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탈출 - 타나카 케이이치 지음/미우(대원씨아이) |
타나카 케이이치는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애니메이션까지 되었던 데뷰작 개그 만화 <<닥터 치치부야마>>로 유명하죠. 개인적으로는 데즈카 오사무의 그림체를 똑같이 구사하며 그려낸 개그 만화들이 꽤 마음에 들어서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구루나비 모두의 밥 사이트에 연재했던 <<펜과 젓가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유명 만화가 가족과 만화가가 좋아했던 음식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만화로 그린 작품인데, 해당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모사하여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한번 보시면 이해하실거에요. 유사한 류의 작품들은 작가의 SNS (예 : 페이스북) 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고요.
하지만 <<펜과 젓가락>> 연재가 끝나서 아쉽던 차에 국내에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팬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개그 만화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작가 본인의 우울증 투병 이력을 중심으로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만화에요.
당연하게도 '우울증' 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야기는 꽤 괜찮습니다. 저자를 포함한 우울증 환자 17명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별로 달랐던 원인과 증상, 그리고 극복 방법을 소개해주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은 평생 간다, 우울증은 여러가지 (몸과 마음) 무리한 상황에서 견디지 못한 몸이 내보내는 경고 신호이다, 이를 없애려면 (극복하려면) 나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 칭찬과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신을 긍정하라 등 여러가지 정보는 물론 다양한 방법과 팁이 등장합니다. 저는 다행히 우울증까지 앓지는 않았지만 가끔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기는 한데, 상대방의 언행을 반대로 생각해 본다던가, 아침에 억지로라도 나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방법은 써먹음직하다고 생각되더군요.
또 내용이 풀 컬러라서 좀 놀랐습니다. 14,000원이라는 가격에 걸맞는 완성도랄까요? 비싸기는 하지만 풀컬러의 180여 페이지 정도 분량이라면 가격도 어느정도 수긍할만 합니다.
하지만 친숙한 데즈카 오사무 화풍에 오너캐인 양복입은 작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느꼈던 재미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개그 만화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실종 일기>> 처럼 엄청나게 심각한 이야기라도 개그 센스가 빛날 수도 있었을텐데 우울증 환자와의 인터뷰 중심으로만 흘러가는 탓입니다. 작가 본인에게 우울증은 너무나 심각한 병이라 개그의 대상으로 고려할 수는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인터뷰도 계속 반복되다 보니 그 내용이 그 내용 같을 뿐 아니라 딱히 관심사가 아니라 몰입하기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우울증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실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로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역시 작가에게 흥미가 가서 구입했지만 딱히 두고두고 읽을 것 같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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