사오토메가 취주악부에서 왕따를 당하는 듯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라조메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지요.

유노와 우라조메가 아니라 하리미야 시점의 이야기라는게 독특했던 작품으로 수록작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추리가 펼쳐집니다. 더위와 싸우며 연습하는 상황에 대한 강조, 취주악부 연습실에 널부러진 다양한 쓰레기들, 연습하는 곡과 독주 파트에 대한 언급 등 독자에 대한 정보도 굉장히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또 불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순진한 하리미야 리에코의 성장기 성격도 있고,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우라조메 덴마의 모습도 상당히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뭔가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커플이라고 느꼈던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진상, 그리고 결말이 썩 개운치는 않습니다. 취주악부의 야마부키가 자신의 독주 연습을 위해서 사오토메를 일부로 쫓아내고 연습실로 쉽게 들이지 않은 상황은 일종의 왕따라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협주 파트를 모두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독주 파트는 시간을 정해 따로 연습하자고 하거나, 최소한 선풍기를 빌리려는 시도를 먼저 해 보는게 당연한데 말이죠. 이를 하리미야가 쉽게 납득하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천사들의 늦더위 인사"

5년전 졸업한 시시도 선배의 노트에 적혀있던 두 소녀 소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로 서두에 유노와 사나에에게 노트에 묘사된, 일종의 백합 연애물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는 개그 외에는 딱히 눈여겨 볼 부분이 없는 범작입니다. 너무 작위적인 탓입니다. 

우선, 아무리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도 모두가 대피 훈련을 하는 상황을 몰랐다는 것부터 말이 안됩니다. 우라조메의 추리도 두 소녀의 연극과는 무관하게 9월 1일이라는 날짜에 기인한 것인데, 날짜까지 적은 일기 같은 글에서 정말로 진상을 깨우치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어요. 예전에 매월 15일마다 실시했던 우리나라 민방위 훈련같은 거니까요. 소녀들의 소실은 사다리차를 이용한 탈출 훈련 때문이었다는 진상도 그럴 수 있었겠다 싶기는 하지만 장비에 준비가 필요하고, 탈출 순간의 환성도 있었을텐데 외부 상황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두 소녀가 껴안는 연극에 대한 유노의 반응은 여러모로 재미있고, 우라조메가 가오리 외에도 연극부 부장 가지와라 같은 지인이 있고 나름 학교 생활을 잘 한다는 묘사도 팬이라면 볼 만 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어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 꽃병에는 주의를"

가제가오카가 아닌, 사립 히텐 학원 중등부를 무대로 우라조메의 동생 교카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일상계 소품으로 복도에 놓인 꽃병을 깬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나름 정교한 무대 설정으로 범인을 특정하고, 왜 범인이 꽃병을 가져왔는지 추리하여 동기를 밝혀내고, 그 결과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게 괜찮습니다. 특히 "물"의 사용법에 대한 추리 두 가지가 아주 그럴듯했어요. 구태여 생수를 구입한 건 화분이 깨진 장소를 위장하기 위해서!라는 추리에서,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화병의 물이 필요했던 것! 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설득력이 높았던 덕분입니다.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교카의 학교 생활, 교우 관계 및 범인 야가라스의 논리적인 반박, 비야냥에 분노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성격 등의 디테일도 좋았고요.

문제는 야가라스의 말대로 나카자와와 소프트볼 부 아이들의 증언을 믿을 이유도 없고, 2층 교실에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 이렇게 한 방 먹은 다음에 재차 휴지통을 뒤져 폭죽을 찾아내는건 어설펐고,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교카의 캐릭터 설정 자체가 굉장히 만화적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백합계 쿨데레? 친구 센도 히메마리도 만화 등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학생회 캐릭터라 너무 뻔했어요. 묘사를 디테일하게 하더라도 이렇게 뻔하면 딱히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정말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사건을 다룬 일상계라는 점, 교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형식의 성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중반부 전개와 앞서 말씀드린 전형적인 캐릭터 묘사로 감점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만화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짤막한 부록은 우라조메와 그의 아버지가 우연하게 사우나에서 마주친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라조메 남매의 추리력은 아버지로부터의 유전임을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건 마찬가지며 워낙에 짧아 점수를 줄 만 한 부분도 없습니다.

2023/08/16

리바운드 (2023) - 장항준 : 별점 3점


평이 좋길래 딸과 함께 넷플릭스로 감상한 작품.
약 10여년 전 부산 중앙고가 단 5명의 선수로 전국대회 결승에 올랐던 전설적인 실화를 당시 인물들 실명 그대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부산 중앙고의 신화는 당시 많은 농구팬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었고, "리얼 슬램덩크"라고 불리우며 많은 농구팬들이 영화화를 외쳤던 대사건이었지요. 고등학교 농구팀의 기적같은 승부를 다루었다는 점은 미국의 80년대 농구 영화 <<후지어>>를 떠오르게 합니다.

알고 있을 분들에게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얼마 지나지 않은 실화라 그런지 <<퍼펙트 게임>>처럼 거슬릴 정도의 각색은 없습니다. 첫 공식 경기에서 사건을 일으켜 6개월 출장 정지를 받는건 영화에서의 창작이라 생각되지만,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강양현 감독과 선수들의 단결심을 강화하는 좋은 장치였다 생각됩니다.
농구 시합 장면도 박진감있게 펼쳐지는데, 전체적으로 잘 만들었더군요. 고등학생들 경기답게 현란한 기술보다 정해진 작전, 패스와 슛 위주라는 것도 현실적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작품에 흔히 있는 억지 눈물 짜내는 설정이 없다는 점, 그리고 농구를 가장한 연애물이 아니라는게 제일 좋았습니다. 농구부원이나 감독의 동년배 여성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농구는 즐겁고, 한 게임 더 하는게 너무 좋다!는 모토를 시종 일관 유지하면서, 유머와 함께 풀어나갈 뿐입니다. 비록 지기는 하지만, 모든걸 후외없이 불태우며 결승전 후반부를 앞두고 We are young OST와 함께 나아가는 중앙고 멤버들의 모습은 아래와 같이 패배가 아니라 꿈,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전형적이지만 그야말로 가슴 벅차게 만드는 청춘 찬가입니다.

그 외에도 중앙고 선수들 외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실명이 시합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것도 재미를 더해 주었었습니다. 이어지는 후일담 소개도 좋았어요. 중앙고 6명의 선수 중 무려 4명이나 프로 구단에 지명을 받았다는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까지 프로 선수로 뛰는 선수들은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농구를 즐겼으리라 생각됩니다.

허나 중앙고가 5명의 선수만으로 어떻게 전국대회 결승까지 진출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건 단점입니다. 토너먼트 초, 중반까지는 상대 분석에 따른 작전이 선보이며 승리에 대한 설득력이 어느정도 부여되는데,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쨌든 이겨서 좋다!" 입니다. 당시 기사나 자료를 찾아보면 전국구 장신 가드 천기범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묘사는 많지 않습니다.
뻔한 이야기라 그런지 반복되는 클리셰도 많습니다. 배규혁의 발목 부상 설정이 대표적이지요. 마지막에 배규혁이 덩크를 성공시킨 후 천기범과 하이파이브를 하는건 클리셰의 정점이고요. 그냥 봐도 슬램덩크의 강백호 - 서태웅의 하이파이브 장면을 떠오르게 하거든요. 그만큼 극적인 장면도 아닌데 꼭 이렇게 비슷하게 가져가야 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규혁은 실제로는 3점이 전문인 샤프 슈터여서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즐겁고 유쾌했던 가족 스프츠 영화라는건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흥행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는데, 넷플릭스를 통해서라도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