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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

비하인드 도어 - B.A. 패리스 / 이수영 : 별점 1.5점

비하인드 도어 - 4점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arte(아르테)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부부 잭과 그레이스. 남편 잭은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로, 영화배우와 같은 외모까지 갖춘 근사한 남자다. 그레이스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동생까지 사랑해주는 잭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꿈꾸지만... 그녀는 괴물 같은 그의 손길이 사랑하는 동생 밀리에게 닿기 전에 이 악몽을 끝내려 한다. 닫힌 문 뒤에서,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처절한 심리 싸움이 시작된다... <<출판사 제공 줄거리 인용>>

책 뒤에 소개된 짤막한 본문 -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 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을 찾아 보는 한 편 내 갈망을 충족시킬 방법도 마련했어. 뭔지 알겠어?" 나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잭은 몸을 기울여 내 귓가에 입을 가져왔다. "너랑 결혼했어. 그레이스" - 가 마음에 들어 집어들게 된 작품. 
바로 얼마 전에도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지인이 싸이코패스였다'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핸섬하고 친절한 신사로, 그레이스가 결혼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잭이 결혼하자마자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돌변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이런 류의 이야기라면 얼마나 범인이 치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자신의 정체를 아는 상대방을 협박하고 죽이려 하는지가 잘 묘사되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재미 핵심 요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책은 아쉽게도 완벽한 실패작입니다.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를 주기 위한 무리한 설정 탓이에요. 잭이 치밀해서 그레이스가 탈출도 못 하고 도움도 청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정인데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전혀 와 닿지 않았거든요. 어딘가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손님도 만나고 외출도 하는데 그 어떤 도움도 청할 수 없다는건 솔직히 말이 안되죠.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여 놓기는 했지만 다 핑계로 밖에는 보이지 않있습니다. 여자 화장실 안에는 같이 못 간다는 묘사가 등장하니 화장실에서 거울에 몇 자 쓴다던가 하는 식으로 방법을 생각해 볼 만 한데 절박함이 부족해요. 이래서야 감금과 협박을 즐기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그렇다면 주인공의 위기 극복, 탈출 과정이 재미있느냐? 아닙니다! 겨우 구한 약을 잭에게 먹이고 탈출한 그레이스가 태국으로 여행간 후 완전 범죄를 꾸민다는 내용인데 과정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겨우 탈출했을 뿐 잭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지하실에서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벌일 일은 아니잖아요. 이럴 계획이었다면 최소한 책을 확실히 죽였어야 했습니다. 단지 지하실에 가두었다고 죽는다는 보장도 없고, 잭이 깨어나 탈출하면 모든게 끝나는 상황이니까요. 실제로 잭이 바로 태국으로 쫓아 왔다면 그레이스가 옭아매인 신혼 여행 상황이 반복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뉴질랜드 행을 가장한 죽음을 맞게 되었겠죠.
결말 부분에서 에스더가 그레이스를 도와줘 완전 범죄를 성공시킨다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에요. 그 전까지 에스더와의 친분은 전혀 묘사 되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았으며, 에스더에 대한 캐릭터가 제대로 설명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무 뜬금없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에스더가 밝힌 이유인 "빨간 방" 의 정체는 말이 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부 묘사가 너무 부족했어요.

다른 부분들도 건질게 없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와 과거가 복합되어 진행되는 진부한 방식의 전개도 역시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밀리의 수면제가 현재에 등장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가 깔끔했던 것 정도만 볼거리였습니다만, 이 정도도 수습이 안 됐다면 이야기가 성립하지도 않았을테니 딱히 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네요.

처음에 완벽함을 강요받는 그레이스에 대한 묘사가 이어져 완벽에 집착해서 아내의 허술함을 용서하지 못하는 일상계스러운 특이한 싸이코구나 싶게 만드는 부분은 독특했기에 차라리 이런 설정을 밀어 붙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잭이 누군가를 감금해서 공포에 질리게 하는 모습을 즐기는 싸이코패스라는 이야기는 그닥 신선하지 못했으니까요. 아니, 너무 뻔하죠. 이런 뻔한 내용이니 잭이 남편에게 폭행당한 여자들을 전문으로 변호하는 변호사라는 작위적인 설정은 단점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한 가지 괜찮았던 아이디어라면 잭이 그레이스와 결혼한 이유입니다.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가 다운증후군인데 밀리를 감금하려는 계획이라는 건데 불쌍한 장애우를 학대하는 악당이라는 느낌이 더해져 사악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밀리에 대해 그레이스가 가진 모정에 가까운 애정을 협박의 재료로 쓴다는 것도 그럴듯 했고요. 아울러 사건의 핵심인 공포의 "빨간방" 묘사는 괜찮은 편이에요.

하지만 장점은 빈약해서 진부하고 억지스러운 이야기라는 결론을 뒤집기는 무리에요. 영화도 많이 제작되는 인기있고 유행하는 소재를 억지스러운 설정을 덧붙여 변주한 현실성없는 이야기라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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