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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산적 다이어리 2 - 오카모토 켄타로 / 주원일 : 별점 1점

산적 다이어리 2 - 2점
오카모토 켄타로 지음, 주원일 옮김/애니북스

"산적 다이어리 1" - 오카모토 켄타로 / 주원일 : 별점 2점

1권이 별로라 다시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방문한 만화가게에 비치되어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1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는 했지만, 사냥 초보자가 조금씩 사냥에 대해 익혀 가는 과정이나 잡은 동물들을 조리해 먹는 과정 등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권은 이러한 기존의 재미 요소마저도 사라져 버린 희대의 졸작이더군요.

이유는 이미 사냥에 익숙해진 켄타로와 동료들의 핵심 타깃이 멧돼지인 탓입니다. 상세하지만 너무 길고 지루했어요. 멧돼지 해체 같은 것은 전혀 와 닿지도 않았고요. 사냥 과정에서 별다른 에피소드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작화도 별로입니다. 1권도 그닥이었는데 그보다 더 별로예요. 캐릭터 조형까지 무너지는 등 정말 마음에 들지 않네요.

한마디로 재미도 없을 뿐더러 완성도 면에서 심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구입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별점은 1점입니다.

2020/01/19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2)

유럽 맛 여행 - 4점
나가라 료코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제목 그대로, 독일에 남편과 함께 유학 생활 중인 젊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유럽을 여행하며 맛 본 음식들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냥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무엇을 먹었다가 내용의 전부에요. 일상계 수준을 벗어난, 거의 식단 일기에 가까운 그런 내용이에요. 때문에 그 어떤 드라마적인 재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맛본 요리, 음식들에 대한 맛 이외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손으로 꼼꼼하게 그린 따뜻한 그림은 마음에 들지만, '만화' 보다는 인스타그램 요리 일기에 가깝습니다. 이야기가 없기에 만화로는 낙제점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사냥꾼의 식사"

'지비에'라고 불리우는 사냥한 동물들의 고기를 요리해 먹는 만화로 이전에 읽었던 "산적 다이어리"와 유사합니다. 다만 "산적 다이어리"는 '사냥'이 주였던 반면, 이 만화는 '요리'가 주라는 차이가 있지요. 주인공 아키노는 대부분의 경우 직접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사냥을 도와주는 등으로 야생 동물 고기를 얻거나, 함정을 만든거에 걸려든걸 나누거나 하는 식으로 재료를 얻거든요. 이렇게 얻은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내용의 핵심입니다.

사슴 정도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먹기 힘든 오소리 등이 재료라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는데, "산적 다이어리"와 마찬가지로 맛은 대부분 호평이라 좋은 참고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소리 고기가 맛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의심스럽고요. 그래도 냄새가 심하고 엄청 고생해서 손질해야 하는 등 (사슴 내장의 경우는 여덟번도 넘게 데치는 등), 어려움도 비교적 공정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산적 다이어리"보다는 낫네요.

깔끔한 작화,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는 사냥꾼이자 야생 동물 손질, 요리의 달인 이쿠지노 캐릭터도 상당히 인상적이며, 아키노가 덫 사냥, 사냥감 해체, 몰이꾼 등을 거쳐 사냥꾼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고요.

사냥이라는 주제 자체가 우리의 실생활과는 분리되어 있어서 현실감은 없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산과 식욕과 나 1 - 6점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영상출판미디어(주)

27세 여사원 히비노 아유미가 주말마다 산행을 떠나 산에서 온갖 요리를 해 먹는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유행인 캠핑에 요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만화인 셈이지요. 등산과 요리 중 한 가지만 좋아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머리를 잘 썼네요.

등산 쪽 정보도 충실히 제공하고 있지만 저는 아무래도 요리 쪽에 관심이 갔는데, 처음에는 주먹밥과 라면에서 시작해서 뒤로 가면 갈 수록 오버스러운 온갖 요리가 등장하는게 포인트입니다. 심지어 일종의 수비드 조리법을 활용한 "로스트 비프"까지 등장하니까요.
산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도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뎃셍력이 부족해보이는 작화는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좀 더 꼼꼼한 그림체였다면 내용이 훨씬 잘 살아났을텐데 아쉽습니다. 등산 상황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집에서 따라 해 먹음직한 요리가 별로 없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그래도 평작 수준은 충분히 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6/04/20

맛없어? - 고이즈미 다케오 / 박현석 : 별점 2점

맛없어? - 4점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사과나무

'저명한 발효학자이자 음식 탐험가인 저자가 직접 겪은 맛없는 음식들에 대해 ‘맛없음’이란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과학적, 인문학적으로 분석해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라는 소갯글에 혹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목차는 아래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장 세상의 모든 맛없는 음식
  • 2장 여행자를 위한 식사
  • 3장 날아라! 미각인 비행물체
  • 4장 요리하는 마음

이 중 소갯글처럼 저자가 생경한 음식에 도전하는, 이른바 '음식 탐험'을 벌이는 이야기는 1장에 담겨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기묘한 음식에 도전하는 저자의 정신력이 놀라웠던 덕분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청어 통조림 수르스트뢰밍이 가장 정상적인 음식일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등장하는 요리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장 압권은 애벌레 요리였습니다. 벌레 요리는 예전에 읽었던 "수상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에도 등장했는데, 그쪽은 작가 일행이 돈 때문에 억지로 먹는 설정이었고 이 책의 저자 고이즈미 다케오는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정도로 적극적이라는 차이가 있지요. '노린재 유충을 볶아 간장을 한두 방울 쳐서 먹는 순간, 이빨 사이에서 ‘톡’ 하고 터지며 끈적한 내용물이 흘러나왔고, 첫맛은 달았지만 곧 노린재 성충의 고약한 냄새가 밀려왔다'는 것 처럼 경험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생생한 묘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산적 다이어리"에서 호평했던 까마귀 고기에 대한 적나라한 평도 흥미로웠습니다. 불단의 향 같은 지독한 냄새 때문에 먹기 어렵다고 하네요. 이런걸 보면 아무래도 "산적 다이어리"의 주인공 오카모토는 웬만하면 다 맛있게 먹는 미각 음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홍어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꼽은 것도 기억에 남고요.

하지만 2장부터는 평범한 식당에서 파는 음식 중 맛없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며 처음의 흥미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물론 저자의 배경에 걸맞은 과학적 분석이 곁들여지기는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짜고 딱딱했던 대구 토막은 냉동 과정에서 소금을 뿌려 탈수된 탓, 돼지고기 조각이 서로 달라붙은 것은 단백질 구조 변화 때문, 싸고 맛없던 야키니쿠 정식 소고기는 거세하지 않은 씨수소의 냄새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식이지요.

허나 이러한 전문성을 제외하면 평범한 맛집 블로그의 '맛없던 식사' 리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맛없는 이유를 밝힌다 한들 이야기 자체에 드라마틱한 흐름을 더하지도 못하고요. 주인에게 항의하거나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내는 등의 전개는 전혀 없는 탓입니다. 요리에 대한 마음가짐을 강조한 4장 역시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장은 흥미진진했지만 이후에는 평범한 맛집 블로거의 포스트와 다르지 않아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괴식만 찾아 먹는 이야기로 이어졌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2015/05/26

산적 다이어리 1 - 오카모토 켄타로 / 주원일 : 별점 2점

산적 다이어리 1 - 4점
오카모토 켄타로 지음, 주원일 옮김/애니북스

저자 오카모토 켄타로가 고향인 오카야마 현에서 사냥꾼 생활을 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를 그린 에세이 만화.

사냥꾼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부터, 사냥꾼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그 뒤 총기 면허를 따고 총을 구입하고, 총기 소지 허가를 신청하는 등의 과정과 실제 사냥 체험이 뒤섞여 전개됩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이자 저자 오카모토 켄타로의 사냥 목적입니다. 그는 취미가 아니라 정말 먹으려고 사냥을 하는 인물이거든요. 첫 사냥물인 멧비둘기라던가 토끼, 오리는 그렇다쳐도 뱀, 까마귀까지 무조건 직접 요리해 먹습니다. 때문에 그래서 평범한 요리는 물론 살모사 구이(소금, 후추 살짝)라던가 까마귀 꼬치구이 같은 독특한 요리까지 등장하는데 모두 설득력이 넘칩니다. 맛 역시도 직접 먹어본 사람의 증언이니 마찬가지고요.

이런 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한 사냥 과정도 상세한데, 사냥의 시작에서부터 사냥한 동물을 조리해 먹는 것까지 패턴은 동일하지만 단순 반복은 아닙니다. 사냥감에 따라 사냥법,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추운 날씨 속 물에 빠진 오리를 건져 오는 것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기고요. 이런 소소한 변화가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아울러 비록 크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총기인 공기총이라던가 사냥 방법에 대한 정보도 충실하게 제공되고 있어서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입니다. 특히 까마귀 사냥을 위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사냥보다는 사냥을 한 동물을 요리해 먹는, 와일드하고 독특한 구루메 만화로서의 재미가 더 컸지만요. 법적으로 한국과 다른 일본에서의 수렵 활동 이야기는 아무래도 와 닿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탓입니다. 제가 관심이 있거나 흥미있는 분야도 아니고요.

그러나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그림이 너무 별로에요. 아무리 에세이 만화라고는 해도 사냥, 요리가 중심이라면 그러한 소재에 걸맞는 디테일한 묘사는 기본이 되어야 할텐데 턱도 없이 수준 미달입니다.
또 정보 제공에만 충실할 뿐 별다른 재미요소가 없다는 것도 감점요인입니다. 한마디로 케이블 TV의 낚시 채널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본인에게는 무척이나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겠지만 TV로 그걸 재미있게 보는 시청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독특하긴 하나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과연 멧돼지를 잡았을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후속권을 구입하게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덧 : 오카모토 켄타로가 한국 사람이라면 청설모를 사냥해도 요리해 먹었을 것 같은데 과연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2016/12/31

2016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5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3차, 열 세번째를 맞는 블로그 결산입니다. 숫자부터 정리해보면, 2016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3 (53)권, 기타 장르문학 8 (10)권, 역사서 18 (12)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4 (5)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9 (7)권, 기타 도서 15 (21)권으로 모두 107 (10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과 거의 비슷하군요.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6년 베스트 추리소설 :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단평 : 세상은 넓고, 모르는 작가도 많고, 재미있는 작품도 아직 이렇게나 많다! 

올해 추리, 호러 장르물 중 별점 4점 이상 작품은 단 한편도 없습니다. 그런데 별점 3점짜리는 "별도 없는 한밤에", "천사들의 탐정", "미스테리아 8호", "사냥개 탐정", "검은 수도사", "가면 무도회 1,2",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엠브리오 기담"의 여덟 편이나 됩니다.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한편을 꼽기 위해서 우선 잡지인 "미스테리아 8호"를 뺐습니다. 호러 성향이 강한 "별도 없는 한밤에", "엠브리오 기담"과 역사 모험물 성격이 강한 "검은 수도사"도 빼면 네 편이 남네요.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이 중 추리적으로도 괜찮고 재미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선사한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워스트 추리소설 :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단평 :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2016년에는 별점 2점 이하의 작품이 무려 16편이라고 한탄했는데 올해는 26편입니다! 읽은 작품 중 반 가까이가 수준 이하였다는 이야기지요. 참으로 너무합니다. 최악인 별점 1.5점 이하도 무려 열 편이나 되고요.

하지만 최악 중의 최악인 별점 1점을 획득한 작품은 이 작품 뿐입니다. 최악인 이유는 책의 완성도를 떠나 '미스터리'가 아닌 탓이에요. 그냥 청춘 연애물일 뿐이거든요. 작품의 수준을 떠나 구태여 추리물이라고 소개하여 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괘씸한 마케팅 때문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제라르 준장의 회상" 

단평 : 시대를 뛰어넘다. 

올해의 기타 장르문학에서는 별점 3.5점의 이 작품이 베스트입니다. 모두 10권도 읽지 않아 한권의 베스트를 꼽기는 좀 애매하지만요. 여튼 코난 도일 경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고전 명작 모험물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양심의 문제" 

단평 : 바탕에 깔린 사상 문제. 

도서출판 불새의 용기있는 행보에는 항상 박수를 보내는 바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역겨운 식민지 시대의 유산인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은연 중에 포장하여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신들의 연기, 담배" 

단평 : 교양과 재미의 절묘한 결합. 

이 책은 올해의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교양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놀라운 결과물이죠. 제가 꼭 흡연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2016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조선의 武와 전쟁" 

단평 :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사 도서는 좀 가려읽는 편이라 워스트가 대체로 없는 편인데 올해는 이 책이 뽑혔습니다. 단평대로 기대한 내용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었어요.

2016년 베스트 디자인 / 스터디 도서 : 

올해 이 분야는 달랑 4권만 읽었기에 별도로 평하지는 않겠습니다. 내년에는 이 쪽 분야도 좀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2016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백미진수" 

단평 : 실력자가 애정을 담아 쓴 미식 에세이의 진수.

이 책은 올해 유이한 별점 4점짜리 책입니다. 읽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유용한 좋은 에세이였어요.

2016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레시피" 

단평 : 발췌에 이은 레시피 소개에 그친, 날로 먹은 책 

제목 그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음식, 요리를 발췌한 후 해당 레시피 소개가 전부인 책. 저자의 아이디어는 눈꼽만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서프라이즈 : 인물편" 

단평 : 이 책이 존재할 이유를 모르겠다. 

올해 기타 도서는 전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를 꼽기는 쉽지 않네요. 별점 3점짜리 작품이 있기는 하지만 ("장서의 괴로움") 독보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워스트는 확실합니다. 총 4편의 별점 1.5점짜리 망작들 중에서도 이 책이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입니다. 왜 책이 나왔는지 이유 자체를 모를 무의미한 결과물입니다.

2016년 베스트 기타 Comic :

"피너츠 완전판" 

단평 : 발간만으로도 감사한 완전판! 

올해 별점 3점을 넘는 만화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점수가 좋은 작품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총 4권을 읽었고, 대체로 별점이 우수했던 "피너츠 완전판"을 올해의 작품으로 꼽아봅니다. 단평 그대로 발간된 것 만으로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2016년 워스트 기타 Comic : 

"역시 빵이 좋아!" 

단평 : 만화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했다. 

올해 별점 1점짜리 망작은 본 작 외에 "스파이 vs 스파이", "산적 다이어리 2"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은 최소한 '만화' 이기는 한데 이 작품은 아무리 봐도 만화가 아닙니다. 빵 소개서를 만화처럼 만든 것에 불과하니까요. 최소한의 이야기와 재미도 없기에 올해의 워스트로 꼽습니다.

그외 영화, 만화 등은 대체로 부분별로 5편 이상 감상한 것이 없기에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결산평 : 

총 독서 권수가 작년과 똑같다는게 놀라운데 여튼 올해도 100권을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취미인으로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나이가 든 탓인지, 아니면 출간작들의 수준이 갈 수록 떨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균 이하의 작품들 수가 급증했다는 겁니다. "장서의 괴로움"에 나온 유명한 장서가 다니자와의 명서 감정술처럼 - "명저라는 홍보에 넘어가 샀던 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류 이하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지 않았다면 초일류를 초일류라고 인정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는 있겠지만, 몇몇 망작들은 그야말로 읽는 시간조차 아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뭐 좋게 생각하면 이런 작품들을 소개하는게 제 미미한 블로그의 존재 의미겠죠. 찾아주시는 분들의 시간이라도 아껴야 할 테니까요.

하여튼,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거에요. 사랑합니다~!

2016/07/13

사냥개 탐정 - 이나미 이쓰라 / 신정원 : 별점 3점

사냥개 탐정 - 6점
이나미 이쓰라 지음, 신정원 옮김/손안의책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 이어 읽은 사냥개 탐정 류몬 다쿠 단편집으로 총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의 감상과 동일합니다. 추리적으로는 약하지만 진짜 사나이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멋드러지게 펼쳐진다는 점에서요. 허나 시리즈로 묶여 나온 덕분에, 이 작품만의 매력이 보다 강하게 느껴지는게 좋았습니다.

우선 작품의 핵심인 류몬 다쿠가 정말 멋지게 등장합니다. 하드보일드를 표방했다고는 하지만 전형적인 마초는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우 등은 남보다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런 인물들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이를 잘 이어받은게 "불야성"의 류젠이일 테고요.
그러나 류몬 다쿠는 다릅니다. 거친 터프가이로 목적을 가로막는 악당들을 파괴하는 강한 겉모습은 고전 하드보일드와 유사하나,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가 떠올랐어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형적인 서부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인 셈입니다. 정의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그러면서도 여성과 아이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진짜 남자들이요. "셰인"이나 "하이 눈"에서 처럼요. 현 시점에서는 너무 낡아빠진 설정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캐릭터들이 너무나 좋습니다!
작가도 이를 인지했는지는 몰라도 서부 영화의 악당들과 비슷한 악역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수르랑, 따라랑", "사이드킥" 두 편이 그러한데, 자비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마초 목장주 악당은 작중 언급된 대로 OK 목장의 악당이 떠오를 정도예요.

추리적으로도 내세울 부분은 많지 않지만 전작보다는 사건성 높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현실적인 탐정의 활약도 그럴싸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그런대로 만족할 만 합니다. "악역과 비둘기"에서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의 존재에서는 나름 추리의 묘미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작품을 뒷받침하는 섬세한 묘사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류몬 다쿠의 생활 하나하나를 드러내는 디테일한 묘사들 — 사냥, 식사, 대화, 독서 등등등 — 하나하나가 모두 그러합니다. 사냥 이야기에서 새의 내장을 빼는 묘사는 "산적 다이어리"에서 보았던 것인데 정말 생생하게 묘사해서 만화보다도 더 뇌리에 박히는 느낌이에요. 덕분에 가공의 인물이 실존하는게 아닌가 착각이 들게 만드네요.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아서, 낭만적인 분위기와 고전 서부극 분위기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기타와 사냥개"에서 의뢰인의 개를 잠깐 돌봐주는 길거리 가수 다마미즈의 가족 이야기, "악역과 비둘기"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덴도의 시노부를 향한 애틋한 연심과 안타까운 결말도 감정 과잉으로 보이고요.

쓸데없는 액션이 많은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기타와 사냥개"에서 취객들을 제압하는 것 처럼요. "사이드킥" 앞부분에서 쓸데없이 야쿠자와 엮이는 전개도 불필요했으며, 중간에 다바타와 실버 고스트가 폭주족에게 쫓기는데 우연히 동승했던 학생이 신호총으로 오토바이를 날려버린다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액션의 연속으로 마지막에 류몬이 스가이의 사주를 받은 야쿠자를 날려버리는 멋진 액션이 빛이 바래 버립니다. 딱 한 번만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한 편, 한 편만 놓고 볼 때는 최고라 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진짜 사나이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게 좋았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진짜 사나이의 묵직하면서도 서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덧 1: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운동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1970년대를 무대로 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시대가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발표 시기는 1990년대인데 의외네요.

덧 2: 류몬 다쿠는 3만 5천 평의 대지주이지만 현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허나 개 한 마리 찾아주는 대가가 50만 엔이라는 거액이라 잘 와닿지는 않더군요. 지금도 거액인데 1970년대에는 더 큰 돈이었겠죠. 게다가 모든 작품에서 보수를 받는 데 성공하는데 이게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먹고사는 데 정말 문제없는 수준일 테고 말이죠. 있는 놈이 더한 느낌이랄까...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수르랑, 따라랑"

영화 기획자이자 예비 감독인 가네마키가 류몬 다쿠를 찾아왔다. 가네마키는 "성야 이야기"라는 영화 연출을 위해 유명 동물 사육자 기타 조켄의 '기타 동물 랜드'를 방문한 후, 기타 조켄의 후처 에미와 사랑받지 못하는 아들 고유키, 살처분을 앞둔 순록 수르랑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고유키가 수르랑과 사라졌다는걸 에미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냥개는 아니지만 가네마키가 김계화의 시동생이라는 점, 그리고 딱한 사정을 이해한 류몬은 순록을 찾아 나서는데...

살처분을 앞둔 순록과 아버지에게 버림받다시피한 아들이 함께 탈출한다는 설정이 너무 뻔했던 작품. 마지막 엔딩도 작위적입니다.

고유키가 연약한 외모와는 다르게 진짜 사나이였다는 마무리는 작품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며, 세세한 묘사는 빛을 발하나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기타와 사냥개"

류몬은 우메즈의 의뢰를 받아들여 사냥개 그레이를 찾아 나섰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포스터를 활용한 뒤, 택시 운전사에게서 그 개가 길거리 가수 다마미즈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사냥개를 찾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수사 방법도 포스터를 통한 목격자 확보라는 현실적인 것이라 마음에 들었던 소품입니다. 일상계로 볼 수도 있을 정도에요.

하지만 개를 찾는 과정에서의 드라마가 약한 탓에 몇 개의 무리수가 조금 눈에 거슬립니다. 독특한 괴한인 의뢰인 우메즈, 다마미즈에게 시비를 건 취객들에 대한 폭행, 마지막으로 다마미즈의 가족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 소품 느낌으로 깔끔하게 가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사이드킥"

일본 굴지의 서러브레드 경주마 조련소 서일본농장 사장 스가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사라진 저먼 셰퍼드를 찾아달라는 의뢰 전화였다. 일단 의뢰를 받아들였지만, 알고보니 진짜 의뢰 내용은 셰퍼드와 함께 사라진 마필 관리사 다바타와 그가 끌고 간 과거의 명마 실버 고스트의 행방을 찾는 것이었다.
눈에 띄는 3인조이기에 트럭을 이용했으리라 짐작한 류몬은,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 알게 된 트럭 운전 기사 가와타니에게 수소문을 부탁하는데...

"수르랑, 따라랑"과 유사한 동기, 즉 살처분을 앞둔 가족과도 같은 경주마와 탈주한다는 동기가 등장하합니다. 동기는 뻔하지만 마필 관리사 다바타의 우직함은 매력적으로 묘사됩니다. 갈 데도 마땅치 않고, 연약한 소년보다야 나이는 들었지만 마필 관리사 쪽이 보다 현실적인 건 당연하니까요. 명확한 목적 — 수의사에게 보여주어 말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음을 밝힌다! — 도 분명 존재하고요.

한마디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려고 하지 않는 진정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스가이와 담판을 짓는 류몬 다쿠의 마지막 장면까지 멋집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단 딱 한 가지, 앞서 말씀드렸듯 초·중반에 쓸데없는 액션 장면에 대한 묘사는 불필요했습니다.

"악역과 비둘기"

스트리트 파이터 덴도가 조깅할 때 데리고 다니던 이웃집 사냥개가 도둑맞았다. 의뢰를 받은 류몬 다쿠는 연이어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사냥개 도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으며, 사냥개를 암거래하는 조직적인 범죄가 있다는걸 눈치챘다. 지형적으로 사건 현장 중심을 흐르는 하천을 통해 배로 개를 옮기는 것을 알게 된 류몬은 덴도와 함께 밀거래선을 덮치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스케일이 큰 작품. 혈통 있는 사냥개를 노리는 거대 조직과의 승부가 그려집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나름의 추리가 펼쳐지는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시리즈의 매력을 잘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이전 시리즈가 자연과 함께하는 산사나이의 이야기라면 이 에피소드는 그냥 전형적인 액션물 느낌이 더 강한 탓입니다. 시노부가 자살한다는 비극적인 엔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냥 덴도와 함께 류몬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생각되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액션물로서의 재미는 충분하지만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