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탁 호텔 - 이순우 지음/하늘재 |
"정동과 각국공사관"과 같이 조선 후기 ~ 일제 강점기를 다룬 이순우 씨의 미시사 서적. 이번에 다룬 주제는 제목 그대로 "호텔"입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대한제국 최초의 호텔로 유명한, 그리고 격변하던 시대에서 외교의 중심지로 각국의 스파이들이 출몰하던 (또는 출몰했던?) 손탁 호텔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호텔의 역사"에 좀 더 집중하고 있더군요. 조선에 최초로 생긴 호텔이 어디였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초기 호텔들의 흥망성쇠와 뒷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초기 호텔은 상점을 겸해서 육혈포와 총탄까지 팔았으며 각종 희귀한 유럽의 식재료도 구할 수 있었다든지, 익히 알려진 대로 손탁 호텔은 최초의 호텔이 아니며, 손탁 호텔의 요리는 굉장히 평이 좋았다는 등의 내용은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관심 있었던 손탁 호텔과 손탁 여사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호텔 이야기가 끝나는 책의 후반부에 "개화기 풍물의 이모저모"라는 제목으로 커피, 활동사진, 당구장, 신식 결혼식 등 당대 유행했던 문물들을 소개하는 부분은 너무 주제와 동떨어집니다. 수준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도에 그치고요. 흔한 주제인데다가, 내용도 별로 건질 게 없거든요. 이 부분을 빼고 가격을 낮추는 게 나았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초기 호텔의 역사를 일람한다는 측면에서 볼만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기대했던 부분이 조금 소홀하고 불필요한 정보도 많아서 감점합니다. 정가를 다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책이었어요. "근대 호텔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취지로 제목을 고치고, 그런 방향으로 수정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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