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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철벽의 알리바이로 완전범죄 성립!? '교환 살인'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 언제나처럼 honto의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리 소설 추천. 국내 소개된 작품은 4편입니다. 저도 두 편 밖에는 읽어보지 않았는데 찾아봐야겠네요.

'교환 살인'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살해 대상을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살인이 저질러지고 있는 동안에 철벽의 알리바이를 준비해서 혐의에서 벗어나는 완전범죄를 만들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나 교환 살인이 트러블, 변심이나 배반 등으로 생각대로 잘 흘러가지 않고 그 와중에 드라마가 발생하는건 추리 소설에서 기본적인 테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교환 살인 미스터리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4중의 교환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범인과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노리즈키 경시와 린타로 부자의 활약을 그린 미스터리. 범인 측 시점은 일종의 도서 미스터리로, 노리즈키 경시와 린타로 부자 시점은 본격 미스터리물로 즐길 수 있다. 또 교환 살인으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에 대한 후더닛 요소도 더해져 있는, 헛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치밀한 플롯이 빛나는 본격 요소가 가득 담겨있는 작품.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립탐정 파트, 탐정의 제자 파트, 형사 파트가 순서대로 그려지며 교환 살인물로는 드물게 도서 미스터리 스타일이 아닌 채로 진행된다. 제목에는 있지만 도대체 무엇이 교환 살인인지 궁금해하면서, 가벼운 분위기의 문장에 혹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의 속셈에 빠져들고 마는 본격 미스터리.

<<도망자>> 오리하라 이치

교환 살인을 저질렀지만 배신당해서 한 번 체포되었지만 탈주한 뒤 도망자 신세가 된 도모타케 지에코. 그녀와 그녀를 쫓는 형사와 남편, 그리고 인터뷰로 구성되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도피 행각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노골적이며 의미심장한 표현들은 서술 트릭의 대가인 저자의 솜씨를 느끼게 해 준다. 실재로 있었던 사건이 모델인 미스터리 작품.

<<스트레이트 체이서>> 니시자와 야스히코 (국내 미출간)

린지는 바에서 취했을 때 3중 교환 살인 약속을 해 버렸다. 다음날 아침, 자신이 지목했던 살해 대상이었던 상사의 집에서 타살 사체가 밀실 상황에서 발견되는데..... 저자가 SF 설정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들을 발표하던 시기의 작품. 수수께끼 아이템이 등장해서 이번에도 SF 설정이구나 싶은 점도 흥미로운 점. 꼭 주인공에 감정이입해서 읽어보시길.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교환 살인이 주제인 작품들 중 선구자적인 존재인 이 작품은 히치콕 감독에 의한 영화도 유명하다. 우연히 같은 전철에서 만난 가이와 브루노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브루노가 가이에게 교환 살인을 제안한다는 내용으로 편집광적인 스토커의 무서움을 맛볼 수 있는 심리 서스펜스물.

정보는 모두 당신 손 안에! <<독자에의 도전장>>을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 작품들

대포와 스탬프 1~9 - 하야미 라센진 : 별점 2.5점

[고화질세트] 대포와 스탬프 (총9권/완결) - 6점 하야미 라센진/미우(대원씨아이)

밀덕 만화가 하야미 라센진의 (현재까지는) 최장 장편. 2017년에 1권이 국내 첫 소개되고, 6년만에 완결을 보았네요.
다음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 정도로 개별 단편 하나 하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팥죽을 좋아하고 엄청난 업무 능력을 발휘하는 마르티나 중위, 저명한 SF 작가 키릴 대위, 엄청난 전투력의 소유자인 불사신 보이코 상사, 형무소 출신으로 밤 생활에 능통한 아네티카, 이재에 밝아 보이지만 항상 실패하는 만치코프 등 개성있는 중대원들 묘사도 좋고요.
2차대전 시기를 모티브로 하는 각종 등장 장비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묘사는 작가의 덕력의 깊고 넓음을 짐작케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감상을 말하자면, 장편으로는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제국군과 공화국군, 공국군이 서로 싸우는 치열한 전쟁과 병참 부대 인물들 에피소드가 잘 어우러지지도 못하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긴 이야기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서너편 되는데, 전개에 있어서 무리수를 두거나 설명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여기에 더해 빌런 카라이브라힘이 벌이는 여러 악행들은 최악이었습니다. 전쟁과 딱히 관련도 없을 뿐더러,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상 뭔가 일을 벌일 때 마다 실패하고 정체가 드러나서 도저히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악당으로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카라이브라힘의 오른팔인 암살자 소년 유스프는 이야기의 비현실성을 더해주는데 그치고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초, 중반까지는 전투 장면도 한없이 유쾌하게 개그 분위기로 끌고가다가 마지막에 전쟁은 비극이라는 결말을 맞는데, 이를 잘 그려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작가의 작화부터가 비극에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부족한 전개 능력이 발목을 잡았어요. 비극을 그리기 위한 묘사가 죽음밖에 없는 탓이 큽니다. 마지막 권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습니다. 불사신 보이코, 도둑고양이 아네티카 등 중대 핵심 멤버들, 라드반스카 중장, 토이치로브스키, 수도사 등 중간중간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거든요. 이 죽음들도 전우 (마르티나)와 함께 했던 보이코 상사 말고는 모두 허무한 개죽음에 가깝다는건 - 대표적인게 보드카 아케조코 스페셜 공장 때문에 죽어버린 아네티카 - 수년을 함께했던 독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런 개죽음이야말로 비참한 전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요소일 수는 있습니다만... 최소한의 드라마는 그려주었어야 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꼭 살아남아 주었으면 했던 아네티카 대신, 얌체 캐릭터 만치코프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게 정말 별로였습니다. 죽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키릴 대위는 시력을 잃고, 마르티나는 팔을 잃고 맺어졌던 둘이 헤어지는 듯한 묘사도 별로였어요. 어렵게 맺어진 연인이 헤어지는 것도 전쟁이 불러온 비극인데 이를 왜 자세히 그려내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어떤 궁지에 몰려도 상대를 죽이고 탈주했던 핵심 빌런 카라이브라힘이 도주하다 맞은 총으로 죽어버리는 것도 허무했습니다. 출하 요청을 받아 급하게 마무리한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드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2차대전과 밀리터리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데, 전체적으로는 다소 미묘했습니다. 이 작가는 짧은 호흡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그려낸 작품이 훨씬 잘 어울린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 역시 초중반부까지의 유쾌한 전쟁물로 끌고갔더라면 더 좋았을겁니다.

2023/01/29

여고생 드래곤 - 땅콩 : 별점 3점


오랫만에 완결까지 정독한 웹툰. 여고생 김민지가 이세계 골드 드래곤과 몸이 뒤바뀐 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한다는 내용의 개그 판타지입니다.
인간이 이세계 용의 몸으로 전생한다는건 <<드래곤과 조지>>에서 접했었던, 다소 흔해빠진 이야기입니다. 김민지로 전생한 드래곤이 남자친구와 사람에 빠진 뒤 모든 능력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는걸 택한다는 이야기 역시 흔하다면 너무나 흔한 이야기이고요. <<인어공주>>와도 별로 다를게 없잖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런 흔해빠진 이야기를 특유의 개그 센스로 보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 합니다. 게다가 개그가 아주 잘 짜여져 있기까지 합니다! 판타지 세계의 경우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놓인 상황과 등장인물들간의 티키타카를 통해서 개그가 발생하는데, 민지의 일행인 스미스가 '전설의 초거대 짐승'을 죽이고 나서의 경우가 있습니다. 초거대 짐승은 알고보니 현자가 남긴 보물 '사냥의 신'의 남편이라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말지요. 또 판타지 세계에서는 전형적인 클리셰를 비트는 개그 요소도 많은데, 도미니크가 만년설원에서 얼음 검을 넣고 용사의 힘을 얻지만 더운 지방으로 이동하자 검이 녹아버리고 만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여고생 몸에 들어온 골드 드래곤 시점의 개그는 전형적인 캐릭터 개그물인데 이게 또 대박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필멸자'라 칭하는 등 독특한 화법과 정신세계로 현실을 바라보는게 매 화마다 한두컷 정도 선보이는게 전부인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게다가 이 한두컷 정도 분량으로 100여화를 넘게 이어가면서 결론적으로 또 다른 하나의 긴 이야기 - 그것도 결국은 청춘 로맨스를!!!!! - 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도 박수를 칩니다. 약간 <<엘하자드>> (OVA 버젼) 느낌도 나는데 개인적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싶을 정도로 아주 괜찮았어요. 100여화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적절한 분량도 마음에 들고요.

민지의 일행 중 더러움을 담당하는 도미니크에 의한 화장실 개그가 없는 편은 아니고, 지나치게 개그에 몰두해서 무리수를 두거나 중간중간 전체적인 흐름에서 다소 이질적인 전개를 보이는 에피소드도 살짝 거슬리기는 합니다. 작화도 아주 좋다고 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단점은 사소합니다. 이 정도면 누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개그물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