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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30

피너츠 완전판 7 : 1963~1964 - 찰스 M. 슐츠 / 신소희 : 별점 3점

피너츠 완전판 7 : 1963~1964 - 6점
찰스 M. 슐츠 지음, 신소희 옮김/북스토리

관성처럼 읽고 있는 피너츠 완전판 일곱번째 권입니다. 1963년에서부터 1964년까지의 연재분이 실려있습니다.

캐릭터들이 완성되었고 이야기의 포맷도 어느 정도 정해진 덕분에, 반복되는 캐릭터 설정 관련 개그가 많습니다. 찰리 브라운의 승리하지 못하는 야구팀 이야기, 라이너스의 할로윈 호박 대왕 이야기, 슈뢰더와 베토벤 생일 관련 이야기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에요.

그래도 이러한 뻔함 속에서 재미를 찾아내어 전달하는 작가의 능력은 반짝반짝 빛납니다. 거장이 달리 거장이 아니지요. 앞서 말씀드린 찰리 브라운 야구팀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찰리 브라운의 부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거든요. 놀라운 건 저는 여태까지 이 야구팀이 전패했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찰리 브라운 부상 중 라이너스가 투수를 했을 때 몇 번 이겼다고 묘사됩니다! 이래서야 찰리 브라운 본인이 투수를 그만두어야 할텐데 투수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패배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네요. 

그리고 루시가 찰리 브라운 정신 상담으로 무려 143달러를 청구한 에피소드도 재미있었습니다. 1960년대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는 생각하기도 힘들 거액인데 이런 돈을 떡하니 요구한다니 역시나 루시답더군요. 슬라이드를 이용한 치료 때문이라는데 100달러가 개인 수수료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부분에서는 요새 의사들과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행복이란 따뜻한 강아지"의 변주 몇 개도 눈에 띕니다. 샐리가 '행복이란 나만의 도서관 대출 카드를 갖는 거야!'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변주 외에도 새롭게 등장하는 설정과 캐릭터도 많은데, 그 중에서도 찰리 브라운이 메이저리그 선수 중 조 슐라보트닉을 좋아한다는 것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루시로부터 조 술라보트닉 야구 카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들에서 평생 패배자인 찰리 브라운을 잘 드러내거든요. 새 캐릭터로는 숫자 이름을 가진 "5"가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걸 몇 가지 소개해 드리자면, 셜록 홈즈를 아동용으로 각색한 이야기를 '루트비어에 물을 타서 마시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는 촌철살인 표현은 정말 멋졌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찰리 브라운이 '아빠 이발소에 가면 아빠가 언제나 웃어준다, 이유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뭉클하네요. 찰리 브라운이 작중에서는 왕따에 패배자 기믹이지만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죠. 정말 최고의 아들이라는 것을 . 정말 심지굳게 잘 큰 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권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고 싶어요.

뻔하고 지루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찰리 브라운의 아버지날 에피소드만으로도 별점 3점은 너끈합니다. 팬이시라면 즐길 거리가 많은만큼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7/06/25

나를 사랑한 스파이 - 이언 플레밍 / 권도희 : 별점 1점

나를 사랑한 스파이 - 2점
이언 플레밍 지음, 권도희 옮김/뿔(웅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007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어린 시절 조악한 번역본으로 읽었던 "닥터 노" 이후 처음 읽는 오리지널 007 시리즈네요. 정식 번역 출간본입니다.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해 실망스럽기 그지 없네요. 아니,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유는 이 책은 작중 비브의 말 그대로 용에게 죽기 직전의 공주를 구해주는 기사의 무용담을 현대화하여, 약간의 소프트코어 포르노를 끼얹어 그려낸 어른들을 위한 할리퀸 로맨스에 불과한 탓입니다.

전체 분량의 거의 절반을 화자인 23살의 캐나다 아가씨 비비안 미셸의 짧지만 고역이었던 인생 역전 - 영국 유학 중 만난 첫사랑 데릭에게 순결을 잃는 과정, 두번째 남자 쿠르트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 종용과 함께 차이는 과정 - 에 할애하는데, 우리나라 60~7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 정도로 전형적이고 식상한 내용입니다. 정말 내가 '007" 시리즈를 읽고 있는게 맞는지도 혼란스러웠고요. 
다행히 우리나라 영화와는 다르게 순정따위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혼자서 세상에 대항해보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그래봤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미대륙을 횡단하려는 무모한 계획이고요. 솔직히 비브가 모텔에서 위험에 직면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호되게 당했을 겁니다.

하여튼, 이러한 책 분량 절반에 걸친 비브에 대한 장황한 묘사 후  2인조 악당이 모텔에 쳐들어오면서부터 겨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나마도 비브의 짤막한 저항이 한바탕 펼쳐지고 나서야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니, 분량으로 따지면 3/5 정도 지점부터네요. 그 뒤 본드가 악당들을 물리치고 여자를 구해주는건 전체 분량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악당들이 아무리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 요원과 상대가 될리가 없으니 긴장감을 느낄 여지는 없습니다. 본드의 활약도 솔직히 가관이에요. 처음부터 총으로 제압하면 되는데, 놈들이 마각을 드러낼 때까지 뜸을 들이는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불을 지르기 전에 놈들을 잡았다면, 모텔 주인 상기네티의 재산을 지켜준 것에 불과해서 끝까지 기다렸다는데 이는 모순입니다. 불을 지르기 전에 놈들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아내는건 불가능했으니까요. 이 부분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려면 놈들의 방화에 대한 단서를 어느 정도는 제공해 주었어야 하는데 그런 설명은 전무합니다.
비브에게 악당들 몸을 수색해서 총을 꺼내라고 시킨 후 위기에 빠지는 장면은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자아내고, 비브가 본드에게 반하는거야 당연한 수순이라고 쳐도 여기서 비브의 묘사는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여자들은 반쯤 강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빼앗기는 것을 좋아한다"라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아울러 모텔 주인 상기네티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모텔을 전소시키려고 한다는 범행 동기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법과학이 테르밋 등 가연성 물질을 동원한 방화와 사고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된 수준이었을지도 의문이며, 사람도 한 명 죽이고 네 명이나 되는 관계자를 만들면서까지 일을 벌일 보험금인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멋드러진 책 표지, 첫 정식 완역본이라는 가치는 있지만 재미와 수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졸작입니다. 읽으실 기회가 있더라도 피해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7/06/24

오늘 뭐 먹지? - 다카기 나오코 / 고현진 : 별점 2점

오늘 뭐 먹지? - 4점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artePOP(아르테팝)

신간이 나오면 찾아보곤 하는 다카기 나오코의 에세이 만화입니다. 제목처럼 평상시 먹는 음식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로 구분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부 19편에 스페셜 만화 두 편을 포함한 21편 구성으로, 각 편이 끝나고 해당 음식 사진들과 정말로 짤막한 만화가 덧붙여진 형태이고요.

다카기 나오코 만화다운 소소함, 그리고 소소함 속에서 피식하게 만드는 잔재미가 넘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굉장히 일상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이라 공감도 많이 갔어요. 여름에 차가운 소면 등 차가운 음식만 먹은 후, 위기 의식을 느끼고 간단 미소시루를 끓여 먹는다는 이야기처럼요. 조미료가 냉장고에 넘쳐난다는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히 특별한 조미료는 유통 기한 내 다 먹기가 쉽지 않지요. 계량을 대충대충한다는 내용도 와 닿았고요. 무엇보다도 맥주를 좋아하고, 중간에 술에 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에피소드는 정말이지 제 이야기였습니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슬쩍 소개되는 레시피도 반가왔습니다. 토마토 편에서 소개된 토마토 먹는 방법 - 토마토에 소금만 살짝 뿌려먹는다, 토마토를 맥주 안주로 먹는다 -, 다카기 나오코의 비법 국수장 레시피 - 간장, 미림, 청주 가쓰오부시 (등)을 넣고 끓인 농축 엑기스 - , 닭 가슴살을 물에 술과 소금 조금, 생강과 함께 끓인 후 불을 끄고 예열로 한참 익힌 후 간장과 청주, 고추기름을 섞은 양념장을 끼얹어 먹는 레시피(닭 국물은 소금, 후추로 간하고 계란과 파를 풀어넣어 국을 만든다)는 한번 해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우리나라는 생강대신 마늘을 넣으면 되겠지요?

하지만 일본 기준이고 등장하는 음식들도 일본 요리들 - 미소 어묵탕, 토필 볶음, 우메보시, 히야얏코 등등 - 이 많다는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내용 대부분이 "배 빵빵 일본 식탐 여행" 처럼 여행지에서 생긴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되는 여행지 별미도 아니고, 그냥 집밥들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서 해 먹었다'라는게 전부라서 별다른 드라마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술을 많이 마셔 숙취가 심해졌기 때문에 콩나물 국을 끓여 먹었다"는 이야기로 만화 한편이 나온 것과 다를게 없어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런 소소함이 다카기 나오코 작품의 매력이지만, 내용면에서 볼륨이 부족하다고 느껴진건 어쩔 수 없네요.
아울러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매 편 이야기도 부실합니다. "배 빵빵 일본 식탐 여행" 대비 한 페이지에 포함된 그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입니다. 출판사의 의도인지, 원래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격 대비해서 내용이 충실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단점이 더 눈에 밟히기에 감점합니다. 마지막에 결혼했다고 나오는데 이전에 읽은 작품들 모두가 독신으로 오래 살아온 이야기로 좀 급작스럽더군요. 여튼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재미있는 만화를 많이 그려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