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 렌조 미키히코 지음, 모세종.송수진 옮김/어문학사 |
80년대에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했다 할 수 있는 렌조 미끼히꼬의 90년대 발표 단편집. 표제작을 포함한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대부분 불륜이 소재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유사점이 보이지 않는 작품들로 추리물인 <밤의 오른편>, <밤의 제곱>과 기묘한 맛 류의 작품인 <야광의 입술>, <희극 여배우>, <밤의 살갗>, 일반적인 드라마에 가까운 <타인들>, <모래 유희>, <미녀> 로 나눌 수 있습니다.
추리물부터 소개하자면, 자신의 남편이 당신의 아내와 불륜 중이라고 찾아와 복수를 위해 불륜을 벌이다가 결국 살인으로 치닫는다는 <밤의 오른편>은 극적인 반전과 더불어 놀라운 진상, 즉 불륜 상대방 커플의 치밀한 계획이 놀라움을 자아내는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밤의 제곱> 역시도 두 여인이 죽은 사건에서 각각의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며 번갈아 증언하는 범인의 순간이동 알리바이 트릭을 깨는 전통적인 방식의 추리물이어서 만족도가 높았고요.
그 외의 작품에서는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아내가 과거의 불륜을 고백하는 순간의 심리묘사가 기가막힌 <밤의 살갗>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작품들은 그냥저냥이었어요. 자연스러운 인공미를 지니는 아내에게 끝까지 지배당하는 성형외과 의사를 그린 <야광의 입술>은 결말이 예상 가능했고 8명의 독백을 통해 복잡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희극 여배우>는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일반 드라마 작품들도 현실적이면서도 나름 뼈가 있는 표제작 <미녀>를 제외하고는 역시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또 작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현란하면서도 깊이있는 심리 묘사가 지나친 것도 부담스러웠고 비교적 최근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번역과 표기가 낡은 느낌을 주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심지어 저자명도 렌조 미"끼"히"꼬" 라고 되어 있을 정도에요)
한마디로 추리물 및 기타 아주 일부만 저자의 이름값에 값하고 그 외의 작품들은 별로 건질게 없었다 생각되네요. 전성기는 80년대였던걸까요? 차라리 <회귀천 정사>로 대표되는 "화장" 시리즈처럼 이 단편집도 좋았던 작품들, 즉 제목에 "밤"이 들어가는 추리물들만 따로 모아서 선보였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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