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3/08/31

옛 추억 전파과학사 문고

갑자기 생각나서 구하게 된 전파과학사의 "과학사의 뒷얘기" 4종 세트. 찾아보니 아직 절판되지 않고 건재하더군요. 제가 여태까지 읽었었던 비슷한 과학야사류의 책 중에서는 단연컨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생각난 김에 4종 세트 전체를 과감하게 질렀습니다.

그런데 배송된 책을 보니 인쇄의 질 등 책의 완성도에 비하면 권당 8천 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과한 느낌입니다. 폰트도 옛날 타자기로 친 듯한 뭉개진 글씨라 가독성도 떨어지고, 종이질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책 자체가 20~30여 년 전 세상에서 빠져나온 느낌이랄까요? 심지어 표지는 20~30년 전 것이 더 나았다고 생각되기까지 하고요.

다시 읽어봐도 내용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e-book으로 읽는 게 더 적합한 콘텐츠로 보입니다.

물론 당분간 옛 추억에 빠져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큼은 별점을 몇 점을 주더라도 아깝지 않지만, 궁금했던 다른 책들도 사야 할지는 좀 고민되네요. 전파과학사 책에 향수를 가지고 계신 저와 같은 분들이 또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2013/08/29

너클볼! - 리키 스턴 외 (2012)

"다음에 던질 공이 내 인생 최고의 공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

보스턴의 팀 웨이크필드가 통산 200승을 거두는 이야기를 축으로 여러 너클볼러가 등장하여 너클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야말로 너클볼을 위한 다큐멘터리.

국내에서는 마일영 선수가 잠깐 던져서(근데 사실인가요?) 화제가 되었을 뿐, 실전에서 보기 어려운 구종이지요. 전 LG의 김경태 선수가 던졌다고는 하지만 저는 중계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잘만 익히면 어깨를 그다지 혹사하지 않으므로 롱런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투구 메커니즘과 너무 달라 제대로 익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다큐에서는 너클볼에 대해 선수들이 일종의 '사기'와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 힘든 점이 있다고도 하니, 여러모로 고생이 많은 구종이더군요.

어쨌거나 다큐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타자 유망주였던 팀 웨이크필드가 투수로 전향하여 너클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만, 바로 몰락한 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되어 다시 재기하는 과정. R.A 디키가 미국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되며 승승장구하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팔의 심각한 이상이 발견된 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너클볼을 연마하는 과정.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지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거든요.

중간중간에 좀 지루한 부분이 있고, 팀 웨이크필드와 R.A 디키의 이야기가 다소 두서없이 전개되는 느낌은 있지만, 야구팬 모두에게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오늘 고양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가 너클볼을 익혀 미국 독립리그 입단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뭐, 건투를 빌겠습니다.

2013/08/27

의뢰한 일 - 호시 신이치 / 지식여행 : 별점 2점

의뢰한 일 - 4점
호시 신이치 지음/지식여행

휴가 마지막 날, 짧은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선택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 플라시보 시리즈로 간행된 것 중 한 권입니다.

짧은 시간 읽기에는 적당했는데, 그다지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장점인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그대로지만, 단점인 유사한 분위기와 설정의 작품이 너무 많았던 탓입니다. 기대했던 특유의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반전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요. 다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별로 없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역시 이 작가의 최고작은 "봇코짱"이 맞는 듯싶습니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라면 아래와 같습니다.

"방지대책"

멸종을 막기 위한 거창한 사상과 노력이 설명되더니, 그 노력이 무좀균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기상천외한 반전이 인상적인 소품.

"알리바이"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 살인 혐의를 받으나 바로 풀려난다. 이유는 그의 외모를 그가 홀로 방문했던 곳의 모든 낯선 사람들이 기억했기 때문. 행운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얼굴이라면 차라리 형무소에 들어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청년의 고민으로 마무리되는데, 작가 특유의 기발하면서도 서늘한 맛이 괜찮았습니다.

"외곽단체"

정부기관이 해결하기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나쁜 짓은 외곽의 가짜 단체가 저지른 일이라고 발표하며 빠져나간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 이 ‘다크 아스피린 그룹’이라는 가짜 단체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우수한 고급 관료 한 명을 그들의 음모로 인한 자살로 위장해 죽인다는 아이디어로 끝나는데 마지막 대사가 압권이에요. “추첨을 합시다. 저는 발안자이니 빠지도록 하지요.” 꼭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같은 결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