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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1

새비지 가든 - 마크 밀스 / 강수정 : 별점 3점

새비지 가든 - 6점
마크 밀스 지음, 강수정 옮김/비채

영국 대학생 애덤은 지도교수 크리스핀으로부터 한가지 제안을 받는다. 제안의 내용은 교수의 오랜 지인인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명가 도치가문의 여주인 도치 여사 저택에 있는 16세기에 건설된 정원에 대한 연구를 해 보는 것. 수락한 애덤은 다양한 조사 끝에 페데리코가 사랑하는 아내 플로라를 기리기 위해 건설되었다는 정원의 진짜 의미를 서서히 깨닫게 되며, 또한 혼란스러웠던 2차대전의 막판에 도치 가문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진상 역시 파헤치게 된다.

"하우미스터리"의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된 소설입니다. 일단 이 자리를 빌어 하우미스터리 관계자 분들과 도서출판 비채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이 소설의 쟝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요. 역사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허구의 가문과 허구의 역사, 허구의 정원이 주제이기에 썩 타당해 보이지는 않고, 정통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단서의 공정한 제공이 부족하여 별로 어울리지 않네요. 솔직히 추리물로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구태여 정의내리자면 추리물의 성격을 띈 대학생의 성장기 정도인 것 같네요. 그만큼 애덤이라는 주인공이 서서히 자기 자신의 능력과 타인에 대한 여러가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가장 큰 핵심 요소이니까요.

그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이 작품의 두가지 주요 소재 중 먼저 정원 관련 이야기를 해야겠죠? 제목 그대로 "새비지 가든" 이라 할 수 있는 이 정원에 대한 묘사는 대단하고 치밀하며, 단테의 "신곡" 과 매치시켜 진상을 드러내게끔하는 전개는 탁월합니다. 역사속에 감추어진 미스테리를 밝혀내는 과정에 수반되는 지적 흥분이랄까, 하여간 그런 요소는 확실히 잘 짚고 있어요.
그러나 정원의 디테일이 생각만큼 머리속에 잘 드러나지 않고, 단테의 신곡 역시 그다지 친숙한 소재가 아니기에 뭔가 무릎을 칠만한 획기적인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더군요. 신곡을 제가 제대로 안 읽은 탓이 제일 크겠지만 그만큼 국내에는 적합한 소재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겠죠. 그리고 정원에 대한 최소한의 도판이나 약도 정도로 설명해주는 센스가 좀 아쉬웠어요. 진상이라는 것이 과연 4세기 동안 아무도 깨닫지 못할 만큼 잘 숨겨져 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두번째 핵심 사건인 도치 여사의 장남 에밀리오의 총기 피살 사건은 정원 이야기에서 서서히 확장되어 가면서 의외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솜씨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쪽은 "정원"에 비한다면 더더욱 알맹이 없는, 추리물로 보기에는 너무나 어이없는 수준이라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보다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지만 범인이 스스로를 드러내게끔 하기 위해 벌인 모종의 공작(?) 쪽이 차라리 더 흥미진진하더군요. 아주 제대로 주객전도가 된 느낌이랄까요? 가장 큰 트릭이라고 할 만한 것이 과거 사진을 보고 "멘델의 법칙"을 통해 유추하는 가계에 대한 진상.. 이라는 것이니 말 다했죠.

그래도 400여페이지나 되는 대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묘사, 잘 짜여진 구성 등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캐릭터들도 확실하게 잘 살아있고 무엇보다도 16세기 정원에 대한 묘사가 그만큼 뛰어났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아주아주 완벽한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추리물"을 기대한다면 아무래도 실망이 더 앞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긴 하지만요. 별점을 주자면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추리물로서의 점수보다는 순수한 재미 측면에서 3점주겠습니다. 돈을 주고 구입했더라면 좀 아깝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2008/12/08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 류동현 : 별점 3점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 - 6점
류동현 지음/루비박스

최근에 국내외적 문제와 직장문제, 개인적 사생활 문제로 인하여 독서에 힘을 쏟지 못하던 와중에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입수한 책입니다. 어렵고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던 차에 하늘의 선물이라 여기고 곧바로 읽어버린 책이죠.

책은 크게 영화 시리즈 4편을 중심으로, 각 편마다 등장하는 유물과 그 유물에 관련된 역사를 다루고 있는 구성으로, 솔직히 신청할때는 훨씬 두껍고 전문적인 책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받고보니 그야말로 "핸드북" 이더군요. 덕분에 쉽게쉽게 빠르게 읽히는 맛은 있었고 인디아나 존스의 팬이라는 저자의 팬심은 적나라하게 느껴졌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전문적"인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한마디로,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좀더 자세하게 내용을 살펴보자면, 첫번째 편 "레이더스"에서의 성궤 이야기는 그런대로 한 줄기를 잡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는 있지만 (과연 성궤는 언제, 어디서 없어졌으며 지금 어디있을까?) 작가의 말대로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암호"를 지나치게 인용한 마무리가 좀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디 시리즈 중 제일 재미없게 보았었던 두번째 편 "저주의 사원"은 "상카라 스톤"이라는 등장 유물과 그 배경이 너무 허구인지라 고고학과는 좀 동떨어진 주제로 보였습니다. 세번째 편인 "최후의 십자군"의 성배 이야기는 "다빈치 코드" 덕분에 수없이 많은 자료가 넘쳐나는 이야기라 신선함이 떨어졌고요. 네번째 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영화 개봉 이전에 쓰여진 글이기 때문인지 "크리스탈 해골"에 대한 간략한 서술과 마야, 아즈텍 등 중앙 아프리카 고대 문명에 대한 개략만 훝는 정도로 끝나서 좀 더 깊이있는 정보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뭔가 읽다보면 흥미롭긴 한데 그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갈증만 더하는 꼴이었어요. 그 외에 영화 서두에 등장하는 짤막한 유물들과 TV시리즈 등에 대해 짤막하게 다루고 있으며 부록으로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싣고 있는데, 영화에 대한 정보는 사실 이 책의 주제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좀 실망스러웠고요.

요약하자면 좀 저연령대,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수준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학습도서에 가깝다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타겟을 좀 잘못 잡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책의 주제는 마음에 들기에 좀 더 흥미롭게 자세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내용이 별반 깊은 수준을 다루고 있지 않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지문"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기회 마련해 주신 이글루스와 도서출판 루비박스 관계자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8/12/03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 권일영 : 별점 4점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8점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1억엔, 그리고 그만한 양의 각성제를 가지고 도주한 전 파트너 와타나베 때문에 야쿠자와 경찰 양쪽 모두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찾아와 르포라이터 사에키라는 인물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그 뒤 사에키의 아내가 실종된 사에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였다. 알고보니 사에키는 도신 그룹 가문의 사위였다.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 사와자키는 사에키가 작성하고 있던 기사를 보고, 그가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에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자신을 찾아왔던 정체불명의 남자가 저격 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는데...

하라 료의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 첫 작품으로 기다린 보람이 있던지 드디어 출간되었군요. 생일선물로 형에게 늦게나마 전달받아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비록 일본 작가가 일본을 무대로 쓴 일본인 탐정의 이야기이지만, 탐정의 캐릭터와 소설의 전개 모두 미국의 정통파에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전에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인 "내가 죽인 소녀" 때와 감상이 좀 비슷한데 장점이 그만큼 똑같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폐차직전의 똥차 블루버드, 필터없는 담배로 대표되는 사와자키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굉장히 스케일이 큰 사건이 연달아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실감을 느끼게 해 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탐정의 조사가 대부분 탐문, 주변인물 조사 같은 형태로만 이루어진다는 거라던가, 탐정 자신이 커버하는 일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등이 있겠죠.
마지막 순간에 터트리는 진상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추리적으로 완벽하게 앞뒤가 딱 들어맞는다던가, 증거가 완벽하게 준비된다는 것은 없이 사와자키의 말로만 설명된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러한 탐정의 말빨에 의한 추리쇼도 하드보일드 소설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니 만큼 비난하기는 어렵겠죠. 어쨌건 충분히 설득력도 있고 재미도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2004년 대만 천수이볜 총통 저격 사건과 유사점도 느껴졌기에 더욱 재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하드보일드 소설의 단점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약간 아쉬운데, 일단 모든 사건이 "우연"이 겹쳐져 계속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해결되어 나간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사에키나 그의 아내 사에코나 의문의 사나이 가이후 등등 모든 인물이 사와자키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 것도 우연. 사와자키 사무실에 침입한 인물의 차 넘버를 알게되는 것도 우연. 애시당초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물이라는 설정이 굉장히 작위적인 우연이니 뭐 할말이 더 있겠습니까... 본토박이 하드보일드의 자취가 너무 곳곳에 있어서 일본작품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 것 역시 장점보다는 아무래도 단점쪽에 더 가깝겠죠. 그 외에도 이건 책 자체의 문제인데 오타가 몇개 있는 것도 약간 몰입을 저해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회장이 행복해서 (원래 문맥상은 회복해서)" 는 정말 코미디였어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앞서 설명했듯 장점이 더욱 많고 재미도 있기에, 또한 하드보일드의 완벽한 적자 사와자키라는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드보일드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제서야 소개되는 것이 사실 의아한 작품이기도 한데 좀 잘 팔려서 국내에서도 이런 좋은 작품을 보다 자주 만나보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개인적인 별점은 4점입니다. 5점 만점을 주기에는 단점이 약간 있긴 합니다..^^ 4점도 높은 점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