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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31

식탁 위의 한국사 - 주영하 : 별점 3.5점

식탁 위의 한국사 - 8점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다양한 음식을 통해 그 음식 및 관련된 역사를 알려주는 미시사, 식문화사 서적입니다. 음식과 문화사 관련 서적을 많이 집필한 주영하 씨의 저서입니다. 무려 5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역작이지요.

목차는 크게 다음의 5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개항기" – 다양한 외래음식이 전래된 시기와 그 메뉴들을 다룸
  2. "국밥집" – 설렁탕, 추어탕 등 국밥에서 시작해 비빔밥, 냉면, 만두, 배추 등을 소개
  3. "조선 요리옥" – 유명 요릿집과 고급 요리인 신선로, 탕평채, 전복 등을 다룸
  4. "대폿집" –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대폿집, 선술집에서 먹었던 술과 안주 이야기
  5. "해방 이후, 음식의 혼정과 음식접의 글로벌화" – 해방 이후 변화된 음식 문화를 다룸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없을 수 없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소개된 요리들에 대해서는 기원과 역사, 당대의 레시피, 시조나 소설·영화 속 인용까지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동안 몰랐던 에피소드들도 풍부하게 담겨 있고요.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까지 전복이 굉장히 많이 잡혔다는 것, 편육이 원래 소고기 편육을 의미했다는 것, 전주의 명물인 탁백이국이 콩나물로만 만든 음식이었다는 것, 갈비구이가 원래는 대폿집의 저렴한 메뉴였다는 것, 빈대떡의 어원, 청어 과메기와 꽁치 과메기의 관계 등입니다. 간략하게라도 소개하고 싶지만,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자세하여 요약해서 인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실제 역사와의 직접적 연계 구성이 아니라는 점, 도판의 부실함, 몇몇 정보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예: "탁백이국", "빈대떡") 때문에 조금 감점하지만, 재미는 물론이고 자료적인 가치도 최상급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한국 음식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참고서 같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2014/03/28

Q.E.D 큐이디 46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큐이디 46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큐이디 4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45권은 건너뛰고 46권 리뷰. 50권을 향해 달려가네요. 이번 권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실연"

애인 히로시를 소재로 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인 만담가 아야메의 스승과 라이벌인 거장이 말다툼을 하다가 거액의 현금을 극장 안에 가져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난의 위험성 때문에 현금이 담긴 지갑을 항아리에 수갑으로 묶어 놓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현금은 종이뭉치로 바꿔치기 되어 있었다...

여러 명의 증언을 토대로 그 속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설정의 일상계 작품입니다. 이 설정은 Q.E.D에 한두 번 등장한게 아니죠. 뻔했지만 여러 증언 속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은 여전한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항아리에 지퍼를 수갑으로 묶어 놓은 지갑 속 현금을 어떻게 빼냈는지에 대한 트릭도 조미료 역할로는 충분했습니다. 츠노마루와 가메기치의 관계를 샘 로이드의 퍼즐로 설명하는 것도 탁월했고요.

하지만 아야메라는 캐릭터가 나와서 "실연"이라는 결말을 맞게 만든 것은 불필요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기는 합니다. 일종의 성장기나 통과의례로 보기에도 딱히 와닿지 않았고요. 재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가나와 토마를 끌어들이기 위한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그래도 평균 수준의 작품은 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순례"

일본군과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시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내의 살인범 재판에 참석하게 된 외교부의 엘리트 우스이는 중국 남창에서 하노이까지 무려 1,000Km를 도보로 이동했다. 운 좋게 탈 없이 재판에 참석하게 된 그는 야마이에게 사형만은 선고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 사건을 일본의 논픽션 작가 우치보리가 취재했는데 원고를 끝내지는 못했고, 우치보리의 사후 원고를 발견한 딸이 진상을 추적하게 되는데...

여러 증언 속 진실을 찾아낸다는 전개는 "실연"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실연"보다도 증언 자체는 훨씬 심플해요. 우치보리의 편집자, 당시 우스이의 부하였던 하쿠로, 그리고 당시 베트남 일본어 통역사였던 구엔의 손녀 3명만 증언하는데, 3명 중 2명은 우스이의 도보 여행은 순례 따위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 하고, 1명만이 순수한 자애심에서 비롯된 순례였을 것이라 답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거짓말을 한 것이 누구인지 뻔해 보이죠?

그래도 역사적 배경이 있는 흥미로운 사건과 결합된, 약간은 역사 추리물 같은 전개는 탄성을 자아냅니다. 시대 배경 덕에 "스파이 활동"을 위한 여정이었다는 설득력 있는 이유가 확 와 닿기도 하고요. 아울러 독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를 흐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솜씨도 정말 일품입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왜 범인인 야마이가 자살했는지가 핵심인데, 앞부분에서 하쿠로가 말했던 사건이 의외의 반전 요소가 되는 것이 좋았거든요.

원패턴의 내용이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단점이라고 말하기 힘들지요.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전체 별점은 3점. 매너리즘에도 빠져 있고 패턴도 고정되었지만, 재미만큼은 여전하니 참 희한하네요. 다음 권도 기대가 됩니다.

덧붙이자면 사건에만 집중해서 토마와 가나의 관계 진전은 전혀 없이 공기화되고 있다는 점은 오래된 팬으로서 약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이 둘의 관계도 약간이나마 진전이 있으면 좋겠네요.

2014/03/26

술의 여행 - 허시명 : 별점 3점

술의 여행 - 6점
허시명 지음/예담

술을 주제로 하여 해당 술의 고향을 찾아가는 기행문이자, 그 술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미시사, 식문화사,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레시피집을 겸하고 있는 책입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기행문과 그 지역 문화재 소개가 결합되어 있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비슷한 맥락이지요. 개인적으로 미시사, 문화사류의 책을 좋아할 뿐더러 요리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목차는 지역별 16개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두 꼭지는 일본의 술문화와 일본기업 월계관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소개되는 지역은 14지역입니다.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는 안동의 고삼주 이야기입니다. 고삼주는 견훤과 왕건이 고창에서 대치하던 929년 겨울, 주모 안중이 견훤의 병사들에게 먹여 그들을 취하게 만든 뒤, 왕건을 찾아가 공격하라고 알려 대승하게 만들었다는 유래가 있다는군요. 맛이 쓰면서도 단 탁주로 추정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경주는 당연하겠지만 신라주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14면체 목제주령구 각 면에 있는 벌칙들을 소개해주며 김유신과 천관녀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이 목제주령구가 복원과정에서 유실된 것은 몰랐었는데, 그나마 실측과 사진을 통해 복제품이라도 전해지는 게 다행이네요. 다음에 경주에 가게 되면 저도 기념품으로 하나 사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희석식 소주가 대세인 현재 시장에 증류주로 당당하게 도전하는 중인 경주법주의 "화랑"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금복주의 계열사이기도 한 경주법주가 독재정권 시절 일종의 특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배경설명까지 친절하게 소개되는데 뭐... 본의는 아니더라도 특혜는 특혜겠죠.

한반도 최초의 포도주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무주의 머루주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포도주는 원래 고려시대 원나라로부터 전래되었다고는 하나,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진짜 포도주는 하멜이 표류했을 때 난파된 잔해에서 건져내었던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클래릿 1통이었다고 하네요. 제주도 관리들에게 상납하였더니 관리들이 맛있다고 5일 만에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조정으로는 진상되지 못해서 아예 알려지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포도주는 "동의보감"과 "양주방"에 실린 대로라면 누룩과 찹쌀 고두밥, 포도즙을 섞어 빚는 중국식이었다고 하고요.
현재 한국 포도주는 "머루"로 만들고 있는데, 이 머루주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무주 지방의 와이너리 4곳 방문기 및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샤또무주의 머루주는 꼭 먹어보고 싶어요. 손수 농사지은 원료로 와인을 빚는 '도메인 와인'이라고 하는데, 주인이 있으면 팔고 없으면 그만 판다는 느긋한 마인드가 마음에 꼭 들거든요. 저자의 말대로 주인이 편안해야 술도 편안한 법이겠죠.

그 외의 이야기들도 모두 재미있고, 소개되는 술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조 과정을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고 있는데 꼭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 맛깔난 글솜씨도 좋았고요. 일본과의 술문화 비교라든가 사라져가는 전통술, 누룩도가들의 이야기는 안쓰러움과 함께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단점이라면 사진이 별로라는 점, 그리고 이왕지사 기행문처럼 쓸 것이라면 조금 자세한 지도를 함께 실어주었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복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의아한 점이고요. 

그래도 유려한 글과 술에 대한 정보로도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중 저와 비슷한 취향이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복간본인데 이미 절판되어 있네요. 이유가 무엇일지... 그 정도로 안 나갈 책은 아닌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덧붙여 부록에 실린 술도가 연락처 중 꼭 먹고 싶은 것과 그 연락처를 기록해 놓습니다. 구하기 쉬운 대형 주류업체 술부터 먼저 찾아 마셔봐야겠습니다. 이번 주말은 "화요"와 함께 해 볼까요?

1. "가을국화" - (주) 무학
2. "샤또무주 머루와인" - 샤또무주 와이너리 /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 46-20 / 063-322-8101
3. "문경 호산춘" -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 460번지 / 054-552-7036
4. "부자" - 배혜정 누룩도가
5. "운해" - (주) 금복주
6. "화랑" - (주) 경주법주
7. "화요" - (주) 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