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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1

코코 (2017) - 리 언크리치 : 별점 4.5점



<<아래 리뷰에는 핵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디즈니픽사의 신작. 딸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감상한 작품입니다. 픽사의 전작 <<굿 다이노>>는 이제 이 친구들도 디즈니한테 밀리는구나, 여기까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는데 (참고로, 이후 이어진 <<도리를 찾아서>>와 <<카 3>>는 모두 후속작이라 전작을 보지 못한 딸 아이 때문에 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킵니다.

우선 멕시코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굉장히 잘 먹힐만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대가족으로 조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날이 따로 있으며 이 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는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니까요. 또 "죽은자의 날 (제삿날)"에 죽은 조상들 (귀신들)과 어울린다는 기본 얼개 역시 굉장히 친숙합니다.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서 도와준다던가, 가사 상태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난다던가 하는 흔한 이야기들과 똑같잖아요.

이렇게 친숙한 설정을 토대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아주 감동적입니다. 최근 보기 드문,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가족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을 이렇게까지 잘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물론 중반 정도에 이르면 누구나 델라 크루즈가 진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아니고, 헥터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일 것이라는 반전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마마 코코의 기억을 노래로 떠올리게 만든다는 마지막 장면도 예상 가능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뻔한 전개를 특별한 신파 없이도 눈물샘을 자극하게 만드는 연출도 아주 대단했습니다. 노환으로 거의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가 기억을 되찾는 장면이 특히 압권이었어요. 아, 저도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가족 이야기가 서구 시장에서도 먹힐까? 하는게 조금 궁금하네요. 굉장히 동양적인 설정으로 보여서 말이죠. 영화가 미국에서도 흥행하는걸 보면 먹힌다 싶기도 하다가도, 그냥 미국 내 라틴 계열 인구 비율이 높아서 흥행이 잘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여튼 그 외에도 픽사스럽지 않은, 디즈니의 DNA가 삽입된 것도 눈에 뜨입니다. 시종일관 흐르는 흥겹고도 즐거운 음악이 화면 및 내용과 어우러지는, 일종의 뮤지컬을 방불케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이죠. 디즈니 작품들처럼 아예 대사까지 노래로 치환하는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극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음악과 노래가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노래들도 좋아요. 제가 어린 시절, 아버님께서 자주 듣던 Trio los panchos의 노래들이 떠오르더군요.

이렇게 장점이 가득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여러가지 설정의 디테일이 좀 부족해요. 죽은 자들의 날에 저주를 받아 끌려왔다는 설정부터 그러합니다. 미겔 말고도 이 날 도둑질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텐데, 미겔을 보고 다들 너무 놀라는게 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죽은 자들의 도시에 대한 설정도 깊이가 없는건 마찬가지에요. 비쥬얼은 휘황찬란하지만 그냥 해골들이 살아갈 뿐,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구현해 놓은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알레브리헤라 불리우는 일종의 애완동물(?) 들 설정도 설명이 너무 부족하고요.
액션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뭔가 화려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것도 조금은 단점이었어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가족 영화로 손색없는 걸작입니다. 별점은 4.5점. 아직 보지 못하신 모든 분들께 꼭 한 번 감상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따가 부모님께 전화 한 통화 드려야겠네요.

아울러 이 작품이 픽사의 현재라면, 오프닝 단편 <<올라프의 겨울 여행>>은 디즈니의 현재인데 역시나 대단한건 마찬가지더군요. 행복한 가족 영화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노래와 장면이 어우러지는 뮤지컬 적 연출, 슬랩스틱적인 개그 등 디즈니의 강점이 모두 발휘된 좋은 작품이었어요. 제 딸은 이 작품을 더 마음에 들어할 정도로 말이죠. 두 스튜디오의 선의의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랍니다.

2017/02/11

모아나 (2016) - 론 클레먼츠, 존 머스커 : 별점 3점

모투누이 섬 족장의 딸 모아나는 죽어가는 섬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놓는 여행을 떠났다. 우선 테 피티의 심장을 훔쳤던 영웅 마우이를 찾아 나서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신작으로 딸아이와 함께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전연령 대상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내용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시작부터 그러합니다. 마우이가 테 피티의 심장을 훔친 직후, 테카와 싸우는 묘사가 연이어지는데 이것은 테피티가 테카가 되었다는 반전을 왜곡시키는 묘사입니다. 게다가 항해 민족이었던 모아나의 부족이 항해를 그만 둔 이유도 대충이며, 항해를 그만 둔게 부정적으로 그려지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착할 땅을 찾은 덕분에 항해할 필요가 없어진건 당연한 상황인데 말이지요.
모아나를 떠난 마우이가 테카와의 최후의 결전 중 모아나에게 돌아온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며, 바다가 선택해서 바다가 돌보아주는 모아나가 테카를 넘어서지 못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바다가 방패막이만 해 주었어도 모아나는 아주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단점을 덮어버릴 정도의 강력한 장점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시각적인 쾌감입니다! 완성도, 비쥬얼, 아트웤이 정말 어마어마하거든요. 그 중에서도 바다에 대한 묘사는 정말로 출중해서 이 정도면 이제 실사로 찍을 필요가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비스"에서 물 CG를 보고 경악했던게 엊그제같은데 이제 실사보다 더 실사같은 CG의 시대라니 격세지감이네요. 바다 외의 이국적인 열대 섬을 무대로 한 풍광과 디테일들도 좋고요. 겨울 왕국 다음에는 열대 낙원인 셈이지요. 문신을 활용한 전개 등 해당 지역의 문화와 풍습을 이야기에 잘 녹여낸 묘사들도 볼거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가오리가 되어 모아나를 이끄는 장면은 정말이지 울컥하게 만드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오랫만에 '강한 남자'가 등장하는 것도 괜찮았어요. 마우이는 전통적인 디즈니 세계관의 왕자님 캐릭터들과는 다른, 거칠고 무례한 마초적 매력이 넘치면서도 실제로 강한 능력자라는 점에서 독특함을 전해줍니다. 보여주는 액션도 화끈하고요.

디즈니 뮤지컬답게 음악도 역시나 최고 수준입니다. 토속적인 리듬이 살아있는 듯한 곡들이 가득합니다. '렛잇고'처럼 대단한 반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저는 더 흥겹고 좋더군요. 요새 'how far i'll go'는 하루에 한번 이상 듣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물을 중심으로 한 자연 풍광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점에서 "굿 다이노"와 비교할 수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이 훨씬 좋았습니다. 이 정도면 디즈니가 픽사를 넘어선게 아닌가 싶네요.

2016/03/01

주토피아 (2016) -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 별점 3점

"굿 다이노"가 망하기는 했지만 최근 분위기 좋은 디즈니의 최신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주말에 딸아이와 함께 감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른들이 보아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괜찮은 작품입니다. 우선 전형적인 버디 액션 수사물의 형태로 시간 제한 있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제법입니다. 음모도 적절하게 구성되어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요. '공포'를 통해 특정 집단을 자신의 추종 세력으로 만든다는 정치적인 행동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설득력이 높지요.

동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그리고 이쪽 바닥의 전설적인 명가 디즈니의 작품다운 깨알같은 개그들도 마음에 듭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씬 스틸러는 엄청 빠른 나무늘보 반짝반짝 플래시겠지만, 그 외 다른 동물들 모두 원래 동물 특성이 잘 보이도록 구현되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토끼와 여우의 빠른 몸놀림을 적극 활용한 속도감 넘치는 액션씬도 아주 볼 만하고요. 주토피아의 디테일과 아트웍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무엇보다도 동물을 소재로 민감한 부분인 "인종 차별"과 "선입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작중 편견의 희생양이 되는 동물은 토끼와 여우인데 토끼 쥬디는 작고 약하다는 편견으로 평생 소원인 경찰이 되지만 경찰 내부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여우 닉은 포식자에다가 약삭빠르고 교활하다는 편견으로 모든 집단에게서 신뢰할 수 없는 동물로 낙인이 찍혀 있고요.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흑인은 무조건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고, 중동 이슬람 교도는 모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편겸과 선입견 가득한 작금의 행태와 엮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중반부에 사라진 동물들이 야수화된 것에 대해 쥬디가 설명하는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폭발합니다. 사실 작중의 포식자보다는 현실을 빗대어 생각하면 훨씬 와 닿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소녀 백인 경찰이 거리의 사기꾼인 흑인과 친해졌는데, 사건을 해결하고 인터뷰에서 흑인을 싸잡아 잠재적인 범죄자라고 말하는 꼴이니까요.

그러나 허술하게, 조금 쉽게 넘어간 부분이 눈에 띄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 보좌관의 음모로, 포식자를 야수로 만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를 어떻게 드러낼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어 보였습니다. 무려 12마리나 야수가 되었는데 그 시점까지는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며, 드러나게 된 것은 쥬디가 운 좋게 활약했을 뿐이잖아요? 공공장소에서 시장을 중독시키면 한방에 끝났을 텐데 왜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진행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요.

또 마지막에 닉이 경찰이 되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사기꾼이 경찰이 될 정도로 경찰이 만만한 조직은 아니죠. 이게 무슨 "폴리스 아카데미"도 아니고... 차라리 닉이 어렸을 적 레인저가 되려다 왕따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대신, 경찰학교에 입학했었는데 주위의 편견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설득력 높지 않았을까 싶네요.

허나 이런 부분들은 아이 시각으로 보면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나치게 편견에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서 느낀 문제점들이죠. 작품에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냥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와 더불어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준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후속편이 기대되네요.

2016/01/25

굿 다이노 (2015) - 피터 손 : 별점 2점

픽사의 신작. 딸아이와 주말에 더빙판으로 감상했습니다.

픽사 작품치고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흥행에 실패했다는데, 각본이 너무나 별로인 탓으로 생각됩니다. 공룡이 문명에 근접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인간은 일종의 애완동물 포지션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괜찮습니다만 그 외에는 건질게 없네요. "나약한 주인공이 몇번의 위기를 거쳐 한 몫하는 존재로 성장한다"라는 전형적인 성장기와 똑같은 진부한 내용에 불과하니까. 픽사 특유의 재치 역시 찾아보기 어려우며, 벌어지는 위기는 유치하고 작위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대체 이 세계관에서는 왜 이리 폭풍이 많이 몰아치는 걸까요? 

이야기가 부실하다면 주인공인 알로와 스팟 컴비라도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종이 역전된 것에 기반한 약간의 재미 외에는 별다른 매력이 없습니다. 기존의 인간 - 다른 반려 동물 컴비가 등장하는 작품과 똑같아요. 외려 알로가 상상 이상으로 나약해서 짜증만 났습니다. 

그래도 CG의 완성도만큼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자연의 표현이 정말 대단해요. 캐릭터들만 빼면 그냥 '다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죠.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처럼 정말로 '공룡'이 주인공인 다큐를 만드는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딸아이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본 모양인데 저에게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CG의 수준이 높고 본편 전에 상영된 인도 신화 기반 슈퍼 히어로물 "산제이의 슈퍼팀" 덕에 큰 감점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권해드리기는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