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김명호 글.그림/사이언스북스 |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좀 미묘했습니다. 주제도 흥미롭고 내용도 나쁘지는 않지만 만화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나냐 하면 그건 아니였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만화로 그려낸' 장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습 만화를 읽는 이유는 일반 과학서보다는 재미있고 이해가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닥 재미가 있지도 않고, 이해가 쉽지도 않습니다.
또 만화라면 기승전결,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완성된 이야기 구조를 갖추어야 하나 이 책에 수록된 5편의 이야기 모두 완결성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지어는 주인공도 애매하고요. 그냥 해당 주제에 대해 어떤 연구가 누구에 의해 행해졌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그림으로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야기도 잘 짜여져있다기 보다는 이곳저곳을 찔러보는 느낌입니다. 박쥐가 어둠 속을 비행하는 메카니즘을 알아내기 위한 여러 과학자들의 노력이 펼쳐지는 <<박쥐의 난제>>편이 좋은 예인데 스팔란차니, 쥐닌, 거기에 퀴비에라는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이야기가 소개되다가 갑자기 '음향학'이 등장하는 식입니다.
<<투구게>>이야기도 마찬가지. 초반에는 19세기 출산 시 산욕열로 사망하는 산모가 많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데 그 다음 갑자기 투구게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투구게에 대해 잠깐 소개하다가 이윽고 투구게 혈액 이야기로 넘어가죠. 그리고 투구게의 혈액 응고 반응을 이용하여 내독소 검사가 등장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후 바이오센서 등 최신 기술을 소개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정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별로 자연스럽지 않을 뿐더러 한정된 지면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려는 욕심이 지나칩니다. 때문에 지루하고 읽기 힘들었어요. 이래서야 만화의 장점을 전혀 살렸다고 할 수 없죠.
물론 아주 건질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바다나리>>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바다나리라는 극피 동물에 대해 이렇게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소개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잘 소개되어 있거든요. 앞서 말한 단점은 그대로이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만큼은 '바다나리'를 주인공으로하여 확실하게 소개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림 역시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2점. 앞서 말씀드렸듯 학습 만화로서의 장점은 거의 없기에 평상시 관심이 있던 주제가 아니라면 구태여 이 책을 선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그래픽 노블'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왜 '그래픽 노블'인거죠? 제가 봤을 때에는 '학습 만화'가 맞는데요. '그래픽 노블'이 더 고급스럽게 들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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