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6/02/28

사무라이 SAMURAI - 스티븐 턴불 / 남정우 : 별점 2점

사무라이 SAMURAI - 4점
스티븐 턴불 지음, 남정우 옮김/플래닛미디어

영국 오스프리 출판사에서 발간한 스티븐 턴불의 책을 번역한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사무라이 계급의 역사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는 미시사 서적이지요. 10세기 겐페이 전쟁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사무라이 계급이 전국 시대를 거쳐 메이지 유신 후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주요 사건(주로 전쟁)과 주요 인물들과 함께 설명해 줍니다. 이전에 "도해 전국무장"을 읽고 한 번 데이긴 했는데, 워낙 이쪽에 관심이 있던 차에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프리의 책들은 왠지 신뢰가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네요. 자세히 소개될 것으로 기대한 이른바 "사무라이"들과 "무사도" 및 그들의 문화를 설명하는 내용은 절반도 채 되지 않습니다. 3장의 '조상 숭배의 열정'과 4장의 '사무라이식 죽음' 정도가 비교적 관련 내용에 충실하며, 그 외에는 실제 역사상 전쟁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전쟁 관련 도서로 유명한 오스프리의 책 답게요.

물론 전쟁 이야기가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식 화승총을 도입한건 사쓰마의 시마즈 가문이었다, 그들의 라이벌이었던 규슈의 오토모 문은 화포를 최초로 전쟁에 도입했다는 내용은 그 자체만으로도 군웅물을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냥 보면 외부에서의 공격에 엄청나게 취약해 보이는 일본식 성이 사실은 일본 지형과 전술에 특화되어 개발되었으며,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하는 결과물이었다는 석축 성곽 설명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고요.

'7장 사무라이의 바다'를 통해 왜구로 알려진 해적들의 해상 활동 외에 시암 왕국에서 일본인 용병들이 활약했다는걸 처음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야마다 나가마사' 관련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어요. 17세기에 시암 왕국으로 건너간 뒤 용병으로 활약하다가 왕국의 공주와 결혼하여 영주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냥 삶 자체가 드라마더라고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제법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한데, 좀 더 공부해 봐야겠습니다.

하여튼, 이런 전쟁 이야기를 통해 사무라이에 대해 다시금 조망하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전쟁사와 전쟁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기대와 너무 달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대표적인건 일본 황실에 얽힌 전설과 함께 유명한 "3종 신기"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는 제2장,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을 다룬 8, 9장입니다. 일본 역사가 궁금했다면, 그것도 전국 시대와 메이지 유신 당시의 세이난 전쟁 이야기라면 구태여 이 책을 구입해 읽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은 사이고 다카모리보다는 신센구미의 히지카타 토시조를 다루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번역도 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 것도 단점입니다. 플래닛 미디어의 "KODEF 안보 총서" 시리즈는 번역은 비슷한 문제가 있는 듯 싶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처음 알게 된 내용도 많기는 합니다. 도판도 괜찮고요. 그래도 앞서의 단점 및 2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감안하면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인터넷에서 전국시대 무장들을 검색해 보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그리 뒤쳐지지 않는 경험이라 확신합니다.

2016/02/25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 - 전병길 : 별점 2점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 - 4점
전병길 지음/생각비행

제목만 보고 활명수에 관련된 미시사 서적이라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것도 안 좋은 방향으로요. 최근 이런 식으로 많이 속았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하여튼, 저는 활명수 관련된 이런저런 역사 속 이야깃거리를 전해주는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일제 강점기 중심으로 영친왕이 활명수를 먹고 급체가 나았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실제 내용은 동화약방의 창업자 가문인 민씨 가문이 독립운동에 매진하였다, 동화약방을 인수한 윤창식 역시 선각자였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화약방 찬양입니다. 활명수는 단지 이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소품일 뿐이고요.
그나마도 1/3 정도 분량에 해당하는 일제 강점기까지는 괜찮은데, 해방 이후는 짜증날 정도로 억지스럽습니다. 근대사와 동화약품과 활명수를 무리하게 연결시키는 정도가 너무 지나친 탓입니다. 예를 들자면 '아폴로 달 착륙에 대해 설명하면서 당시 한국도 관련된 생중계 등으로 열풍이었다, 동화약품도 "파이오니어"라는 단어를 내세워 광고를 했다.'라는 식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한참 썰을 풀다가 주인공 덕수가 활명수를 먹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심지어 활명수와 별 상관없는 동화약품의 권투 시합 스폰서 기사까지 가져오는걸 보면, 신문 기사 검색 사이트에서 "동화약품", "활명수"를 입력해서 나온 기사는 모두 수집해 모아 놓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활명수에 대한 미시사적인 내용이 없지는 않습니다. 1897년의 창업과 창업 후 초창기 동화약방이 어떻게 성장하였는지는 당대의 사료와 함께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됩니다. 활명수 상표권 도용과 등록에 얽힌 이야기, 활명수의 라이벌들인 발매 당시의 활명액과 생명수, 현대의 까스명수, 위청수와의 격돌에 대한 내용들, 그리고 활명수의 초창기 가격과 복용 방법, 병 디자인의 변천사 등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울러 비록 기사 검색에 불과하지만 자유당 부정투표 당시 경찰이 민주당원을 구금한 죄목 중 하나가 활명수 부정 판매였다는 것, 60년대 말 70년대 초 쎄시봉과 통기타 열풍이 불었고 윤형주로 대표되는 CM송도 활성화되었는데 이때 동화약품의 CM송이 1위를 차지했었다는 등 시대상과 관련 있는 내용도 없지는 않고요.

허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실망이 더 컸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격동의 근현대사에 함께했던 제품과 회사를 엮어 풀어내려고 한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래서야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죠. 부채표 동화약품의 사보에 실려서 애사심을 고취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출간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이자면, 고등학교 동창 한 명이 부채표 동화약품 후계자였었는데 지금 뭐 하고 지내는지 좀 궁금하군요. 이름도 까먹은지라...

2016/02/23

조선의 武와 전쟁 - 박금수 : 별점 1.5점

조선의 武와 전쟁 - 4점
박금수 지음/지식채널

조선의 무예에 대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 EBS의 동명 다큐를 책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국가 주도의 편찬 사업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된걸 소개해 주는 것에 그치거든요. 

물론 이러한 국가 주도에 의해 체계화된 무예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전해주기는 합니다.

  1. 임진왜란 후 창설된 훈련도감에서 한교에 의해 우리 역사상 최초의 공식 무예서 "무예제보" 편찬. 명나라 척계광의 "기효신서"에 수록된 무예를 참고하여 만들어짐.
  2. 북방 기마병을 대처하기 위해 한교는 전투용 수레 전거를 활용하는 척계광의 "연병실기"를 응용하여 "연병지남" 편찬.
  3. 광해군 때 훈련도감에서 "무예제보번역속집" 출간.
  4. 사도세자의 지시로 "무예신보" 편찬.
  5. 정조 때 총 4권의 "무예도보통지" 편찬.

으로 구분되는 일련의 흐름과 십팔기에 해당하는 각종 무술들에 대해서는 아주 약간이지만 짚어주는 덕분입니다. '십팔기'라는 용어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네요.

허나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보다는, 내용에서 살짝 소개된 본국검이나 신검 등 전통 무예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했던 탓에 개인적으로 실망이 더 큽니다. 다큐가 존재한다는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부실한 도판 역시 마음에 들지 않고요. 아울러 모든 조선의 무예가 '십팔기'로 정리되었는데, 이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에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자가 '십팔기'의 전수자인 탓에 펼치는 억지 논리라는 생각만 들었네요.

그나마 무예 관련 이야기는 괜찮다 치더라도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및 이후 서양 열강의 개항 압력과 군란 등에 대해 소개해 주는 분량이 많은건 정말 별로였어요. 내용도 부실하고 유사한 다른 서적, 예를 들자면 "조선 전쟁 생중계" 등과 비교해서 장점을 찾아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역사적 이야기와 "무"는 '임진왜란 후 국가 주도로 체계화된 것' 외에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역시 저자가 무술인인 탓이 클 텐데 역사의 흐름을 '무'로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병자호란의 경우라면, 우리가 어떻게 준비했어도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겠죠. "겨울전쟁"의 핀란드처럼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얻을 수 있는 내용에 비해 과한 가격과 분량의 콘텐츠입니다. 그냥 다큐로 보는 게 훨씬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